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다섯 명의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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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니 포트리스의 은밀한 지하실.
그 장소에 다섯의 휴미안이 포박되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드워프를 사냥하려다 네로멜티아에게 투항한 두 명의 백인장.
카보니 숲을 습격하려다 베리베리와 오운에게 사로잡힌 지휘관과 조종대장.
태고의 숲에 침투하려다 넬라넬라에게 붙잡힌 보병대장.
그들은 자신들이 벌인 전쟁의 패배자들이었으며, 적의 자비만을 바랄 뿐인 도살장의 짐승과 같았다.
“러스는 여기 있어.”
네로멜티아는 사로잡은 포로들이 있는 지하실로 내려가기 전, 자신의 뒤를 따르던 러스테리아를 세우고 말했다.
네로멜티아가 마왕성에 복귀하자마자 힘차게 달려와 품에 안겼던 러스테리아는 지금까지 한시도 주인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한차례의 위협을 겪은 뒤, 불안해진 모양이어서 네로멜티아 역시 러스테리아를 옆에 둔 채 상황 보고를 들었으나 지하실만큼은 러스테리아를 데리고 내려가기 꺼려졌던 까닭에 그녀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저도 같이 갈래요, 주인님!”
“안 돼. 여기는 러스하고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야.”
“그치만…….”
단호하게 대처하는 네로멜티아의 모습에 러스테리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러스테리아는 지하실에서 벌일 일이라고 해봐야 휴미안들을 다그쳐 정보를 알아내는 일뿐인데, 오히려 그런 중요한 자리에 마왕의 비서가 들어설 수 없다니 서운한 것이었다.
물론 네로멜티아에게 계속 붙어 있고 싶다는 욕구도 한 몫을 하고 있었으나, 비서로서 중요한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 비롯된 소외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러스테리아는 지하실에서 벌어질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주변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인님. 러스테리아님은 제가 보살피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다녀오시지요.”
“어머, 그럼 저도 함께 해야겠는 걸요? 귀여운 비서관님께서 드실 달콤한 쿠키를 준비해야겠어요.”
“… 두 분 다 저를 어린아이 취급 하시네요!”
네로멜티아의 의중을 읽은 베아트리스와 헤스티니아가 선뜻 나서서 러스테리아와 함께 남겠다고 이야기했다.
둘의 이야기는 아이를 잘 돌보고 있겠다는 식으로 들렸기에 러스테리아는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도 그녀들의 말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보모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였기에 러스테리아가 딱히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둘 다 고마워. 러스, 금방 다녀올 테니 얌전히 있어야 한다?”
“주… 주인님까지……. 흐잉…….”
급격히 상기되어 가며 토라지는 러스테리아를 뒤로 하고 네로멜티아와 나머지 일행은 지하실로 내려갔다.
네로멜티아의 뒤를 따르고 있었던 베리베리는 잠시 뒤를 돌아 보았다가 넬라넬라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넬라넬라, 너도…”
“싫어.”
베리베리 역시 자신의 소중한 여동생을 지하실에 데려가기 꺼려져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 볼 셈이었으나, 넬라넬라는 베리베리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
공병대장이라는 공식적인 직위를 가진 여동생을 차마 제지할 명분이 없었던 베리베리는 그저 울적한 감정을 안면에 드러내며 힘없이 걸어갈 뿐이었다.
여러모로 네로멜티아와 베리베리를 이해할 수 없었던 카디스텔라가 크로포드에게 조용히 물어왔다.
“대체 왜 누군가를 하나씩 안 데려가려고 난리인 거야?”
“아… 아무래도 지하실에서 보게될 일이 여러모로 잔인한 광경이니 지켜주려는 의도일 겁니다.”
크로포드의 대답에 더욱 의미를 모르겠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카디스텔라.
그녀는 미간을 좁히며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크로포드에게 재차 물었다.
“마왕군의 간부씩이나 되는 이들이 그런 배려를 받아야 하는 거야?”
“후후… 러스테리아님은 많이 순수한 면이 있으시고, 베리베리님은 넬라넬라님을 외동딸같이 아끼시니까요.”
“다들 섬세하네.”
소중한 아이가 좋은 것만 보고 나쁜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제대로 된 부모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당연한 감정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러스테리아와 넬라넬라는 다 큰 성인이고 전쟁을 치러야 할 마왕군의 간부 입장인데다, 두 사람 다 이미 휴미안을 여럿 죽여본 경험이 있다는 것.
카디스텔라는 이 점을 두고서 네로멜티아와 베리베리의 마음이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네로멜티아와 베리베리는 둘 다 부모도 아니었다.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와 잠자리까지 하는 사이이고, 베리베리는 넬라넬라의 오빠일 뿐이었다.
머리로는 ‘뭐 그런 부모같은 감정이겠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으나,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는 모습들이었던 것이다.
마왕과 간부들이 지하실에 들어서자마자 포로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정보를 실토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사로 잡힌 분들이 어떤 경로로 팔려 가시는 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에스테로난의 위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마, 마도 거병의 약점을…!!”
“저는 지휘관입니다! 제 계급이 가장 높으니! 가장 쓸모있는 정보를 드릴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협조의 자세를 취하는 네 명의 포로.
그 중에서 유일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이가 있었다.
의외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보병대장이었고, 그는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네로멜티아는 보병대장의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지? 살고 싶지 않나?”
“… 입을 열면 살려줄 겁니까?”
보병대장은 생존에 대한 열망을 포기한 상황이었다.
아는 대로 다 불어봐야 그 끝은 죽음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럴 바에야 적에게 이로운 짓을 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어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그 나름대로의 사소한 저항이었다.
네로멜티아는 그의 단호한 태도에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나.”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조종대장을 향해 다가갔다.
어떤 질문이든 받들겠다는 의지를 열렬한 눈빛으로 어필하고 있었던 조종대장.
그는 반드시 강자들의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마도 거병의 약점이란 게 뭐지?”
“마도 거병의 중앙에 거대한 마력석은 금속보다 무릅니다! 그것을 부수면 내부가 훤히 보이게 되고! 그 빈자리에 공격을 쏟아 넣으면 합금갑을 부수지 않고도 내부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핵심이 되는 약점을 발설한 뒤, 상대의 만족을 기다리며 눈빛을 불태우는 조종대장.
그가 전쟁에 끌고 왔던 마도 거병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한 약점은 존재하지 않았고, 휴미안의 최종병기라 일컬어지는 마도 거병의 약점인 만큼 이보다 더 유익한 정보는 없을 거라 생각해 그는 내심 상대의 자비를 기대중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조종대장의 기대를 꺾고 다른 질문을 해 왔다.
“네가 끌고 온 마도 거병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그게 최신형인가?”
“에…?”
“그게 최신형이냐고 물었다.”
“최, 최신형입니다!!!”
조종대장은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눈치를 보이다가 이내 네로멜티아의 질문에 격렬한 긍정을 했다.
네로멜티아는 그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한 마디를 덧붙일 뿐이었다.
“둘.”
“…?”
네로멜티아가 가벼운 취조를 하는 과정에서 붙이는 숫자.
포로들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해 강한 의문을 보이고 있었으나, 차마 그것을 입밖에 내지는 못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머리로만 열심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머리를 굴리는 소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지하실은 분명 시끄러운 굉음으로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지휘관이라고 했나.”
“네, 네!! 하명하십시오!!”
“너희 본거지 위치를 말해봐라.”
“윽…!!”
지휘관은 순간 당황해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사실 마왕군이 자신들을 살려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반 정도 들던 중이었다.
심지어 네로멜티아와 보병대장 사이에서 오갔던 대화에서 어느 정도 그 절망적인 결과가 사실로 기울어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시간만 조금 벌 수 있다면 자신들의 본부인 북부 전초기지를 통해 구원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본대가 복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고 사령관이 에스테로난에 소식을 전한다면 희망이 보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었다.
에스테로난의 최첨단 마도 대군과 케르디하크가 일제히 공습을 한다면 급조된 마왕군따위는 순식간에 섬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본부의 위치를 실토하여 에스테로난에 소식을 전할 사이도 없이 본부가 습격을 당한다면, 대부분의 병력이 소실된 지금으로서는 전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에스테로난의 구원 병력도 물 건너가는 일이었던 것이다.
“셋.”
“마, 말하겠습니다!!”
“늦었다.”
네로멜티아는 숫자를 센 뒤, 가차없이 지휘관에게 등을 돌렸다.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아쉬움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극히 여유로운 걸음으로 베리베리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마왕의 명령을 경청하고자 하는 베리베리.
네로멜티아는 지극한 충신의 자세를 보이는 베리베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에게 나직이 이야기를 전했다.
“녀석들은 세 번이나 나를 거슬렀다. 알량한 만용을 보인 죄. 거짓을 고한 죄. 사실을 숨긴 죄.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 같군.”
“기꺼이 벌을 내리겠나이다, 폐하.”
한쪽 무릎을 꿇고 명을 받드는 베리베리.
그들의 대화에서 절망을 감지한 지휘관이 다급하게 입을 열려고 했으나, 네로멜티아는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세워 들며 포로의 발언을 불허했다.
“첫째. 더러운 목적을 가지고 기습적인 전쟁을 벌였던 너희가 포로의 입장에서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것이 잘못 되었다. 너희는 살려줄 거냐는 말 보다는 먼저 용서를 빌었어야 했어.”
“큭…!!”
그 자리의 모든 포로들이 보병대장을 노려보았다.
책망과 힐난의 눈빛을 한 몸에 받게 된 보병대장 역시 좋은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다.
혹시 살 수 있는 가망이 있을 것인가 기대하던 이들의 노력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는 일에 자신의 자포자기가 한 몫을 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너희가 끌고 왔던 마도 거병은 오백 년 전에 제작된 것이지.”
“히, 히익…!!”
“마도 거병의 잔해에서 제조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너희 휴미안의 글자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애초에 에스테로난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북부 기지에 보급이 원활할 리도 없지. 테라리스의 오염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을 시절에 들여온 것일 테고. 현재의 아스타리스 대륙은 마왕을 죽이기 위해 파견된 군대가 전멸을 할 정도로 오염되고 위험해진 상황이니, 신형 마도 거병을 북부까지 옮길 만한 여력은 없었을 거야.”
휴미안의 역사를 들여다 본 것처럼 속속들이 파악해 내는 네로멜티아의 추측에 조종대장은 사색이 되었다.
낯빛이 시커멓게 죽어가기 시작했고, 격렬한 긴장감에 구토가 치미는 듯 상체를 간헐적으로 움찔대기 시작했다.
네로멜티아의 뒤에 서서 그녀의 설명을 듣던 카디스텔라와 크로포드, 베리베리, 아티스 그리고 오운의 대신 참석한 오우거 부족의 내정 감독관 모카.
이들 모두가 마왕의 드높은 혜안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조종대장은 지휘관과 마찬가지로 에스테로난의 출병을 구명줄로 여기고 있었기에, 마왕군이 신형 마도 거병에 대해 대비를 해버리면 자신들의 구조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니 조종대장은 정보를 속일 셈이었다.
자신이 끌고 온 마도 거병이 신형이라고 생각해 안심한다면, 진정으로 최근에 개발된 압도적 맹위의 최신 마도 거병이 마왕군의 허를 찌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더 나아가 휴미안 내부의 사정까지 잘 파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잔머리를 굴린 것까지 간파했을 것이 틀림 없었고, 이제 죽은 목숨이다 싶은 생각이 드니 머리가 아득해지는 것이었다.
“셋째. 아직도 사실을 감추고 잔머리를 굴릴 생각이 드나 보군. 너희가 사는 본거지의 위치를 버벅대고 말을 못 한다는 게, 네놈이 진정 멍청해서일까 잔머리를 굴리고 있기 때문일까?”
“제, 제가 멍청해서…!!”
“또 거짓말 하네. 이러면 넷인데?”
“히끅…!!”
네로멜티아는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지하실을 나서려 했다.
단지 나가기 전, 베리베리를 향해 나직이 하명했을 뿐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게 만들어라. 다시는 거스를 수 없도록.”
“알겠습니다!”
“아 참.”
네로멜티아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빙글 돌려 다시 간부들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넬라넬라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 끌어 당기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는 내가 데려 간다.”
네로멜티아의 팔에 감싸여 끌려 나가는 넬라넬라는 무척 당황한 듯 보였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잔뜩 상기된 모습을 보였고, 다소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베리베리는 자신의 여동생이 당황하던 말던, 곧 처절한 비명과 피가 낭자할 지하실에서 자신의 심정을 헤아려 여동생을 내보내 주는 마왕의 깊은 배려에 그저 감복할 뿐이었다.
유일한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베리베리는 여느 때는 볼 수 없을 잔혹한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본래 이런 것은 고문관이 해야 할 일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다보니 그런 직업을 가진 이가 없거든. 그래서 안타깝게도 간부들이 나서야만 했다.”
“요, 용서…!! 용서를…!!!”
베리베리는 자비를 구하는 포로들의 처절한 외침을 외면한 채, 조용히 지하실 구석의 낡은 커튼 앞으로 다가갔다.
그 먼지 투성이의 곰팡내 나는 커튼을 베리베리가 힘껏 밀어 젖히자, 그 너머에는 소름끼치는 장비들이 여럿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뽑는 데에 쓰이는 강철 집게.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돋힌 가죽 채찍.
섬뜩한 갈고리와 바늘들.
손잡이가 달린 긴 나사가 박혀 있는 목재 틀.
작고 예리한 칼과 온갖 색상의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
그 장비들이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멍청한 이들은 없었다.
“고문관이 없다고 해서 고문 도구가 없는 건 또 아니거든. 네놈들은 전장에서 명예롭게 전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해야만 할 것이다.”
“나도 같이 할래. 나만 드래곤 따위를 상대하느라 붉은 피를 못 봐서 안타까웠거든.”
“후후. 카디스텔라님께서 함께 해 주신다면야 걱정할 것이 없겠지요.”
“그렇지? 후후. 재미있게 놀아 보자고?”
애초에 카보니 숲을 침공하여 모두를 노예로 만들려고 했던 휴미안에게 강렬한 분노를 품고 있었던 베리베리는 더할나위 없이 잔혹해질 수 있었다.
애초에 피를 마시는 흡혈귀이고 잔혹한 성정을 가졌으며, 나아가 이번 전쟁에서 인간의 피맛을 보지 못한 카디스텔라였기에 더할나위 없이 잔혹해질 수 있었다.
오크 영주와 선혈의 여제가 보이는 섬뜩한 모습은 포로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고,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실제로 보병대장은 자신의 혀를 주저하지 않고 씹어 끊어내 자살을 꾀했지만, 카디스텔라의 강대한 회복 마법에 혀가 복구되어 스스로를 자학했을 뿐이라는 의미 없는 현실만이 남았다.
머지 않아 포로들의 비참한 애원과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지하실 내를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웬일인지 크로포드와 아티스가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듯 했고, 가끔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떨어대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어 착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고 있었다.
유혈이 낭자하는 고문의 현장을 아무런 감정 없이 지켜볼 수 있었던 참관인은 오로지 모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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