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마녀의 오두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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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민트 티의 싱그러운 향기와 각양각색 과자들의 달콤한 냄새.
서정적인 느낌마저 드는 안락한 오두막에서 여성들의 화사한 티타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티타임이라는 시간에 있어서 담소는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였고, 특히 여성들이 모인 자리라면 더더욱 필연적이었기에 현재의 여성들 역시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따금 흘러나오는 여성들의 화미(?美)한 웃음소리만으로도 그녀들의 담소가 얼마나 화기애애한지를 인지시켜주고 있었다.
헤스티니아는 그녀 특유의 유려한 화술로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에도 전혀 사비(??)한 느낌 없이 기품이 넘쳤다.
러스테리아는 어느덧 분위기에 녹아들어 웃음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주인과 베아트리스가 무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여유였다.
넬라넬라는 조용히 다과를 즐기며 이따금 함께 웃고 약간의 말을 섞는 것으로, 그녀 역시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음을 명확하게 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사슴이 매일 아침 찾아오지 뭐예요?”
“꺄악! 너무 귀여워요!”
사슴이 좋아하는 먹이와 진화 과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좋아하는 먹이부터 분석하려고 매일같이 먹이를 나누어 주었더니 아예 사슴이 길들여져 버렸다는 이야기.
마치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 자신의 연구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주는 헤스티니아는 이런 종류의 담소가 몹시 익숙해 보였다.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몰입하고 있었던 러스테리아는 그 사슴이 상상만 해도 귀여운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넬라넬라 역시 이런 평화롭고 정감 가는 이야기를 좋아했기에, 내색하진 않고 있었으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정이 동하고 있었다.
쩡!!
순간 오두막의 내부 한가운데에 유리가 부서지는 듯 날카롭고 요란한 소리가 났고, 허공에 해당하는 공간의 일부가 금이 쩍 갈라지며 깨져나갔다.
마치 유리 조각이 우수수 떨어지듯 깨진 공간의 조각들이 쏟아지다가 사라졌으며, 그로 인해 생긴 큰 균열 너머로 시커먼 어둠뿐인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고, 평범한 존재라면 평생 단 한 번도 구경할 수 없는 경이로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오두막에 자리한 이들에게는 오늘만 해도 세 번이나 보았던, 이제는 익숙해져 가는 광경.
차원의 틈이었다.
그리고 그 공허의 세계 너머에서 익숙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주인니이이이임!!!”
러스테리아는 너무도 반가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냅다 달려갔고, 사랑해 마지않는 자신의 주인에게 몸을 던져 힘껏 안겼다.
네로멜티아 또한 러스테리아의 이러한 행동이 몹시 귀엽고 사랑스러웠기에 자신의 품에 안긴 러스테리아를 힘껏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난 넬라넬라는 러스테리아처럼 격렬히 자신의 감정을 표하는 일은 하지 못했지만, 두 눈에 생기를 띠고 낯에 화색이 도는 것으로 그녀 역시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머, 꽤 늦으셨네요. 할 일이 많으셨나 봐요. 후후후.”
“… 헤스티니아…….”
순간 인자한 미소를 띤 채 러스테리아를 쓰다듬던 네로멜티아의 선홍빛 눈동자에서 살벌한 안광이 번뜩였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헤스티니아의 이름을 입에 담은 네로멜티아의 기세에는 살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언제나 태연자약했던 헤스티니아도 이 순간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기에 무리가 따른 모양인지 몸을 움찔 떨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에에… 무서워요, 마왕님…. 저는 다 마왕님과 베아트리스님을 생각해서…”
“변명은 내가 듣고 싶을 때 하는 거다.”
천천히 걸어오는 네로멜티아의 가벼운 발소리마저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헤스티니아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고 있는 마왕을 앞에 두고 기색을 살폈다.
마왕은 결코 도중에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고, 헤스티니아는 거리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퍼펙트 실드! 앱솔루트 실드! 오토 실드! 디펜시브 오라!”
순식간에 네 가지나 되는 방어 마법을 시전한 헤스티니아.
제7위계 방어 마법인 퍼펙트 실드와 제8위계 방어 마법인 앱솔루트 실드를 동시에 시전해낸 헤스티니아의 마법 능력은 실로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심지어 다른 두 개의 마법마저 시전해낸 상황이었고, 이토록 짧은 순간에 그 모든 마법을 완성해 전개했다는 것은 더더욱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헤스티니아는 시간만 따라 준다면 방어 마법을 얼마든지 더 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붙잡으려는 네로멜티아의 손이 어느새 목전까지 들이닥쳤기에 그 이상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챙!! 콰창!!! 쩡!
헤스티니아가 시전한 마법들은 하나같이 고위계의 마법뿐이었고, 드래곤이 아닌 이상 평범한 인류는 그 위계에 도달하는 것조차 평생의 숙원으로 삼아야 할 만큼 굉장한 경지였다.
그러나 네로멜티아가 내지른 주먹 세 번에 그 대단한 방어 마법들이 처참하게 부서져 사라졌다.
마왕의 공격은 단지 맨손으로 이루어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고, 그녀가 몇 차례 주먹을 휘두른 것만으로 거센 돌풍이 일어나 오두막의 유리창이 전부 깨져버리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일말의 방해조차 안 된다는 듯, 모든 방어 마법을 꿰뚫어 부수며 다가오는 손.
헤스티니아는 자신의 후방에 긴급히 차원의 틈을 만들어 그 너머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닫혀 사라져버린 차원의 틈.
네로멜티아는 잠시 걸음을 멈춘 채,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신의 후방으로 몸을 돌렸고, 그녀의 손아귀가 허공으로 휘둘러졌다.
무언가를 붙잡은 모습으로 구부러진 손가락과 금이 가기 시작한 허공의 공간.
헤스티니아와 재회했을 때 보여주었던 그 광경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움켜쥔 공간을 우악스럽게 뜯어내 버렸다.
“힉!!”
차원의 틈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그 내부로 팔을 집어넣은 네로멜티아는 그대로 헤스티니아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그녀를 강제로 끌어냈다.
머리채가 처참하게 당겨지며 느껴지는 통증에 의해 헤스티니아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헤스티니아가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자신의 손을 그녀의 목전에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이 본래 하려던 행동을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다.
따아악!!!
“흐기야아아아아아악!!!”
손가락을 튕겨 헤스티니아의 이마를 때린 네로멜티아.
무척 가볍고 간단한 타격으로 보였지만, 마왕의 손가락 튕기기를 실제로 맞은 헤스티니아는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이전의 기품이 넘치던 고고한 모습은 사라지고, 볼품없이 바보 같은 비명을 내지른 헤스티니아.
고위계의 방어 마법을 수차례나 펼치고 그것을 깨부수고.
공간과 차원을 부수며 쫓고 쫓겼던 전설적인 추격전.
그것의 결말은 단지 손가락 튕기기와 애처로운 비명이었다.
넬라넬라는 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
그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면서도, 이런 비현실적인 광경을 앞에 두고 웃음이나 나오는 자신이 혹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넬라넬라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단지 이런 비현실적인 모습에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카보니 숲과 태고의 숲을 감싸고 있던 좀비 무리는 전부 네 작품이라는 거지?”
“그럼요! 마왕님을 위해 선물을 많이 준비해 뒀다고 했잖아요. 천 년간 지켜진 이 깨끗한 자연들은 전부 마왕님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랍니다?”
휴미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대규모의 좀비 무리.
오히려 휴미안들은 그 좀비 무리가 두려워 거대한 장벽을 쌓기까지 했었다.
그렇기에 카보니 숲의 오크와 오우거들은 깨끗한 환경 속에서 무사할 수 있었고, 멸종하여 소실된 줄 알았던 동식물 중 상당한 종을 지킬 수 있었다.
태고의 숲에 좀비 무리의 실마리가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발을 들였던 네로멜티아.
그리고 태고의 숲을 둘러싼 결계를 통해 네로멜티아는 누구의 작품인지 특정할 수 있을 만큼 확신을 가지게 되었었다.
그녀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가 있으셨다면, 저희 오크나 오우거에게도 말씀해 주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굳이 저희에게까지 태고의 숲과 헤스티니아님의 존재를 감추시려던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넬라넬라는 현재 헤스티니아에게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었다.
오크와 오우거가 천년이나 휴미안의 마수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헤스티니아의 공적이라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카보니 숲의 깨끗한 자연 역시 헤스티니아가 휴미안을 막아주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었다.
넬라넬라는 천 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오크와 오우거를 지켜주었던 헤스티니아의 은혜에 더없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가까운 지역에 머무르고 있었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약간의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오크나 오우거가 주기적으로 태고의 숲에 정찰병을 보내왔음에도, 휴미안을 막기 위해 펼쳐졌다던 결계는 그들에게조차 문을 열어주지 않았었다.
정찰병들은 번번이 결계가 보여주는 메마르고 오염된 숲의 환상을 거닐다 밖으로 쫓겨날 뿐이었던 것이다.
헤모니겐트의 주민인 자신들에게조차 모든 것을 감출 필요가 있었나 싶었고, 말로써 형언하기는 힘들었으나 분명한 것은 넬라넬라 본인이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머, 섭섭하셨다면 죄송해요. 나쁜 뜻은 없었고, 저는 단지 조용히 연구하기를 좋아하기에 그런 것뿐이랍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으니 용서해 주실 거죠? 호호호호.”
애교를 섞어가며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헤스티니아.
그러나 넬라넬라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친절한 가면 너머의 진실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헤스티니아는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 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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