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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60화 (60/216)

〈 60화 〉 스토니 포트리스의 밤 (1)

* * *

마왕성 재건에 대한 향후 계획의 심도 있는 논의를 마친 후, 네로멜티아는 카보니 숲 주민들의 합류를 축하하는 연회를 개최했다.

논의 과정에서 아티스의 비밀스러운 사조직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는 경중의 문제를 따지지 않고 ‘짐작 가는 바가 있으니 조직의 일원 한 명을 아무나 표적으로 삼고 신상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라.’는 이야기로 간단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게 아티스에 관한 중요 안건을 간단히 일단락을 지은 뒤, 연회의 시작을 선언하러 연단에 선 네로멜티아는 서로 일말의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는 백성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마음을 놓고 그녀 자신도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언더 바르커스와 카보니 숲의 술과 음식들이 모여 풍성한 연회가 이루어졌고, 여러 종족 간의 활기찬 화합이 이루어지는 흐뭇한 만남의 장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각 단체의 수장과 중요 인사들은 연무장의 연단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했고, 연무장을 가득 채운 주민들의 활기찬 모습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대한 멧돼지인 빅 보어의 통구이를 벌써 절반이나 먹어치운 넬라넬라.

덩치가 큰 종족인 오크라 치더라도 상당한 양을 해치운 셈이었고, 평균적인 오크 식사량의 두 배 이상을 해치운 넬라넬라는 아직도 음식이 더 들어갈 구석이 남은 것인지 분주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놀리고 있었다.

그녀는 옆에 놓인 와인 따위는 그저 음식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듯 보일 정도로 왕성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식사량에 비해 절도 있고 깨끗한 모습을 보이며 예절에 어긋남이 없는 식사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혀 게걸스럽거나 흉하게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깨끗하게 잘 먹는다는 느낌만 들었기에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흐뭇함을 느끼게 하니 몹시 신기할 따름이었다.

반면 그녀의 옆에 앉은 오운은 옆에 온갖 술통을 쌓아두고, 통구이로 구워진 빅 보어를 세 마리나 쌓아둔 채 양손을 번들거리는 기름 범벅으로 만들며 식사를 하고 있으니 흡사 한 마리의 거대한 짐승과 같이 보였다.

카이트 실드보다도 더 큼지막한 두 손으로 아무렇게나 고기를 뜯어내 끊임없이 입에 쑤셔 넣고, 술은 통째로 들어 입에 부어 넣었다.

뼈를 바르기도 귀찮아서 뼈와 살의 구분 없이 입안에 통째로 집어넣는 커다란 고깃덩어리는 그 단단하고 두꺼운 통뼈가 우적거리며 씹히는 소리가 요란했고, 술통을 한 번 들었다 하면 바로 빈 통이 되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니 그것을 치우는 전담 사용인이 따로 배치될 정도였다.

“크허허허허! 너도 꽤 잘 먹는구나!”

“… 이런 날 아니면 언제 마음껏 먹어볼 수 있습니까.”

“그래! 잘 먹고 잘 움직여야 더욱 강한 근육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이나 보는 쭉정이 베리베리보다 동생이 훨씬 낫구나! 우람한 근육을 가진 위대한 전사가 될 수 있겠어!! 언제든 우리 오우거의 단련장에 찾아오너라! 내 친히 멋진 근육을 키워 주지!”

“우리 오빠는 쭉정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일단 여자니까 우람한 근육은 싫습니다.”

풍성한 연회를 만끽하던 오운은 잘 먹는 넬라넬라의 모습을 몹시 만족스러워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오운의 진심 어린 칭찬에도 불구하고 넬라넬라는 그저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니 마음껏 먹는다는 느낌으로 식사에 집중할 뿐, 오운의 칭찬은 한 문장 한 마디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연회를 즐기며 오가던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쯤 돌아보고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잘 먹는 두 사람.

반면 넬라넬라의 건너편에 앉은 베리베리와 그다음에 앉은 아티스는 철저한 예법을 중시하며 신사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음식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 깨끗이 입에 넣으며 음미하고, 드문드문 와인을 즐기기도 하며 즐거운 담소마저 섞는 테이블 매너의 정석.

물론 오크와 고블린이라는 종족적 차이점으로 인해 식사량이 차이가 나고 있었으나, 보는 이들이 그러한 사실을 결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우아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오호호호호! 베리베리 벡 베그리트 남작님께서는 저렇게 아름다운 여동생을 두셨으니 기쁨도 가득하시고 근심도 가득하시겠습니다.”

“아직은 모자란 아이를 이리 높게 평가해 주시니 아티스님께 송구할 지경입니다! 껄껄껄!”

신사의 품격을 철저히 두른 채, 화목한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

그러나 넬라넬라를 바라보는 아티스의 시선은 그녀의 외모적 특성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그녀의 미색을 눈에 담으면 담을수록 그의 시선이 끈적해지고 있음을 베리베리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과 같은 수준의 매너와 예법을 소유한 보기 드문 품격을 지닌 손님이 마음에 들어 허물없이 그를 대하는 성의 주인과, 그의 여동생이 지닌 아름다움을 탐내는 괴상한 예술가만이 있을 뿐이었다.

“연회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연단에 배치된 테이블의 가장 끝에 자리한 크로포드와 모카.

조용히 식사를 하며 연회장을 지켜보다가 서로에게 조용하고 짧은 말을 한마디씩 건넬 뿐이었다.

그저 조용히 식사를 즐길 뿐인 두 사람은 그들의 시선조차 조용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잔잔하기에 그지없었다.

“하으응! 너무 맛있다!!”

입안에 음식을 가득 채워 양 볼을 부풀린 채 연회의 요리를 음미하기 바빴던 러스테리아.

그녀가 보여주는 감정은 행복 그 자체였고 모든 정신을 요리에 쏟고 있었기에, 감히 그녀의 식사에 담소를 끼워 넣어 방해할 이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앞에 놓인 블랙베리 샐러드와 빅 보어의 등심 스테이크를 깨끗이 먹어치운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빈 접시를 치워준 사용인이 새로운 요리를 가져와 줄 것을 기다리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 어라?”

자신의 옆에 있었던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다 그 감정이 당혹감으로 바뀌어 갈 무렵, 주인의 반대편 옆자리에 자리해 있었던 베아트리스마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사고가 정지하고 있음을 느꼈다.

자신이 요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두 사람은 말도 없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문득 러스테리아는 자신만 따돌려진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손이 떨려올 정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불렀음에도 자신이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듣지 못해 미움을 받았다면?

애초에 주인이 자신에게 애정이 떨어져 베아트리스하고만 지내길 원하는 거라면?

뭔가 큰일이 벌어져서 급하게 일어나야 했는데 자신이 바보같이 눈치채지 못해 따라가지 못한 거라면?

온갖 불안한 상상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불안감이라는 작살을 심장에 박아넣기 시작했다.

“폐하께서는 메이드분과 함께 잠시 쉬러 간다 하셨습니다.”

“뭐, 예로부터 여관 앞을 지나는 연인들도 ‘잠시 쉬어갈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늘 관례였지요. 오호호호.”

러스테리아의 기색을 단번에 눈치채고 친절하게 의문을 풀어주는 베리베리와, 짓궂은 농을 던지며 웃는 아티스.

물론 두 신사의 이야기는 무엇하나 틀린 것 없이 정답뿐이었다.

잠시 쉬러 간다고 이야기하며 연회장을 빠져나간 것도 사실이고, ‘잠시 쉰다.’라는 말의 의미 또한 다른 의미가 있었음이 사실이었다.

러스테리아는 급히 물로 입안을 헹구고 냅킨으로 입을 닦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조금 쉬다 올게요!”

다른 이들의 대답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사라져가는 러스테리아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베리베리와 아티스는 잠시 뒤, 큰 웃음을 터뜨리며 유쾌함을 즐겼다.

심지어 서로의 어깨를 짚고 끊이지 않는 웃음에 힘겨워하거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는 등 진심으로 폭소를 터뜨렸다는 걸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제 나이 삼백오십, 저분들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없건만 한창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불경에 해당하겠습니까? 껄껄껄껄!!”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저 젊게 살면 젊은 거고, 어리게 살면 어린 거지요! 충의를 다하면 평민도 귀족이고, 돼지같이 살면 귀족도 짐승 아니겠습니까?”

“아티스님께서는 역시 혜안이 대단하십니다! 이 모자란 자가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그려!”

“별말씀을!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좀 젊게 마셔 볼까요? 오호호호호!”

“껄껄껄! 좋습니다!! 여기 맥주 좀 내와 보거라!! 내 오늘은 소싯적같이 놀아보겠다!!”

이 모든 상황에도 오운은 그저 음식을 삼키고 술을 쏟아붓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식사를 즐기며, 보는 이들에게서 잘 먹는 이들이라는 식으로 오운과 함께 묶여있었던 넬라넬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열심히 놀리던 포크와 나이프가 움직임을 멈춘 채, 안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화에 참여하거나 내색하지 않아 다른 이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넬라넬라는 지금껏 오간 대화를 전부 들었고, 심지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러스테리아는 스토니 포트리스 내성의 귀빈실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인원이 연회장에 모여 있어 내성의 경비는 고작 정문과 계단을 지키는 병사 몇뿐이었고, 그마저도 복도는 텅 비어있었다.

긴 복도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러스테리아의 발걸음 소리가 조용하면서도 선명하게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오로지 손님을 위한 숙소로 이용되는 전용층의 복도 가장 끝에 위치한 귀빈실.

애초에 오우거 마을의 오운을 제외하면 귀빈으로서 성에 방문할 이가 전혀 없었고, 그마저도 너무나 가까운 위치의 마을이라 오운은 결코 성에서 잠을 청하지 않았으며 용건을 마치면 항상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렇기에 다른 숙소 방들은 많더라도 귀빈실은 성으로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나마 단 하나만이 존재할 뿐이었고, 헤모니겐트의 가장 드높은 위치인 마왕은 귀빈실을 사용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러스테리아는 높이 육백 멘톨을 넘어서는 거대하고 육중한 귀빈실 문 앞에 서게 되었다.

싱그러운 향기가 일품인 파인트리 원목으로 제작된 귀빈실의 문은 그 육중한 무게 탓에,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경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날 것만 같아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을 이어가던 러스테리아는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가 귀를 갖다 대었다.

그녀의 뾰족한 귀가 귀엽게 쫑긋거렸고, 내부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감지했다.

그러나 파인트리의 원목으로 이루어진 그 문은 두께도 상당한 모양인지, 귀를 아예 문에다 붙이고 엿듣는데도 제대로 방 안의 소리를 잡아낼 수 없었다.

그저 웅얼거리는 소리가 작게나마 흘러나온다는 것으로 내부에 누군가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야 할 것만 같아서 손을 대려는데, 문득 소리가 나지 않게 방음 마법을 시전할까 생각했으나 네로멜티아와 베아트리스라면 사소한 마력의 기운도 감지해 낼 것이 뻔했기에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최대한 힘을 줘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문을 열기 시작한 러스테리아.

다행히 그녀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좁은 틈을 만들기까지 경첩은 침묵을 유지해 주었다.

그리고 한 쌍의 문 사이에 틈이 벌어지자마자 들려오는 음성.

“하으으으읏…!!”

“기분 좋은 거야…? 하아… 말해봐…”

“… 네… 주인… 님…! 너무 좋아서… 큿…!! 하아… 여유가 없습니다… 하윽…!!”

두 여성의 교합이 만드는 음란한 교성(??).

자신의 떨리는 시선을 애써 비좁은 문틈으로 밀어 넣은 러스테리아는 자신이 예상했던 바와 같은 음락(??)의 순간을 눈에 담게 되었다.

거대한 침대의 가운데에서 하나가 된 채, 성(?)의 기쁨을 탐닉하고 있는 두 여성.

평소의 단정한 모습과 상반된, 다리를 활짝 펼친 상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베아트리스.

부드러운 허벅지 사이의 음부에 머리를 대고 여체를 음미 중인 네로멜티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을 하고서 농염한 성교에 흠뻑 빠진 주인과 메이드, 그녀들의 무르익은 음사(??)의 현장을 바라보는 러스테리아의 보랏빛 눈동자는 거세게 떨려오고 있었다.

찔걱…! 찔꺽…!!

“벌써 질척하게 젖어있어… 네 질이… 내 혀를 얼얼할 정도로 조여 대는 걸…?”

“… 흐윽…!! … 하아… 네… 저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주인님께 흥분해버린… 음탕한 메이드예요…! 하읏…!! 부, 부디… 은혜를… 베풀어주세요…!!”

듣기만 해도 베아트리스의 음부가 애액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질이 견디기 힘든 성감에 몸부림치며 끊임없이 애액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란한 성교의 향기가 가득할 하녀의 성기에 자신의 혀를 쑤셔 넣은 주인이, 하녀가 마구 뿜어대는 음탕한 애액을 맛보며 그녀를 쾌락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점차 잔혹하리만치 쌓여가는 성감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힘껏 젖힌 베아트리스의 신체적 반응은 주인을 기쁘게 할 뿐인 교태(??)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베아트리스의 마도학적 인공 정신 체계가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성감의 연속을 견뎌내지 못하고 아득해지는 감각과 함께 점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단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든 성감 신경을 차단하고 냉정을 되찾을 수 있는 베아트리스가 자신의 의지로 이 모든 성감을 선명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방관자일 뿐인 러스테리아조차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베아트리스의 이러한 자의적 선택은 ‘자의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녀만의 의지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경애해 마지않는 주인이 친히 선사하는 사랑과 기쁨에 중독되어, 과도한 쾌락에 호흡조차 자유롭지 않을 정도로 허덕이는 이 순간조차 거부할 수 없는 환희로써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주인이 안겨주는 과도한 오르가즘이 끝없이 지속 되어 설령 그것이 고통이 될지라도, 그 고통을 하루고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영원히 느끼고 싶을 정도로 그 애정이 가득한 쾌락에 중독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 역시 러스테리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흐윽… 흑… 으윽…!! 흐윽…!!”

견디다 못해 양손으로 주인의 뿔을 쥐고서 신체를 거세게 떨어대던 베아트리스.

그에 답변이라도 내어놓듯 네로멜티아는 하녀의 탐스러운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보드라운 여체의 피부를 만끽하던 자신의 양손을 들어 베아트리스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이른 새벽 잎사귀에 맺힌 이슬을 보는 듯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던 베아트리스의 젖가슴이 제 모양을 잃고 부풀어 오를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했다.

다소 가학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주인의 거친 손길에도 베아트리스는 쾌감만을 느끼는 듯,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내지르고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득 차올라 아른거리는 그녀의 눈물이 뺨을 흠뻑 적시며 끊임없이 흐를 정도로 울어대는 이 순간에도, 그녀의 입가에는 기쁨의 미소가 만발해 있었다.

러스테리아는 문득 베아트리스의 모습이 퍽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나 무미건조한 절제의 모습만을 보였던 베아트리스가 저토록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미소를 보인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순수한 애정의 발로였으며, 본연의 모습조차 흐트러지게 할 정도의 강렬한 사랑의 결실이었다.

그녀가 드러내 보이는 새로운 모습에 놀란 러스테리아는 시선이 중심을 잃고 어지러이 흔들리는 가운데 귀빈실의 바닥에 늘어진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육중한 파인트리의 문 바로 앞부터 침대에 이르기까지 길게 이어져 바닥에 떨어진 의복들.

앞치마, 블라우스, 스커트, 그리고 속옷.

베아트리스는 귀빈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침대로 향하는 짧은 순간마저 견디지 못하고 옷을 풀어헤치며 나아간 것이 분명했다.

신장 육백 멘톨에 이르는 거대한 오우거가 묵을 상황을 상정하여 제작된 거대한 침대의 가운데에 이르기까지, 침대의 발치부터 길게 이어진 젖은 자국은 그녀가 옷을 벗기 전부터 자신의 음부를 흠뻑 적시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였다.

그 어떤 것보다도 주인을 열렬히 사모하는 베아트리스의 진심이 느껴지는 적나라한 흔적들.

러스테리아는 주인과 메이드의 성교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태생부터가 성에 개방적인 서큐버스이며 성격 역시 느슨했던 러스테리아는 지난날, 주인과 약속된 자신의 잠자리에 베아트리스를 초대하고 주인의 사랑을 함께 나눌 정도로 그녀에게 별다른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진심을 다해 주인에게 애정을 부딪쳐가는 베아트리스의 모습은 러스테리아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하고 있었다.

이유 모를 심중의 통증에 의문이 들었던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진중하게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하나하나 풀어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흠뻑 젖은 자신의 음부 역시 확인했다.

주인과 베아트리스의 농염한 성교를 지켜보며 잔뜩 흥분해버린 자신의 성기가 무척 뜨겁고 질척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끈적이는 애액은 실이 되어 손가락의 사이에서 가득 늘어지고 있었다.

분명 평소의 러스테리아였다면 자신도 끼워달라며 곧바로 이 음락의 현장에 난입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러스테리아는 귀빈실의 내부를 향해 단 한 발자국도 디딜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복도를 빠져나갔다.

촉촉하게 젖은 눈가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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