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킬링 머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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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져 버린 방어 마력장.
수 초도 버티지 못하고 맹렬한 불꽃과 함께 여러 조각으로 붕괴되어 산화한 마력의 요새.
베아트리스에게는 이 모든 현실이 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창조주이자 헤모니겐트 역대의 천재 마도 공학자 로널드 거트만이 심혈을 기울인 무기.
로널드 거트만은 그의 일생 동안 쌓아온 모든 지식과 기술을 베아트리스에게 쏟아 넣었다.
당연히 재료 역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선택하는 법이 없었고, 그가 가장 먼저 베아트리스의 재료로 택한 것은 아다만티움이었다.
테라리스 역사상 가장 단단하다는 최강의 금속.
오리칼쿰(Orichalcum), 미스트릴(Mithtrill), 스타더스트(Stardust), 코르니움(Cornium).
강대한 경도를 지닌 금속들을 언급한다면 입에 오르내릴 금속들은 몇이 있었으나 그중에서 단연 최고를 꼽는다면 누구나 입을 모아 말할 금속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다만티움(Adamantium).
대지의 정령과 금속의 정령에게 사랑받는다 알려진 요정족 드워프들조차 도달하기 힘든 깊은 지하의 밑바닥에서 간혹 발견할 수 있는 금속.
아다만티움으로 제작한 검은 마나 소드를 전개하지 않고서도 검 자체의 강도만으로도 달인의 마나 소드에 가볍게 맞설 수 있다.
아다만티움으로 제작한 방패는 제9위계의 화염 마법 헬 파이어(Hell Fire)로도 녹아내리지 않는다.
테라리스의 모든 광물을 통틀어 희귀성으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고, 손톱만큼의 작은 아다만티움을 가지고도 검에 펴 바르듯 도금을 하면 그 검은 국가 단위의 보물로 칭송받는 명검이 될 정도였다.
아스타리스 대륙의 남부 바다를 건너가면 존재하는 신들의 대륙, 오드볼리스.
오로지 오드볼리스에서만 발견되는 미스트릴이 신과 휴미안을 대표하는 보물이라면 아다만티움은 헤모니겐트를 대표하는 보물이었다.
아다만티움은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금속이 아니지만, 헤모니겐트의 북부 바르커스 화산에서만 제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헬 파이어에도 녹지 않는 전설의 금속은 평범한 기술로는 결코 원석을 녹여낼 수 없었기에, 바르커스 화산의 가장 깊은 밑바닥의 열기를 이용해 오랜 시간을 들여 녹여내야만 제련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가 자신의 대검 데우스 엔시스를 제작할 때에도, 드워프 명장 리겐하르트에게 끊임없이 방열 마법과 냉각 마법을 시전해 주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베아트리스에게도 아다만티움이 부여되어 있었다.
워낙 귀한 역사적인 보물이기에 로널드 거트만은 만족할 정도의 아다만티움을 손에 넣을 수는 없었으나, 네로멜티아의 전폭적인 지지로 인해 헤모니겐트에서 구할 수 있는 아다만티움을 싹 쓸어 담을 수는 있었던 것이었다.
로널드 거트만은 우선 베아트리스의 코르니움 골격 전체를 아다만티움 금속판으로 덮고 코팅하였다.
그리고 아다만티움으로 제조한 무기 두 개를 그녀에게 부여했다.
그것이 바로 베아트리스의 원형톱과 사슬톱이었다.
역대 최강의 마왕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가 부여한 루이나를 원동력으로 강대한 회전력을 보이는 순수 아다만티움제 사슬톱.
이토록 흉악한 무기가 휘둘러지는데 휴미안의 마력장 따위가 견딜 수 있을 턱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베아트리스가 현재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아가 방어 마력장이 무너짐과 동시에 예정된 공격을 즉각 행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우선 톱날에 닿았다면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철저히 분쇄된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앙!!!!!
방어 마력장을 부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도약한 베아트리스.
마도 거병의 꼭대기에까지 다다른 베아트리스가 보인 행동은 무척이나 단순한 것이었다.
남은 왼손으로 사슬톱의 핸드 가드에 구성된 간이 손잡이를 잡은 뒤, 양손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었다.
맹렬히 회전하던 사슬톱은 배기구에서 힘차게 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마도 거병의 정중앙을 양단하기 시작했다.
금속이 잘려나가는 비현실적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지극히 높았던 그 소리는 휴미안들에게 소름 끼치는 감상을 전해 주었다.
그저 듣기 싫은 음색이어서 소름이 돋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마도 공학 기술이 집약된 최종 병기가 내지르는 비참한 단말마의 비명이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낀 것이었다.
쿠우우우우우!!!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순간 베아트리스의 양어깨와 팔꿈치에 마력 방출로가 생성되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녀의 오른손에 사슬톱이 나타났듯, 마력 방출로 역시 그녀의 내부에서 꺼내진 것이었다.
그리고 마력 방출로에서 추진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력파가 거세게 발산되기 시작했다.
강렬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마력파는 루이나가 고도로 압축되어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총 네 개의 마력 방출로에서 발생한 추진력은 마도 거병을 사슬톱으로 찍어 누르며 가르기 시작한 베아트리스의 신체를 초고속으로 하강시켰다.
루이나로 생성한 검은빛의 화염이 대기를 초고온으로 달구며 그 궤적에 아른거리는 잔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자비없이 양단되는 마도 거병의 거체는 톱날과 닿아 갈라지는 매 순간 맹렬한 불꽃이 발산되었고, 갈라진 표면이 막대한 마찰열로 인해 녹아들어 우그러진 모습마저 보이고 있었다.
하나의 성채나 다름이 없는 크기를 지녔던 거대한 마도 거병이 갈라지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카가가가가강!!
마도 거병을 꼭대기에서부터 최하단에 이르기까지 갈라버렸던 베아트리스.
그녀는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도약해서 마도 거병의 다리 하나를 잘라 버렸다.
분명 사슬톱은 톱날에 닿은 모든 것을 손쉽게 갈라버렸으나 마도 거병의 동체(??)가 워낙 거대했던 탓에, 톱날이 닿지 않는 내부는 건드리지 못했다.
톱날이 지나가며 수많은 마력 회로들과 부품들이 상당수 망가져 기능을 정지하기는 했으나, 본체의 가동 마력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쓰러지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베아트리스는 지체 없이 마도 거병의 다리 하나를 자른 것이었다.
끼이이이이이…!!!
쿠우우우우우웅!!!!!
네 개의 다리로 거체를 지탱하고 있던 마도 거병이 다리 하나를 잃는 순간 중심을 잃었고, 무게 중심을 잃기 시작한 거체는 나머지 다리를 볼품없이 휘어지게 하며 잘린 다리의 방향으로 쓰러져 버렸다.
형편없이 쓰러지는 금속의 거체가 사방으로 토사를 뿌리며 지면에 처박혔다.
마치 천년의 거성이라도 무너진 것처럼 요란한 굉음이 주변 일대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는 쓰러진 마도 거병에게 돌진했다.
사슬톱으로 갈라버린 마도 거병의 절단면은 크게 갈라져 벌어져 있었고, 베아트리스는 그 내부에 자신의 왼손을 밀어 넣었다.
꽈드드드드득!!!
투두둑!! 투둑!! 뚜두두두두둑!!!
기계 장치가 요란하게 뜯겨져 나가는 소리.
베아트리스가 맨손으로 마도 거병의 마력 전송선과 전선을 뜯어버린 것이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전송선 한 다발이 그녀의 손에 뜯겨져 끌려 나왔다.
시커먼 전도액(???)과 연료액 따위가 그녀의 손과 뜯겨진 전선 다발에 질척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뜯겨져 나온 전선 다발은 마도 거병의 컨트롤을 담당하는 중추 시스템의 중요한 연결 파트였고, 쓰러진 마도 거병의 전신은 마력 전송이 중단됨에 따라 모든 마력 회로에 빛을 잃으며 완벽히 정지해 버렸다.
그저 처참하게 갈라진 절단면의 틈으로 망가진 기계 장치들이 내는 간헐적인 스파크만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푸슈우우욱!!
베아트리스는 왼손에 마력 전송선과 전선의 질척거리는 다발을 쥐고, 오른손 대신 자리한 사슬톱의 회전력을 더욱 높이며 휴미안군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무미건조한 표정과 차갑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더욱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사슬톱의 배기구에서는 뜨겁게 달궈진 증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고, 베아트리스의 주변을 자욱한 증기로 뒤덮기 시작했다.
휴미안군은 심장이 쥐어뜯기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걸어 다니는 강철의 성채’라고 불리는 악명 높은 마도 거병을 단숨에 고철로 만들어버린 하녀의 사슬톱이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는 명확한 사실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맹렬히 회전하는 사슬톱의 요란한 굉음이 무척이나 섬뜩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사슬톱 동체의 마력석이 발하는 선명한 붉은빛이 짙게 번져나가는 증기를 은근히 물들이는 모습은 짙은 안개 속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마수의 시뻘건 안광과 같이 보여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도 소름 끼치는 것은 하녀의 푸른 눈동자.
햇살이 부서지는 맑고 청정한 바다를 보석으로 만든 것 같은 찬연한 눈동자.
그저 그것뿐이라면 그 찬연한 아름다움에 몸을 떨었을 것이었으나, 지금으로서는 참혹한 혹한의 북풍보다도 그것이 더욱 싸늘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차갑게 빛나는 그녀의 안광이 자신들의 영혼조차 얼어붙게 만드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키우우우우우우우웅!!!
“마, 막아라!!! 쏴라!!! 마도 거병 전기(??)를 모조리 투입하라!!! 모든 사수와 포수는 마도 거병이 전열에 설 때까지 탄막(??)을 형성하라!!!! 탄막을 형성하면서 후퇴해!!!!!”
티끌만큼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돌진하는 베아트리스.
그녀의 무정한 사슬톱이 과격하게 회전하며 휴미안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휴미안군 지휘관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돌진에 겁을 집어먹었으나, 당황해서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최적의 결단을 내렸다.
인성이야 어떻게 되었든 그는 군대의 지휘관에 걸맞은 높은 지휘 능력을 보이고 있었고, 이는 그가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스타리스 대륙 북부의 장벽과 전초 기지를 지키며 쌓아온 저력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맞서고 있는 상대가 한낱 휴미안의 세월 따위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이 문제였다.
콰우우우우욱!!!
“커윽…!!!”
“크허어어어억…!!!”
제대로 된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병사가 넷.
그들의 신체는 모조리 가로로 양단되었고, 절단면은 온통 뜯겨나간 듯 더럽기 그지없었다.
원거리의 공격을 주된 수단으로 삼는 무리의 한가운데에 야수가 난입하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오로지 참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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