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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51화 (151/216)

〈 151화 〉 지하의 도시, 맥켄지 광산. (1)

* * *

황량한 황무지의 가운데에 나타난 두 명의 여성.

테라리스의 현재 환경을 미루어 본다면 결코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데모니안과 오크의 조합이었다.

본래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까지 함께 데려올 생각이었다.

주인에게 상당한 의존을 보이는 러스테리아이기에 여가(??)가 아니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셈이었던 것이었다.

사실 일주일도 안 된 며칠 전, 넬라넬라를 처음 안았던 밤의 전날에 러스테리아와 진한 밤을 보내기도 했었지만 함께하는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러스테리아가 기뻐할 것이기에 그런 배려를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러스테리아는 급한 용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둔 채, 자신의 거처를 비우고 어디론가 사라진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넬라넬라와 단둘이 외출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곳에 드워프가…….”

“아무것도 없는 흙무더기의 대지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거지. 무엇이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면 휴미안들의 의심부터 샀을 테니까.”

넬라넬라는 네로멜티아와 함께 텔레포테이션으로 이 땅에 발을 디뎠다.

순간 눈앞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달라진 주변 환경에 다소 당황했으나, 자신이 섬기는 마왕은 전지전능한 존재이니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고 생각해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펼쳐진 황량한 대지는 말 그대로 벌레 하나 풀 한 포기 살아남을 수 없는 오염된 흙무더기뿐이었고, 물이라고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죽음의 땅이었다.

이런 장소에 한 종족이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다니 무척이나 놀라웠고, 만약 자신이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 이 지역을 수색하게 된다 하더라도 생존자를 찾을 생각은 일찌감치 접고 무언가 득이 될만한 자원을 수색하는 것에서 그쳤을 것이었다.

“레비테이션.”

“아앗…!”

순간 자신의 신체가 저절로 떠오르는 느낌을 받은 넬라넬라는 당황하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평생을 지면에 붙어서 산 존재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는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네로멜티아 또한 이 점을 알고 있으니 넬라넬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전에도 날아본 적 있잖아. 걱정하지 마.”

“아… 조, 조금 당황했을 뿐입니다…!”

“후후. 그렇지. 넬라는 비행하는 걸 아주 좋아했지?”

“으읏…”

“그렇게 신나서 활짝 웃어 줬었는데. 뭐라고 했었더라. ‘최고예요, 폐하!!’ 라고 했었던가?”

“으우우우…….”

이전에 태고의 숲을 찾아서 비행을 할 때 넬라넬라는 너무나 신나고 기분 좋은 나머지 평소에 사용하던 정중하고 강직한 말투조차 잊고 하나의 소녀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었다.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건넨 네로멜티아의 과거 이야기에 넬라넬라는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낯을 붉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끄러운 것도 잠시였고, 이후 지속되는 비행 속에서 넬라넬라는 다시금 그때와 같은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높은 하늘을 빠른 속도로 나아가며 느끼는 스릴.

대지의 모든 것들이 아득한 발아래 존재하는 장관.

평범한 이들은 겪어볼 수 없는 비행이라는 행위의 신기함.

넬라넬라가 그녀의 갈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진심을 다해 기뻐하는 것은 그리 의아할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좋아?”

“네! 정말 기분 좋아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비행을 하고 있는 것 치고 넬라넬라는 조금도 겁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 드워프 탐사대원들이 네로멜티아에 의해 비행을 할 때, 기겁을 하고 벌벌 떨었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넬라넬라는 무척 담이 큰 것이었다.

넬라넬라는 비행의 모든 순간을 좋아했다.

드높은 하늘을 향해 상승할 때 내려다 보이는 대지의 장관이 좋았다.

지형이나 기류에 따라 하강할 때면 짜릿한 스릴이 느껴져서 좋았다.

실상 오염된 분진이 가득한 대기를 헤치고 나아가는 셈이니 전신이 시커먼 분진 투성이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나, 네로멜티아가 시전한 정화 마법에 의해 주변에 둥근 마력장이 씌워져 스치는 바람은 더없이 맑고 시원하기만 했다.

넬라넬라는 티없이 해맑은 모습으로 네로멜티아를 향해 활짝 웃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무의식중에 보인 행동이었으나, 넬라넬라의 그런 행동이 네로멜티아의 심장을 철렁이게 하며 호흡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건 그녀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제게는 암벽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어느새 목적지까지 도착하자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를 데리고 지면에 착지했다.

드워프를 습격하기 위해 휴미안들이 몰려왔었던 장소까지는 네로멜티아가 지형을 파악했기에 전이 마법을 사용하는 일에도 무리가 없었으나, 그 이후까지는 지형을 알 수 없기에 비행 마법을 이용한 것이었다.

과거 자주 들렀었던 장소이기에 위치는 잘 알고 있으나, 그것은 천 년 전의 과거이니 네로멜티아의 기억을 맹신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천 년이 지났어도 주변 일대는 황량해졌을지언정 지형 자체는 변한 것이 없었기에, 네로멜티아는 금방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네로멜티아와 넬라넬라가 착지한 곳은 데카스트라스 산맥의 중턱이었다.

북부의 카보니 숲 역시 데카스트라스 산맥을 끼고 있는 장소였고 그런 카보니 숲에서 상당한 거리를 남하한 상황이었으나, 데카스트라스 산맥은 여전히 웅장한 기세를 보이며 눈앞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아스타리스 대륙의 동부 해안 전체를 아우르며 펼쳐져 있는 장대한 산맥인 만큼, 그녀들이 동부에 위치한 이상 최남단의 에스테로난 근처까지 다다른다 할지라도 데카스트라스 산맥은 어디서나 펼쳐져 있을 정도였다.

아스타리스 대륙의 동부라면 어딜 가든 데카스트라스 산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장엄한 산맥인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지역을 특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데카스트라스 산맥의 지하에 숨겨져 있다는 특정 광산을 찾는다는 건 평범한 이들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그 광산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고, 혹여 입구가 바뀌었다 할지라도 산맥의 내부를 간단히 수색할 수 있을 정도의 방대한 마력이 있었다.

지형 또한 네로멜티아의 천 년 전 기억과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기에, 네로멜티아는 너무도 간단히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길 이렇게 하면…”

키우우우웅!

“아앗…!”

주변의 풍경을 유심히 살피던 네로멜티아가 암벽의 돌출된 부분 하나를 손으로 짚었고, 마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하자, 기계의 요란한 가동음이 울려 퍼졌다.

눈앞의 암벽이 일부 진동하는 듯하다가 위로 들어올려지며 하나의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넬라넬라는 주춤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으나, 암벽으로 철저히 위장되어 있었던 육중한 문이 들어올려지는 기세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르르르르릉!

문 자체는 암벽으로 제작된 것이 맞았기에 문이 들어올려지며 암석 특유의 둔중한 마찰음을 내고 있었고,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모양인지 그다지 매끄럽게 열리지는 않아서 돌가루들이 우수수수 떨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관리 좀 하면 좋을 텐데. 얼마 전에 밖으로 나온 탐사대들 외엔 이 문 밖으로 나온 드워프가 없었던 모양이야.”

“… 원래는 자주 사용하는 문… 입니까…?”

“천 년 전에는 그랬지. 드워프들이 엘프들처럼 폐쇄적으로 은둔만 하는 종족도 아니고… 거주지의 은폐를 위해서 출입구는 이 거 하나밖에 만들어 두질 않았으니, 이 출입구는 자주 쓰일 수밖에. 유동인구가 많을 때에는 은폐를 위한 환상 마법진을 가동해 두고 출입구는 상시 개방하기도 하지. 번번이 열고 닫기는 불편하니까.”

“… 뭔가 모순된 점이 많아 보입니다…….”

“드워프들이 원래 그래. 철저한 것 같아 보여도 어딘가 섬세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인 경우도 많지.”

문이 다 개방된 것을 확인한 네로멜티아는 살포시 넬라넬라의 어깨를 감싸 안고서 그녀를 문 안으로 데려갔다.

동화 속의 왕자가 공주를 에스코트 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잠시 마음이 설렌 넬라넬라는 뺨을 발그레하게 붉히고서 네로멜티아가 이끄는 대로 조용히 따랐다.

문의 너머에 펼쳐진 것은 어두컴컴한 동굴이었다.

등불 하나 없이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던 그 굴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자동으로 열리는 출입구를 제외하면 그다지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장소였으나, 종유석은 전혀 없고 굴의 너비 또한 일정한 것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였다.

심지어 자연적으로 발생한 동굴은 이토록 의도적인 경사를 보이지 않으니 이 동굴은 인위적으로 뚫은 통행로라는 증거가 되는 것이었다.

몇 걸음 걸어가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펼쳐졌기에, 네로멜티아는 조명 마법을 사용해서 전방을 밝혔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여긴 계단도 없거든. 계단을 만들면 거대한 부품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 힘들다나?”

“가, 감사합니다.”

자상한 말투로 조언한 네로멜티아는 한 손으로 조명 마법을 사용하며, 넬라넬라의 어깨를 감싸 안은 반대편 손으로는 그녀를 더욱 든든하게 끌어 당기는 모습을 보였다.

따스한 손길로 보호받는 기분을 느낀 넬라넬라는 주변에 가득한 어둠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어둠을 밝히며 넬라넬라을 이끌고 나아가기 위해 네로멜티아가 전방을 보고 있으니 자신의 상기된 뺨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잔뜩 설렌 넬라넬라의 심장이 마구 고동하는 것을 모르던 네로멜티아는 조금 전에 언급한 드워프의 허술한 점에 대해서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과거 드워프들이 산을 허물기 위해 거대한 회전 갈고리가 달린 파쇄기를 만들었는데, 그 크기가 스토니 포트리스의 내성보다도 컸지.”

“으윽…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그런 대단한 기계를 만들었었는데, 용무를 마치고 나서 죄다 분해해다가 부품이 되는 금속들을 녹여서 이것저것 다른 걸 만들었어. 금속을 재활용할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지. 다른 지역에 광산을 또 발견해서 산을 허물수 있는 그 거대 파쇄기가 다시 필요해졌는데, 제작을 못 하는 거야.”

“한 번 만들어낸 것을… 다시 못 만들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이 녀석들이 설계도도 없이 우루루 달려들어서 만들어낸 거라, 그때 그 기술을 재현하질 못했어. 상상이 가? 장인의 종족이라 불리는 녀석들이 설계도도 없고 계획도 없이 몰려들어서 아무렇게나 만들었다는 거야. 누가 어느 부분을 맡았고, 누가 어떤 부품을 만들었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니까, 제작에 참여했던 드워프들을 모아서 했던 작업을 그대로 해 보라고 지시했었는데 돌아온다는 기약 없이 외부로 나간 인원도 있었고 노쇠해서 죽은 인원도 있었고 심지어는 자기가 뭘 만들었었는지 까먹은 인원들까지 있었어.”

“세상에…….”

“드워프란 그런 종족이야. 뭔가 만들기를 좋아해서 장인이라 불릴 뿐이지, 의외로 허술하고 직관적이지. 여기도 마찬가지지? 출입구 부근은 그냥 굴이었는데, 지금부터 갱도잖아. 이 갱도도 그냥 굴이었다가 한 번 무너지고 나서 만든 거야.”

“맙소사…….”

네로멜티아의 말처럼 동굴은 어느 정도 나아가니 뚜렷한 갱도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워진 지지대와 기둥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어 있었고, 과거에는 조명을 걸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갈고리들 또한 벽에 여럿 박혀 있었다.

한가지 의아한 점은 갱도의 벽면에 설치된 목재 상자가 간혹가다 보이고 있었는데, 그 내부에는 어느 정도 낡은 곡괭이가 수납되어 있었다.

“… 이건…….”

“아아. 갱도가 무너졌을 경우, 만약 살아있다면 쏟아진 암석과 토사(??)를 곡괭이로 처리하면서 빠져 나오라는 의미야.”

“으윽!!”

“드워프들 나름대로 생각해 낸 구호 방법이라구? 물론 그들이 마음 먹고 갱도를 설치한 이상, 이 갱도는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갱도가 무너졌다면 고립된 인원은 만에 하나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부상을 입은 상황일 텐데, 그런 상황에서 곡괭이질을 하라니 넬라넬라는 드워프들의 생각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네로멜티아에게 전해 듣는 드워프의 일화는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것뿐이었다.

넬라넬라는 책으로 배웠던 드워프라는 종족에 대해 어느 정도 떠올리던 이미지가 있었다.

철저한 계획 아래 전의마저 불태우며 망치를 두드리는 장인의 종족.

무엇이든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면 반드시 이루고 마는 마법의 손길.

넬라넬라는 대장간의 분위기가 해이해졌을 때, 드워프를 닮으라고 호령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네로멜티아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드워프에 대한 가상의 이미지가 처참히 박살나는 것이었다.

“자, 도착이야. 여기가 바로 드워프들의 지하 도시 ‘맥켄지 광산(Mackenzie Mine)’. 드워프 국가의 수도라 할 수 있는 곳이며, 드워프가 가진 광산들 중 최대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장소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뿐인 갱도였으나 어느 순간 장막이라도 헤치고 나온 듯, 지금까지는 결코 보이지 않던 빛이 눈부시게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환상을 보여 주는 마법에 의해 가려져 있던 도시는 그 마법을 헤치고 경계선을 넘어가자 비로소 그 숨겨진 내부의 찬란한 광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가득한 대도시.

거리에는 키가 작고 우람한 체형을 가진 종족들이 호쾌하게 웃고 있었고, 과거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름답게 잘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결코 광산같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장소였고, 그 내부에 펼쳐진 거리는 말 그대로 소설 속의 대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넬라넬라의 갈색 눈동자 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대도시의 불빛들이 비쳐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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