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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23화 (123/216)

〈 123화 〉 혐오스러운 침략자

* * *

멸망을 부르던 독소와 오염에서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던 몇 안 되는 대지, 카보니 숲.

오크와 오우거 그리고 온갖 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던 평화의 땅에 잔혹한 침략자들이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더러운 군홧발로 모든 것을 짓밟고 파괴하기 위한 악의의 행군이었다.

피묻은 손아귀로 모든 것을 빼앗고 사로잡기 위한 욕망의 행군이었다.

먼 곳에서부터 카보니 숲의 싱그러운 녹음(??)이 보이기 시작하자, 휴미안군의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베아트리스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먼 곳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휴미안 군대를 지켜보고 있었던 베아트리스와 넬라넬라.

넬라넬라는 주먹을 꽉 쥐고서 분노에 치를 떨기 시작했다.

바로 터져 나올 것 같은 분노는 아니었으나, 은근해 보이면서도 불꽃보다 더욱 뜨거운 숯처럼 그녀의 분노는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것이었다.

넬라넬라는 휴미안들의 행동을 단 한 순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에 정정당당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저들에게 화가 납니다. 저들은 이 숲에 베아트리스님같은 강자나 훈련된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분명 힘없는 이들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들고, 숲의 자원을 빼앗기 위해 찾아온 것일 텐데…”

“힘없는 이들을 상대할 생각으로 이런 계략을 꾸민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거군요.”

휴미안들이 사용한 계략은 기만책이었다.

케르디하크가 마왕성에 나타나 이목을 끄는 동안 카보니 숲의 허를 찌른다는 계략.

카보니 숲에 존재할 주민들을 사로잡고, 카보니 숲이 지니고 있을 탐스러운 자원들을 모조리 약탈할 셈이었다.

적군의 후방을 치기 위해 기만책을 사용한다면 속은 적이 멍청할 뿐인 문제였으나, 현재 직면한 상황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휴미안들은 전력(戰力)과 전혀 상관없는 주민들을 해치러 온 것이었다.

카보니 숲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거란 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휴미안들이 이렇게 벌건 대낮에 찾아올 리가 없는 것이었다.

가장 안전하면서 확실한 효과를 지닌 전략은 단연 암습이었다.

수비하는 이들이 예정된 습격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야심한 밤에 찾아와 불시에 칼을 꽂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휴미안들은 기습을 한답시고 벌건 대낮을 고르는 것 정도는 예사고, 자신들의 습격을 감출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떼를 지어 몰려오는 수많은 휴미안 병사들과 거대한 크기를 가진 마도 기계들.

아직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마치 개선(??)의 행진을 하는 듯, 그들의 모습은 거만하고 요란했다.

마왕성에 나타난 드래곤을 막기 위해 모든 병력이 빠져 나약한 이들만이 남은 카보니 숲을 철저하게 파괴하며 힘을 과시하겠다는 악의밖에 보이지 않는 노골적인 모습이었다.

애초에 병력과 병력의 싸움이 아니라, 힘없는 이들을 유린하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명확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 맞습니다. 저들은 휴미안 이외의 모든 종족들이 멸종할 때까지 이 짓거리를 계속할 셈으로 보이니까요.”

넬라넬라는 착잡한 기분을 전혀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복잡한 심경은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선명했으며 명확했다.

대체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휴미안들이 이토록 흉악무도한 패악을 저지르는 것일까.

혹여 오크가 네로멜티아와 만나지 못했다면.

그래서 현재 카보니 숲의 방어전을 함께 하기로 한 베아트리스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휴미안의 습격을 미리 예견하여 대책을 마련하게 해 준 그녀가 없었다면.

카보니 숲의 멸망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오크와 오우거는 무척 강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제아무리 첨단의 마도 기술을 보유한 휴미안이라 할지라도 쉽게 카보니 숲을 점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크와 오우거의 연합은 적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고, 휴미안군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었다.

그러나 카보니 숲의 종족들이 휴미안군과 싸워 승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넬라넬라의 소중한 이들은 모두 더러운 휴미안의 노예가 되고, 평생을 함께해 온 그녀의 고향이 불타 사라질 위기였던 것이다.

넬라넬라 본인조차도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이상 노예의 길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당장 직면한 이 휴미안의 대군을 어떻게 저지해낸다 할지라도, 카보니 숲의 존재를 알게 된 휴미안들은 더욱 강한 군대를 보낼 것이 틀림없었다.

마왕과 간부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오크와 오우거들이 맞이했을 결말은 뻔한 것이었다.

“잘 보신 겁니다. 온갖 더러운 욕망들이 들끓는 저 휴미안들이 자비나 절제의 개념을 알 리가 없지요.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끊임없이 세계를 더럽히고 또 더럽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신들이 창조한 오염이 자신들의 목을 죄고 있음에도 저들은 전혀 멈추려 들지 않습니다. 죽음의 두려움에 짓눌려 정화 마도구를 뒤집어쓴 채 살아가더라도 기계를 굴려 더욱 부유한 삶을 영위하려 할 뿐입니다.”

베아트리스의 눈은 대화 상대인 넬라넬라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전방의 가증스러운 존재, 휴미안을 향해서 적의를 쏘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넬라넬라의 평범한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고도의 마도 기술로 개발된 베아트리스의 렌즈에는 휴미안군의 모든 모습이 훤히 보였다.

저마다 기대에 부풀어 미소를 보이고 있는 모습.

탐욕에 사로잡혀 의미 모를 망상을 하며 군침을 흘리는 모습.

살아있는 존재들을 짓밟아 죽일 생각에 무도한 감정(無?)의 웃음을 짓는 모습.

왁자지껄 떠들며 웃어대는 일부 휴미안 무리들은 성노예를 사로잡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유린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더라도 입술의 모양을 읽어 이야기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베아트리스의 분석 능력은 능숙한 달인의 독순술(???)보다도 더욱 정확한 정보를 산출하기에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정말이지 저속하고… 혐오스러운 생물입니다.”

“… 왜 그러십니까?”

“… 아무것도 아닙니다.”

베아트리스는 굳이 휴미안들이 떠드는 음담패설을 전달해서 자신의 입과 넬라넬라의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딱히 알아야 할 것도 아닌 하찮은 일이었기에 베아트리스는 넬라넬라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고, 넬라넬라도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분위기로 알 수 있었기에 베아트리스가 갑작스럽게 드러낸 짙은 혐오에 대해 재차 묻지는 않았다.

베아트리스는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본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휴미안의 수가 모자랍니다.”

“네? 지, 지금도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만…….”

넬라넬라는 사실 현재 보이는 휴미안의 수만 해도 기겁을 할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철저히 훈련된 오크군과 강대한 힘을 지닌 오우거 부족 전사들이라 할지라도, 전략에 일말의 허점이 생겼다가는 전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였던 것이었다.

휴미안군의 수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 보이는 상황이었건만 베아트리스의 말은 이보다도 더욱 많은 수의 휴미안이 찾아왔어야 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많은 수가 존재해야 한다는 근거는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기에 넬라넬라는 베아트리스의 발언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적들의 보직을 잘 살펴보시지요.”

“… 저…….”

베아트리스는 진지하게 휴미안군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고,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넬라넬라에게 설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넬라넬라는 전방을 바라보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문제라도 있는 것인지 눈을 마주하며 시선으로 물어오는 베아트리스에게 넬라넬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제 눈으로 저렇게 먼 곳까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미처 넬라넬라님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베아트리스는 전방을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 주기 위함이었다.

베아트리스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야가 닿지 않는 넬라넬라를 위해 휴미안군의 구성 정보를 나열하는 일이었다.

“원거리 사격을 위한 병사 520명. 원거리 포격을 위한 병사 235명. 마도 거병 20기. 물자 보급을 위한 수송 기계 50대. 전방의 수색을 위한 기동형 탑승 기계 20대. 경장보병 50명.”

한 자리 수의 단위까지 놓치지 않는 정확한 분석에 넬라넬라는 크게 놀랐다.

천 년 전에 제작된 에고 돌의 능력이 이 정도라는 것에서 경이를 느낀 것이었다.

휴미안의 군대는 사실상 상당히 먼 장소에 위치해 있었으니, 넬라넬라는 그 수를 대략 어림짐작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이었다.

가장 앞선 휴미안들이 무엇을 타고 있는 지도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베아트리스는 군대 전체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낸 것이었다.

베아트리스라는 존재는 여러모로 인지를 벗어난 능력을 지녔음이 분명해 보였고, 이러한 존재를 창조해낸 마도 공학자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보의 정확성은 경이로웠지만 넬라넬라는 여전히 베아트리스가 전하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넬라넬라에게 베아트리스는 조금 더 정확한 답을 알려줄 필요성을 느꼈다.

“경장보병의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경장보병… 입니까…?”

듣고 보니 분명 군대의 규모에 비해 경장보병의 수가 적기는 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사수들은 근접전에 취약하기에 그들을 지킬 근접 전투의 병사들이 필요했고, 그런 일들을 주로 해내는 것이 보병의 일이었다.

심지어 전투에 승리하여 지역의 점령을 진행할 때도 모든 잔존 병력의 제압과 진입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보병의 일이었다.

각 보직에 병사들이 몇백의 단위로 구성된 상황에서 경장보병이 고작 오십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서 심각하게 어긋나는 일이었다.

특히나 중장보병은 몰라도 경장보병만큼은 신속한 상황 대처를 위해 필수인 존재들이었다.

“넬라넬라님께서 맡아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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