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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00화 (100/216)

〈 100화 〉 마왕의 연인들 (2)

* * *

어슴푸레한 빛이 하루의 시작을 은근하게 알려오는 새벽.

자신의 거처에서 나온 베아트리스는 마왕성의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마왕을 비롯한 중요 인사들의 식사에 쓰일 식재료를 선별하는 일이었고, 그 이후에야 노동에 힘쓰는 백성들에게 지급될 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백성들에게 지급될 식사는 다른 주방 인원들이 마련하는 것이기에 그녀는 전체적인 지시와 관리를 진행할 뿐이고, 그 이후에 자신의 주된 업무인 중요 인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아트리스의 이러한 고정적인 일상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입니까?”

베아트리스는 좋지 않은 기분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할 식당 인원들 중 일부가 거의 죽어가는 녹초가 되어서 나타난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잠을 잘못 잤다거나 병이 났다거나, 혹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둘러댈 뿐이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벌써 일주일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었고, 이는 베아트리스 본래의 업무인 중요 인사들의 식사 준비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제 시간에 나타난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었고, 심지어는 곯아떨어져서 나타나지 않는 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인력난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베아트리스가 노동자들의 식사 준비까지 돕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요새 몸이 좀 허한 게… 면목 없습니다…….”

“됐습니다. 화덕은 다른 분께 맡길 테니 감자를 씻어 주세요.”

행여나 졸아서 불 조절을 망칠까 걱정이 되었던 베아트리스는 그에게 다른 업무를 지시했다.

그저 길어놓은 물에 감자를 담가 흙을 씻어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업무.

당사자는 무척 다행이라는 듯 화색이 돌았으나, 베아트리스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

아침 식사가 모두 끝난 뒤, 베아트리스는 다른 일정을 위해 식당 밖으로 나섰다.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날 때까지 식당에 나타나지 않은 인원들을 잡아 오기 위해서였다.

본래 베아트리스는 상습적인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한 편이었다.

한두 번의 실수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위반 사항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 불참은 마음가짐이 나태하고 해이해졌기에 이루어진 거라 판단하고, 상대가 엎드려 오열할 때까지 벌을 주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베아트리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불참한 인원의 거처에 찾아가 그를 깨워서 데려오는 일뿐이었다.

피치 못하게 건강이 악화되어 아프다는데, 닦달하거나 지적할 수는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들이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고,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 그들에게 벌을 주기에는 대의가 부족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길을 걷던 도중 들려온 성난 호통.

넬라넬라가 인부 몇을 세워두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지휘관으로서의 넬라넬라는 평소 그녀가 보이는 차분하고 배려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근엄하고 엄격한 모습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현재 넬라넬라의 모습은 그 기세가 더욱 강해 불을 토하는 드래곤같이 보일 지경이었다.

“분명 피로가 쌓였다 해서 휴일을 주었다! 그럼에도 몸이 아프다길래 하루의 휴일을 더 주었어! 그러고도 여전히 아프다니까 진료를 받고 하루를 더 쉬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하… 하지만 정말 기력이 없습니다…!”

“군의관이 이상이 없다고 진단하지 않았나! 언더 바르커스의 치료소에도 진료를 의뢰했으나! 역시 이상이 없다 하지 않나!! 심지어 마법 관리소에서 스캔(Scan)을 통해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어 단순히 기력 소진이라고 진단이 나왔는데! 어떻게 사흘을 쉬고도 여전히 피로를 호소한다는 말인가!!!”

사실 지휘를 엄격하게 하는 성격이지만, 넬라넬라의 천성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선량했다.

다른 이들을 잘 배려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열심히 도왔으며, 다른 이들을 지켜주길 좋아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토록 열화와 같이 화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노골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였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베아트리스의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변해갔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식당의 뒷정리를 하는 시간.

베아트리스는 다음날 사용될 빅 보어의 고기를 염장(??)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미 교육이 끝난 담당 인원이 해야 할 업무였으나, 그는 피로를 호소하며 일찍 돌아갔기에 베아트리스가 직접 작업을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주방 인원들 역시, 일찍 돌아간 이들의 업무를 대신 짊어지느라 늦게까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카보니 숲의 요리사들과도 교류를 진행해야 했고, 언더 바르커스의 농경지에 들러 식재료의 관리도 진행해야 했으나 그런 일에 신경을 쏟을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빠 식당에만 묶여 있었다.

넬라넬라가 첫경험을 이룬 날로부터 시작된 이 비정상적인 일상은 무려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었다.

이대로는 베아트리스가 다른 업무를 포기하고 식당의 일에만 매진하던가, 식당 음식의 완성도를 줄이고 대충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 아프다는 인원들을 자르고 새 인원을 선발하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그들이 식당일 말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나아지진 않을 것이었기에, 폭탄 돌리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 뻔해서 택하기 힘든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명색이 마왕군 간부인데 식당 일에만 매진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질 나쁜 음식이 내어지게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베아트리스는 갈 곳을 잃은 분기를 억누르며 소금을 뿌릴 뿐이었다.

“저…….”

한숨을 지으며 고기에 소금을 뿌리던 중, 한 고블린이 다가와 베아트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무척이나 위축된 모습으로 다가와 입을 뗀 어린 고블린.

다섯 살 정도 될법한 작은 소년이었다.

주방의 자잘한 심부름을 돕는 일을 했던 그 소년은 성체 고블린보다는 작았으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자랐기에 스스로 나서서 어른들의 일을 돕는 기특한 소년이었다.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고는 하나 성체로의 성장이 빠른 고블린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의 나이는 더욱 적을 것이었기에, 다섯 살 정도로 추정되는 것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 저… 요새 아저씨들이 왜 아파하는지 알고 있어요…….”

순간 베아트리스의 눈빛이 서늘한 안광을 번뜩였다.

곧바로 기세가 거두어지긴 했으나, 찰나의 순간에 발산된 기세에도 고블린 소년은 무척 두려워하며 몸을 떨었다.

베아트리스는 차분히 무릎을 꿇어 소년과 시선을 맞춘 다음,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겁내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궁금할 뿐입니다.”

두려워하는 고블린 소년을 같은 높이에서 대해 주는 베아트리스.

그녀의 눈빛은 무척이나 온화했고,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자애로운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마왕군 간부라는 직함에 위축되어 있던 고블린 소년은 강대한 존재가 드러낸 섬뜩한 기세에 숨이 멎을 듯 겁에 질렸었으나, 베아트리스가 보여주는 따뜻한 모습에 공포심이 차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침을 한 번 삼키며 마음을 가다듬은 고블린 소년은 뭔가 결심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이야기했다.

“밤마다 아저씨들이 마녀님 집에 들어가는 걸 봤어요!”

“… 헤스티니아 위즈위치님 말씀이신가요?”

“네!!”

베아트리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거론되자, 그 내막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은밀하면서도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을 느낀 베아트리스는 고기의 염장을 다른 이에게 맡긴 뒤, 고블린 소년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

자신과 똑같이 피해를 본 넬라넬라도 호출해서 같이 이야기를 들어볼까 했으나, 헤스티니아가 얽혀 있다는 말에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부르지 않았다.

속이 시커멓고 음흉한 마녀와 얽혀 있는 문제가 제대로 된 내용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현저히 적다고 추측했고, 이런 문제를 굳이 러스테리아나 넬라넬라같은 순수한 여성들이 겪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강직하고 정의로운 크로포드라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내용일 경우 일을 크게 만들고 분노에 차올라 날뛸 확률이 다분했으며, 베리베리는 무척이나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으니 이런 일로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운과 아티스는, 의논 상대조차 될 수 없는 이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하찮은 일이 주인의 귀에 들어가, 주인의 귀를 어지럽히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할 것이었다.

베아트리스는 이 일에 대해서는 되도록 혼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블린 소년을 데리고 자신의 거처로 향하는 베아트리스의 발걸음은 유독 무거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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