〈 157화 〉 맥켄지 시티 로맨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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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베르그릭의 수도이자 심장이라 할 수 있었던 맥켄지 시티.
도시라 칭해지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갈 정도로 그 규모는 광활한 것이었다.
본래 드워프라는 종족은 휴미안이나 데모니안, 오크나 아니마같이 막대한 인구를 자랑하던 종족은 아니었고, 요정족들이 으레 그렇듯 드워프들 역시 테라리스의 종족들 사이에서는 꽤 적은 수를 가진 종족이었다.
그나마 위세를 자랑하길 좋아하던 종족이었기에 국가를 세워 그에 걸맞은 격을 갖췄고,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거주 환경이 조성되자 그에 따라 그들의 인구가 불어난 것이었다.
요정족 치고는 상당한 수를 자랑했으나 테라리스의 다수 종족에 비하면 수가 많이 모자란 수준.
달리 말하자면 맥켄지 광산의 광활한 공간을 전부 이용해야 할 정도로 수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맥켄지 광산은 내부에 그럴듯한 도시를 하나 품고 있었음에도 여유 공간이 더욱 많았다.
맥켄지 광산의 전체 면적에 비해 맥켄지 시티는 고작 사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으니 데카스트라스 산맥 내부에 드워프들이 조성한 공간이 얼마나 광활한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도 맥켄지 시티 또한 수용 인구를 모두 감당하고도 넘칠 만큼 상당히 넓게 지은 상황이라 맥켄지 시티 내부는 그저 동상이나 석판 따위의 미술품을 장식해 둘 뿐인 한산한 구역도 많았다.
다만 상업 구역이 거주 구역보다도 넓었고 드워프들의 혼이 담긴 공방 구역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장대했으니, 드워프들이 수용 인구보다도 도시를 더욱 넓게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것이었다.
이는 공방 구역을 직접 거닐고 구경해보자 더욱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한데 모여 맞물리며 회전하고, 더욱 거대한 휠을 돌리며 시뻘건 용암을 흘려보내는 광경.
용암이 마구 흘러드는 시커먼 석제(??) 원통에는 드워프들이 줄을 지어 광석들을 쏟아붓고 있었으며, 그 아래로 시뻘건 쇳물이 토해지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에서는 이글거리는 열기가 한여름의 태양과도 같이 뿜어져 나왔고, 용광로를 조작하는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살갗마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맥켄지 시티의 공방 구역은 전혀 다른 세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발전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드워프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구성된 모든 것으로 표현하는 구역이었다.
그리고 드워프의 세계 가운데에 네로멜티아와 넬라넬라가 있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장인의 종족이라는 말이 괜히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병대장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습니까?”
“폐… 폐하…….”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홀린 듯한 눈빛을 하고서 공방 구역의 찬란한 진면목을 감상하던 넬라넬라가 탄성에 가까운 감상을 전해왔다.
오크군의 모든 공업을 담당하며 마왕군의 공병을 대표하던 넬라넬라이기에 그녀 역시 드워프 공방의 모든 광경은 깊은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고, 그저 모든 생산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지도 못했던 지식을 흡수하는 중이었기에 넬라넬라는 맥켄지 시티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볼 때보다도 더욱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종족의 기술력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고 배우기 위해 넋을 잃고 일대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넬라넬라에게 네로멜티아는 장난기가 다분한 미소를 지은 채 존대로 답변을 했고, 불현듯 건네진 마왕의 장난에 넬라넬라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부끄러워했다.
“카보니 숲도 채광 상황은 나쁘지 않아서 조금 모자란 감은 있어도 영지를 순탄히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권속으로 합류하고 나서 마왕성의 재건을 맡게 되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 곤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왕성 북부의 바르커스 화산에서도 광석은 곧잘 채광되던 상황이었으나, 금속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었기에 견고한 도시를 건설하기에는 자원이 상당히 모자란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중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입장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넬라넬라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지우고서 본론에 들어갔다.
많은 드워프 장인들이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공방을 꾸리고 있던 구역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술력과 채광 능력을 엿볼 수 있었고, 넬라넬라는 그 경이로운 광경에 그저 감탄할 뿐만이 아니라 마왕성의 여건과 비교하며 발전의 가능성을 고민했던 것이었다.
이는 넬라넬라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었기에, 넬라넬라는 더욱 심화적인 분석 내용을 제시했다.
“바르커스 화산은 바다를 접경하고 있는 화산지대이기에 대부분 화성암이나 심성암 혹은 석회암 같은 암석 종류가 많았기에 건축용 석재는 더할 나위 없이 넘칠 지경입니다. 반면에 건축에 사용할 금속은 생산이 수요에 상대적으로 못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근래 건설한 임시 건축물들은 모두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허술한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금속 자원을 비축해 두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르커스 화산도 금속은 풍부한 편이지?”
마왕성 인근 지역의 자원 환경을 철저히 분석했던 넬라넬라는 문서화된 자료가 한 장도 없는 상황에서도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설명을 이어갔다.
열성적으로 변해가는 넬라넬라의 모습에 퍽 흥미를 느꼈던 네로멜티아는 빙긋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것인지 풍부한 자원을 왜 얻어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추궁인지 넬라넬라로서는 알 길이 없었으나, 적어도 네로멜티아의 표정은 그녀에게 호의적이었기에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왕의 심정이 나쁘지 않다면야 설명에 있어서 더욱 거리낄 게 없는 셈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넘쳐납니다. 애초에 아스타리스 대륙 북부의 바다가 ‘레드 오션(Red Ocean)’이라 칭해질 정도로 붉은빛을 띠고 있는 건, 바르커스 화산의 용암에서 끊임없이 녹아 나오는 철분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넬라넬라는 네로멜티아가 건넨 한마디의 의도를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네로멜티아의 한마디에 더욱 핵심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네로멜티아가 언급한 대로 바르커스 화산에 금속 자원은 풍부한 상황이었고, 이렇게 환경이 받쳐 주는데도 금속이 모자란 상황에 대해 답변하려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채광 기술이 많이 부족합니다. 채광 기술은 이론만으로는 실전에 도입할 수 없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카보니 숲에서 무기나 도구만 만들던 기술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광맥을 찾는 기술, 튼튼한 갱도를 짓는 기술, 신속한 채광 기술. 모든 것이 미흡한 상황이라 마왕성의 건설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결국 자신의 능력 부족을 설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음에도 넬라넬라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티없이 맑은 빛을 발하고 있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그녀의 올곧은 심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의 모자람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도 떨리지 않는 눈빛은 그녀의 강건한 신념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다 광맥을 잘 찾아서 자원 생산이 원활해진다 하더라도 문제는 더 있습니다. 광활한 지역 일대에 도시를 건설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금속을 정제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기술과 시설이 존재해야 합니다. 광석을 산처럼 쌓아 놓더라도 그것을 즉시 제련하지 못한다면 보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 제가 평소에 보고드린 내용 그대로 향후 사용할 광물의 보급에 적절한 방편이 요구되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짝짝짝짝!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고 무엇 하나 군더더기도 없는 정확하고도 간략한 설명.
넬라넬라의 설명이 만족스러웠던 네로멜티아는 방긋 웃으며 넬라넬라를 향해 극찬의 뜻을 밝혔다.
기뻐하는 마왕의 갈채를 받은 넬라넬라는 새삼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떨구려 했다.
그때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허리를 끌어 안은 채 그녀를 올려다 보기 시작했고, 고개를 떨구는 중이었던 넬라넬라와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는 상황이 되었다.
둘의 신장 차이는 불과 이십멘톨 남짓이었고, 서로의 눈 사이에는 신장 차이에 비례한 정도의 짧은 거리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네로멜티아의 선홍빛 동공에 맺힌 부끄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
넬라넬라의 가빠지는 호흡을 하나의 속삭임과 같이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한 손을 뻗어 넬라넬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후. 그래. 정말 많이 노력했구나. 넬라는 역시 대단해.”
“아읏… 폐, 폐하…?”
“이렇게 열성적이고 유능한 넬라가 있어서 나는 무척 든든해.”
무척이나 인자한 손길이었다.
따스한 감정이 느껴지는 네로멜티아의 손길에 넬라넬라는 지극한 안락감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기까지 했다.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어낸 뒤, 넬라넬라의 양손을 붙잡고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넬라가 아주 잘 짚었어. 그래서 내가 마왕성의 건설 과정을 미루고 지반을 다지는 일만 하도록 지시한 거야.”
사실 넬라넬라는 그동안 많은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언제 적습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왕성 일대의 지반만을 다지고 있는 현실.
드높고 견고한 성벽도 없고, 방비가 철저한 내성도 없었다.
군대를 육성하기 위한 병영도 없었고, 전장을 승리로 이끌 무기를 생산하는 공방도 없었다.
그저 드넓은 마왕성의 폐허에 잔해를 치우고 땅을 파헤쳐 지반을 다듬는 공사만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이었다.
물론 모든 설계 도안은 마련된 상황이었고, 각 건축물에 요구되는 정밀한 지반 공사가 진행중이긴 했으나 속히 건물을 세우지 않고 기본에 철저하기만 한 상황에서 근심이 사라지질 않는 것이었다.
넬라넬라 자신 또한 지반 공사가 철저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고 있었기에, 네로멜티아의 계획에 반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나 그녀의 마음 속에서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 말씀은…”
“본격적인 건축은 드워프의 기술력과 맥켄지 광산의 자원을 손에 넣고 나서 제대로 진행하려고 준비 과정만 탄탄히 다지고 있었던 거지.”
순간 넬라넬라는 섬광이 번뜩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워프를 찾아내겠다는 네로멜티아의 계획은 이전부터 들었었기에 드워프가 마왕의 세력에 합류하고 나면 마왕성의 건설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드워프들의 강점과 오크군의 강점을 모아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 지를 생각하긴 했으나, 그것을 지반 공사만 진행하는 현실과 대입하여 연관 짓지는 못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걱정과 드워프에 대한 계획이 본래 하나의 그림이었음을 비로소 인지하자 넬라넬라는 그야말로 경탄하고 만 것이었다.
“기대되지 않아? 오크군의 건축 능력과 드워프의 기술력이 함께 빚어낸 완벽한 도시.”
공병대장으로서의 감정마저 자극해 버리는 네로멜티아의 더해진 한마디.
드워프의 제작 기술은 대상의 종류를 떠나서 마법 도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뛰어나다.
오크의 축성 기술은 어떤 역사서에서든 심심치 않게 언급될 정도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런 두 종족의 힘이 합쳐진 장소라 한다면 대체 얼마나 대단할 것인지 가늠이 안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넬라넬라는 그 역사에 누구보다도 앞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의 혜안은 정말이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지반을 다지는 일은 기본 중에 기본이기에 분명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만큼 중요한 과정이나, 속히 거점을 건설하여 적습에 대한 방비를 갖춰야 하지 않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제가 했던 고민은 정말이지 하찮고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몸이 떨릴 정도로 격화된 감정.
넬라넬라는 격렬해진 감정에 떠밀려 드러나 버린 진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울 것 같으면서도 해맑게 웃는 미소가 무척 아름다웠다.
상기된 뺨과 붉어진 눈시울은 그 모습이 가련하기까지 했다.
평소 같았으면 밀려오는 사랑스러움에 몸부림치며 그녀를 힘껏 끌어 안았을 네로멜티아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은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시간을 더 들여 수천 년을 굳건히 버틸 강건한 마왕성을 지으실 계책을 마련하셨던 거라니… 헤스티니아님께서 드워프들의 생존에 대한 정보를 내어 주시기 전부터 폐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획을 진행하신 것이로군요. 그렇기에 드워프의 합류에 때를 맞춰 기초 공사를 미리 끝낼 수 있도록 안배하신 것이고…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조바심을 내고 있었던 제가 바보 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소 두통마저 느끼던 네로멜티아는 현재의 상황이 자신이 예상한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없던 몸살도 생길 지경이었다.
또 이런 결말인가!
네로멜티아는 가시가 잔뜩 돋힌 의자에 앉은 불편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마왕으로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여유를 가장한 억지 미소를 지어 주어야만 했다.
“감히 맞설 이가 없는 지고의 존재를 모시게 되어… 오크의 미래는 밝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네로멜티아는 드워프의 존재에 대해 신뢰할 만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계획을 잡았을 뿐이었다.
뭔가 심오한 계략이 있어서 드워프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이 아니었고, 뭔가 치밀한 계산이 있어서 드워프의 합류 기간을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맥켄지 광산은 잘 숨겨져 있으니 드워프들은 여전히 무사할 것이라고 가벼운 확신을 가진 것뿐이었으며, 그렇게 된다면 본격적인 건축은 드워프들이 합류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좋으니 그 전까지는 기초만 다져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여기에서 그렇게 놀랄 만한 여지가 있는 거였어…?’
현재 넬라넬라가 감탄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그녀가 드워프의 생존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드워프의 합류가 높은 확률로 예정되어 있다는 향후 계획을 듣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었다.
드워프의 존재에 대해서는 뒤늦게나마 헤스티니아에 의해 밝혀지긴 했으나, 네로멜티아의 계획은 훨씬 이전에 세워져 진행된 것이기에 넬라넬라가 연관 짓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 마저도 이토록 은밀히 숨겨진 맥켄지 광산이 쉽게 함락될 리가 없다는 네로멜티아의 믿음을 넬라넬라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녀가 그다지 놀랄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철저히 숨겨진 맥켄지 광산의 은밀함과 아무런 증거도 없이 무턱대고 가졌던 네로멜티아의 확신.
넬라넬라가 이 두 가지만 사전에 알고 있었어도 네로멜티아의 계획에 대한 넬라넬라의 인식은 상당히 평범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었다.
넬라넬라의 눈에 비쳐진 마왕은 철저한 계산으로 드워프의 생존을 사전에 인지해서 정확한 합류 시기까지 도출해 모든 준비를 사전에 마쳐낸 치밀한 지략가였으나, 드워프가 생존해 있을 확률이 높으니 일단 기초 공사만 진행하며 드워프를 수색해보자는 평범한 계획을 가진 마왕님이 되는 것이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드워프가 무사할 거라 생각해서 세운 계획은 안일하기까지 한 것이었으니 넬라넬라가 마왕성의 재건 공사 시작 전에 이 계획을 들었다면, 이후 헤스티니아를 만나 드워프의 생존에 대해 확답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불안마저 느껴야만 했을 것이었다.
자신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그저 사소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무엇 하나 틀릴 리 없는 지고의 계략 정도로 오해하고 있는 넬라넬라의 모습이 무척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네로멜티아가 지금껏 경험해 왔던 마왕군 간부들의 모습들이 연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이전에도 그랬고 언제나 그랬듯 지금 이 순간에도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어어… 으음… 고, 고마워!”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듯한 여유를 가장한 네로멜티아.
그나마 떨떠름한 감정을 채 숨기지 못해 말을 조금 더듬었으나, 마음 깊이 감명을 받아 몸을 떨고 있는 넬라넬라의 귀에 그런 사소한 실수가 들어올 리 없었다.
오늘도 테라리스의 모든 것은 마왕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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