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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39화 (139/216)

〈 139화 〉 불편한 마왕님 (1)

* * *

드래곤과 휴미안의 위협을 무사히 넘겨낸 마왕성.

이날 저녁은 성대한 연회가 있었다.

마왕성과 카보니 숲은 간부들이 지켜내긴 했으나, 태고의 숲을 지킬 때는 오크군이 투입되어 방어전을 펼친 상황.

인지를 벗어난 능력을 지닌 간부들이 없음에도 오로지 오크군의 힘만으로 한 장소를 지켜냈으며, 심지어 사망자도 없는 완벽한 대승이었다.

그렇기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회는 생존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으나, 극적인 대승에 대한 축하 연회이기도 한 것이었다.

연회는 마왕성의 광장에서 진행되었으나 네로멜티아가 마련해 둔 게이트가 있었기에 카보니 숲의 주민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 상당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임시로 세워진 연단 위에는 마왕과 간부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모두 네 계획대로 됐다니까?”

카디스텔라는 네로멜티아의 옆자리에 앉은 것으로도 모자라,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서 뺨을 갖다 댄 채 문지르고 있었다.

천 년 만에 만나고서도 바쁜 일정과 카디스텔라 본인에게 부여된 지배자로서의 책임 탓에 제대로 된 재회의 기쁨을 나누지 못했던 과거.

그 모든 것을 비로소 오늘에서야 풀겠다는 듯, 카디스텔라의 스킨십은 타인의 시선을 철저히 무시하며 노골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설명을 좀 해 달라고…….”

네로멜티아는 카디스텔라에게 케르디하크와의 충돌에서 있었던 상황을 전해 듣기 위해 몇 번이고 질문을 했으나, 카디스텔라는 당연한 것을 귀찮게 묻지 말라는 투로 흘려넘기며 네로멜티아의 따스하고 보드라운 피부를 느끼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답답했던 네로멜티아는 열렬한 애정을 터뜨리고 있는 카디스텔라에게 자신의 팔을 순순히 내어주면서도 기운 빠진 음성으로 자신의 당혹감을 드러냈다.

케르디하크와 있었던 일을 상세히 알아야 향후 그가 어떤 방식으로 나올 것인지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할 것이 아닌가.

분명 뭔가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카디스텔라는 계속 ‘네 계획대로 되었다.’ 라는 말만 건성으로 반복하니 답답한 것이었다.

‘도대체 내 계획이란 게 뭐였는데!’

마왕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고, 모두가 마왕에게 지닌 환상을 보호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내막을 대놓고 들출 수는 없고, 그저 상황 보고의 사무적인 말만 계속 되풀이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카디스텔라는 손뼉을 한 번 치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서 네로멜티아를 올려다 보았다.

“아하. 이 중요한 자리에 혹시 지배자의 의도를 아직까지도 파악하지 못한 멍청이들이 있을 수 있으니 가르치라는 얘기? 후후후,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아니…….”

카디스텔라는 네로멜티아가 무척 짓궂다는 듯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렸다.

네로멜티아를 올려다보는 진홍빛의 눈은 가늘게 구부러져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장난기가 엿보였다.

‘굳이 알 거 다 아는 분이 왜 이러실까.’ 라는 말이 눈빛을 통해 노골적으로 전해질 정도였다.

“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멍청이들이 있을까 염려되어 한 번 설명을 하겠으니 귀를 열고 경청하도록!”

일은 커지고 있었다.

카디스텔라는 연단의 위에 존재하는 간부들에게 이야기하는 선을 넘어 공식적인 발표를 하듯 연회장 전체를 주목시킨 것이었다.

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만취하여 고주망태가 된 이들조차 본능적으로 분위기를 감지해 입을 다물었다.

“사실 오늘 있었던 드래곤의 습격과 휴미안의 공습은 여기 계신 우리의 마왕,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님께서 미리 예견하신 일이었다.”

“오오오…!!”

이 발표가 진행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던 이들조차, 마왕이 모든 것을 예견했다는 이야기에 저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탄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네로멜티아는 안면을 양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대체 일이 어디까지 커지는 것인가.

마왕의 벗이라는 입장으로 평소에는 결코 존대를 하지 않았던 카디스텔라.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 서자 그녀는 자신의 마왕군 간부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여, 네로멜티아를 존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만큼 카디스텔라는 이 연설에 진심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설은 네로멜티아를 칭송하는 내용 일색이었고, 모든 것은 네로멜티아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경하게 강조하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으나 연단의 가장자리에서 웃겨 죽겠다는 듯 끅끅대는 존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영원의 마녀 헤스티니아.

상반된 두 인물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되고 있었다.

“어때? 이제 좀 마음에 들어?”

“… 어……. 고마워…….”

“역시 네 마음을 알아주는 건 나밖에 없지?”

“응. 정말 너밖에 없어. 고마워.”

연설이 끝난 뒤, 백성들에게서 쏟아지는 환호와 갈채.

카디스텔라는 그 모든 영예를 뒤로 하고 네로멜티아의 곁으로 돌아와, 또다시 팔짱을 끼며 네로멜티아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공을 드러내는 카디스텔라의 모습이란, 선혈의 여제라는 이명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이 있었다.

그러나 카디스텔라의 이런 귀여운 면모를 보고 있으면서도 네로멜티아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만들어 낸 미소를 지으며, 영혼 없는 대답을 꺼낼 뿐이었다.

정작 카디스텔라는 네로멜티아의 속내를 전혀 모르고 있어, 마왕에게 감사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주인님! 저도 할 수 있어요!”

“아니야, 러스. 참아 줘.”

너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는 카디스텔라의 모습과 대비되게, 러스테리아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사랑해 마지 않는 주인님의 애정 순위에서 카디스텔라에게 밀렸다는 기분이 들어 대항 의식을 불태우게 된 것이었다.

러스테리아는 주인의 사랑을 되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다 네로멜티아의 다급한 손길에 저지당했다.

“저도 주인님의 대단하신 모습 많이 알아요! 저도 할 거예요!”

“아니야, 괜찮아! 그런 거 하지 않아도 러스가 제일 귀여워! 사랑스러워!”

평소의 유순한 모습과 다르게 완강한 모습을 보였던 러스테리아가 제일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조용해졌다.

자신에 대한 주인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러스테리아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고, 다소 몽롱한 눈빛을 하고서 주인의 옆에 붙어 앉아 몸을 기대기 시작했다.

카디스텔라는 네로멜티아의 팔을 끌어안고 뺨을 문지를 뿐이었으나, 러스테리아는 더 나아가 네로멜티아의 가슴 사이로 고개를 파묻는 모습을 보여 더욱 노골적인 애정 과시를 벌이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네로멜티아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깊이 안기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혹여 또다른 이들이 질투를 느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했으나 애초에 어린아이를 상대로 진지하게 질투를 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고, 러스테리아는 마왕군 간부들 사이에서 거의 아이 취급을 받는 존재였기에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짓는 네로멜티아는 양측에 미녀들을 거느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측으로는 아이같이 품에 파고들어 깊이 안겨오는 러스테리아.

좌측으로는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듯 은근히 기대어 오는 카디스텔라.

그리고 네로멜티아 본인도 절세의 미녀였기에, 이 모습을 목격한 이들은 결코 눈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예 발견하지 못해 눈길을 돌리지 않는 이들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이들은 결코 없는 것이었다.

혹여 눈길을 들킬까 하여 애써 고개를 돌렸다가도, 그 찬연한 아름다움이 떠올라 다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매혹적인 광경.

“아티스님. 뭐 하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괘념치 마시지요.”

아티스는 엉겨붙은 절세의 미녀 셋을 바라보며 노골적인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마치 이 소중한 광경을 머리카락 한 올까지 기억하겠다는 듯 열렬한 기색이었고, 머리에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영혼에 각인하고자 하는 비장한 각오마저 보이고 있었다.

아티스의 의도가 보나마나라고 생각한 넬라넬라는 한숨을 지으며 나직한 경고를 건넸다.

“그러다가 폐하께 또 호되게 혼나십니다.”

“오호호호호! 실존 인물을 그리지 마라! 그리더라도 남성과 엮지 마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넬라넬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것이었다.

너덜너덜한 상처투성이 나체가 되어 광장에 내걸렸던 아티스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자업자득이긴 했으나 그런 처참한 꼴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넬라넬라도 아티스의 창작 활동에 대한 피해자였고, 그녀의 여러 가지 나신이 그려진 타로 카드가 지하의 경매장에서 팔려나갈 뻔 했었다.

비록 그 타로 카드는 팔리기 전에 압수되어 넬라넬라의 방 서랍에 고이 보관되어 있었으나, 그런 부끄러운 그림이 불특정 다수의 앞에 공개된 것은 무척이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기억이었다.

그래도 아티스는 마왕성의 관리에 상당한 공을 세웠고, 알게 모르게 민심에도 집중하여 많은 선행을 한 인물이었다.

그의 예술에 대한 비뚤어진 사상이 문제일 뿐, 넬라넬라가 본 아티스라는 존재는 선한 측에 속하는 인물인 것이었다.

타인의 나신을 그려 피해자를 만든 이가 선량한 존재라니 터무니없고 이치에 어긋난 말이었으나, 적어도 그런 이중적인 면모가 있는 복잡한 존재가 아티스였다.

넬라넬라는 짧은 생을 사는 고블린의 몸으로 폐허 뿐인 마왕성의 잔해를 뒤져가며 지식을 쌓아, 현재 마왕성의 모든 재무를 책임지고 있는 아티스에게 최소한의 경의를 가지고 있었다.

최대 오십 년까지 산다는 고블린의 몸으로 오십 세가 된 노인인 그가 밤을 세워가며 업무를 보는 것은 백성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넬라넬라는 아티스를 걱정하여 진심으로 조언하는 것이었다.

“넬라넬라님 말씀이 맞습니다. 부디 스스로의 말처럼 잘 이해하고 계시길 바랍니다.”

“히끅!!!”

순간 등뒤에서 들려온 섬뜩한 음성에 아티스는 황급히 고개를 바로 하고는 얼어붙어 버렸다.

아직도 꿈에 나와 자신을 괴롭히는 차가운 음성.

자신을 피범벅 만신창이로 만들어 광장에 내걸은 장본인.

차가운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에고 돌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아티스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었다.

과거의 처참한 모습은 전부 극복한 것처럼 평소 유쾌한 모습을 보이던 아티스였으나, 역시 그의 마음 깊은 곳까지 자리잡은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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