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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72화 (72/216)

〈 72화 〉 마녀의 오두막 (3)

* * *

태고의 숲에서 하룻밤을 보낸 네로멜티아 일행은 재회한 마녀 헤스티니아와 함께 마왕성으로 복귀했다.

태고의 숲은 오염된 테라리스의 회복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동식물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반드시 지켜야 할 생명의 보고였고, 헤스티니아는 러스테리아가 부쉈던 숲의 결계를 다시 설치해 두었다.

그 뒤 헤스티니아는 카보니 숲의 오크와 오우거를 만나 마왕군의 간부로서 인사를 나눈 뒤, 네로멜티아가 이끄는 대로 카보니 숲 중앙의 게이트를 통해 마왕성에 다다른 것이었다.

“어머, 정말 황폐하기 그지없네요. 휴미안 이 야만인들 같으니.”

“그나마 재건을 시작한 지 조금 시간이 흘러서 이정도야. 원래는 돌무더기 외에 아무것도 없었어.”

재건을 위해서는 지반부터 다시 다질 필요가 있기에, 폐허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던 돌무더기를 제거해야만 했다.

그 후, 건설 예정인 지하 시설을 염두에 둔 지반 공사를 진행하고 나서야 그 위에 길과 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수도와 하수도의 정비 역시 진행해야 했기에, 본격적으로 건물을 세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강인한 힘을 가진 오크와 오우거가 마왕성 재건에 합류했기에, 건축 속도가 상당히 향상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오크들의 특기가 건축이었기에, 오히려 기존에 작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던 데모니안 일꾼들조차 오크들의 지시를 받아가며 움직이는 추세였다.

“주군! 무사히 귀환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래, 그간 문제는 없었겠지?”

“물론입니다. 모든 것은 주군의 계획대로입니다.”

마왕이 귀환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달려 나온 크로포드.

한창 업무로 바빴던 모양인지, 그의 손에는 잉크가 맺힌 깃털 펜이 들려 있었다.

펜을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달려 나온 것이 역력한 모습.

크로포드에게 있어서 마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드높으며 우선이 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잠시 크로포드와 회의하고 올 테니까, 러스테리아는 그간 밀린 서류 정리해서 내 막사에 모아줘. 베아트리스는 헤스티니아와 넬라넬라를 잠시 돌봐주고.”

“네, 주인님!”

“저는 혼자서 마왕성을 둘러보고 싶은걸요? 현장 답사는 중요하니까요.”

“그래. 그럼 헤스티니아는 마왕성을 둘러보다가 오고, 베아트리스는 넬라넬라를 데리고 식당에 가서 차 한 잔 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네로멜티아와 크로포드, 러스테리아 그리고 헤스티니아는 저마다의 일정을 위해 흩어졌다.

마왕성의 광장에 남겨진 베아트리스와 넬라넬라.

넬라넬라는 주변 광경을 면밀하게 둘러보았다.

건축 자재로 사용될 커다란 바위를 두 개나 짊어져 나르는 오우거.

지반을 다지기 위해 곡괭이를 휘둘러 지면에 박힌 돌을 쪼개는 오크.

각종 폐기 잔해를 포대에 담아 정해진 수거 지역으로 나르는 데모니안.

망가진 해머를 수리하기 위해 나무를 깎아 새 손잡이를 만들고 있는 고블린.

모두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대단하군요. 이렇게 다양한 종족들이 한뜻으로 모여 함께 일하고 있다니.”

“그렇습니다. 모두 위대하신 주인님만을 바라보고 모인 이들이죠.”

“경이롭고… 한 편으로는 화가 납니다.”

평생 오크와 오우거만 보고 살아온 넬라넬라였다.

심지어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이종족인 오우거조차 오크와는 이런저런 문제로 사이가 좋은 정도는 아니었다.

한 숲을 공유하는 동지 의식은 있었으나, 서로 그다지 뭉치고 싶어 하지는 않는 정도.

그나마도 현재 자신의 오빠 베리베리와 오우거 치프 오운이 평화와 교류를 원했기에 안정적인 평화가 이루어졌을 뿐, 선대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와 전쟁마저 벌어졌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마왕성의 재건을 위한 공사현장은 서로 다른 종족이 넷이나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며 큰 다툼 없이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넬라넬라는 이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화가 났다.

천 년 전에 존재했다는 헤모니겐트는 이보다도 더 많은 종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던 나라였다고 배웠다.

모두가 평등하게 누렸을 아름다운 평화를 자비 없이 짓밟고, 모든 문명을 산산이 부숴버린 휴미안이 미워서 견딜 수 없었다.

넬라넬라의 화는 다른 이에게도 번졌다.

“헤스티니아님은 어째서 마왕님과 함께 싸워 주시지 않은 걸까요. 차원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광활한 숲을 결계로 지킬 만큼 강대한 힘을 지니신 분이 어째서…….”

어느새 넬라넬라는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전날 밤, 오가던 대화 속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

요란한 굉음과 비명이 울려 퍼져 부리나케 도망쳤는데, 나중에 와보니 헤모니겐트가 멸망해 있었다는 헤스티니아의 경험담.

몹시 흥미진진한 모험담인 것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던 헤스티니아를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어서 잠을 자겠다는 핑계로 침실에 들어갔었다.

자신의 옆 침대에서는 러스테리아가 강아지 같이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자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복잡한 심경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넬라넬라가 밤새워 생각한 이야기.

헤스티니아 정도 되는 인물이 함께 싸워 주었더라면 미래는 바뀌지 않았을까.

넬라넬라는 그것이 너무도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다.

천 년을 카보니 숲의 근방 태고의 숲에 거주하며,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거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헤스티니아에게 섭섭한 기분이 들었었다.

심지어 그녀의 마음에는 모든 이들을 대하는 벽이 있어 그녀를 대하는 일이 더욱 불편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 년 전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까지 떠올리니, 헤스티니아는 비정하게 헤모니겐트를 버리고서 홀로 살아남고자 떠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밉살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카보니 숲이라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거주하던 자신도, 혹시 모를 휴미안의 공습이나 드래곤의 습격에 대해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나날을 보냈었다.

결코 숲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체된 환경에 대해서도, 하나의 드넓은 감옥이 아닐까 할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며 살아왔었다.

한정된 식량 탓에 오우거와의 다툼은 끊이질 않았고, 선대에서는 전투조차 빈번했었다고 했다.

그나마도 전투를 벌일 정도의 식량조차 없어 나무의 뿌리나 캐 먹으며 굶주려 지낸 해도 몇 차례나 있었다.

좋은 여건에서 생활해온 넬라넬라조차 이러한데, 테라리스의 가혹한 환경을 고스란히 겪으며 살아가는 생존자들은 어떠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베아트리스는 넬라넬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의 굳은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휴미안의 침공 전쟁을 겪지 않은 넬라넬라였기에, 그녀 자신은 어떠한 의견도 표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헤스티니아에 대해 원망을 지울 수 없는 모습.

실제로 헤스티니아는 휴미안의 침공이 발생하자마자 누구보다도 먼저 모습을 감추고 사라졌었다.

단지 그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넬라넬라의 분노는 정당한 것이었다.

마왕군의 간부가 적습이 벌어지자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여 도망쳤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헤스티니아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있었다.

헤스티니아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녀가 이용하는 차원에 대해서도 생소함을 느꼈던 베아트리스였으나 휴미안 침공 당시의 내막은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선에서는 진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헤스티니아님은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피하셔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너무 나쁘게 보진 말아 주세요.”

“… 그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거스를 수 없는 계약이 있으시거든요. 지금은 단지 그 정도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건 당사자께 들으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던 넬라넬라였으나, 적어도 합당한 이유와 사연이 있다고 한다면 자신이 그녀를 질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휴미안의 침공을 겪어본 적이 없는 자신은 더더욱 자격이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베아트리스가 자신의 심경을 읽고서 조언해 준 것이라는 사실까지 생각이 닿자 몹시 부끄러워 견디기가 힘들었다.

“괜찮습니다. 헤스티니아님께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분이시라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

“주인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넬라넬라님을 식당에 모셔갈 생각이온데 괜찮으십니까?”

“아, 네. 물론입니다!”

베아트리스는 차분히 앞장서서 넬라넬라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서 자신을 안내하는 메이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넬라넬라는 문득 그녀의 태도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재회했던 순간에는 자신에게 접근하지 말라며 헤스티니아에게 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던 베아트리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헤스티니아에 대한 변호를 해주었다.

태도 또한 평소의 무미건조한 모습과 거리가 느껴질 정도로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새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밤부터 자신의 심경을 어지럽힌 헤스티니아의 도주에 관해서도 신경을 끄기로 했다.

자신이 모르는 헤스티니아만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고, 자신은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었다.

내막을 굳이 파헤쳐 알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으나, 적어도 거스를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었다면 결코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넬라넬라는 앞으로 헤스티니아에게 조금 더 살갑게 대해주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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