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진홍빛으로 물든 밤 (6)
* * *
은밀하게 감춰지고 소중하게 보호받아야 할 여성의 성역(??).
그 비밀스러운 성역(??)에 침입한 타인의 손가락은 주인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그 내부를 마음대로 휘젓기 시작했다.
마치 진흙이 묻은 부츠를 신고 침입한 불청객처럼, 그 손가락은 주인이 원하지 않는 감각을 끈적하게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이렇게나 젖으셨다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늦은 점 사죄드립니다.”
“아읏… 아, 아니야… 필요 없어…!”
“네? 그렇지만…”
쿡쩍
“햐으으으읏!!”
“이렇게나 기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 음탕한 성기가 행복에 겨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만.”
평범한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성교였다면 카디스텔라는 결코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오히려 베아트리스와 함께 몸을 섞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애정을 나누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베아트리스는 무미건조한 평소의 표정을 내세워 차분함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었고, 그녀의 감춰진 속내에는 짙은 노기가 가득 들어차 그 뜨겁고 벅찬 감정을 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디스텔라는 그 섬뜩한 분위기를 단번에 감지했기에, 베아트리스의 보복이 두려워 어떻게 해서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화를 내며 베아트리스를 강제로 떨어뜨리는 것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는 카디스텔라가 네로멜티아에게 저지른 일이 있기 때문이고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허락을 내렸다 해서 그것이 그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었다.
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해소되지 못했던 욕정을 발산할 수 있다는 환희에 본능으로부터 패배하고 욕망에 도취되어 자신도 모르게 절제 없이 벌인 선례가 존재하는 한, 자신에게 똑같은 일을 벌이려 하는 베아트리스를 막아낼 명분이 없는 것이었다.
분명 베아트리스는 카디스텔라 자신이 네로멜티아에게 했던 일들보다도 더한 행위를 하며, 자신을 형편 없이 망가뜨릴 계획을 세운 것이 틀림없었다.
베아트리스의 적의를 피부로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이성을 되찾은 카디스텔라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베아트리스의 선명한 의도는 섬뜩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카디스텔라는 싸늘한 적의를 무표정의 아래에 숨기고서 자신을 어루만지는 베아트리스가 그토록 두려웠던 것이었다.
쯀꺽… 쯀걱… 찔걱…… 찔꺽!
“시, 싫… 흐악…!! 하윽…! 싫어… 하지… 마아아…! 힉…!!”
고의적으로 속도를 늦추며 애를 태우듯 천천히 질벽을 문질러오는 베아트리스의 손길에 카디스텔라는 벌써부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조차 없는 좁은 관 속에 갇혀 심장이 억눌러지는 느낌이라면 조금 설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찔한 수준의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문질러 준다면 기분 좋은 쾌감을 누릴 수 있을 텐데.
이 느리고 답답한 속도의 전희는 끈적하고 집요한 면이 있어서 감히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질 내에 존재하는 성감의 약점만을 골라서 그 민감한 부분을 천천히, 그리고 지그시 압박하며 성감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정욕의 해소는 하나도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타오르는 정욕을 오히려 부추기고 기름을 끼얹기까지 하는 잔혹한 무애였다.
질꺽…… 찌걱…… 찔꺽……
“하윽…!! 크읏… 너어… 가만… 흐윽…!! 가만 안 둘거야…!!”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지요.”
쮸왑!
“히이익!!!”
집요하게 들러붙으며 성감을 날뛰게 만들고, 당장에라도 터질 듯 부풀어가는 쾌감에 재갈을 물려 정욕의 발산 자체를 틀어막는 가혹한 무애.
이를 계속 당했다간 형편없이 망가진 채 아침을 맞이할 것 같았기에, 카디스텔라는 나름대로의 강한 협박을 하며 베아트리스를 떼어 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오히려 자신이 더 기대한다는 듯 더욱 도발적인 답을 늘어놓고, 카디스텔라의 성감대에 한 차례의 직격탄을 터뜨린 것이었다.
조금 전 네로멜티아가 카디스텔라에게 한 차례의 절정을 선사할 때 보였던 움직임.
네로멜티아가 카디스텔라의 성적인 쾌락을 위해 개발한, 카디스텔라만을 위해 만들어진 형태의 손가락 장난.
삽입된 손가락을 둥글게 회전시키며 질벽의 전체를 문지르는 방식의 전희였고, 아찔하게 쌓여 가는 성감의 열기가 한 순간이나마 해방이 되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환희를 전해 오는 것이었다.
카디스텔라는 깊은 갈증이 해소된 듯한 열락을 느꼈으면서도, 베아트리스에게 더 큰 분노를 느꼈다.
이는 명백히 누가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인지를 드러내기 위한 과시와 다름이 없었다.
자극의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카디스텔라가 교성을 지르며 애처롭게 울도록 만들 수 있다.
베아트리스는 이러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으극…! 너, 너어어… 헤윽…! 지… 진짜아…!! 하윽…!!”
쯀꺽!!
“히끅!!!”
한 순간의 적의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베아트리스는 카디스텔라의 약점을 재차 건드렸다.
이 한 순간의 해방은 무척이나 사소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었으나, 점차 늘어만 가는 성감에 시달리던 카디스텔라에게는 갈증을 해소해 주는 작은 한 모금과 마찬가지였다.
그 증거로 카디스텔라의 음부에서는 투명한 애액이 가볍게 한 번 흩뿌려져 나왔고, 그 뜨거운 욕정을 담은 애액은 음부에 손가락을 삽입하고 있었던 베아트리스의 손을 넘어 팔까지 뻗어져 촉촉함을 전해 오는 것이었다.
질 내에 삽입된 손가락을 통해 질벽에 지그시 압박을 주고 삽입된 손가락을 슬슬 회전시키며 질벽을 넓게 문지를 뿐인 간단한 방식이었으나,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카디스텔라의 여체에게는 당장에라도 터져 무너질 듯한 강둑을 억지로 틀어 막으며 맹렬한 수류(??)를 막는 것과 마찬가지의 괴로운 무애인 것이었다.
이런 막연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압박을 덜어 주는 한 순간의 쾌감 발산은 카디스텔라에게 있어 족쇄나 수갑과 마찬가지였고, 조금 더 저속하게 표현하자면 개목걸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큰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베아트리스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고서 모든 것을 맡겨야만 하는 것이었다.
사실 베아트리스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고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간단한 방법 또한 있었으나, 이는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경계해야 할 길이기도 했다.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방법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
그러나 상대가 평범하게 자신보다 약한 존재였다면 힘으로 억누르는 일이 간단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으나, 킬링 머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베아트리스는 결코 낮잡아 볼 수 없는 강대한 존재였다.
존재 그 자체가 소유한 권능으로 견준다면 피의 계보를 창조한 근원인 오리진 뱀파이어에게 인위적으로 제작된 에고 돌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는 평범한 존재였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전투를 위해 창조되어 압도적인 살상 능력을 일순위로 앞세워 제작된 살인 기계였고, 전투에서만큼은 퍼스트 블러드라 일컬어지는 신화적 존재인 카디스텔라와 동등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림자에 숨어들고 박쥐와 늑대를 창조하여 부리며 상대를 현혹하고 피의 낙인을 찍어 끝없이 하인을 만든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권능을 소유한 선혈의 여제였으나, 이 모든 권능들은 사실 베아트리스의 전투 능력 앞에서는 아무 효과를 볼 수 없는 무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명분은 전혀 없고 강행돌파도 확률이 희박하며 파생되는 문제만 많다.
“히끅…!! 응흐으으으으…!!!”
순간 카디스텔라의 질 내에 침입한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났다.
총 세 개의 손가락이 삽입되었는데, 이는 비좁고 단단히 조이는 형태를 지닌 카디스텔라의 질에 더 큰 압박감을 선사하며 자극의 강도를 높여 가는 것이었다.
손가락이 늘어난 만큼 질벽에 가해지는 압력 또한 증가했고, 이는 성감의 끝없는 상승에 대해 더욱 크게 일조하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었다.
카디스텔라는 해소라는 과정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하염없이 쌓여만 가는 성감이 두려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형편없이 무너져 이성을 잃고 쾌락에 몸부림치는 추태를 보일 것이 뻔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이 카디스텔라의 질벽을 은근히 문지를 때면, 카디스텔라에게 저릿하고 지끈거리는 쾌감이 선사되어 고스란히 쌓이고 있었다.
더욱 강렬한 쾌락을 바란다는 듯 카디스텔라의 음부에서는 음탕한 여체의 애액이 끝없이 생성되어 흘러나왔고, 허벅지를 넘어 그녀의 다리 전체를 적실 듯 그 양과 기세가 넘쳐 흐를정도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카디스텔라는 결국 단호하게 저항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이이익!! 진짜 가만히 안 둘거야!!!”
“카디스.”
진심이 아닌 위협으로 그칠 생각이긴 했으나, 자신의 무기인 피의 손톱을 생성해 베아트리스를 향해 휘두르려던 순간이었다.
순간 카디스텔라의 등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와, 그녀의 완강한 저항을 단숨에 저지했다.
카디스텔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음성의 주인을 확인했고, 이후 차라리 확인하지 않고 못 들은 척 도망가는 것이 좋았을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디스텔라의 자유를 속박하는 상황이 이루어졌다.
카디스텔라를 부른 것은 마왕 네로멜티아였다.
제 아무리 테라리스의 망자들 위에 군림하는 선혈의 여제라 할지라도 마왕과 권속의 계약을 맺은 이상, 그녀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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