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스토니 포트리스의 밤 (2)
* * *
많은 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는 연회의 가운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러스테리아는 조용히 요리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산딸기의 설탕 절임을 포크로 뒤적거릴 뿐, 가끔 한 번씩 입에 넣는 그 달콤한 디저트에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복잡한 상념으로 가득한 러스테리아는 기쁨에 물든 주민들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연회로 시끌벅적한 소음도 듣지 못했으며 달콤한 디저트의 감미도 느끼지 못했다.
오로지 자신의 불편한 내면만을 들여다보며 이따금 되짚어보는 기억의 씁쓸함에만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뭐가 잘 안 된 거야?”
슬슬 배가 불러오는지 한입에 사과를 세 개씩 털어 넣으며 디저트를 즐기던 오운이 무심한 듯 물어왔다.
복잡한 심경의 변화에 제대로 그의 말을 듣지 못했던 러스테리아는 뒤늦게 오운을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건넨 것인지 말없이 눈빛으로만 되물어올 뿐이었다.
오운을 바라보는 러스테리아의 보랏빛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 공허함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오운은 귀찮게 되었다는 듯 한숨을 푹 쉬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사과를 들고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우리 비서관 아가씨는 사과가 어떻게 열리는지 알고 있나?”
“… 나무에서… 열리죠…….”
“아니, 그런 당연한 거 말고. 크흠, 이 얘기도 뭐 당연한 거긴 한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 조금은 관심을 보이는 러스테리아.
오운은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조금은 확신이 생겼는지, 콧바람을 한 번 세게 뿜고서는 말을 이었다.
“마법도 쓰시는 유능한 인재이시니까 어련히 잘 아시겠지만. 꽃이 피면 다른 나무의 꽃가루 같은 게 묻어서 그게 열매가 된단 말이지? 베리베리 놈이 농사짓는 법 알려줄 때 몇 번이고 일러준 거라 나도 잘 기억하고 있는 건데 말이야.”
“…….”
“이거 봐. 사과나무가 다른 나무 하나 붙들고 평생 우리끼리만 꽃가루를 주고받자 약속하는 거 본 적 있냐 이 말이야. 우리 같은 두 발 달린 종족들 관점에서 보면 이게 짝짓기 아니냐고. 보나 마나 주군과 메이드 아가씨 사이에 밀회라도 보고 온 모양인데, 그런 거 보고 불편할 것 같으면 이 사과한테도 뭐라고 해야지. 이 음탕하고 지조 없는 짝짓기의 결과인 사과 놈아! 부끄러운 줄 알아라!!!”
“… 푸훗…….”
오운이 하는 말들의 목적은 결국 러스테리아를 향한 위로였다.
사과를 빗대어 설명을 이어가던 오운은 우스꽝스러운 농담까지 보여주며 바보 같은 시늉을 해댔고, 러스테리아는 작게나마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유쾌한 너스레를 떨며 러스테리아를 달래준 오운은 그 역시 피식 웃더니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려다 자신의 손이 통구이의 기름 범벅인 것을 깨닫고 머쓱하게 손을 거뒀다.
“웃으니까 예쁘고 보기 좋구만! 그러니까 아가씨, 웃으라구. 아가씨가 사랑하는 건 결국 우리 주군 아닌가. 주군이 아가씨 입맛대로 달라져 주길 바라는 건 힘들다고 봐. 사랑을 하려거든 상대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더만.”
“… 그럼, 이런 일에 마음이 아픈 저는 잘못된 건가요…?”
“아니!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당연히 싫을 수 있지. 결혼이라는 게 있는 것도 사랑하는 이를 독점하려고 하는 거니까. 다만, 이런 건 마냥 덮어 놓고 싫어하기보다 서로 맞춰가며 변화해야 하는 거라고 봐.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고 해서 주군을 싫어할 거야?”
“… 아니요…….”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오운의 이야기는 이해하는 데 있어 다소 복잡할 수도 있었으나, 워낙 말하는 바가 명확하여 그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러스테리아는 어느새 오운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고, 어느 정도 동의하고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그냥 주군이 어떤 모습을 하던, 모든 것을 사랑해 주라구.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주는 주군을 좋아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주군을 좋아한 것이라면 말이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그래!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잖나! 무려 신들도 두려워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이신데 이 정도면 순정파 아니신가! 나였으면 미녀만 모아놓은 궁전을 몇 채씩 만들었을 수도 있어! 여봐라! 너! 너! 너! 그리고 너! 오늘 밤 짐의 침소에 들라! 으허허허허!”
결국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끝을 맺는 오운의 이야기였으나, 러스테리아는 의외로 퍽 유쾌해진 자신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오히려 오운 자신이 마왕이었다면 이랬을 것이라며 꺼낸 이야기가 러스테리아의 마음을 더욱 잘 달래주고 있었다.
전지전능한 마왕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줘 가면서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를 강제로 취하려 들지도 않는다.
이만해도 더없이 자애로운 지배자의 모습이건만, 고작 다른 여성 하나가 주인과 함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슬픔을 느낀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많은 이들과 사랑을 나누더라도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주인의 권력만을 떠올리고 든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 본인도 음마(??)라 불리는 서큐버스인지라 하나의 상대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은 하등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테라리스의 다른 종족들 역시 여러 상대를 만나는 일에 거부감이 없는 종족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이러한 가치관은 휴미안이나 엘프 등의 일부 종족에게만 해당하는 가치관일 뿐이었고, 심지어 그 종족들 안에서도 왕족이나 귀족 혹은 권력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던 불공정한 가치관에 불과했다.
결국 러스테리아는 어떠한 특정 윤리적 가치관에 의해 마음이 아팠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말 그대로 질투를 느꼈을 뿐이었다.
한낱 보잘것없는 독점욕이었다.
러스테리아는 자신이 몹시 작고 하찮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았다.
“저 다시 쉬고 올게요.”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러스테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빈실을 향하여 빠르게 사라졌다.
자리를 뜨는 러스테리아의 눈빛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강한 의지와 열망이 자리해 있었다.
다시금 중앙이 텅 비어버린 연단의 테이블.
지금껏 말을 아끼고 있던 베리베리와 아티스가 비로소 입을 열어왔다.
“자네답지 않게 몹시 지혜로운 대처였네! 이제 보니 진정 사랑꾼이었군, 자네! 껄껄껄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 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의 정곡을 짚는 희대의 명언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본질!! 우리는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부족장님?”
“다 시끄러워!! 평생 혼자 사는 것도 서글픈데 괜히 놀리지 말어!!”
반쯤 농담이 섞이긴 했으나 베리베리의 극찬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베리베리와 아티스 역시 러스테리아가 어떤 상황인지는 눈치채고 있었으나, 개인의 사적인 일이다 보니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오히려 모든 일에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는 성격이었던 오운이 스스럼없이 다가가 문제를 잘 해결해 주었으니, 베리베리의 칭찬은 진정 진심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가 한 말은 틀린 점이 전혀 없었고, 아티스는 그의 말에 감동마저 느낀 모양인지 오운과 더욱 친하게 지내려는 분위기마저 보이고 있었다.
“너도 잘 들었겠지. 괜히 나중에 가서 탈 나지 말고, 내가 한 말들 잘 생각해 봐라.”
“…!!”
골치 아픈 한 건을 해결했다는 분위기에 떠들썩해진 베리베리와 아티스를 살짝 등진 오운은 자신의 옆에 앉은 넬라넬라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특히 그녀의 오빠 베리베리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짐짓 이 상황을 보고 듣지 못한 척하기 바빴던 넬라넬라는 자신이 오운과 러스테리아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는 걸 들켰다는 것에 놀란 것인지,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을 들켰다는 것에 놀란 것인지 당황하는 기색을 역력하게 보였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카락을 앞으로 늘어뜨려, 잔뜩 상기된 낯을 은근히 감추려고 들 뿐이었다.
내성의 경비병들이 건네는 인사조차 그냥 지나치며 성큼성큼 나아가는 러스테리아.
그녀는 순식간에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나갔다.
손님용 숙소의 문을 몇 개씩 지나치고 당도한 귀빈실의 문.
파인트리의 싱그러운 향기가 인상적이었던 그 크고 육중한 문을 잡고 힘껏 열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대었던 러스테리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거침없이 문을 열고 귀빈실의 내부로 들어서는 당당한 러스테리아만이 있었다.
황홀한 키스를 즐기며 서로를 끌어안고 체온을 느끼는 중이었던 네로멜티아와 베아트리스.
이미 한 차례 가벼운 절정을 즐겼던 모양인지, 베아트리스의 허벅지는 음란한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음부에서 애액이 흩뿌려지며 생긴 시트의 얼룩 또한 그 상황을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었다.
베아트리스의 허리와 엉덩이를 쓰다듬는 주인의 손이 촉촉하게 젖어있어, 방금까지 그녀의 손가락이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추측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 하아… 러스 왔어?”
“하아… 하아…….”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며 타액으로 생긴 끈적한 실이 무척이나 음란해 보였다.
훅하고 밀려오는 성교의 향기와 열기에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던 러스테리아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의 의복을 전부 벗어 던지기에 이르렀다.
정장과 보타이, 드레스 셔츠와 바지 그리고 속옷에 이르기까지, 신체를 감싸는 모든 의복을 전부 벗어버렸다.
당장이라도 주인의 품에 안겨 자신의 애정을 전부 쏟아내고, 주인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둥글게 말려 잘 정리된 그녀의 머리가 풀어 헤쳐져 그 반짝이는 보랏빛 머리가 찰랑거리기 시작할 때, 네로멜티아는 돌발적인 러스테리아의 행동을 보며 걱정스레 물어왔다.
“무슨 일 있었어, 러스?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아요!”
조심스러운 주인의 질문에 단호히 즉답을 하며 침대 위로 뛰어든 러스테리아.
네로멜티아를 향해 말 그대로 뛰어들었던 러스테리아는 사백 멘톨은 될 법한 거리를 날아갔기에, 체공 시간이 길었던 만큼 착지에는 큰 충격이 동반되었다.
“윽!”
“죄송해요, 주인님!! 저는 나쁜 하인이에요!!”
엉망진창으로 달려들어 주인의 복부를 들이받은 러스테리아.
타격을 받거나 통증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소 당황했던 네로멜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울먹이며 사과를 하는 러스테리아의 모습을 보고 더더욱 당황했다.
“무슨 일이야, 러스! 왜 그래!? 음…!!”
급작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몸을 던진 러스테리아를 끌어안은 채, 상황을 묻던 네로멜티아의 입이 막혀 버렸다.
러스테리아가 조금도 참지 못하고 주인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한 것이다.
뜨겁고 촉촉한 느낌이 황홀했고, 끈적한 타액을 맛보면 무척이나 감미로웠다.
짧지만 달콤했던 키스가 끝나고 입술을 뗀 러스테리아는 밀려오는 행복감을 애써 뒤로하며 주인의 모든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듯 경애의 마음을 가지게 하며, 세상 그 어떤 이도 빚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모습.
아직도 입안에 감돌며 꿈이라도 거닐다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키스의 감미로움.
엘프들이 은빛 새벽이슬을 모아 만든다는 이야기 속 향수로도 따를 수 없을 것만 같은 황홀하고 매혹적인 여체의 향기.
겨울의 모닥불보다 따뜻하며 요정 가루로 짠 비단보다 보드랍고 밤바다의 등대보다도 찬연한, 더 없는 안락감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품의 감촉.
언제 어디서나 인자하게 자신을 쓰다듬어주는, 자애로움이 가득한 손길.
그래서 러스테리아는 더욱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이렇게 완벽한 주인의 모습을 안다면 그녀에게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었고, 그건 자신 역시 그러하기에 더더욱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주인을 독점할 자격도 없었고, 나아가 그럴 능력조차 없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주인이 다른 이들에게 신경을 쏟을 때마다 자신에게서 멀어지거나 소홀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정신이 마비될 지경이었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마음속 암운이 개어 사라지고 빛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천 년 전의 주인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다녔었음에도, 그 당시에는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었다.
주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일을 하던,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자신이 있었다.
천 년이라는 긴 세월을 홀로 보내며 중요한 것을 잊은 것인지, 사무치는 그리움에 어딘가 이상해진 것인지.
이 순간에도 자신을 걱정하며 내려다보는 주인의 모습에, 러스테리아는 마음의 모든 갈등을 정리했고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었고, 자신을 잃지 않을 것이었다.
주인은 언제나 주인이었다.
“한순간 두 분의 모습에 질투해버려서 도망쳐버렸어요. 죄송해요, 주인님.”
“그래서 문을 열어두고 사라졌구나. 말없이 우리끼리만 와서 미안해. 너무 열심히 잘 먹고 있길래, 후후.”
“제가 다녀간 걸 알고 계셨어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걱정했던 자신이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차분하게 자신을 달래주는 주인의 모습.
러스테리아는 진실로 이 고민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어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몰래 다녀갔다고 생각했건만 주인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큰 문이 열리는데, 눈치를 못 채는 것이 이상할 겁니다. 주인님께서 나중에 비서관님이 따라오실 거라고, 잠그지 않은 채 놔둔 문이라 신경 쓰고 있기도 했구요.”
“하으… 부끄러워라…….”
절정의 여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여유가 생긴 베아트리스가 대화에 참여해 말을 이어갔다.
아직은 거친 호흡을 보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야하게 아름다웠다.
호흡이 반복될 때마다 들썩이며 오르내리는 젖가슴이 작게 흔들리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그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이 선명히 느껴지는 듯하여 색욕에 불이 붙을 지경이었다.
러스테리아는 그녀가 보여주는 매혹적인 모습에서 주인의 지나간 탐닉의 흔적 역시 발견할 수 있었고, 마음속 욕망의 불길이 더욱 강하게 타오르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질투를 해서 도망갔단 말이야?”
“네……. 다른 분들과 더 친하게 지내시면 저하고 그만큼 멀어지게 되실까 걱정되어서……. 그렇지만 이제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오운님께서 확실히 상담해 주셨거든요! … 감히 하인된 입장으로 주인님과 베아트리스님의 관계를 보고 질투의 감정을 품었다는 걸 반성하고 있어요……. 언제나 주인님은 주인님이셨는데…….”
“오운… 오운에게… 상담도 했구나… 우리 러스……. 오운에게… 말이지…….”
네로멜티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주인의 모습을 본 베아트리스는, 그녀 역시 천천히 일어나 러스테리아의 등 뒤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당황한 러스테리아는 고개를 연신 돌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내 베아트리스가 러스테리아의 양팔을 붙잡아 그녀의 움직임을 구속했고,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주인의 미소는 어딘가 살벌한 구석이 있었다.
“오늘은 러스가 혼이 좀 나야겠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