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09화 (109/216)

〈 109화 〉 드워프 조사대 구출 (4)

* * *

그토록 잔혹하고 두려울 것이 없었던 휴미안 병사들의 낯은 흙빛이 되었다.

겨우 일백 년 남짓한 짧은 생을 사는 그들로서는 아스타리스 대륙의 나약한 이종족 생존자들 이외에는 무력을 사용해 본 적이 전무했으니,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는 세계에서는 그들 손에 들린 무기가 최강이었던 것이다.

마력석에 저장되어있는 마력을 일시에 폭발시키며 사출하는 마력광선 앞에서는 그 어떤 존재도 꼬리를 내리기에 바빴고, 무의미한 저항을 하다가 개죽음을 당하거나 절망에 사로잡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자신들의 적수는 고작해야 드래곤밖에 없고, 자신들의 위에는 오로지 12신들만이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의 눈앞에서 격노의 감정을 드러내며 심장이 멎을 듯한 살기를 방출하고 있는 데모니안 여성은 그들의 편협한 상식을 모조리 박살내고 있는 것이었다.

십인장의 머리를 단숨에 터뜨려 한낱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데모니안 여성의 일격.

휴미안 병사들은 일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압도적 맹위 앞에 몸을 떨었다.

그 강렬하면서도 섬전과 같은 일격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여성은 분명 자신들의 집중 사격을 여유롭게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여성은 단 한 줄기의 마력광선조차 피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방어구도 없이 순수한 맨몸으로 모든 포화를 받아낸 것이었다.

자신들의 총기에 삽입된 마력석이 빛을 잃을 때까지 퍼부었던 총공세를 모조리 받아내고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는 분명 자신들에게 과시를 하기 위함이었다.

‘네깟 것들의 공격은 피할 가치도 없을 만큼 보잘것없다.’

그리고 휴미안 병사들은 데모니안 여성의 진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속히 예비 마력석을 꺼내어 고갈된 마력석과 교체한 뒤, 재사격을 가해야 했으나 아홉의 병사들 중에서 그 간단한 일을 해낸 이는 전무했다.

손이 마구 떨리고 시야가 흐려진 까닭에 예비 마력석은커녕 수납 포켓의 단추조차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을 마왕이라 소개한 데모니안 여성.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는 그들의 비참한 상황에 결코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끄아… 하으으아아아아!!!!!”

벌벌 떨리는 손으로 수납 포켓의 단추를 풀려 애를 쓰다가 좀처럼 해결이 안되자 초조해진 병사 하나가 우악스럽게 단추를 쥐어 뜯어내고 예비 마력석을 꺼내려 했다.

그가 수납 포켓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순간, 그의 앞에 네로멜티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 말 그대로 잔상조차 보이지 않았던 찰나의 순간에 병사의 앞으로 쇄도한 네로멜티아는 그대로 병사의 다리를 걷어찼다.

측면으로 가해진 네로멜티아의 공격은 언뜻 보기에도 그다지 큰 힘을 싣지 않은 것 같았고, 심지어 크게 휘둘러지지도 않아서 겨우 무릎 아래에 닿았을 뿐이었다.

마치 가벼운 공차기 놀이를 하는 듯 건성으로 휘둘러진 사소한 발차기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발차기에 가격당한 휴미안 병사의 경골(??)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그저 부러진 수준이 아니라 산산이 조각나 터져 나가버렸고, 회복은커녕 다리였던 잔해를 찾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분쇄된 것이었다.

애초에 다리와 다리가 부딪치며 발생한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굉음이 났다.

그것은 마치 광산을 뚫기 위해 터뜨리는 도화선 폭탄의 폭발음과도 같았던 것이었다.

“히이이이… 이… 이게 뭐야아아… 으흐흐흐…”

콰직!!!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나타난 네로멜티아에게 놀라 기어 들어가는 신음을 토한 휴미안 병사는 자신의 다리가 일순간에 사라지자 절망이 가득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이 아니었고 단지 사지를 잃고 불구가 되었다는 비참한 현실에서 발생한 반사적인 감정 표현이었다.

그나마도 다리를 잃은 채 쓰러져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나서는 실성한 듯이 실실 웃는 모습을 보였다.

급작스러운 고통을 견디기 위해 신체가 엔도르핀을 미친 듯이 뿜어내는 중이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련한 절망 속의 웃음은 네로멜티아가 병사의 머리를 짓밟는 순간 끝을 맞이했다.

마치 무른 토마토 따위가 으깨진 듯 시뻘건 핏물과 뇌수를 뿌리며 지면과 하나가 된 병사의 머리.

단 한 번 밟았을 뿐임에도 본래의 형체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철저히 으깨진 것이었다.

“히… 히이이이이이…!!!”

“허으으으으…….”

그 이후 남은 병사 여덟이 보일 반응은 그야말로 일목요연한 것이었다.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실성한 듯이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거나.

그러나 네로멜티아의 자비 없는 공격은 차례대로 참혹한 시체를 늘려갔다.

고깃덩어리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훼손된 휴미안 병사들의 시체.

여덟 명의 휴미안 병사들이 모두 사망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십 초도 되지 않았다.

“흐이이이이…!!”

찰나의 학살을 마친 네로멜티아가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 가뜩이나 겁에 질려 있었던 드워프들은 말 그대로 기겁을 하며 흐느낌에 가까운 신음을 흘렸다.

본래 대장장이를 업으로 삼는 종족이면서도 전사의 명예를 가지고 있었던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데모니안 여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할 생각이었다.

자신들의 탓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죽음에 이른다는 것은 자신들의 죽음보다도 더 큰 굴욕.

자신들의 행동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노예 생활보다도 더 큰 절망.

죽음을 불사할 각오를 다지고 저마다의 무기를 쥐며 함성을 내질렀던 드워프들은 네로멜티아의 살기를 목견하고 말 그대로 헬하운드(Hellhound)앞의 강아지가 되어 버렸었다.

건방떨지 말라는 욕지거리 한 마디가 이토록 섬뜩한 건 일생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 목격한 학살의 현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것은 압도적인 힘과 소름 끼치는 살기로 이루어진 시뻘건 참상이었다.

“너무 겁내지 말 거라. 조금 전 나의 태도가 과했다면 사과하겠다.”

“히이이이익!!!”

네로멜티아는 멋쩍은 모습으로 드워프들을 달래 주었다.

일단 천 년에 이르는 분노에 이끌려 휴미안들을 모조리 도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드워프들이 이토록 겁에 질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여 사리 분별을 잘하지 못하는 드워프들은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긍심과 오만을 구분하지 못하는 종족이었었다.

그렇기에 어찌할 수 없는 강대한 적이 나타나도 드워프들은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도끼나 해머 한 자루씩을 치켜들고서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는 무식한 종족이었다.

적어도 네로멜티아의 기억과 상식에서는 그러했었다.

천 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드워프들이 이토록 담이 작아졌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물론 다른 드워프들을 다 만나 본 것이 아니었기에, 이들만 유독 겁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만 이후에 벌어진 일은 해도 너무 하다고 생각했다.

후두두두둑

“어, 어어?”

네로멜티아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워 걸음을 멈추고 오히려 드워프들에게서 거리를 두기까지 했다.

네로멜티아가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드워프들이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린 것이었다.

바지의 질긴 원단을 타고 지린내 나는 오줌이 질질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드워프 조사대의 리더가 눈을 까뒤집고 쓰러져 버렸고, 순서대로 모든 드워프들이 지면에 널브러졌다.

어색한 적막이 감도는 평원의 한복판.

네로멜티아는 쓰러져 혼절한 드워프들을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지었다.

“으으으으응…”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정신을 차린 드워프 조사대의 리더는 불현듯 떠오른 기억을 더듬자 기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바지를 내려다 보고 이상이 있는 지 샅샅이 살폈다.

“휴우…….”

리더는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이마에 질척한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그 끔찍한 참상의 기억은 모조리 꿈일 뿐이라고 생각해 안심한 것이었다.

분명 자신이 정신을 잃기 직전에 실례를 했었는데, 바지는 방금 세탁한 것 같이 보송보송했고 지린내라고는 티끌만큼도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꿈에 불과했다고 생각했다.

평원을 가로지르다 휴미안에게 쫓겼던 절망적인 상황도.

그 이후에 마주했었던 죽음 그 자체와도 같은 데모니안 여성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학살의 참상도.

모든 것이 한 순간의 꿈일 뿐이라는 생각에 행복을 느낄 정도로 안도하는 것이었다.

“정신이 드느냐?”

“히끅…!!!”

리더는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름 끼치는 음성에 놀라 질겁하며 숨을 들이켰다.

그 음성 자체가 소름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음성 자체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끔찍한 악몽으로 치부했던 기억.

그 기억 속에서 들을 수 있었던 데모니안 여성의 목소리와 동일한 것이었기에 섬뜩했을 뿐이었다.

두려움에 전신이 마비된 리더는 감히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아…….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긍지 높은 드워프라고 할 수 있겠느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