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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17화 (117/216)

〈 117화 〉 푸른 드래곤 사냥 (1)

* * *

강대한 마력이 케르디하크의 주변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수많은 마법진들이 저마다의 술식을 작동하며 능력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완성된 것은 온갖 종류의 강화 마법이었고, 해당 마법진들은 케르디하크를 형형색색의 빛으로 휘감으며 사라져갔다.

물리력 방어, 마력 방어, 저주 저항, 완력 강화, 마력 강화, 정신력 증가 등의 온갖 강화 마법들이 발현되어 케르디하크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일렉트릭 펄스(Electric Pulse)!!”

케르디하크의 머리 위로 백색광이 눈부신 전광(?光)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닿기만 해도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압도적인 초고압 전류가 구체의 구성 요소였다.

카디스텔라는 이러한 마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법과 마도 기술에 상당한 지식이 있었던 그녀 역시 처음 목격한 마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카디스텔라의 지식에 현재의 마법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지 않은 상황은 무척이나 당연한 것이었다.

외부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케르디하크 스스로가 개발한 독자적인 마법이었던 것이었다.

벼락의 권능을 소유한 그가 벼락의 힘을 최적의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만을 위하여 개발한 마법이었던 것이었다.

케르디하크의 머리 위에 떠오른 전광의 구체는 적을 향해 사출되지 않았다.

그저 케르디하크의 머리 위에서 일정한 주기로 맥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는 맹렬한 폭풍을 불러오기 위한 씨앗인 셈이었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지직!!

전광의 구체가 일정한 주기로 맥동할 때마다 막대한 양의 전류가 생성되었고, 생성된 전류로 인해 구체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케르디하크의 신체와 전류가 이어져, 방대한 전류의 물결이 드래곤의 거체를 감싸고 휘감기 시작했다.

케르디하크는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카디스텔라를 가리켰다.

콰아아앙!!

“치잇…!!”

케르디하크의 펼쳐진 손가락 끝이 일순간 빛을 발하나 싶더니 한 줄기의 강렬한 벼락이 카디스텔라를 향해 꽂혔다.

평범한 존재였다면 단숨에 재가 되어 사라졌을 압도적인 공격.

그러나 카디스텔라는 순식간에 장막을 만들어 자신과 크로포드를 지켰다.

뱀파이어로서의 권능을 사용해 생성한 피의 장막.

피비린내가 섬뜩한 진홍빛의 물결이 순식간에 생성되어 한 줄기의 벼락을 집어삼킨 것이었다.

그러나 혈액으로 이루어진 장막 한 장으로는 벼락이 지닌 압도적인 전압을 온전히 견뎌낼 수 없는 것이었고, 그대로 맹렬한 폭발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다소 떨어진 위치에서 폭발이 일어났기에 카디스텔라와 크로포드가 그 범위에 휘말릴 일은 없었으나, 대기를 타고 퍼진 강렬한 충격파는 그들의 신체를 뒤흔들 지경이었다.

“아이스 스파이크(Ice Spike)!!”

고작 제2위계를 차지할 뿐이었던 저위 마법 아이스 스파이크.

그러나 케르디하크가 생성한 그 저위 마법은 수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었다.

그의 앞에 생성된 방대한 양의 얼음 못은 케르디하크의 거체 대부분을 가릴 정도였다.

얼음 못으로 생성된 하나의 거대한 벽은 그 견고한 형태를 무너뜨리며 카디스텔라를 향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

파즈즈즈즈즈!

쏘아진 화살처럼 순식간에 다가오는 얼음 못.

수천 개는 훨씬 넘을 것 같은 얼음 못은 하나의 맹렬한 파도와 같이 대열을 마구 흐트러뜨리며 앞뒤를 다퉈 밀려오고 있었고, 케르디하크의 일렉트릭 펄스가 생성한 전류를 가득 머금은 채로 쇄도하고 있었다.

시퍼런 얼음 못으로 이루어진 성난 파도가 살벌한 백색광의 벼락을 잔뜩 머금은 채 밀려오고 있는 모습은 가히 재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카디스텔라에게는 일말의 위기감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안면에는 여유로움마저 감돌고 있었다.

카디스텔라는 조용히 손가락을 튕겼다.

콰콰콰콰콰아아아아앙!!!!!

케르디하크가 준비한 전류와 빙정(?)의 물결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맹렬한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카디스텔라가 시전한 좌표 폭발 마법의 영향에 휘말린 전류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목표에게 닿았다면 전류로 이루어진 폭풍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었을 재앙이었으나, 작은 접촉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예민한 전류로 구성된 공격이었기에 파훼가 나름대로 간단했던 것이었다.

물론 쇄도하는 빙정에 즉각 반응하여 마법을 준비한 카디스텔라의 대응 속도가 초월적이었던 것이 가장 유력한 요소이기는 했다.

후우우우욱!!

“아하하하하하하!!!”

산산이 부서진 빙정의 미세한 조각들과 폭발로 인해 생성된 섬광을 뚫고 케르디하크에게 날아들고 있었던 카디스텔라.

그녀는 무척 유쾌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 웃음 안에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나 상대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초조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상대를 부수고 짓밟으며 느낄 희열에 대한 기대감만이 가득한 잔혹의 미소였던 것이다.

그것이 케르디하크는 이성의 끈이 희미해질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쿠오오오오오!!!

“감히 나를 무엇으로 보는 거냐!!! 시체박쥐년이!!!”

꽈르르르르르릉!!!!

케르디하크의 성대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포효와 함께 마력으로 생성한 케르디하크의 인위적인 음성의 욕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푸른 드래곤의 맹렬한 분노에 떠밀려 나온 것은 주변의 대기를 울리는 강렬한 음파뿐이 아니었고, 케르디하크의 신체에 비축되어 있던 방대한 전류가 일시에 방출되기 시작했다.

일렉트릭 펄스라는 마법을 통해 막대한 전류를 끊임없이 비축했던 케르디하크의 신체.

신체에 비축한 모든 전류를 일제히 방출시키며,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카디스텔라를 역공할 셈이었던 것이다.

무작위의 방향으로 사방에 방출된 벼락의 줄기가 불규칙한 방향으로 꺾이며 주변 일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무수하게 뻗어 나가는 벼락의 사소한 작은 줄기 하나마저 바위를 부수고 성벽을 허물수 있는 강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디스텔라는 결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케르디하크에게 날아갈 뿐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녀의 타오르는 안광이 흘린 진홍빛의 잔상만이 남았다.

타오르는 핏빛의 길고 긴 선이 그녀가 지나간 궤적을 은근히 알릴 뿐이었다.

그 외에 그녀의 움직임을 추측할 수 있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눈으로 벼락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 수십 가닥으로 나누어지며 뻗어 나가는 벼락의 모든 마수를 피해내고 있었다.

대기를 울리는 뇌성(雪?)보다 빠르고, 지면에 꽂히는 섬전(??)보다 빠른 것이었다.

벼락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카디스텔라의 움직임은 눈으로도 따를 수 없는 것이었고, 그녀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마저 불가능한 것이었다.

꽈차아아아앙!!!

케르디하크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방출하던 전류가 일순간 흐트러지며 희미해질 정도였다.

수천의 빙정이 파괴되며 생성된 반짝이는 운무를 뚫고 카디스텔라의 미소가 보였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주변을 견고하게 지키던 제8위계 방어 마법 앱솔루트 실드가 산산이 부서지며 소멸한 것이다.

어차피 사방으로 전류를 방출하고 있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했던 케르디하크의 안일한 믿음이 박살나 버린 것이었다.

파지지직…!!

콰르르르르릉!!!

앱솔루트 실드의 파괴에 당황한 케르디하크가 집중을 흐트러뜨리고 있었을 때, 그의 머리 위에서 불길한 전류의 소음이 들려왔다.

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을 때 목격한 것은 반으로 갈라진 일렉트릭 펄스의 구체였고, 그것은 내재된 전력을 모두 방출하며 맹렬히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그 갈 곳을 잃은 전류 폭발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케르디하크가 휘말린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쿠하아아아악!!!

머리부터 전해졌던 갑작스러운 충격에 케르디하크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을 무렵.

그의 거대한 신체가 푸른빛의 피범벅이 되었고, 충격에 흔들리던 동공은 강렬히 엄습하는 고통에 아예 흰자위만을 보이며 뒤로 넘어가 버렸다.

이전과 같은 웅장한 포효도 지르지 못하고 피를 토하는 듯 탁하고 미약한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케르디하크의 뺨부터 꼬리에 이르기까지 길게 그어진 다섯 줄의 절창(??).

거대한 칼날로 벤 듯 깊고 길게 갈라진 다섯 줄의 참흔(??)은 케르디하크의 우측 신체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손아귀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며 지나간 듯한 상처.

그것은 실제로 카디스텔라가 만든 손톱자국이었다.

앱솔루트 실드가 깨지는 순간 카디스텔라는 케르디하크마저 할퀴고 지나간 것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발생한 상처이기에 뒤늦게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을 뿐, 앱솔루드 실드가 파괴된 순간과 거의 동시에 발생한 상처인 것이었다.

마구 흐트러진 정신을 필사적으로 되찾으며 자신의 뒤를 바라본 케르디하크.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진홍빛 손톱 다섯 개를 생성하고 있는 카디스텔라의 모습이었다.

선혈의 여제가 애용하는 공격 마법 ‘블러드 네일(Blood Nail)’.

혈액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아귀가 케르디하크의 푸른 피를 뚝뚝 흘리며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지나갔기에 피가 배어들 틈도 없었을 것이지만, 카디스텔라의 거대한 피의 손톱은 드래곤의 푸른 피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케르디하크를 공격하는 순간 블러드 네일 자체가 드래곤의 피를 인위적으로 빨아들였기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실로 지독한 탐식을 지닌 무기가 아닐 수 없는 것이었다.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케르디하크를 바라보는 카디스텔라.

그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도 되는 걸까?”

아차 싶었던 케르디하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압도적인 카디스텔라의 힘 앞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존재.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강대한 위협.

케르디하크는 문득 자신의 머리 위에서 대기를 가르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다급히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일렉트릭 펄스의 폭발로 인해 가려져 있었던 그의 모습.

강대한 루이나로 구성된 마나 소드를 뻗어오고 있는 존재.

맹렬한 속도로 낙하하며 마나 소드를 휘두를 준비를 마친 크로포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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