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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62화 (62/216)

〈 62화 〉 스토니 포트리스의 밤 (3)

* * *

여러 종족들이 모여 하나의 활기찬 연회를 만들어가는 가운데, 연단의 전면으로 그들의 지배자가 오연히 서 있었다.

춤과 노래, 각자의 담소로 떠들썩했던 연회는 누가 먼저 이야기하지도 않았건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읽어 침묵을 찾아갔다.

“잘 즐기고 있는가!”

마왕이 소리 높여 외친 한마디에 저마다의 환성으로 화답하는 주민들.

누구 하나 부정적인 이는 없었고, 그들의 안면에 띄웠던 진솔한 웃음이 모든 것을 대변할 정도로 선명했다.

“서로 더없이 소중한 형제자매가 되어라! 내일부터 서먹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는다!”

연회장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연무장을 넘어, 스토니 포트리스 전체가 떠나갈 듯 요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할 말만 정확하게 끝낸 뒤 물러난 마왕의 모습을 기점으로 주민들은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자유롭게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네로멜티아는 모두가 화기애애한 연회의 분위기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연단을 내려가려고 했다.

“주군! 조금 더 연회를 즐기다 가시지요! 섭섭해할 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문득 뒤에서 들려온 아쉬움의 표현에 뒤를 돌아본 네로멜티아는 커다란 맥주통 하나를 들고 서 있는 오운을 볼 수 있었다.

취기가 잔뜩 올라 낯이 시뻘겋게 물든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술꾼의 면모를 가득 풍기고 있었고, 취기가 오른 만큼 흥도 오르고 감정적으로도 격해진 듯 보였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원래 윗사람이 빠져 줘야 눈치 안 보고 즐길 수 있는 거야.”

“이익! 그런 발칙한 소리를 하는 놈이 있다면 모가지를 비틀어 놓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주군께서 존재해 주시기에 가능한 것인데, 백성들 눈치에 주군께서 자리를 비우시다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나도 모든 연회를 전부 빠질 계획은 없다. 다만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나보다 백성들 간의 화합이 더 중요하지. 그렇기에 아까도 일찍 자리를 비운 것인데, 단지 조금 여유가 생겨서 예의상 모습이나 비출까 잠시 들른 거야. 내가 없는 만큼 너희가 연회를 잘 이끌어 주면 좋겠어. 결국 백성들과 같은 자리에서 함께하며 많은 것을 이룩해야 하는 건 너희들의 몫이니까.”

네로멜티아라고 생각 없이 자리를 비운 것은 아니었고, 그녀의 행동에는 그만한 의미가 있었다.

오히려 활기찬 축제를 좋아하고 떠들썩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이 자리가 몹시 달가운 것이었겠지만, 백성들을 위해서 자리를 피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인자하고 자애로운 지배자라 할지라도, 지배자는 지배자인 만큼 계급이 낮은 이들로서는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마음껏 지낼 수 있게끔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여줄 생각도 없었다.

지배자는 지배자에게 맞는 위엄을 지녀야 백성들을 향한 말과 의지에 힘이 실리는 법이었으니, 평소 그녀가 본래 자신의 모습과 다른 근엄한 모습으로 백성들을 대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헤모니겐트의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안정을 찾게 된다면 딱히 자신의 개방적인 성격을 감추진 않을 것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의 위엄이 주민들의 안심으로 이어지는 상황이기에 최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지배자의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 그럼, 어디로 가십니까?”

“너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묻지 마라. 우리 러스가 너한테 상담도 받았다며.”

“윽! 그건…!!”

순간 오운은 기겁을 하며 그 거대한 몸을 움찔 떨었다.

잔뜩 긴장한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황소의 것보다도 더 큰 눈동자가 연신 흔들리며 불규칙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주군의 은밀한 사생활을 눈치채 버렸으니, 주군의 불쾌감을 사서 큰일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지레 겁을 먹은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해져 버린 오운의 모습에 네로멜티아는 짐짓 화가 난 척하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너무 긴장하지 마. 네 덕에 러스가 걱정도 훌훌 털었다던데. 내가 해야 할 일을 네가 대신해줘서 나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더없이 편안한 미소를 보여주며 진솔한 감사의 말을 전해오는 주군의 말에 오운은 얼떨떨한 나머지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취기가 잔뜩 올라 눈치채지 못했었으나, 어느새 주군은 근엄한 지배자로서의 말과 태도를 모두 버리고 스스럼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을 대해주고 있었다.

마치 친구나 동생을 대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허물없는 모습.

취기가 한껏 돌고 있었던 오운은 감정이 날뛰기 쉬운 여건이었던 만큼 격렬한 반응을 보여왔다.

“크오오오오오!! 주군!!! 이토록 친근하게 저를 대해주시다니!!! 으흑흑흑흑!! 평생토록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겠나이다!!!”

“그, 그래… 고마워…….”

“이 몸 아직 경지가 모자라 보잘것없으나, 저의 진실한 충성심을 증명하겠나이다!! 흐업!! 사이드 트라이셉스(Side Triceps)!!!”

“그건 필요 없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삼두근을 잔뜩 과시하는 자세를 뽐내며 충성을 이야기하는 오운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있었다.

그의 격렬한 충의가 고맙긴 한데 우락부락 불끈거리는 근육을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던 네로멜티아는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한 뒤 연단을 내려갔다.

조금 섭섭해하려나 마음이 쓰여 연회장을 돌아보았으나, 자신의 우람한 근육에 찬사와 경의를 보내는 일부 주민들의 환성에 힘입어 연신 각양각색의 자세를 뽐내고 있는 오운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았을 뿐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여전히 활기찬 그의 모습에 안심하고, 자신이 머무르던 귀빈실로 유유히 돌아갔다.

끄그그그긍

“나 왔어.”

“하으으으…!! 헤으아…! 흐에아아아…!!”

높이 육백 멘톨을 넘어서는 육중한 귀빈실의 문이 열리며 조용히 내부에 들어선 네로멜티아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이성을 잃어가는 여성의 상스러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놀란 네로멜티아는 울음소리의 당사자를 급히 살폈다.

검은빛으로 이루어진 마력의 사슬에 사지가 묶여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여성.

마력의 사슬이 그녀의 양팔을 잡아당긴 채 지탱하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고개를 파묻고 쓰러졌을 거란 사실이 명백하게 보일 정도로 맥없이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눈물이 잔뜩 흘러 질척하게 젖은 안면은 엉망이었고, 나아가 흘릴 눈물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듯 그 매혹적인 눈은 눈물이 가득 차올라 그렁그렁하여 시야가 잔뜩 흐려져 있을 정도였다.

형편없이 벌어진 입에서는 끈적한 타액이 줄줄 흘러 신체를 적실 지경이었고, 길게 뻗어 나와 경련하는 혀가 이미 한계를 넘어버린 자극을 대변하고 있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여체 또한 땀으로 범벅이 되어 방금 목욕을 마친 듯 전신이 흠뻑 젖어있었고, 탐스러운 허벅지 사이의 음부는 깨진 항아리의 균열에서 물이 새듯 음란한 애액을 끊임없이 줄줄 흘리고 있었다.

화상을 입을 듯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신체는 간헐적으로 음문을 뻐끔거려 자궁 내에 쌓인 성(?)의 열기를 토해내는 것만 같았고, 그 음란한 음문의 상단에 위치한 하복부에는 진홍빛이 선명한 마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미 반은 넋을 놓고 집요한 성감의 고문을 받고 있는 여성은, 네로멜티아가 방치하고 있었던 러스테리아였다.

“베아트리스! 못 버틸 것 같으면 풀어주라고 했잖아!”

“아직 더 견디실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방치 중이었습니다.”

“진작 한계를 넘었거든!?”

네로멜티아는 즉시 러스테리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마력의 사슬을 모두 해제했고, 쓰러지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하복부에 각인된 문양의 위로 손을 짚었다.

하트 모양에 한 쌍의 날개가 달린 것이 아름답고도 저속한 문양.

그 자체로는 그저 예쁘고 귀여울 뿐인 문양이었겠으나 하필 그것이 하복부에 자리해 있으니, 흡사 여성의 자궁과 난관을 묘사하는 듯 보여 몹시 음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거기다 하트는 교차된 형태의 쇠사슬 문양에 휘감겨 있었고, 그 하트와 쇠사슬의 중심은 하나의 묵직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모습이라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네로멜티아는 문양의 중심을 짚은 손에 마력을 주입해 마력 회로를 활성화했고, 손가락으로 그녀 하복부의 자물쇠 문양을 눌러 측면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자물쇠와 쇠사슬의 형태를 띤 그 문양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듯 사라져 버렸고, 하트와 날개의 문양만이 남았다.

사실 이것은 이중으로 중첩된 마법 문양이었다.

하트와 날개로 구성된 문양은 성감을 끝없이 고양시키는 최음의 효과를 지녔고, 그 위에 새겨진 쇠사슬과 자물쇠의 문양은 여성의 절정을 금지시키는 제한의 효과를 지녔다.

러스테리아에게 벌을 준다고 이야기하며 걸어둔 마법이었으나, 사실은 짓궂은 장난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최음의 문양을 새겨 성감을 잔뜩 고조시키면서도, 제한의 문양을 새겨 절정에는 이르지 못하게 설계한 상황.

결국 자신이 연회의 인사를 마치고 돌아올 동안 적절한 시기에 베아트리스가 문양을 해제해주고, 돌아온 자신은 성적으로 잔뜩 고양된 러스테리아와 진하게 즐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베아트리스가 자신이 귀빈실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문양을 해제해주지 않은 채, 러스테리아를 무한정 방치해 버렸다.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떠나기 전부터 냅다 옷을 벗고 달려들 정도로 잔뜩 흥분해 있었던 러스테리아에게는 견디기 버거울 정도로 긴 시간이었을 것이었다.

제한의 문양을 급히 해제한 네로멜티아는 최음의 문양 역시 해제하기 위해 다시 한번 러스테리아의 하복부에 손가락을 짚었다.

그러나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는 러스테리아가 자신의 떨리는 손으로 다급함이 엿보이는 주인의 손을 붙잡아 문양의 해제를 저지했다.

“하윽…! 주인님…!!”

“왜 그래, 러스? 괜찮아?”

“… 주인님의 자애로운 손길로… 흐으윽… 저를 끝까지… 보내 주세요… 하윽…!! 그러면 저는… 행복할 거예요…!!”

러스테리아는 최음의 문양을 해제하길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하는 성감의 노도 속에서 주인의 손길로 천상의 절정에 다다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음락에 취해 떨려오는 러스테리아의 여체를 내려다보았다.

한 손으로는 절반도 가리지 못할 정도의 풍만한 젖가슴과 그 중심에서 애처롭게 발기 중인 젖꼭지.

장시간 성감의 자극이 쌓인 나머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젖꼭지는 본래의 형태조차 잃어버려,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를 보이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그 음탕하기 짝이 없는 젖꼭지를 강하게 쥐고 살짝 비틀어 보았다.

“햐으으으으으…!! 응끄으으으으으…!!!”

투두두두둑!

그저 가슴의 끝에 가해진 자극에 불과함에도 러스테리아는 전신을 비틀며 경련하고, 밀어닥치는 성감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음부에서 흩뿌려진 애액이 시트 위에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네로멜티아는 더없이 강렬한 반응을 보여주는 러스테리아의 모습을 보며 내면의 깊은 심연에서부터 강한 고양감이 치솟음을 느꼈다.

“… 하윽…! 행복해요…!! 사랑해요…! 주인님…!!!”

“… 지금 바로 편하게 해줄게.”

꾹쩍!!

“햐으으으으윽!!!”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의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들었고, 그녀를 쾌락의 너머로 이끌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모두 끝나 음탕하게 뻐끔거리고 있던 질내에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비좁고 뜨거운 비서의 질은 애액으로 가득 차 질척거리고 있었고, 조여오는 질내의 강한 압력과 대비되게 주인의 손가락을 탐욕스러운 움직임을 하고서 빨아들이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깊숙이 찔러넣은 손가락을 복부 방향을 향해 구부려 질벽을 강하게 압박하고 문질러 자극하기 시작했다.

러스테리아가 가장 성감을 잘 느끼는 위치, 절정으로 향하는 기폭 스위치였다.

“오으으으으으으…!!! 응큭…!! 끄흑…!! 흐우우우우우…!!!”

오열에 가까운 교성이 터져 나오며 눈동자가 간헐적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일직선으로 뻣뻣하게 펴지고,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발가락이 힘껏 구부려졌다가 단단하게 펴지기를 반복하고, 그녀의 양손은 애액으로 젖어 질척해진 시트를 아무렇게나 쥐고서 찢을 듯이 잡아당기고 있었다.

성감으로 이루어진 폭력 앞에서 형편없이 몸부림치는 러스테리아의 신체는 언제 숨이 멎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일말의 여유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외부의 애처로운 모습과는 다르게 그녀의 탐욕스러운 질은 주인의 손가락을 단단히 물고서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끄흐아아아아…!!! 하으으으으…!!!”

네로멜티아는 젖꼭지를 비틀며 자극하던 손을 고쳐, 러스테리아의 커다란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마치 밀가루 덩어리를 반죽하듯 사정없이 주물러 대는 주인의 손길에 러스테리아는 짐승과 같은 교성을 터뜨렸다.

마치 카나리아와 같았던 낭랑하고 아름다운 음색의 미성은 사라지고, 점점 거칠어져만 가는 울음소리만이 남았다.

그리고 러스테리아의 하복부 한 부분이 살짝 돌출했다.

그녀 질내의 성감대를 집요하게 문지르던 네로멜티아의 손가락이 한순간 그 질벽을 강하게 찔렀고, 손가락의 형태가 하복부의 위까지 도드라지는 것이었다.

러스테리아의 허리가 반대로 극렬하게 휘며, 고개가 침대에 파묻힐 듯 젖혀지기 시작했다.

“끄햐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 오으으…!!! 응호오오오오옥…!!!!!”

투두두두두둑!! 투두두두둑!!

수차례의 섬광과 같은 경련이 몰아치며 여성으로서의 품위 따위는 생각지도 못한 채, 쾌락에 집어 삼켜진 볼품없는 암컷의 절정.

정원의 작은 분수대가 연상될 정도로 세차게 흩뿌려진 애액은 요란한 낙수음(??音)을 내며 침대 시트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이백 멘톨은 될법한 거리까지 뿜어져 시트를 적셔댄 절정의 애액은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주인마저 적셔댔고, 길었던 여체의 경련이 잦아들며 모든 진력을 쏟아낸 그녀의 신체가 시트에 풀썩 몸을 누이고서도 한참이나 끊임없이 줄줄 흘러나왔다.

뭐라 뚜렷하게 정의할 수 없는 성적인 고양감에 도취되어 있었던 네로멜티아는 방금까지 상대의 질을 쑤시고 있었던 자신의 손가락을 빨아보았다.

음탕하기 짝이 없는 성교의 향기가 입안 가득히 퍼졌고, 네로멜티아는 그것이 퍽 감미롭고 마음에 들었다.

방대하게 쌓인 성감이 일시에 폭발하며 밀려온 강대한 오르가슴을 모두 맛본 러스테리아는 그대로 실신해 버렸다.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해 괴로웠을 그녀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밀려오는 네로멜티아였으나 기분 좋은 미소를 띤 채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확신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로 지금까지 그녀의 하복부에 남아있던 최음의 문양을 해제해 주었다.

네로멜티아는 젖지 않은 침대의 상단에 러스테리아를 옮겨 눕힌 뒤, 역시나 젖지 않은 시트를 일부를 당겨 러스테리아가 춥지 않도록 따뜻하게 덮어 주었다.

워낙에 큰 침대였기에 시트 또한 거대해서 젖은 부분보다 젖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았고, 자리를 옮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락한 잠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새근새근 달콤한 잠에 빠진 귀여운 비서의 이마에 친애의 입맞춤을 나눠 주었다.

깊은 잠에 빠진 귀여운 아이를 인자한 모습으로 내려다보던 네로멜티아는 다소 착잡한 표정으로 안색을 바꾸며 고개를 돌렸다.

“베아트리스. 러스가 못 버틸 것 같으면 풀어주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너와 나의 기준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 그렇지?”

“그런 것 같습니다, 주인님.”

주인이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상황이 분명함에도 태연한 대답을 늘어놓는 베아트리스.

짐짓 눈치가 없는 듯 반응하는 메이드의 발칙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네로멜티아는 입이 귀까지 닿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길게 찢어진 미소를 보였고, 그 모습이 적잖이 사악하게 보였다.

누구 하나 잘못 걸리면 산채로 씹어 먹을 것만 같은 살벌한 미소를 띤 채, 베아트리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베아트리스의 기준으로는 어디까지 가야만 못 버틸 정도였던 걸까?”

“신보다 위대한 마왕이신 주인님을 섬기는 하인이라면, 응당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성감 따위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로멜티아는 문득 베아트리스가 이토록 냉정한 인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없이 총명하고 유능한 베아트리스였기에 주인의 지시에 어떠한 생각과 의지가 담겨 있는지 못 알아들었을 거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거기다 러스테리아와는 스스럼없이 대화도 곧잘 했고 항상 협조적이었기에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여기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원인을 찾는 일은 현시점에서는 미뤄야 할 다음 문제였다.

현재로서는 직면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했다.

“네 주인이 아둔한 것인지, 너의 기준이라는 걸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그러니 내게도 한번 보여주렴. 마왕의 하인으로서의 기준이라는 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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