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진홍빛으로 물든 밤 (2)
* * *
상처 입은 혀에서 흘러나오는 피.
혈액과 타액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농염한 키스는 흡혈귀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한 매혹을 지니고 있었다.
혈액 속에 깃든 마왕의 강대한 마력이 카디스텔라를 취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몽롱한 시선을 하고서 네로멜티아를 힘껏 끌어안은 뒤 말했다.
“침대로… 데려가 줘…….”
평소의 오만한 위세는 찾아볼 수 없는 여리고 가련한 모습의 카디스텔라.
극히 상반되는 연약한 모습이 더 크게 와닿아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져,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심장이 거세게 고동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자신에게 힘없이 기대오는 카디스텔라를 안아 들고 침대에 눕혔다.
“하윽…”
침대의 부드러운 시트에 피부가 스칠 뿐임에도 잔뜩 민감해진 여체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강대한 마력이 깃든 피를 맛본 흡혈귀의 신체는 고도로 활성화되며 탐욕스러운 본능을 일깨우고 있었고, 체내의 혈액이 급격하게 순환하며 오감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었다.
극도로 민감해진 신체의 감각은 가쁜 호흡에 이루어지는 대기의 미세한 흐름에까지 자극을 받고 있었고, 직접적인 마찰이 주어진다면 정신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염려될 정도였다.
스륵
“하읏…!!”
스르르륵
“흐윽…! 큭… 햐으으으으…!!”
붉게 상기되어 가련히 떨고 있던 여체를 가볍게 스치는 베아트리스의 손끝.
가늘고 마른 상체에 선명히 도드라진 쇄골을 가볍게 훑자 카디스텔라는 신체를 움찔 떨어대며 쾌락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카디스텔라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며 베아트리스는 그녀의 쇄골을 훑던 손끝을 서서히 내려갔다.
흉곽의 형태가 느껴지는 빈약한 가슴을 지나 잘록한 허리를 둥글게 훑어 내리고, 하복부의 중심에 도달하여 그곳을 지그시 압박했다.
베아트리스의 손끝이 이동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여오던 카디스텔라는 견디기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자신을 괴롭히는 베아트리스의 손길을 힘으로 밀어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그저 우아한 여체를 가늘게 떨며 그 모든 감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고고하신 선혈의 여제께서… 가학(??)이 아닌 피학(??)에 행복을 느끼실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하아…!! 하악…!!!”
“이런 보잘것없는 괴롭힘에도…”
촤아악!
“히그으으으윽…!!!”
차분하고 나직한 음성과는 정반대로 짓궂은 손놀림을 보이던 베아트리스는 흐트러진 카디스텔라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하복부를 문지르다가, 불현듯 그녀의 부풀어 오른 음핵을 꼬집었다.
여성의 민감한 부분인 만큼 성교를 진행할 때에는 부드럽고 천천히 자극을 주어야 하는 것이었으나, 베아트리스는 첫 자극부터 강하게 꼬집는 가학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본래 쾌감 따위는 전혀 없이 고통만 느끼는 것이 평범한 반응일 터였으나,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카디스텔라의 음란한 신체는 그 고통마저 쾌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부풀어 오른 음핵을 강하게 짓누르며 꼬집어오는 베아트리스의 손길에 카디스텔라는 감전된 듯이 신체를 뒤틀며 음부에서 질척한 애액을 힘껏 흩뿌려 내었다.
“허벅지까지 흠뻑 적시시는 모습을 보니, 타인을 괴롭히는 취미 따위는 없음에도 저까지 성감이 고조되는 느낌입니다.”
애액에 흠뻑 젖어 질척해진 자신의 손을 야릇하게 핥은 베아트리스.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흐르던 투명한 애액의 맛을 즐기다, 은근한 놀림조의 말을 카디스텔라에게 마저 던져내는 것이었다.
이에 아름다운 두 미녀가 서로 몸을 섞는 야릇한 광경을 감상 중이었던 네로멜티아는 베아트리스의 입에서 취미가 없다는 말이 나오자 속으로나마 극히 고개를 저어야만 했다.
“… 그럴… 리가… 없잖아…….”
과거 베아트리스의 존대를 가장한 폭언을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를 불태웠던 카디스텔라의 모습은 티끌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반대하는 말 한마디를 끊고 끊어 힘겹게 내뱉으며 눈물을 흘리는 연약한 카디스텔라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모든 자존심을 던져 버리고 눈물을 확연히 드러낸 카디스텔라의 모습에 그녀를 놀리고 괴롭히던 베아트리스 역시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베아트리스의 아름다운 벽안은 크게 뜨인 모습이었고, 그 위로 온갖 내외의 정보들을 분석하여 보고하는 마도 문자들이 어지럽게 출력되고 있었다.
“너희니까… 좋은 거란 말이야……. 흐윽… 그냥 괴롭힘 받아서 좋은 게… 아니란 말이야…! 흑… 흐윽…….”
평소라면 결코 보일 일이 없었을 그녀의 여리고 약한 모습.
아무리 마왕의 피를 마셔 취한 상태라 하더라도 카디스텔라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예상 밖의 심약함이 깃들어 있었다.
강자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오만이라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던 그녀는 침대 위에 몸을 누일 때, 그 마음의 옷 또한 함께 벗어버린 듯했다.
형편없이 흐느껴 울기 시작한 카디스텔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베아트리스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역시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흐윽… 정말이야…?”
“정말입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평소 보기 힘든 애틋한 미소를 띤 베아트리스는 흐느껴 우는 카디스텔라의 흐트러진 은발을 부드러운 손길로 정리해주며 속삭였다.
베아트리스의 따스한 속삭임에 감동한 듯한 카디스텔라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좋아해!! 좋아해!! 보고 싶었어!! 외로웠어!!! 너희 모두 그리워서 미칠 것 같았어!!!”
여전히 울먹거리는 모습에 젖은 음성으로 연달아 자신의 감춰진 진심을 털어 놓는 카디스텔라.
일말의 꾸밈없이 애잔한 진심을 담는 카디스텔라가 무척이나 귀여웠던 베아트리스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네로멜티아와 나누었던 키스에서 받아들인 강대한 마력의 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지만, 카디스텔라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과거 마왕성의 모두와 다시 함께할 날을 고대하며 숨죽여 기다렸던 천 년.
그 한 없이 길고 기약 없는 기다림은 영원불멸의 흡혈귀에게도 버거운 짐이었다.
“나만 놔두고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는 거야?”
“하윽…!!”
“햐악…!!”
둘 사이의 끈끈한 감정의 교류를 깨고 네로멜티아가 갑작스럽게 난입했다.
서로 앙숙같이 다투던 평소 모습과 달리 진심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상반된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지만, 슬슬 네로멜티아 자신도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까닭에 굳이 분위기를 깨고 끼어든 것이었다.
네로멜티아의 양손은 각각 베아트리스와 카디스텔라의 음부에 닿아 있었다.
손가락을 세워 그녀들의 질 내에 갑작스러운 삽입을 하였으나, 이미 질척하게 젖어 있었던 그녀들의 질은 네로멜티아의 손가락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였다.
마치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듯 내부 깊숙이 당겨오는 음란한 움직임을 보이던 그녀들의 질.
수월하게 손가락을 받아들인 것 치고는 그 내부는 무척이나 강하게 조여오고 있었으나 질 내가 애액이 넘치는 까닭에 끈적하게 질척거리고, 더 나아가 질벽이 쫀득거린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탄력이 넘치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기에 삽입된 손가락의 감촉은 오히려 안락하고 황홀한 것이었다.
“베아트리스 너도 잔뜩 흥분해서 흠뻑 젖어 있잖아. 카디스텔라에 대해서 평가할 때가 아닌 것 같은걸?”
쯀꺽!!
“흐아윽…!!”
“이렇게나 민감한데 말이야.”
질 내에 삽입된 손가락을 살짝 구부렸을 뿐임에도 베아트리스는 허리를 뒤틀며 격렬한 반응을 보여왔다.
강하게 와닿는 자극에 견디기 힘들어 상체가 카디스텔라의 위로 포개어지며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녀의 엉덩이는 오히려 허리를 꺾어가며 더욱 바짝 세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한 마리의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듯한 모습으로 엎드려 네로멜티아의 손가락이 삽입된 엉덩이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쯀걱! 쯀꺽!!
“이게 좋았던 거야? 이렇게 만져주는 게? 몸은 늘어지는 데도 엉덩이만큼은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걸.”
꾹쩍! 쿡쩍!!
“하윽…! 주인님께서… 윽…!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데… 햐윽…! 불편을 끼쳐드릴 수는…!!”
질내를 문지르는 손가락의 기세에 슬슬 강도를 높여가던 네로멜티아.
점차 강해지는 손길에 베아트리스는 가쁜 호흡을 보이면서도 교성을 최대한 참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주인의 손길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의 음부만큼은 일말의 자존심도 내세우지 못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잔뜩 질척거리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일기 시작하고 있었다.
“으큭…!! 주인님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면…! 하으윽…!! 죄송합니다…!!”
쯀꺽!! 쯀컥!! 찔컥!! 찔꺽!!!
“저느… 은… 주인님께…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하으윽…!! 주인님을… 주인님을 가장… 사랑합니다…! 경애합니다…!!”
베아트리스 자신이 카디스텔라와 애정을 나누던 사이 네로멜티아가 질투를 느꼈다고 생각한 베아트리스는 밀려드는 성감에 할딱이면서도 절실한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깊은 애정을 명확하게 선언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주인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알려오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딱히 베아트리스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화가 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입맞춤을 나누어 주었다.
말이 동반되지 않은 행위적 대답에도 베아트리스는 주인의 진심을 느꼈고, 이후부터는 마음을 놓고 주인이 선사하는 쾌락을 즐기기 시작했다.
반면 벌써부터 너덜너덜하게 늘어져 쾌락에 몸을 맡긴 가련한 여체도 있었다.
그나마 베아트리스는 흐트러지는 정신을 바로 하는 데 무리가 없었으나, 애초에 마왕의 피를 마시고 취해버린 카디스텔라는 형편없는 모습을 하고서 성감이 전해오는 원초적인 쾌락에 몸부림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찔걱!! 찔꺽!!
“헤으으으…!! 햐으으으으으…!!! 응하아아아아아…!!!!”
찔꺽!! 찌걱!! 쯀꺽!!!
“네가 그토록 기다렸던 내가 여기 있어. 네가 천장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그토록 바라왔던 내가 여기 있어.”
가쁜 호흡에 떠밀려 벌어진 입으로 끈적한 타액이 흘러내릴 정도로 카디스텔라는 일말의 여유조차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교성을 내지르며 강하게 밀려드는 성감에 솔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네로멜티아의 음성만큼은 결코 놓치지 않았고, 잔뜩 흐트러진 정신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서 마왕이 원하는 대답을 끝없이 토해내는 것이었다.
“사랑해!!! 하으으으으…!! 네로멜티아!! 사랑해!!! 히끄으으으…!!!”
찌걱!! 찔꺽!! 쯀걱!!
“응햐아으으으으…!!! 하으으…! 내가… 내가…! 유일하게에…!! 신앙하느은…!! 마왕니이임…!! 하으으으으으…!!! 샤… 샤량해애애애…!!”
어떻게든 정신을 바로잡고 고백하는 사랑의 외침이었으나, 그나마 막바지에 가서는 혀가 풀려버려 발음이 형편없이 새어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하면서까지 내뱉은 말들은 더욱 진심이 느껴지는 법이었기에, 네로멜티아는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자신 역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몸을 뒤섞고 싶었으나, 밤은 아직 길었고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으니 조금 더 참기로 했다.
우선 자신에게 더없이 절실한 애정을 보여오는 두 미녀에게 한 차례씩 절정을 선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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