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광산의 도적들 (1)
* * *
“흐그어어어억…….”
먹이를 노리는 매의 속도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비행하고 있었던 네로멜티아.
그녀에게 이끌려 공중 부양마법 레비테이션으로 함께 비행하고 있었던 드워프들의 안색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이미 드높은 상공으로 떠오른 것에 대한 공포심은 희박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드워프들이 비행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니었고, 워낙 격렬하게 비행을 하다 보니 멀미가 심해서 다른 한가한 감상들은 떠올릴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머나먼 지상을 내려다보면 상당한 공포가 밀려왔지만, 지상은커녕 나아가고 있는 방향조차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고개만 푹 처박고서 이상한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급격한 방향 전환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이 이토록 초주검이 될 일은 없었다.
하다못해 여유로운 속도로 비행했더라면 상황은 무척이나 나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엉망진창으로 뒤집히는 드워프들의 속사정을 헤아려줄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
“텔레포테이션!”
지이이잉!!
“우허어어어억!!!”
“히이이이익!!!”
제8위계의 공간 전이 마법, 텔레포테이션.
이 드높은 위계의 좌표 이동 마법은 벌써 세 번째나 시전된 상황이었다.
베르코의 골든윙이 출력하는 화면을 보며 이동하다가 확실한 방향을 특정할 수 있을 때, 확실한 범위에 한해서는 비행시간조차 아끼기 위해 텔레포테이션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예고도 없이 사용되는 공간 전이 마법에 위치가 바뀔 때마다 드워프들은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저기 보이네. 너희는 이쯤 내려줄 테니, 천천히 걸어와. 여기라면 안전할 거다.”
“감사합니다!! 흐으윽!! 감사합니다!!!”
멀리서 휴미안군의 진격에 따라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발견한 네로멜티아는 홀로 전장에 나서기 위해 드워프 조사대를 미리 지상에 내려주려고 했다.
그들이 천천히 걸어오다 보면 전투는 끝나 있을 테니, 그들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려는 셈이었다.
네로멜티아의 배려가 그들에게 닿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드워프들은 지상에 자신들을 내려준다는 이야기에 무척이나 감격하여, 반쯤 우는 모습으로 마왕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
마력장 방출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진하고 있던 휴미안군.
그들이 기동성을 위해 탑승하는 일인승 마도 공학 차량 스캐빈저는 어림잡아 보아도 삼백 기.
도중에 노예 운송용 철창 감옥이 실린 다인 운송용 마도 공학 차량도 존재했으나 그것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운전 또한 각각 두 명의 휴미안이 하고 있으니 이들은 삼백이 조금 넘는 수의 병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맥켄지 광산은 위치를 특정한다고 할지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입구를 발견하는 일 역시 상당한 난제일 만큼 은밀하게 숨겨진 장소였고, 설령 입구를 발견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여는 일 또한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마도 공학 기술로 테라리스에 멸망을 가져온 휴미안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천 년 동안 명계에 가 있었기에, 그간 휴미안들의 마도 공학 기술력이 어느 정도의 성장을 보였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나 많은 상황이었기에 네로멜티아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그들이 데카스트라스 산맥의 내부까지 투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면.
만에 하나 그들이 생명체의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면.
만에 하나 그들이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면.
맥켄지 광산의 은폐 기술은 쓸모가 없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설령 드워프들이 삼백의 침략자들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본대에 연락을 넣는다면 에스테로난까지 그 정보가 전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일이 너무나 커져 버리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반드시 이들을 막아야만 했다.
“정지!! 정지하라!!!”
쿠우우우우우우…
프슈욱!
가장 선두에 선 휴미안 병사의 지시에 따라 드워프 사냥에 나선 휴미안군의 전체가 일제히 정지했다.
그들의 숫자는 상당한 편이었고 그에 따라 선두의 휴미안 병사와 중후반의 병사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했다.
심지어 총 삼백 기의 스캐빈저가 일제히 발산하고 있었던 마력장 방출의 요란한 소음은 웬만한 소리는 가볍게 파묻어 버릴 정도의 기세를 가졌었다.
그럼에도 선두에 선 휴미안 병사의 지시가 휴미안군 전체에게 정확히 전달된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음성 마법이나 통신 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서로 간에 명확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통신 장비가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지휘관의 위치에 있는 것이 분명한 선두의 휴미안이 지시하자 일제히 정지한 스캐빈저들은 마력장 방출로의 가동이 중단되며 지면에 안착하였고, 가동이 정지하기 전에 내부의 열기를 뿜어내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내부의 구조는 잘 모르더라도 상당한 기술력으로 제작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야아아! 운이 좋은걸! 데모니안이다!!”
“백인장님!! 거시기가 터질 것 같습니다!!”
“와!! 저 젖가슴 좀 봐!!! 마구 주무르고 싶다!!!”
저마다 더럽기 짝이 없는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휴미안 병사들.
그들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은 네로멜티아였다.
네로멜티아는 삼백이 넘는 휴미안군을 앞에 두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일부 휴미안 병사들은 자신들을 눈앞에 두고도 오연하게 서 있는 데모니안 여성에게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으나, 이내 워낙 두려움이 커서 몸이 얼어붙었을 뿐이라고 치부하며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을 보이기 시작했다.
“참아라! 오늘 사로잡은 노예들은 모두 온전한 모습으로 데려가야 한다! 요새 노예사냥의 수확이 저조해서 본대에서도 노예의 관리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하다는 거 알고 있겠지?”
“그래도 조금만 만져보는 건 괜찮지 않겠습니까! 저 음탕한 엉덩이를 주무르고 싶어서 수전증이 올 정도입니다!”
“너희가 삼백사십 명인데 주물러 터뜨리기라도 셈이냐? 사령관에게 우리 본대의 성노예로 길러도 괜찮은지 강력하게 안건을 넣어볼 테니, 참고 기다려라!”
“으햐!! 역시 백인장님!! 감사합니다!!!”
듣기만 해도 거북해지는 저속한 음담패설을 쏟아내는 병사들.
체면을 차리는 듯하지만 이종족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지휘관.
네로멜티아에게는 이들 모두가 갈 데까지 간 역겨운 말종들일 뿐이었다.
마왕의 입술이 작게 휘어졌다.
아주 작은 변화가 있었을 뿐임에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미소.
그러나 휴미안들은 이 아름다운 미소가 하찮은 벌레들에 대한 조소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너희 사령관은 에스테로난에 상납하기 위해 자기 자신조차 노예를 건드리지 않는다던데. 삼 년 만에 찾아낸 성노예를 너희에게 배급해 주겠느냐?”
“어어…?”
순간 네로멜티아의 이야기를 들은 휴미안군은 모조리 얼어붙어 버렸다.
평범한 대화의 일부처럼 들리기 쉬웠으나, 그 대화의 내용은 휴미안들에게는 현실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데모니안 여성이 본대의 내부 사정을 이토록 잘 알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같은 본대에 머무르는 병사들조차 눈치가 없으면 알 수 없는 내부의 은밀한 정보.
그것을 일생 처음 보는 이종족 여성이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네로멜티아가 이미 한차례 휴미안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제멋대로 떠벌리는 정보를 들은 후라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더 나아가 그들이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아스타리스 대륙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휴미안으로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네, 네년은 누구냐!!!”
순간 기겁을 하여 뒷걸음질로 병사들 사이에 숨은 백인장이 목소리만큼은 우렁차게 외치고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휴미안 십인장과는 다르게 현재 마주하고 있는 백인장은 그나마 눈치가 좋은 편이었다.
네로멜티아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재빨리 병사들을 앞세우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백인장이 급격하게 동요하는 것을 목격한 휴미안 병사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챙겨 들고 네로멜티아를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다.
“하아. 어쩜 너희 휴미안들은 이토록 똑같단 말이냐. 이놈이나 저놈이나 만나기만 하면 음담패설부터 늘어놓으니……. 내 너희들을 상대하며 얼마나 많은 음담패설을 들어야 할지 생각해보면 벌써부터 아찔하구나.”
“네, 네년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생각한 백인장은 큰 소리로 네로멜티아를 압박하려 했다.
그러나 찬연한 권능과 강대한 힘을 가진 마왕은 하찮은 휴미안의 허장성세에 코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음식에 꼬이는 개미를 눌러 죽이는 정도로 이들을 학살하면 될 뿐이었다.
이들이 개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네로멜티아는 이들에게 무한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안타깝게도 휴미안이라는 이 미천한 존재들은 마왕의 차가운 분노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네까짓 것들이 짐의 이름은 알아서 무얼 하겠느냐. 지금부터 너희 더러운 휴미안을 모조리 징벌할 테니 비참하게 절규하며 죽음을 맞이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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