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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52화 (152/216)

〈 152화 〉 지하의 도시, 맥켄지 광산. (2)

* * *

온갖 아름다운 빛이 펼쳐진 대도시의 거리.

거대한 도시가 펼쳐질 수 있을 정도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했던 데카스트라스 산맥 아래의 광산.

그 거대한 공동의 천장에는 지하 세계에서 태양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태양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본래의 태양에는 미치지 못해 다소 어두운 광도(光?)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도시의 거리 자체에서 갖가지의 화려한 조명들을 소유하고 있으니, 오히려 두꺼운 분진층이 햇볕을 가리고 있는 외부의 상황보다도 더욱 밝은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오색 빛이 무리를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었으나 도시는 그것 외에도 볼 것이 더욱 많았다.

고급스러운 건축 양식을 지니고 있는 건물들.

어느 것 하나 보물이라 칭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가 매대의 액세서리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러 가지 용도의 기계들.

예술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자태를 가진 온갖 동상들.

투박한 현악기의 음악에 맞춰 교태를 부리는 무희들.

드워프들은 저마다 활기를 가지고 거리를 거닐고 있었고, 그들이 가진 감정은 각양각색이었으나 생기가 넘치고 있다는 점은 하나같이 동일하였다.

“후후후. 많이 변했네.”

“그렇… 습니까…?”

이미 어두컴컴하고 경사진 갱도를 빠져나온 뒤임에도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의 어깨를 놓아주지 않았다.

여전히 넬라넬라의 어깨를 감싼 채였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두운 갱도에서 넬라넬라를 보호하려던 에스코트가 처음 겪는 도시를 안내하는 에스코트로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의 시선은 다른 여성들에게 꽂혀 있었다.

천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상당히 달라진 도시의 풍경을 감상하던 네로멜티아는 거리의 가운데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드워프 무희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많이 변했다는 말 또한 도시가 아닌 무희들의 안무가 대상이었다.

사실 넬라넬라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네로멜티아의 손은 갱도에서부터 지금까지 은근한 움직임으로 넬라넬라의 탄력적인 여체를 어루만지며 만끽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네로멜티아의 시선만큼은 다른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넬라넬라는 자신을 은근히 주무르며 한눈을 팔고 있는 마왕에게 쓴웃음이 났다.

‘결국 여성스러워야 만족하시는 걸까… 아무래도 폐하께서는 여성을 좋아하는 분이시니…….’

사실 드워프 여성들은 드워프 남성들에 비해 가녀린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고블린보다는 크지만 데모니안의 가슴께 정도 밖에 오지 않는 작은 키에 데모니안보다 훨씬 넓은 어깨를 지닌 둥글둥글한 체형의 근육덩어리가 드워프 남성이었다.

반면 드워프 여성들은 곰같은 체형을 지닌 드워프 남성과 비교하면 키는 비슷했으나 꽤 늘씬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드워프는 드워프이기에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으나 우람하진 않았고, 허리는 잘록했으며 가슴과 엉덩이는 탄력있게 봉긋 솟아 있었다.

작은 키에 근육이 붙은 체형이니 가슴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으나 조금도 처지지 않는 둥글고 꽉찬 가슴을 가졌고, 발달한 하체에 비례하여 엉덩이는 크고 탄탄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나올 데는 잘 나오고 들어갈 데는 잘 들어간 여성의 매력이 흠뻑 느껴지는 여체.

다만 단단한 근육이 붙어 부드럽고 말랑한 여성의 매력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신체.

사실 여기까지는 넬라넬라 역시 동일한 조건이기에 넬라넬라가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성스러운 드워프 무희들의 행색이었다.

길게 교차된 형태의 천 두 개가 꽉찬 젖가슴을 감싸며 목에 둘러지고 허리는 훤하게 드러나 있었으며, 나풀거리는 스커트가 반투명의 원단으로 이루어진 탓에 그 너머에 속옷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다.

스커트의 원단 너머로 보이는 속옷 또한 면적이 적어 둥글고 빵빵하게 나온 엉덩이 살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여성들이 쥐고 있는 안무용 긴 천 역시 반투명의 재질로 이루어져, 그것이 살랑거리며 휘날릴 때마다 몽환적인 느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미 드워프 무희들의 매력은 시각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그녀들이 근처에 다가와 우아한 자태로 교태를 부릴 때면 어김없이 여성의 향긋한 분 내음까지 느껴지고 있어 더욱 강렬한 매혹을 보이는 것이었다.

넬라넬라에게 없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이었다.

향수도 사용하지 않고 분도 사용하지 않는다.

춤은 출 줄도 모르고 여성스러운 교태도 부릴 줄 모르며, 의상 또한 거친 원단의 작업복이나 전투복뿐이었다.

자신의 매력을 타인에게 과시할 성격도 아니고 자신이 먼저 다가가 유혹할 만한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네로멜티아는 언제 어느 때나 넬라넬라를 향해 아름답다느니 귀엽다느니 하는 진심이 담긴 칭찬을 해대니, 다른 이들의 미적 기준을 떠나서 적어도 네로멜티아에게는 넬라넬라가 예쁘다는 것을 넬라넬라 본인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은 미색(美色)을 갖췄을 뿐인 남성같은 여성이었다.

‘나도… 저런 옷을 입으면…….’

넬라넬라는 문득 드워프 무희들이 입고 있는 의상을 자신이 입는다면 어떨지를 떠올렸다.

이미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마왕이 자신에게 더 큰 사랑을 보여 줄 것인가.

지금 드워프 무희들에게 보내고 있는 열망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 줄 것인가.

그러나 성격이라는 것은 좀처럼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었기에, 넬라넬라는 자신에게 저런 농염한 의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내 고개를 저었다.

“거기 데모니안과 오크!!”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순간 온갖 병장기를 든 드워프 병사들이 멀리서 달려왔다.

육중한 금속 갑옷으로 중무장한 드워프들이 달려오며 요란한 금속성이 울려 퍼졌다.

그것에 더해 다급하면서도 큰 외침을 보이기까지 했으니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드워프 병사들과 네로멜티아 일행을 향해 쏟아졌다.

“아니 뭐야! 데모니안하고 오크가 언제 나타난 거지!?”

“어디로 들어온 거야!?”

“어머! 놀래라!”

드워프 병사들은 순식간에 네로멜티아와 넬라넬라를 에워쌌고, 저마다의 무기를 들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달려온 것 치고는 상당히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어서, 넬라넬라는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네로멜티아가 넬라넬라의 귓가에 은밀히 속삭였다.

“출입문이나 갱도를 지키던 병사는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와서 뒤늦게 달려오고. 삼엄한 척 경계를 하니 우습지?”

복잡한 심경에 이유를 좀처럼 찾지 못하던 넬라넬라에게 네로멜티아의 속삭임은 확신을 안겨 주게 되었다.

넬라넬라 자신도 파악하지 못하던 복잡한 심경의 이유는 드워프들의 이중적인 면이었다.

도시에서 단 하나밖에 없다던 출입구를 전혀 지키지 않는 허술함.

그러면서도 이방인에 대하여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듯 압박을 해오는 강경함.

이 상반된 모습이 뒤섞여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워프들의 행동은 갈피를 잡기 힘들었고, 그것을 보며 느끼는 넬라넬라의 심정 또한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묘해진 것이었다.

“너희는 어디로 침입한 것이냐! 대답하라!”

“… 휴미안도 아닌데 손님 취급해 주면 안 되겠니?”

“우리 광산에 무단침입을 해놓고 손님 취급을 바라다니! 괘씸하구나!!”

“허락을 받고 들어올 수가 없었는걸? 출입문부터 진입 통로에 이르기까지 경비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어떻게 허락을 받을 수 있지?”

강압적으로 취조하려던 드워프 병사에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답하는 네로멜티아.

네로멜티아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린 구석이 없었기에, 드워프 병사들은 이를 갈거나 무기를 괜히 땅에 내려치는 등 찔리는 구석이 있음을 저마다 열심히 표현하고 있었다.

“이이익!! 시끄럽다!! 너희를 포박할 것이니 당장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라!!”

순간 네로멜티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여전히 공격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으나, 여유롭고 인자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차갑고 날카롭게 변한 것이었다.

주변에서 현장을 구경하고 있던 드워프들은 저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이 네로멜티아의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둥글게 포위진을 구축하고 있었던 드워프 병사들은 차마 뒷걸음질을 치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무기를 강하게 틀어쥐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단지 눈빛과 분위기가 조금 변한 것뿐임에도 네로멜티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현장의 모든 드워프들은 네로멜티아를 처음 본 이들 뿐이었기에 네로멜티아가 얼마나 강대한 존재인지는 몰랐으나, 적어도 절대자의 위용을 느낀 본능이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기에 더는 네로멜티아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한 거리.

그 침묵을 깬 이는 필요한 것이 있어 물건을 사러 거리에 나왔다가 우연찮게 현장을 목격한 노인 드워프 한 명이었다.

“마, 마왕님!! 마왕님 아니십니까!!!”

“오, 멜키스! 오랜만이야!”

볼록 렌즈 두 알이 박힌 고글을 쓴 너저분한 행색의 드워프 노인.

멜키스(Melkis)라 불린 그 노인은 인파를 헤치고 달려와 네로멜티아의 손을 덥썩 잡았다.

기름때가 묻은 지저분한 가죽 장갑을 착용한 손이었으나, 네로멜티아는 오히려 멜키스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붙잡으며 친분을 여실히 드러냈다.

애틋한 눈빛을 하고서 네로멜티아를 올려다보는 멜키스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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