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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74화 (74/216)

〈 74화 〉 비밀 결사 유토피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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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연한 태양이 지며 하루의 끝을 알리고, 언제나 그렇듯 필연적인 밤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온갖 오염된 분진이 층을 이루어 세상을 덮고 있어도 그 너머에 생명의 빛을 나누어 주던 태양이 저물었고, 만물이 달콤한 잠에 빠져 휴식을 취할 정적의 시간이 찾아왔다.

마왕성의 재건으로 활기가 넘치던 주민들도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두 인영이 횃불이나 등조차 들지 않고, 그대로 어둠 속에 녹아들어 은밀하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마왕성의 지하에 자리한 하수도로 통하는 다수의 입구 중 하나였다.

그들은 계단을 반쯤 내려가서도 도중에 멈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계가 철저한 인물들이었고, 한참을 서서 주변의 동태를 살펴 이상이 없는 것을 몇 차례나 확인한 뒤에서야 하수도로 완전히 진입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멀리서 에워싼 채 지켜보는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데모니안과 고블린이라. 폐하께서 오크들만을 호출하신 이유가 있었군요. 비밀 결사의 일원에 종족의 구분조차 없다니, 진정 아무도 믿을 수 없으셨겠습니다.”

“뚜렷한 목적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절대적인 의지를 가지고 모인 이들이야. 종족은커녕 직책의 구분조차 없을 테니, 부끄러우나 나의 친위대라는 블랙 나이트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끄러우시다니 말씀을 거두어 주시지요. 진정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이토록 훌륭하고 자애로우신 마왕께서 친히 돌보고 계심에도 떳떳하지 못한 회동을 하는 저들입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결성된 조직인지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은밀한 회동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떳떳하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했기에 베리베리의 심기는 몹시 불편했다.

심지어 지난 연회에서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친분을 다졌던 아티스가 벌인 일이었기에 그는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었고, 자신의 군대에 지시를 내리는 태도에는 냉정함마저 깃들어 있었다.

“정찰조는 우리와 함께 진입한다. 저들의 위치를 파악하면 본대에 즉각 정보를 전달하여, 모든 인원이 저들을 포위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본대는 하수도 내부에서 저들을 포위하기 위해 각기 다른 입구로 진입할 조와 퇴각로 차단을 위해 하수도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할 조, 이렇게 둘로 나눈다.”

베리베리의 지시에 따라 일말의 주저함 없이 정확하게 둘로 나뉜 오크군.

진입조는 네로멜티아와 러스테리아, 베아트리스, 베리베리, 넬라넬라 그리고 오크 정찰대가 구성되었다.

각 중요 인사들은 현장의 빠른 정보 확보를 위해 빠짐없이 진입하기로 했고, 정찰대는 본대에 위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함께 하기로 했다.

크로포드는 네로멜티아의 뜻에 따라 작전에서 배제되었고, 오운과 오우거들은 은밀함을 요구하는 현 작전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아예 유토피아라는 비밀 결사의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음파 감지 센서를 이용한 공간 지각과 목표 위치 추적을 시작하겠습니다.”

“베아트리스를 따라 선발대 진입한다.”

몹시 어둡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지하 통로.

마왕성 재건 계획에 상하수도 정비 또한 포함되어 있었기에, 철저한 청소 작업 역시 이루어져 나름대로 깨끗한 환경을 보이고 있었으나 젖은 흙에서 피어오르는 퀴퀴한 곰팡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오크 정찰대가 준비한 등불은 전방의 한정된 범위로만 빛을 내보낼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었기에, 등불의 빛을 지면으로만 향한다면 그 밖의 범위로는 빛이 새어나갈 염려가 없어 유용했다.

그야말로 은밀한 작전에 어울리는 장비였고, 어둠 속에서는 앞을 볼 수 없었던 베리베리나 넬라넬라 그리고 오크 정찰대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장비였다.

“대체 이런 어둡고 음침한 하수도에서 뭘 하는 걸까요? 주인님은 아시나요?”

“… 예상되는 바가 있기는 한데……. 그런 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야.”

“역시 주인님! 알려주세요!”

“… 사실 나는… 네가 여기 오지 않았으면 했어……. 많이 놀랄까 봐…….”

러스테리아가 눈을 빛내며 네로멜티아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네로멜티아는 그녀가 원하는 답 대신 걱정이 가득한 자신의 심정을 알려줄 뿐이었다.

설령 이들이 반란을 꾀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순간에 섬멸할 수 있는 주인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러스테리아는 몹시 불안해졌다.

심지어 주인이 가진 걱정은 자신에 대한 것이었기에, 더더욱 불안하면서도 궁금증을 참기 힘들었으나 곧 현장에 도착할 상황이니 직접 눈으로 목견하고자 말을 아꼈다.

에고 돌 베아트리스의 음파 감지 센서를 통해 뒤를 밟고 있기에 표적과는 비교적 안전한 거리를 두고 이동할 수 있었지만, 베아트리스의 음파 감지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도착했습니다.”

“수고 많았어, 베아트리스.”

“… 누군가 연설하는 것 같아요.”

도착한 위치는 네로멜티아의 예상을 벗어난 장소였다.

적어도 하수도에서 다수의 인물이 회동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과거 고블린들이 거주지로 사용했던 거대한 공동 정도는 될 거라고 추측했었다.

마왕성의 드넓은 광장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었던, 하수도 내부의 광활한 공간.

그러나 도착한 장소는 네로멜티아의 기억상, 별다른 공간 없이 복잡하게 꼬인 통로만이 존재한 장소였다.

문득 발에서 느껴지는 지면의 이질적인 감각에 네로멜티아는 시선을 내렸다.

뭔가 청소를 열심히 한 것 같지만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있었던 하수도의 지면.

본디 석재로 이루어져 회백색의 빛을 띠었던 지면은, 현재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네로멜티아가 지면을 바라보자 일행 모두가 비로소 지면에 주목했다.

발에서 느껴진 이질적인 감각은 지면에 남은 흙이 밟히며 까끌거리는 감촉이었다.

“아예 굴을 파서 새로운 장소를 만들었나 보군요.”

“… 아티스……. 이렇게까지 해서 이루고 싶은 목적이 대체 뭐란 말인가…….”

석재 지면에 남겨진 흙을 조사한 넬라넬라는 그것이 하수도의 벽을 파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흔적이라는 걸 간파했다.

지하의 흙을 파서 공간을 만들고 흙이 무너지지 않게 석재로 벽과 천장, 지면을 만들어 건설한 하수도.

벽을 허물면 그 너머는 오로지 토사(??) 뿐이기에, 공간을 확장하게 위해 굴을 파면 해당 공간 만큼의 흙무더기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그 흙무더기를 외부로 날라 치우기는 했겠지만, 지면에 흙의 흔적이 남는 것은 어쩌지 못한 모양이었다.

베리베리는 아티스가 벌인 일이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대체 하수도의 확장 공사를 통해 숨겨진 공간까지 만들어가며 달성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 좋지 않은 미래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동지들이여! 오늘 오전, 모래 두더지가 체포되었다! 금방 풀려나긴 했으나, 크로포드 경은 그에게 ‘유토피아’에 대해 알고 있으니 항상 감시하고 있겠노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존재하는 줄도 모르고 지나칠 만큼 잘 위장된 입구.

누군가 드나드는 일 없이 단지 수로로서 이용될 뿐인 통로처럼 위장된 그것은 폭이 다소 협소했고 적게나마 하수가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이었고 수로치고는 높이가 상당했기에, 성인 오크도 충분히 고개를 들고 오갈 수 있는 통로였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다소 비좁고 물이 흐르는 입구의 모습을 보고 단순한 수로라고 여기기에 십상이었겠지만, 현재 베아트리스가 위치를 특정해 안내한 상황이었고 내부에서 음성까지 들려오고 있었으니 유토피아의 회동이 이 너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확정된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결연한 감정이 돋보이던 연설의 소리가 하수도 통로를 은은하게 울리며 전해져오고 있었다.

그 음성은 오늘 체포되었던 유토피아의 일원 에드먼드 윌슨을 모래 두더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회동에서조차 각자를 실명 대신 가명으로 지칭할 정도로 기밀을 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리베리가 정찰대를 본대로 긴급히 돌려보냈고, 네로멜티아를 위시한 일행은 그 좁은 통로로 조용히 나아갔다.

“크로포드 경의 수사망이 좁혀오면 우리의 집회가 발각되는 것도 시간문제! 그러하기에 오늘의 모임 이후로는 당분간 집회 없이 몸을 사려야 할 것이다!”

“크으으윽! 원통하다!!”

“우리의 꿈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소!!”

입구에 들어서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연설을 하는 이의 음성은 더욱 명확하게 들려오고 있었고, 그 음성이 낯이 익다는 걸 파악하는 건 굳이 신경 써서 듣지 않아도 될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현재 웅성대는 조직원 무리들 앞에서 연설하는 이는 다름 아닌 아티스였다.

눈치가 빠른 아티스는 아니나 다를까, 당분간 회동을 중단하려 하며 조직의 은신을 꾀하고 있었다.

오늘이 아니었다면 유토피아의 회동 현장을 급습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을 것이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일행은 네로멜티아의 정확한 계획과 빠른 판단력을 존경하며 모두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그것이 피부가 따가운 느낌이 들 정도로 불편했다.

하수도의 평범한 통로들에 비해 다소 협소했던 출입 통로를 지나, 은신처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들이 거주했던 마왕성 광장 아래의 하수도 공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반 정도는 될 법한 드넓은 공동(??).

이 넓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흙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캐내어 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 몇 개가 쌓아 올려져 연단(??)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 연단의 위에 선 자는 자리에 모인 이들을 내려다보며 위엄있는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결사의 일원들은 일희일비하며 격렬한 감정의 변화를 겪었으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폐허 아래 깊은 지하 세계에서 군중을 휘어잡아 흔들고 있는 선지자.

비밀 결사 유토피아의 수장(??).

고블린 킹, 아티스 T. 페인터(Artis T. Painter)가 연단 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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