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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82화 (82/216)

〈 82화 〉 러스테리아의 한가한 오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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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양상추와 치커리가 주재료인 샐러드.

알싸한 향의 겨자잎과 달콤한 향기의 애플민트가 함께 뒤섞여 있었고, 탱글탱글하고 신선한 체리 토마토가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다.

러스테리아는 구성이 훌륭한 이 샐러드가 마음에 들었고, 포크로 양껏 찍어서 한입 맛을 보았다.

“으흐으으으응!!!”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샐러드라 한다면 간단한 채소만을 몇 종류 썰어 넣고 한데 뒤섞었을 뿐이었는데 이토록 고급스러운 샐러드가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는 현실이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샐러드 위에 듬뿍 뿌려진 마요네즈.

러스테리아는 이 짭짤하고 고소하며 달콤한 맛이 일품인 소스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마요네즈의 끈적함 만큼 온갖 행복한 맛이 흠뻑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카보니 숲과 태고의 숲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마왕성의 식량 사정은 무척이나 좋아졌다.

사실 이전에는 언더 바르커스의 식량을 끌어와서 마왕성의 식량 사정을 해결하고 있었는데, 원래 그 식량들은 언더 바르커스의 주민들만이 소비하기에도 빠듯한 양이었으니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언더 바르커스의 데모니안들이 마왕성 재건 공사에 투입되면서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그들이 소모하는 식량은 더욱 늘어났고, 고블린들이 합류하자 식량은 더욱 빠듯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고블린들에게 원래 먹던 대로 하수도에 내려가 이끼나 뜯어 먹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카보니 숲과 태고의 숲이 영향권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 것이었다.

카보니 숲의 식량 역시 거주민인 오크와 오우거들이 나누기에도 빠듯한 사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카보니 숲의 특산물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오크들이 농업으로 이루어낸 사탕수수나 빅 보어 고기 같은 식재료는 현재 테라리스의 사정으로는 누릴 수 없는 특혜 중의 특혜였다.

그리고 태고의 숲은 말 그대로 식량 자원의 보고였다.

아무래도 헤스티니아가 농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기에 대량으로 얻을 식량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가 태고의 숲을 관리하며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보존되어왔고, 그 다양한 품종들을 수집해 농업 생산 계획에 추가하니 이처럼 다채로운 식재료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거기다 점차 마왕성의 농업을 위한 개간 지대가 증가하며, 식량 생산이 풍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양한 품종의 동식물 식량들을 확장되어가는 개간 지대를 이용해서 대량 생산한다.

헤모니겐트의 식탁은 날로 풍성해져 가고 있는 것이었다.

태고의 숲이 헤모니겐트의 영향권에 들어온 지, 한 달이 흐른 시기였다.

이전보다 업무가 상당히 수월해진 러스테리아는 끼니를 거르기는커녕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이 한가해졌다.

본래 러스테리아의 업무 중 상당수를 차지했던 마왕성 재건 공사 관리 업무의 경우 오크 공병대를 지휘하는 넬라넬라가 전권을 위임받았고, 나아가 그녀는 관리뿐만 아니라 계획과 운영의 권한 역시 일임받은 상황이었다.

계획과 설계 같은 중대사의 경우는 헤모니겐트의 전권(??)을 소유한 네로멜티아와 논의를 통하여 진행하곤 했으나, 네로멜티아는 웬만하면 넬라넬라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에 마왕성의 재건은 별다른 차질없이 순탄하게 진행 중이었다.

식량의 운송 업무 역시 러스테리아의 업무였으나, 이는 마왕성의 주방을 휘어잡은 베아트리스가 맡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베아트리스같은 고급 인력을 자신의 곁에 마냥 세워둘 뿐인 상황이 아까웠던 네로멜티아가 그녀에게 마왕성의 주방 인원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라는 업무 지시를 내린 것에서 비롯되었다.

교육을 진행함에 따라 베아트리스는 ‘잘도 이런 음식을 주인님의 식탁에 올리려 드시는군요.’ 같은 독설을 내뱉으며 점차 주방의 요리 교육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식자재의 관리까지 하겠다며 언더 바르커스 뿐만 아니라 카보니 숲에서 들어오는 식자재의 운송과 관리 업무까지 책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주기적으로 마왕성과 카보니 숲의 요리사들을 모두 모아 놓고 교육하는 강연까지 개설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베아트리스의 냉혹한 교육과 살벌한 독설에 주눅 들었던 요리사들도 점차 열정인지 오기인지 모를 감정에 휩쓸려 필사적으로 요리를 연마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베아트리스가 강연장이나 주방에 있는 시간이면 ‘이 계란은 너무 덜 익혀서 병아리가 미지근하다고 불평하겠습니다!’ 라던지 ‘이 고기는 너무 익혀서 대장간에서 숯으로나 쓸 겁니다!’ 라던지 하는 독특한 독설들이 흘러나오곤 했다.

물론 러스테리아가 알 바는 아니었다.

“으흥흥흥 으흥흥 으흐흐흥!”

러스테리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책을 하고 있었으나, 전혀 조바심 나는 것이 없었다.

마왕성의 여러 간부들이 그들의 특기에 맞게 업무를 분담하고 나니 그녀에게 남은 업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새롭게 배정받을 업무조차 없는 것이었다.

마왕성의 인사 관리는 애초부터 크로포드가 총괄하고 있었고, 그가 예전부터 언더 바르커스를 운영해 온 책임자라는 기반이 있기도 했으나 그 특유의 청렴결백하고 공정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호감과 존경을 샀기에 크로포드의 말이라면 대부분 납득하고 넘어가니 중재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헤모니겐트의 소드 마스터이자 블랙 나이트의 단장이라는 그의 주된 직함보다, 이제는 마왕성의 인사 책임자가 더 익숙한 직함이었다.

모든 자원 분배와 재정 관리 업무는 아티스가 총괄하고 있었다.

한 달 전 아티스의 재판 당시 그가 경제 계획과 재정 관리에 영민한 두각을 드러냈기에, 네로멜티아는 그가 큰 죄를 지은 상황임에도 오히려 그에게 권한을 일임해주며 가까이 두고 쓰기로 한 것이었다.

이는 측근들 사이에서 다소 반론이 제기될 정도로 상당하게 파격적인 선택이었고, 그만큼 아티스는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며 거듭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었다.

“츕! 츕! 암냠냠.”

얼마 전 사랑하는 주인님이 선물로 주신 막대 사탕을 맛보며 산책을 하는 러스테리아.

그녀는 옛 마왕성의 본성이 있었던 자리에 설치된 연구소를 바라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이 장소 역시 그녀와는 인연이 없는 장소였다.

제9위계의 마법까지 사용하는 최고위 마법사였던 러스테리아였기에 연구소의 관리 업무를 배정받을까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테라리스의 역사에 기록될 만큼 마법적 권능이 뛰어났던 러스테리아보다 더 우월한 마법 능력을 가진 헤스티니아가 합류한 까닭에, 연구소의 관리는 현재 헤스티니아가 맡게 된 상황이었다.

분명 러스테리아가 지닌 제9위계의 마법 능력은 전설적인 업적이었으나, 헤스티니아는 그보다 상위인 제10위계의 마법 능력을 소유한 신화적인 존재였다.

심지어 차원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이능(??)마저 소유한 데다, 약학, 생물학, 유전학, 화학, 마도학 등의 여러 학문에도 통달한 이였으니 러스테리아가 밀려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장차 연구소가 진행할 여러 계획들을 보자면 마도 공학에 능한 카디스텔라나 향후 영입 예정인 드워프까지 합류할 상황이었기에, 러스테리아는 전혀 낄 틈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드워프의 경우는 그들이 제대로 생존해 있을 경우에 한한 계획이긴 했으나, 아무래도 헤스티니아의 보증이 있었다 보니 드워프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우으므으음.”

커다란 막대 사탕을 입에 넣어,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러스테리아.

이 막대 사탕은 네로멜티아가 디멘셔널 스토리지에 보관하고 있었던, 천 년 전에 제조된 사탕이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고 모든 것을 영구히 보존하는 차원의 공간인 디멘셔널 스토리지의 특성상, 러스테리아가 현재 맛보고 있는 체리맛 사탕은 얼마 전에 제조한 것마냥 일말의 변색 없이 신선했다.

현재는 여유가 없어 제조할 수 없으나 현 마왕성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머지 않아 이런 사탕 같은 다량의 설탕이 요구되는 고급 과자들도 많이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러스테리아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초콜릿, 캐러멜, 캔디, 젤리, 태피.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과자들이 하나씩 떠오르자 러스테리아는 홍조가 떠오를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고, 향후 찾아올 설레는 미래를 몹시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러스테리아는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모두가 땀을 흘려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바위를 여럿 나르는 오우거.

목재를 규격에 맞춰 자르는 오크.

석회를 빻고 있는 고블린.

지면을 파고 두드리며 지반을 다지는 데모니안.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자신은 사탕이나 빨며 산책을 즐기고 있다는 걸 자각하자, 조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녀는 간간이 주인의 곁에 머무르며 호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그건 단지 주인이 요구할 때 차를 내오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게 다였다.

너무 수월한 까닭에 업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

자신의 주인조차도 러스테리아 자신이 마음대로 아무 때나 외출하더라도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넬 뿐, 딱히 붙잡지 않을 정도였다.

사랑하는 주인님은 러스테리아에게 ‘네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는 걸?’ 이라며 딱히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말했지만, 러스테리아는 의지가 되는 인재가 되고 싶었다.

그나마 주인의 곁에 머무르다 보면 이래저래 사소한 서류 업무나 심부름이 떨어지고는 하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 성에 차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상시 누군가는 반드시’ 마왕님의 곁에 머물러 호위를 하기로 했으니, 그 업무를 러스테리아가 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좋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사실 현재 네로멜티아는 대부분의 강자들이 각자의 임무를 배정받아 업무를 보고 있었기에, 호위를 받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러스테리아에게는 주인의 곁을 지키는 것이 나름 최선의 직책이기도 했으나, 문제는 그녀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헤스티니아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주인이 얼마나 강대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인지하게 되었었다.

자신은 수많은 마법진을 구축해가며 한참 만에 결계를 한 번 부순 것이 다였건만, 자신의 주인은 단지 맨손으로 차원을 찢어 헤스티니아의 끌고 나왔었다.

러스테리아 자신보다 더 강대한 이들이 몇이나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주인의 곁을 지키는 게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 주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이 닥쳐, 진정 호위가 필요해 졌다고 했을 때.

그 상황에서 도움이 될만한 인물은 헤스티니아나 카디스텔라, 크로포드, 베아트리스 정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같은 마왕성의 지역에 존재하는 헤스티니아나 크로포드, 베아트리스는 문제가 터지자마자 십여 초 내로 달려올 수 있을 정도의 존재들이었기에, 러스테리아가 곁을 지키는 일은 그다지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가늘고 고운 손을 꼬옥 쥐고는 간만에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찾아서 자신만의 업무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주인이 기뻐하며 칭찬해주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러스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러스가 너무 자랑스러워!

러스, 사랑해!

상상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지는 행복한 미래.

러스테리아는 어떻게든 큰 공이 되는 자신만의 업무를 찾고 싶었다.

그런 러스테리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넬라넬라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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