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드워프 조사대 구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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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인원 다섯의 드워프 조사대.
네로멜티아의 살벌한 기세에 견디지 못하고 혼절해버린 드워프들은 그들의 리더를 시작으로 차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첫 만남부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줘 버렸으니 드워프들이 정신을 차린 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이미지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순백색의 탁자 위에 가벼운 스콘과 비스킷을 올려두고 따스한 재스민 차를 준비한 네로멜티아는 조용히 차를 마시며 모든 드워프들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이… 일어나라고…!”
“으으… 으으으음……. 허윽…!!!”
리더가 깨어나고 대화가 이루어지자 그 사소한 대화 소리에 자극을 받고 하나둘씩 기상했던 드워프들.
다른 이들은 모두 깨어났건만 마지막 다섯 번째 드워프는 좀처럼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까닭에 베르코라 불리던 대원이 네로멜티아의 눈치를 보며 흔들어 깨우기까지 했다.
무척 깊이 잠든 모양이었던 그 드워프는 조금 더 자겠다는 식으로 신음하다 불현듯 무언가에 질겁한 모양으로 화들짝 잠에서 깨어났다.
어수선한 잠결에 무심코 조금 전 상황의 기억을 되짚었다가 정신이 확 깬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정신을 차렸으니… 이리 와서 차나 한잔 들지.”
“괘… 괜찮습니다… 저, 저희는…”
“흐음. 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구나.”
“아, 아닙니다! 저희가 어찌 감히…!!”
조금만 더 자극했다가는 넙죽 엎드려 숭배라도 할 기세로 굽실거리던 조사대의 리더.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괜찮다며 사양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고,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깨끗하게 비운 뒤 디멘셔널 스토리지에 모든 것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디멘셔널 스토리지의 내부에서 다른 것을 꺼냈다.
커다란 소의 넓적다리 훈제구이와 커다란 나무 잔.
그리고 드워프의 키 만한 오크통 하나.
“너희 드워프가 좋아하는 맥주와 고기다. 이 정도면 마음에 들겠지?”
“아, 아니…”
“꿀꺽!”
이번에도 단번에 사양하기 위해 손사래를 치던 리더의 뒤로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와 리더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리더는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 보았고, 눈치 없는 대원들의 모습에 사색이 되어 버렸다.
그들의 눈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훈제구이와 보기만 해도 시원할 것 같은 맥주에 꽂혀 있었다.
장작불의 맛깔난 향기가 위장을 자극하고, 오크통 표면에 맺힌 이슬은 그들의 갈증을 더더욱 자극하는 것이었다.
“후후후. 네 부하들은 무척이나 맛보고 싶은 모양인데 순순히 앉지 그러나.”
“저희같은 게 어찌 감히…”
“너무 과도한 사양은 예의가 아니라 무례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놈들아! 뭣들 하냐!! 어서 감사드리고 자리에 앉아라!!!”
끝이 없는 평행선 같은 대화에 네로멜티아가 약간 날을 세우자마자 리더는 부리나케 대원들을 떠밀어 탁자에 앉혔다.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는 리더의 모습에 네로멜티아는 피식 웃음이 났다.
자신이 알던 드워프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 리더의 모습이 퍽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은혜로운 식사 감사히 먹겠습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일관된 감사 인사를 일제히 외친 단원들은 탁자 위의 음식과 술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포크로 평범한 데모니안의 일인분에 해당하는 양만큼 고기를 썰어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고, 그것을 포크로 푹 찍어서 두세번 베어 무는 것으로 깨끗이 먹어 치웠다.
그들에게 접시 가득 담기는 고깃덩어리는 일인분조차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름이 질척하게 흐르는 고기를 먹다가 목이 텁텁해질 때면 맥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잔을 들었다 하면 반드시 그 잔의 바닥을 보았고, 술을 따를 때도 넘치기 직전까지 한가득 따랐다.
“가, 감사합니다. 저희 목숨을 살려 주신 것도 갚기 힘든 은혜인데 이렇게 훌륭한 식사까지 대접해 주시고…….”
“마땅이 하려던 일이니 괘념치 말거라.”
허겁지겁 고기를 뜯던 리더는 문득 자신들을 바라보는 네로멜티아의 미소를 보았다.
뭔가 따스한 느낌이 드는 네로멜티아의 미소는 이전에 보았던 살기등등한 모습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상반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마련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드워프들의 모습에 흐뭇한 감정을 담아 미소를 짓는 존재.
이토록 인자하고 자애로운 존재가 조금 전 피범벅의 참상을 만든 이와 동일인물이라는 것 자체가 연상되지 않을 지경인 것이었다.
“조사하러 나온 지 이주일째인데 그동안 내내 곡물가루와 육포만 먹었지 뭡니까!”
“그나마도 한 끼에 한 줌씩 밖에 못 먹었습니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사실 집에 가도 기껏해야 닭고기 스튜 뿐인데 이 위험한 망자의 평원에서 이토록 훌륭한 식사를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마다 기쁜 감상을 감추지 않고 쾌활한 모습을 보이는 드워프들.
탁자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던 소 넓적다리 구이와 드워프 키만한 오크통에 가득 차있던 맥주가 모조리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십 분이 되지 않았다.
행복한 식사를 마친 드워프들은 아쉽다는 듯 남은 뼈를 쪽쪽 빨거나 만족스럽다는 듯 배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마왕님이십니까…?”
드워프 조사대의 리더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네로멜티아에게 질문을 건넸다.
리더의 질문은 모든 대원들이 내심 궁금해하던 것이었고, 이 것이 사실이라면 드워프라는 종족 전체가 대격변을 맞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워낙에 경황이 없고 겁에 질리기도 했던 터라 생각할 시간은커녕 받아들일 시간조차 여의치 않았던 상황.
자신을 천 년의 세월을 거쳐온 마왕이라 칭했던 네로멜티아.
심지어 리더와 베르코는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더욱 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드워프의 역사서에 나오던 마지막 마왕의 이름이었고, 그녀의 사망 이후로는 다른 마왕이 나타나지 않은 채 헤모니겐트가 멸망을 맞이했다는 내용이 함께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래. 짐이 바로 천 년 전 휴미안과 드래곤의 공습 당시 죽음을 맞이했던 마왕,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다.”
“오오오오오…!!!”
드워프 조사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환호에 가까운 감탄을 흘려댔다.
마왕이 사망한 이후로 마왕군은 궤멸급의 피해를 받았고, 강대한 힘과 현명한 지혜를 가졌던 신하들도 죽거나 사라져 버렸었다.
휴미안과 팽팽히 맞서던 세력이 일순간 몰락하자 테라리스는 휴미안의 손에 넘어갔고, 세상은 그야말로 종말 직전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이런 죽음만이 가득한 세계에 마왕이 돌아왔다는 건, 휴미안에 대한 반격을 꾀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았기에 드워프들은 찬연한 희망을 보았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너희는 이 곳을 망자의 평원이라 부르나?”
“네, 그렇습니다. 망자들이 득시글거리는 평원이니 망자의 평원이라 일컫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태고의 숲에 변화가 있어 조사대가 파견된 거고?”
“어, 어떻게…….”
드워프의 도시에 찾아와 본 것도 아닌데 세세한 내막까지 알고 있는 마왕에게 무척이나 당황한 리더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자신들의 도시는 다른 종족들이 결코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예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은폐되어 있었기에 누군가 몰래 침입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더군다나 조사대 파견 회의 자체가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어 같은 드워프들끼리도 연관된 자가 아니라면 알지 못하는 정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생 처음 본 마왕이라는 존재가 이 은밀한 내막을 알고 있었으니 놀라움에 몸을 떠는 것이었다.
“맥켄지 광산에서 이곳까지 이주일만에 왔다면… 상당히 무리를 했겠구나. 아무래도 너희는 오래 걷는 일에 맞지 않는 종족이니…….”
“매, 매…”
“맥켄지 광산을 아십니까!?”
아예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할 정도로 놀라 말만 더듬는 리더를 대신해 베르코가 대신 질문을 던졌다.
나름대로 명석한 드워프인 그였기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나, 그 역시 당혹감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오죽 땀을 흘렸으면 그들의 잘 꼬아진 수염을 타고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지저분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천 년 전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자주 들렀었지. 그 곳에 ‘노움의 눈물정(?)’ 단골이기도 했고 말이야.”
“흐이이이익…!! 노움의 눈물정까지 아시다니…!!”
말이나 더듬고 제대로 한마디 하지 못하던 리더가 경악을 하며 소리쳤다.
맥켄지 광산은 천 년동안 단 한 번도 발각되지 않은 은밀한 도시였고, 천 년 전에도 그 위치를 아는 자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알려진 비밀스러운 나라였다.
하물며 천 년의 시간동안 외부와의 그 어떠한 접촉도 없이 숨어 지낸 드워프들이었기에 외부인이라면 맥켄지 광산 자체를 모르거나, 이미 예전에 사라졌다고 여겨야 맞을 정도의 일인 것이었다.
심지어 맥켄지 광산의 유명한 여관마저 알고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되는 셈이었다.
결국 숨이 넘어갈 정도로 놀라 버린 리더 탓에 자세한 대화는 그가 진정할 때까지 십 분 정도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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