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 러스테리아의 구직 활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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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한 환경의 카보니 숲.
무성한 수풀의 싱그러운 풀 내음이 기분 좋게 밀려오고 앙증맞은 아기 새의 지저귐이 귓가를 간질어 오고 있었다.
데카스트라스 산맥의 아래, 카보니 숲의 낮은 고도의 지역.
오우거 마을의 공터에 오우거 부족장 오운과 오우거 부족 전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러스테리아와 넬라넬라가 서 있었다.
가녀린 목선부터 이어지는 고운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를 한껏 드러내는 이너 크롭 탑을 착용한 러스테리아.
상의가 다소 타이트한 구조였던 탓에, 그녀의 신체 굴곡이 의상의 위로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의는 기장이 발목까지 이르는 긴 바지를 입었으나, 그 역시 타이트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녀의 부드러운 각선미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 모두 천천히 따라 해 보는 거예요!”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잔뜩 흥분하고 있던 오우거들의 앞에서, 러스테리아는 신체를 쭉 펴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두 팔을 높이 뻗으며 전신을 길게 뻗는 러스테리아.
허리가 다소 후방으로 구부러지며 그녀의 큰 가슴이 전방을 향해 내밀어졌다.
상체를 좌우로 기울이며 허리를 최대한 구부리는 러스테리아.
중력을 받는 방향이 좌우로 바뀔 때마다 그녀의 큰 가슴이 형태가 바뀌고 있었다.
두 다리를 곧게 뻗어 벌린 상태로 상체를 앞으로 낮추며 지면을 짚은 러스테리아.
그녀가 반동을 주어 허리를 흔들 때마다 그녀의 큰 가슴이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양쪽 손바닥과 팔꿈치를 서로 마주하게 붙인 채 그것을 떨어뜨리지 않고 최대한 위로 뻗는, 다소 어려운 자세를 익숙하고 유연하게 해내고 있는 러스테리아.
모아진 두 팔에 압박을 받던 그녀의 큰 가슴이 팔이 올라감에 따라 같이 따라 올라가며 그녀의 윗가슴이 도톰하게 부풀어 올랐다.
“하나! 둘! 하나! 둘!”
넬라넬라는 러스테리아가 선보이는 운동에 도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자세의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러스테리아의 큰 가슴은 강렬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넬라넬라의 집중력을 단숨에 깨부수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신체를 흔들거나 힘껏 구부리는 등의 특정 자세를 취할 때면, 면적이 무척이나 좁았던 이너 크롭 탑의 너머로 러스테리아의 큰 가슴이 노출도를 더욱 높여대고 있어 온 정신을 빼앗기기 일쑤였던 것이다.
아침에 러스테리아의 품에 안긴 채 볼 수 있었던 그녀의 젖가슴.
젖가슴의 계곡 사이에 그녀의 달콤한 체향을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한 여체의 아름다움.
은밀히 감춰져 있어야 할 젖가슴 첨단의 은은한 붉은빛이 감돌던 유륜까지 엿볼 수 있었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감상했던 매혹적인 살덩이.
넬라넬라는 아침에 있었던 한순간의 자극적인 사건이 떠올라 현재의 러스테리아를 제대로 지켜보기 힘들었다.
“흣! 흐응! 햣! 흐앗!”
러스테리아는 순수하게 열정을 불태우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으나, 그녀가 신체를 움직이며 내는 음성은 묘하게 야릇한 것이었다.
서서히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며 그녀의 뽀얀 피부가 촉촉이 젖어 빛을 반사하기 시작했고, 혈기가 돌아 은근히 붉게 상기되는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넬라넬라는 역시 서큐버스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러스테리아 본인이 딱히 의도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애절하고 강렬한 색기를 흩뿌릴 수 있다니 경이로울 지경이었던 것이다.
여성인 자신이 지켜봐도 이렇게 매혹적인데, 남성들은 애간장이 녹고 이성을 잃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넬라넬라는 오우거들이 걱정되어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혈기 왕성한 오우거 부족 전사들이 이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지 걱정이 된 것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이성을 잃고 러스테리아에게 무례한 언동이라도 보이면 곤란한 것이었다.
“으음.”
“음.”
“흐음.”
넬라넬라는 적어도 오우거들이 호흡이라도 거칠어져 있을 줄 알았다.
같은 여성인 자신이 보아도 야릇한 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데, 남성이라면 속히 말해 눈이 돌아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우거들은 오히려 러스테리아가 몸을 움직이기 전에 보였던 흥분과 기대감마저 깨끗하게 사라진 모습이었다.
오히려 팔짱을 끼거나 턱에 손을 대고 차분하면서도 유심히 그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흥미로운 현상을 지켜보는 연구자나 학자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혀를 차거나 한숨을 짓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넬라넬라는 뒤늦게 오우거 부족 전사들의 특징을 떠올리고서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아… 하아… 제가 고안한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 체조예요!”
호흡이 거칠어진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체조를 마무리하며 기대감에 부푼 모습으로 자신 있게 설명을 이었다.
러스테리아는 운동과 훈련을 좋아하는 오우거들에게 효과적인 운동법을 제시하고 전파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사 훈련 관리관 러스테리아가 이 계획의 제목이었다.
“흐음. 비서관 아가씨는 이 체조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으음! 최소한의 체력 소모로 전신의 모든 근육을 자극할 수 있어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는 거죠! 군살도 잘 빠질 거예요!”
“크으으으으!! 물러!! 물러!! 너무나도 물러!!!”
자신감이 충만했던 러스테리아의 설명에 오운은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고함을 쳐버렸다.
오운의 격렬한 반응에 러스테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신체를 움찔 떨었고, 넬라넬라 역시 놀라 버려 반사적으로 러스테리아를 감싸 안았다.
자신도 모르게 가녀린 러스테리아를 지키고자 나온 행동.
그러나 오운은 딱히 그녀에게 해코지를 할 셈은 아니었다.
“이런 애들 장난으로는 택도 없다! 형제들이여! 우리 오우거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 주자!!!”
“훔!!!”
“해방하라!!!”
“훔!!!”
오운의 맹렬한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반응하는 오우거 부족 전사들.
그들은 오운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자신들의 상의를 모조리 벗어 던졌다.
불끈거리는 거대한 근육들이 저마다 자아를 가진 듯 역동적으로 부풀어 올랐고, 러스테리아의 손가락보다도 굵은 혈관들이 뱀처럼 꿈틀댔으며 얼마나 근육층이 두꺼웠던지 힘을 가할 때마다 근육에서 소리가 날 정도였다.
“프런트 더블 바이셉스!!!”
“훔!!!”
오우거들 특유의 근육을 자랑하는 자세가 일제히 펼쳐졌다.
두 팔을 위로 구부린 채, 이두근을 비롯한 여러 팔근육과 대흉근을 아울러 상체 근육 전체를 과시하는 자세.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고서 비명을 질렀다.
“흐꺄아아아아…!!”
“호오, 정말이지 멋진 근육이군요.”
네로멜티아와 베아트리스가 오우거들의 근육 자랑에 휘말려 고통받고 있었을 때, 러스테리아는 휴미안들이 건설한 장벽을 발견하고 복귀하는 중이었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날 마왕과 메이드가 느꼈었던 복잡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오늘에서야 그녀 역시 고스란히 느끼게 된 것이었다.
반면 넬라넬라는 다소 차분하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히려 어느 정도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순수하게 그들의 신체를 칭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운은 자신들의 자랑이자 일생의 숙원인 근육을 칭찬해 주는 넬라넬라를 보며 깊은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느낌의 훈훈한 미소를 지은 오운은 넬라넬라의 팔을 붙잡았다.
이백 멘톨의 장신을 가진 넬라넬라도 육백 멘톨에 육박하는 거대한 오운에게는 작은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오운의 두툼한 손바닥은 넬라넬라의 팔꿈치 아래부터 손목에 이르기까지의 면적을 모두 덮을 정도로 거대했고, 넬라넬라의 전완근을 매만져보던 오운의 손에서 엄지손가락이 펼쳐져 그녀의 상완이두근과 팔삼두근을 만져댔다.
“넬라넬라 너 역시 대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고작 이백 멘톨의 작은 체격을 가지고 이토록 완벽한 근육을 가꿀 수 있다니 놀랍다!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가진 이상적인 근육이라니!”
넬라넬라에게서 손을 뗀 오운은 그녀의 잘 단련된 근육에 무척이나 감탄하며 호기롭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남성이 넬라넬라를 이렇게 만져댔다면 넬라넬라는 분명 주먹을 날렸을 것이었으나, 오운의 기색에 어떠한 불순이나 음심은 전혀 없었기에 그녀는 반응할 수 없었다.
오히려 오운의 손에는 근육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고, 그건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타인이 보더라도 숭고함을 느낄 정도였다.
“형제들이여! 여기 공병대장 넬라넬라를 본받아 더욱 이상적인 근육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오! 근육 여신! 넬라넬라!”
“이상적인 근육! 넬라넬라!”
“으오오오오! 최고의 근육이다! 넬라넬라!”
넬라넬라는 부끄러워 낯이 상기되었다.
다 큰 여성에게 근육을 운운하며 함성을 질러대는 오우거들은 그들의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결국 여성에게 공개적으로 부끄러움을 안겨줄 뿐이었다.
“그, 그만하십시오! 저 그렇게 근육질 아닙니다!”
“무슨 소리냐! 근육의 여신이 있다면 넬라넬라다!”
“겸손도 과하면 해가 된다! 우리의 극찬을 순순히 받아라, 넬라넬라!”
넬라넬라가 여성으로서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던 오우거들은 오히려 칭찬의 세례를 더욱 거센 기세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우거들의 부담스럽고 부끄러운 극찬 세례에 난처해하는 넬라넬라의 뒤로 그들의 모습을 착잡한 심경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러스테리아.
오운은 문득 러스테리아에게 다가와 팔짱을 낀 채, 그녀의 신체를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는 등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오운.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러스테리아가 불편한 미소를 보일 즈음, 오운은 한숨을 지으며 러스테리아를 향해 말했다.
“비서관 아가씨는 운동 좀 해야겠어. 전신이 온통 말랑말랑하잖나. 이런 건 그저 살덩어리야.”
“으으으으으…!!!”
순간 의미 모를 부끄러움과 분함을 느꼈던 러스테리아는 주먹을 꼬옥 쥐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녀는 단 한순간도 자신의 신체에 모자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특히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주인 네로멜티아는 언제나 그녀의 신체에 여러 가지 찬사를 보내며 달콤한 속삭임을 들려주었었다.
그러나 주인이 늘 애정을 담아 칭찬해 주던 러스테리아의 신체를 오운은 그저 운동 부족의 살덩어리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높은 지성을 가진 그녀였기에, 근육을 좋아하는 오운의 시점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은 있었으나 의미 모를 수치심과 불쾌감을 애써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놓았던 그녀의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 체조는 분명 허술한 부분 없이 전신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적인 운동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운동에는 등급이 있다는 것이었다.
거대한 바위와 통나무를 들고 휘두르는 등의 굉장한 규모의 단련을 하는 이들에게 체조는 그저 애들 소꿉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일이었다.
러스테리아는 추욱 처진 모습으로 게이트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넬라넬라는 그런 러스테리아의 뒤를 따라가려고 애를 썼으나 자신을 둘러싸고 극찬의 세례를 퍼붓는 오우거 부족 전사들을 뿌리치지 못해, 러스테리아가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도 차 한 잔 마실 즈음의 시간이 더 흘러서야 그녀를 따라갈 수 있었다.
연거푸 실망한 러스테리아를 어떻게 위로해 줄지 근심을 가지고 게이트를 넘었던 넬라넬라.
그러나 게이트를 넘어 마왕성의 광장에 도착한 넬라넬라가 발견한 것은 힘없이 토라져 버린 러스테리아가 아니었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제복을 착용하고 있는 러스테리아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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