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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24화 (124/216)

〈 124화 〉 킬링 머신 (1)

* * *

긴 시간의 행군이 지속되었던 시간.

휴미안 병사들은 슬슬 다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본부의 병영에서 카보니 숲의 근방까지 오는 길은 수송용 차량을 타고 왔기에 괜찮았으나, 그 이후로는 차량들을 대기시키고 숲의 앞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그러나 휴미안 병사들의 안면에서는 피로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마다 온갖 기대에 부풀어서 끈적한 탐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신원미상의 인물 발견! 여성입니다!”

“정지! 정지하라!”

지휘관의 통신 마도구를 통해 전해진 선발대의 보고.

기동형 탑승 차량 스캐빈저를 타고서 선발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휴미안 병사들이 한 여성을 발견해 본대에 보고를 했고, 본대를 지휘하고 있던 지휘관은 그들의 보고를 듣고서 정지 명령을 내렸다.

지휘관의 명령을 들은 휴미안군은 즉시 정지하여 열을 맞춰 정렬했고, 신원미상의 여성에 대한 선발대의 신상 파악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지휘관은 선발대의 보고를 듣고 다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발견한 인물이 이종족이었다면 선발대의 보고는 ‘목표 확인’ 이라거나 ‘추격 시작’ 같은 보고를 올렸을 것이었다.

오히려 사기가 진작된 현재의 휴미안군을 본다면 먼저 대상을 사로잡아 선조치 후보고를 택했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이종족은 인류로도 치지 않고, 하등한 가축 정도로 바라보는 휴미안의 인식상 ‘인물’이라는 단어 선택은 심각하게 의아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휴, 휴미안입니다!”

“이, 이런 곳에 휴미안이…?”

선발대의 다급한 보고에 지휘관은 무척이나 놀라 버렸다.

그저 신원미상의 휴미안이라고만 보고가 되었다면 다른 임무로 파견을 나가 있던 병사들 중 하나가 낙오되었거나 탈영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첫 보고에 따르면 상대는 여성이었다.

휴미안의 여성이 이런 죽음이 만연한 대지에 홀로 나타날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하, 하녀복을 입은 휴미안 여성입니다!”

“잘못 본 게 아닌가!? 대답하라! 선발대!”

“아, 아닙니다! 분명 하얀 피부색과 평범한 키를 가진… 둥근 귀입니다!”

지휘관은 더욱 알 수 없게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난처한 기분에 휩싸였다.

평범한 휴미안 여성이 이런 위험한 장소를 홀로 거닐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장소까지 혼자서 도달하는 일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이다.

휴미안 여성이라면 대부분 에스테로난에 거주하는 상황이고, 그나마 에스테로난 밖에서 거주하는 일부의 휴미안 여성들은 방위 목적으로 건설된 전초 기지에서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뿐이었다.

휴미안은 기본적으로 동족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종족이었다.

애초에 국가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휴미안 여성이 자신의 거주지를 벗어나 성벽 밖의 위험한 대지를 홀로 거닐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어디서 온 건지 똑바로 조사해라!”

“알겠습니다!”

“출발한다! 전방에 신원미상의 여성을 보호할 것이다!”

지휘관이 난처해하는 이유는 여성의 출신에 대한 의혹이었다.

잘 단련된 남성이라 할지라도 아스타리스 대륙의 황량한 오염 지역들은 홀로 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굳이 독소나 오염 때문이 아니더라도 곳곳에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짐승이나 마수들이 산재해 있었고, 심지어는 생기를 따라다니는 망자들 또한 존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재 행군 중인 위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망자의 무리들이 점령을 하고 있던 터라 군대조차 접근을 하지 못했던 위험지대였었다.

이런 장소에 휴미안 여성이 홀로 떠돌고 있었다는 건, 적어도 지휘관의 상식선에서는 한 가지 이유밖에 도출되지 않았다.

에스테로난의 외부에서 활동하는 단체에 섞여서 나왔다가 모종의 이유로 홀로 단체에서 떨어져 버린 것.

그리고 에스테로난의 외부에 나가 아스타리스 대륙 각지에서 활동하는 휴미안들은 세 종류밖에 없었다.

하나는 전선을 지키고 대륙 전체를 감시하며, 때로는 휴미안에게 이득이 될만한 노예나 자원 같은 것들을 발견하여 에스테로난에 전달하는 역할을 지닌 휴미안의 군대.

또 하나는 파묻힌 문명 유적을 뒤지거나 미지의 땅을 탐험하며 보물을 찾는 트레저 헌터.

그러나 군대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받지 않고, 트레저 헌터는 에스테로난의 근방에서만 활동하니 이곳 북부까지 찾아올 수 있을 리 만무한 것이었다.

그럼 남겨진 답은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바로 노예 상인이었다.

노예 상인들은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자신만의 강대한 사병을 거느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노예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그들의 특징상 대륙의 북부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며, 강대한 사병을 거느린 그들이라면 충분히 대륙 각지의 위협을 뚫고 이 장소까지 당도할 수 있을 거라 여겨지는 것이다.

노예 상인과 함께 여행하던 한 여성이 무리를 이탈하여 홀로 떨어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가장 타당한 예상이었다.

그리고 이 유력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지휘관이 난처해지는 경우이기도 했다.

카보니 숲에 이종족이 존재한다면 그들을 노예로 사로잡는 건 오로지 휴미안군의 몫이어야만 했다.

그래야 본부의 사령관과 자신 같은 지휘관들이 에스테로난의 고위층 눈에 들어 신분 상승의 계단을 밟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노예 상인이 끼어들어 선수를 친다면 자신들은 식탁 아래에서 뼈다귀나 받아먹는 개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장벽을 쌓고 오늘날까지 이 지역을 지키고 감시해 온 자신들의 노고를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노예 상인이 가로채는 꼴은 결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녹음 가득한 숲이 무엇을 지니고 있던 그것들은 모두 자신들의 것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행군을 시작한 지휘관은 선발대에게 도착하는 즉시, 그 여성의 과거를 캐물을 셈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여정에 대해 입을 다문다면 강도 높은 심문까지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휘관은 무척 흥분해서 이를 갈기까지 했고, 안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저… 아가씨…? 혹시 어디서 나오셨습니까?”

“여긴 위험합니다. 저희와 합류하시죠.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주인분께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스캐빈저에서 내려 여성에게로 다가간 선발대 병사들.

그들 중 몇이 여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성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고, 일말의 의미를 가진 행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휴미안 병사들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못 듣는 거 아니야?”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런 곳에서 살아남았다고?”

“아니, 들어봐. 저 사람 프리마 벤투스도 안 쓰고 있잖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프리마 벤투스를 안 써서 오염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눈이 멀고 귀가 먹기도 한다던데?”

“아, 그럼 우리를 만나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게, 귀가 먹은 것도 있지만 눈도 멀었을 수도 있다는 소리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워낙 무서운 경험을 해서 정신이 나갔다거나…?”

휴미안 병사들은 눈앞에 서 있는 여성을 보며 저마다 온갖 추측을 해대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병사들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여성은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고, 그러한 그녀의 모습이 병사들의 예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서 있는 전방의 여성이 정말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고 여기기 시작한 휴미안 병사들은 점차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상대는 듣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하더라도 실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휴미안 하녀는 처음 본다?”

“그러게. 대부분 하녀같이 시중을 드는 역할은 노예에게 시키지 않나?”

“같은 휴미안을 하녀로 부릴 정도로 지체 높은 주인이었던 게 아닐까?”

“아! 젠장! 나도 하녀 하나 가지고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데리고 다니면서 꼴릴 때마다 박는 거 아냐!”

“크크크크! 이 미친 자식아! 아, 진짜 천박하게 얘기하네. 크크크크크!”

어느새 이야기는 저속한 음담패설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휴미안 병사들은 비로소 여성의 외모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빛의 긴 머리는 보석으로 실을 뽑을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없는 감상이 떠오를 정도로 찬연한 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가 소유한 푸른 빛의 눈동자는 머나먼 과거에 존재했었다는 맑고 푸른 바다가 연상되게 하고 있었고, 보고 있노라면 그 내재된 광채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황홀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그 눈동자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던 길게 뻗은 속눈썹은 아름다운 별이 수놓아진 밤의 장막이 선선한 바람에 날려 나풀거리는 듯 우아하고 고혹스러운 감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이루어진 블라우스는 칼라만은 흰색이었고, 칼라의 양측에 금실로 수놓아진 데이지 문양 한 쌍이 의복의 기품을 높여주고 있었다.

칼라 바로 아래의 양어깨부터 가느다란 팔을 지나 손목에 이르기까지의 소매는 천이 길게 나누어져 그 틈으로 뽀얀 피부가 드러나고 있었다.

가늘고 얇은 구조의 붉은 리본이 칼라의 중앙에 자리해 있었고, 그 리본의 가운데에 장식된 브로치의 중앙에는 그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상의 타원형 에메랄드가 그녀의 우아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장식해 주고 있었다.

가슴 바로 아래부터 하복부까지에만 이르는 작은 면적의 흰색 앞치마는 프릴이 달린 흰색의 끈이 어깨까지 이어져 고정되어 있었고, 이는 앞치마로서의 실용성을 철저히 무시한 채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으로서의 기능만을 중시하는 형태였다.

어깨에 이르는 끈을 이용하여 가슴을 밑에서부터 받쳐주는 형태였던 앞치마는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여, 보는 이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섹스어필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스커트 역시 평범한 형태는 아니었다.

우선 하녀복이라는 의복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플레어 스커트가 아니었고, 전면이 반으로 갈라져 그 틈으로 길고 매력적인 다리를 선명히 드러내는 과감한 구조의 랩어라운드 스커트가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그 스커트의 틈으로 보이는 다리에는 가터벨트가 이어진 30데니아의 흰색 밴드 스타킹이 착용되어 있었고, 스타킹의 바깥 라인에는 발끝부터 허벅지까지 길게 뻗은 장미의 덩굴이 흰색 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어느 부분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요소가 없는 절세의 미인.

휴미안 병사들은 자신들의 일생에서 단 한 번도 목견한 적이 없었던 찬연한 미색 앞에 정신을 놓기 시작했다.

성욕이 미친 듯이 끓어오르며 목이 바싹 마르는 갈증마저 느낄 정도였던 휴미안 병사들은 저마다 욕망이 들끓는 눈빛을 보이며 여성의 신체 구석구석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따스하고 부드러울 것 같은 촉촉한 입술.

의복의 원단 위로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둥글고 부드러운 젖가슴.

작은 면적의 앞치마로는 결코 가릴 수 없었던 잘록한 허리.

탄력이 넘치는 예쁜 모양의 엉덩이.

매끄러운 피부의 광택이 유난히 돋보였던 길게 뻗은 다리.

모든 것들이 휴미안 병사들의 욕정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두꺼운 바지의 원단 너머로도 훤히 볼 수 있을 만큼 자신들의 양물을 힘껏 부풀리고 있었고, 몇몇은 넋이 빠져 침까지 흘리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었다.

그런 휴미안 병사들의 얼빠진 모습에 그 아름다운 여성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더러운 시선 당장 치워라. 휴미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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