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진홍빛으로 물든 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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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애칭을 한 번 불렀을 뿐이었으나, 그 음성에는 속박의 의지가 담겨 카디스텔라의 저항을 옭아매는 것이었다.
앞으로 들이닥칠 일들이 두려웠던 카디스텔라는 모든 것을 모른 체하며 도망치고 싶었으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마왕의 권속이 마왕에게 의지를 전해 받는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마왕의 의지를 거스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마왕의 의지에 거부한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할 금기가 되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권속을 옭아매는 것이었다.
평소 부하들을 몹시 아꼈던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의지를 내세워 그들의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러한 전례를 깨고, 의지라는 포승줄로 카디스텔라를 단단히 묶어 사로잡는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응. 정말 죽는 건가 싶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
베아트리스의 걱정이 가득한 질문에 네로멜티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평범한 일상 대화처럼 질문을 받아내었다.
카디스텔라가 주입한 최음의 마력으로 인해 대기의 작은 흐름이 피부에 전해지는 것 정도의 사소한 감각에도 쾌감에 몸을 떨었던 네로멜티아.
비정상적으로 폭증한 감도로 인해 이성이 날아가 버릴 정도의 상태에서 카디스텔라의 진심을 다한 성교를 겪었던 네로멜티아는 철저히 망가진 모습으로 실신해 쓰러졌었다.
호흡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해 연이어 숨이 막히고, 깊은 교성이나 다름없는 날숨이 계속해서 이어졌었다.
성교가 끝난 상황에서도 신체는 경련을 멈추지 못했고, 심장이 꿰뚫려도 내색조차 하지 않는 강대한 마왕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철저히 무너진 것이었다.
그랬던 네로멜티아가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건만, 본래의 평범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었다.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허락하긴 했지만… 조금 전은 네 생각에도 심했지?”
“아으… 그, 그게…….”
정곡을 찌르는 네로멜티아의 한 마디에 카디스텔라는 변명부터 쥐어짜 보려고 입을 벙긋거렸으나, 입이 열 개가 아니라 사람이 열 명이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인 상황에서 카디스텔라가 택할 수 있는 변명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 그저 입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격렬한 경련을 보이며 몸을 떨고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할딱이던 네로멜티아가 이토록 빠른 회복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애초에 네로멜티아가 그 엉망진창의 꼴을 스스로 감내했을 뿐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억제해 두었던 네로멜티아 자신의 권능과 마력을 해방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의 마력같은 건 손쉽게 흩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제아무리 선혈의 여제라 불리는 카디스텔라의 마력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게 힘드셨으면 그만 중지하는 게 좋으셨을 텐데요.”
“일단 카디스에게 약속했잖아? 마왕이 한 약속을 철회한다니… 가당치 않지.”
“히으으으… 햐윽…!!”
연신 배배 꼬이며 움찔대는 여체를 앞에 두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마왕과 메이드.
베아트리스는 네로멜티아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카디스텔라의 질 내를 문지르던 손길은 건성으로 취급하는 듯 보였으나, 애초에 다중 전산이 가능한 에고 돌이었기에 그녀가 행하는 일은 무엇 하나 대충인 것이 없었다.
한 손으로 양배추를 썰며 다른 한 손으로 케이크의 장식을 꾸밀 수 있는 베아트리스에게 대화를 나누며 여체를 함락하는 일 따위는 문제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 평범한 일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 대상이 되는 여체가 앞선 성교로 인해 잔뜩 달아올랐고, 성감대 또한 명백히 밝혀져 있는 상황이라면 함락은 시간에 달린 문제일 뿐 전혀 신경 쓸 것이 못 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저도 사실은 화가 많이 났었답니다. 감히 주인님께 그런 무자비한 짓을 벌이시다니……. 감정이란 기능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 스스로가 이 정도로 화가 날 줄은 몰랐는데… 여제님께서 제게 새로운 정보를 알려 주신 셈입니다. 이 점 감사드리지요.”
“히윽… 미안… 해애애…”
“그러고 보니… 그저 손장난만으로 끝난다면 전혀 벌이라고 볼 수 없겠지요? 오히려 음탕한 뱀파이어님의 욕정을 해소해 드리는 상이 되어버리니……. 거기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해야만 그 죄의 깊이를 자각하실 테니 다른 수단이 필요하겠군요.”
애처롭게 몸을 떨며 순순히 사과하는 카디스텔라를 가볍게 무시한 베아트리스는 오히려 체벌의 수위를 더욱 높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웠던 카디스텔라는 이미 잘못한 것을 알고 있으니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베아트리스는 미리 그 수단을 생각해 두었던 모양인지 카디스텔라의 말보다도 행동이 빨랐다.
“이건 어떠십니까.”
우우우우우웅!
“흐기이이이…!!! 아햑…!!!”
애액 범벅이 되어 질척거리던 베아트리스의 손이 갑작스럽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높은 음을 내며 울리는 베아트리스의 손은 미세하면서도 고속의 진동을 보이고 있었다.
평범한 생명체라면 결코 흉내도 낼 수 없을 기계 장치만의 움직임이었고, 사천오백 년의 긴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자극에 카디스텔라의 신체가 격렬히 반응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찔끅! 찔끅! 찔꺽!
“햐으으으으으으으…!! 아아아아아아…!! 으우으으으으으…!!!”
그저 진동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이 머리 끝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질벽의 여리고 민감한 점막에 가해지는 고속의 진동은 그 진동의 속도에 비례한 마찰을 주었고, 마찰은 곧 자극이니만큼 카디스텔라의 질내는 베아트리스의 미세한 손길에도 격렬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이미 성감이 고조될 대로 고조되어 허벅지마저 흥건해질 정도로 애액을 흘리고 있었던 카디스텔라의 음부는 진동으로 겪는 묵직한 자극에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는데,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며 그녀의 성감대 이곳저곳을 집요하게 문지르기 시작하자 애처로운 교성을 내지르며 더욱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도자기를 문질러 닦고 손질하듯,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은 질벽을 넓게 훑어가며 마찰 면적을 최대한으로 하고 있었다.
때로는 가벼운 압박만으로 스치듯 문지르며 애를 닳게 하고, 때로는 강하게 압박하며 질벽 너머의 신경 자체에 큰 자극을 주는 것이었다.
매 순간 익숙한 자극이 없었기에, 전혀 격렬하지 않은 차분한 손놀림에도 카디스텔라는 일희일비하며 교성을 내질러야만 했다.
“그 진동은 반칙 아니야?”
“그렇게 따지자면 카디스텔라님께서 주인님께 사용하신 마력이 더욱 반칙입니다. 거기다 카디스텔라님께서는 벌을 받는 중이시니, 주인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히그으으으으… 흐기이이익…!! 흐끅! 흐그으으으으으으…!!!”
점차 자신을 압도해가는 성감에 견디기 힘들어졌던 카디스텔라는 순간 앞으로 손을 뻗으며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자신의 질을 문지르던 베아트리스의 손을 직접 치우지는 못했으나, 몽롱해지는 정신에 베아트리스에게서 떨어지려 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저항을 하려던 셈이었다.
“카디스텔라, 명령이야. 움직이지 마.”
“히끅!!”
무척이나 평온한 기색으로 베아트리스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네로멜티아.
카디스텔라가 무의식중에 저항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네로멜티아는 그녀에게 확실한 명령을 내려 자신의 단호함을 보여 주었다.
카디스텔라가 조금 움직이려 했다고 해서 그것을 저지하지 못할 베아트리스도 아니었지만, 카디스텔라는 자신도 모르게 하찮은 움직임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자신의 신체를 지적 당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내려진 명령은 애칭만을 불렀던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정확하게 위치를 지시해서 카디스텔라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권속에게 내리는 마왕의 명령이란 웬만해서는 거부하기 힘든 무형의 힘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권속의 계약이라는 것은 대상에게 영원한 생명과 존재 그 자체의 성장 그리고 루이나의 은혜을 가져다 주는 지고의 은총이 부여되는 일이었으나, 대상의 영혼과 마력을 속박하여 주인의 의지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속삭임을 끊임없이 불어넣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네로멜티아의 진심이 담긴 명령을 받은 카디스텔라는 심장이 크게 고동하는 것을 느꼈고, 베아트리스의 손길에 엉망으로 흐트러지는 자신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혀를 내밀어.”
“응끅…!! 흐극… 헤에에에에에…”
이어서 내려진 네로멜티아의 명령에 따라 카디스텔라는 자신의 혀를 내밀어 네로멜티아에게 보여주었다.
끊임없이 터지는 교성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내밀어진 혀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애처로웠다.
으득
“헤으…!?”
“가만히 있어.”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손끝을 깨물어 피를 내었고, 그 모습에 놀란 카디스텔라는 혀가 내밀어져 엉망인 발음으로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마왕의 붉은 선혈이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자 카디스텔라는 깊이 동요하였고, 네로멜티아는 그런 그녀에게 사소한 흔들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부동(不?)의 명령을 재차 내렸다.
네로멜티아를 압도적인 절정까지 밀어 넣은 후, 자신의 질에 삽입된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에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았었던 카디스텔라.
그녀는 루이나의 원천이나 다름 없는 지고의 존재가 흘리는 피를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흡혈귀의 본능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찔꺽… 질꺽… 찌걱… 찔꺽……
“하아아아…! 하아아아…!! 하아아아아아…!!”
카디스텔라의 숨소리가 거친 기세를 보이며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교성을 억누르려 애쓰던 이전과 달리 그녀의 거친 호흡은 거의 교성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동공은 일자로 길게 수축했고 진홍빛의 안광이 다시금 강렬하게 번뜩였으며 그녀의 날카로운 송곳니 끝에서부터 혈기가 차올라 붉게 물드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카디스텔라의 혀 위에 올려 두었다.
자신의 혀 위에 직접적으로 흘러들기 시작한 극상의 선혈에 카디스텔라는 강렬한 갈증을 느꼈고, 욕정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되었다.
찔꺽… 쯀꺽… 쯀걱… 찌걱…
“하아아아아…!! 하아아아아아아…!!!”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이 삽입되어 있었던 그녀의 음부는 더욱 강한 기세로 음탕한 체액을 분비하기 시작했고, 잔뜩 발기해 있었던 음핵이 시뻘겋게 상기된 모습을 보일 정도로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져 들었다.
질 내는 그녀가 성감을 애써 거부하려 들며 약간의 경직이 따르고 있었으나 현재는 오히려 일말의 경직 없이 부드럽고 눅진눅진하게 잘 풀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와 동시에 질 자체는 쫀득거리는 느낌으로 강하게 수축하여 성교의 완벽한 태세에 들어갔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깊이 삽입되어 질벽을 문지르고 있었던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은 질의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손가락의 묵직한 진동이 그토록 강렬하고 자극적인 쾌감을 전달하고 있었는데도 카디스텔라의 질은 그것을 애써 거부하던 이전과 달리 오히려 달라붙어 빨아대는 것 같은 음탕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욕정이 들끓어 질척거리는 음란한 애액을 마구 흘리고, 자신에게 삽입된 손가락을 강하게 빨아대며 쾌락을 탐하던 흡혈귀의 음탕한 성기.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리는 다량의 애액으로 인해 침대 시트는 이미 질척거릴 정도로 젖어 있었고, 원단이 흡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려 침대 시트 위에 웅덩이가 고일 정도였다.
카디스텔라의 성욕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카디스텔라의 욕망을 해소해 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야 결코 벌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가볍고 짧으면서도 무척이나 잔혹한 명령이 네로멜티아의 입에서부터 떨어졌다.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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