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59화 (59/216)

〈 59화 〉 모든 것은 마왕의 손아귀에서

* * *

카보니 숲의 주민들이 마왕에게 입은 은혜는 그들의 통치자들이 마왕과 권속의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뿐만은 아니었다.

권속에 대한 서약식이 끝난 뒤, 네로멜티아는 카보니 숲 일대를 보호하는 정화 마법진을 설치했다.

마법진에 필요한 마력석은 언더 바르커스의 광산에서 채취한 것이 몇 있었기에 그것을 사용했고, 마력 회로의 설치는 지하에 숨겨져 제대로 보호받는 마왕성의 것과 달리 급하게 임시로 설치하고자 지면 위에 그대로 양각했기에 하루 만에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더욱이 스토니 포트리스의 넬라넬라를 위시한 오크 공병대는 마법진 설계도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이해도를 보여 공사가 순식간에 진행되었고, 강한 완력을 지닌 오크와 오우거가 공사에 착수하여 더더욱 빨리 끝낼 수 있기도 했다.

“게이트(Gate).”

그리고 네로멜티아는 스토니 포트리스와 오우거 마을의 중간 지점에 지면을 다진 뒤, 차원을 비집어 열어 두 공간을 이어주는 차원 마법, ‘게이트’를 시전했고 마왕성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게이트를 통해 크로포드와 아티스를 비롯한 마왕성의 중요 인력들을 데려와 양측의 협조와 화합에 관한 자리를 마련했으며, 게이트는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계속 열어 두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카보니 숲 중앙의 게이트는 마왕성과 연결되어 마왕성 재건을 위한 자재 공급과 카보니 숲의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자 공급을 위해 사용될 것이었다.

물론 데모니안과 고블린, 오크와 오우거 양측의 활발한 교류 역시 염두에 두었기에 누구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개방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주군?”

“그래, 이 정도야 괜찮다.”

“이런 거대한 정화 마법진을 두 개나 운용하시면서 차원 마법까지 상시 유지하시는 셈입니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나도 불의의 습격이 있을 것에 대비하여 힘의 비축은 항상 신경 쓰고 있다. 드래곤이나 휴미안의 습격이 있다면 가장 먼저 싸워야 하는 것은 나이니까. 이 정도는 내가 가진 마력의 십분의 일도 소모되지 않는 미약한 수준이니 괘념치 말거라.”

떠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주군이 대규모 생존자들을 발견했다고 자신을 다시 찾아온 것은 진정 놀랄만한 일이었다.

거기다 드래곤이나 신들에게 들킬까 염려하여 방대한 마력을 요하는 일은 피하던 주군이 제8위계의 차원 마법 ‘게이트’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놀라게 되었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였고, 크로포드는 많은 근심에 사로잡혀 평소의 강직하고 차분한 성격은 온데간데없이 불안감마저 숨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네가 걱정하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하겠다만. 이미 두 차례나 대규모 정화 마법진을 발동했다. 그런데도 적대 세력들에게서는 반응이 없지. 나는 그래서 한 가지 가설을 내려봤다.”

“제 걱정은 오직 주군의 안위뿐입니다. 적들의 습격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래, 네가 충직하고 용맹한 기사인 건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나의 마력 고갈에 대한 염려, 혹은 내가 마력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습격이 일어나 또다시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한 걸 테지. 그러나 실제로 나의 마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았고, 적의 습격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 이제 내 말을 들어 보겠느냐.”

신하의 의중이 어떠하든 자신의 뜻을 밀어붙여도 아무 문제될 것이 없는 위치이며, 그 신하 또한 하등 불만을 가지지 않을 인물임에도 네로멜티아는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존중을 다하며 답변해 주고 있었다.

충직한 신하는 그저 주군의 따뜻한 배려가 황송할 뿐이었다.

“… 경청하겠습니다.”

“마력 감지로 특정 위치 누군가의 마법 사용 유무를 발견하기 위해선, 마법 운용에 사용되는 마력 외에 술식 밖으로 방출되는 미량의 손실 마력을 감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테라리스의 대기에는 짙고 두꺼운 분진층이 존재하지. 특정 방해물이 있으면 마력의 전달이 힘들기에 마력 회로를 생성해서 마법진을 만든다는 건 알고 있겠지? 하나의 마법진에서도 그러할진대 이런 압도적인 대기 분진층을 사이에 두고 마력 감지를 성공한다는 건 힘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마왕성의 주민들에게 극독이나 다름없는 테라리스의 오염이 오히려 현 마왕성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였다.

모든 조건을 사전에 인지한 상황에서 생각해 봤다면 무척이나 간단한 원리의 현상이었겠으나, 마법적 지식으로는 견줄 이가 거의 없는 절대자인 네로멜티아 역시 세계의 오염이라는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렇기에 다소 간단한 원리였던 이 현상을 깨닫는 데에 오래 걸린 셈이었다.

그녀는 기억 속 테라리스는 언제나 깨끗한 대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이 당연했던 것이었다.

“… 그럼 신들 역시…….”

“미약한 손실 마력이 대기 중으로 전파되어 신들의 대륙 ‘오드볼리스(Odvolis)’까지 전해져야 하니, 테라리스의 지면부터 대기층 끝까지의 거리보다도 훨씬 먼 오드볼리스는 더더욱 힘들 것이다. 아마 신들이 우리의 마력을 감지 해내는 것보다 블루문에 거주 중인 드래곤들이 감지하는 일이 더 빠를 테지. 아스타리스 대륙의 최남단, 휴미안의 마지막 도시라는 ‘에스테로난(Esteronan)’보다도 훨씬 더 먼 남방의 바다 건너에 위치해 있으니.”

이후에도 네로멜티아의 상황 설명과 사전 예측은 크로포드에게 한참이나 설명되었다.

결국 카보니 숲의 대규모 정화 마법진의 발동과 차원 마법 발동은 그녀가 세운 가설의 신빙성이 높다는 믿음에서 나온 과감한 행동이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그 가설이 진정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적 절차이기도 한 것이었다.

만약 가설이 틀려서 습격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대비책이 존재했기에 진행한 부분도 있었다.

이미 서약식이라는 행사를 통해 카보니 숲의 주민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도 했고, 향후 물류의 이동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게이트마저 열어두었으니 마왕성으로의 대피 또한 용이한 상황이었기에 다소 안전이 확보됐다고 여겨 진행한 것이었다.

우선 습격이 진행되더라도 지켜야 할 이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대처하면 쉽게 싸울 수 있었고, 마왕성에는 언더 바르커스라는 숨겨진 대피소 역시 마련되어 있으니 적을 격파하기만 하면 백성들은 분명 안전할 확률이 높았다.

“현재 이 현상은 드래곤이나 신들 역시 모르고 있을 확률이 다분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강림의 신전에 어떤 조치든 취해 뒀겠지. 현재 양성 중인 마왕성 연구원들의 육성에 도움이 되는 과제도 줄 겸, 첫 명령으로 분진층의 마력 전파 방해 수치를 연구하게 시켜도 좋겠지. 정확한 수치만 파악할 수 있어도, 안전이 보장된 범위까지는 마음껏 행동할 수 있을 테니.”

“주군께서 창설하신 각 연구 부서들이 바로 빛을 보는 겁니까!”

“마력 발산의 안전권이 명확해지면 마도 공학 연구 부서의 에고 돌 역시 빛을 보겠지. 적대 세력에게 발각될 위험 때문에 모든 외부 활동을 내가 직접 나서서 진행하고 있으나, 안전 확보를 가능하게 할 범위와 수치 정보만 주어지면 오염에서부터 자유로운 에고 돌들을 생산 운용하여 아스타리스 대륙 각지의 수색도 수월해질 테니.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그것들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

“이곳 데카스트라스 산맥에 방문하기 전에 만난 카디스텔라 역시 마도 공학에 일가견이 있으니 그녀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겠군. 로널드 거트만의 수준까지는 몰라도 그녀가 개발에 도움을 준다면 상당한 수준의 에고 돌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크로포드는 현재 네로멜티아의 향후 계획에 대해 감탄한 나머지 말을 잊기에 이르렀다.

이미 과거 최고의 마도 공학자로 칭송받던 로널드의 자료와 그가 남긴 최고의 견본 ‘베아트리스’까지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육성 중이었던 연구원들과 많은 지식을 보유한 카디스텔라가 참여한다면 네로멜티아의 계획은 상당히 희망적이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대륙 각지의 수색은 언데드나 하위 악마를 소환하거나, 정화 장비를 개발하여 수색대를 파견해도 되는 입장이지만 에고 돌을 생각한 것에는 환경적인 이유도 있다. 현재 건축 자재 확보를 위한 수색을 데카스트라스 산맥 지역으로 진행했으니, 이 지역에 온 김에 우리가 조사해야 할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 잘 모르겠습니다.”

“드워프다. 아스타리스 대륙 최대 규모의 산맥인 데카스트라스 산맥의 중부에 광산 지대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그들이라면 기술적으로도 뛰어나고 지하 생활에 이골이 나 있으니, 휴미안에게 발각되거나 오염에 노출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들이 우리에게 합류해 준다면 에고 돌의 생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마왕성의 재건도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겠지. 스스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판단하여 행동하는 언데드나 하위 악마보다, 입력된 매뉴얼 대로 철저히 움직이는 에고 돌이 훨씬 실수가 적을 것이고 만에 하나 적에게 사로잡힌다 해도 세뇌당해서 이쪽 정보를 누출할 가능성도 없다. 내키지는 않지만… 유사시에 자폭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한다면 이쪽은 더욱 안전해지겠지.”

소중한 존재인 베아트리스가 눈에 밟혀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았지만, 베아트리스는 베아트리스고 에고 돌은 에고 돌이었다.

베아트리스는 진정한 에고가 각성한 감정을 지닌 존재이고, 대부분의 에고 돌은 이름에 ‘에고’가 들어갈지라도 사실 입력된 행동 패턴만을 따르는 골렘에 가까웠다.

주어진 선택지를 분석하고 계산하여 적절하게 선택할 뿐, 영혼도 감정도 없는 자동 운영 기능이 부여되어 있을 뿐인 마도 기계인 것이었다.

결국 생산량과 일정 수준의 임무 수행 능력만 보장된다면, 에고 돌은 활용 반경이 무궁무진한 운영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위험은 적고 보장되는 이득은 상당한 이상적인 소재.

거기다 드워프들의 합류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폐허에서부터 헤모니겐트라는 대규모 국가를 재건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조력자였다.

물론 그들이 아무 능력도 없는 미약한 존재라 할지라도, 네로멜티아는 그들을 만나 안전을 보장했을 것이다.

하물며 상당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니 드워프와의 합류는 가장 우선시해야 할 상책이었던 것이다.

“나를 죽이러 왔다가 러스테리아에게 사망한 휴미안의 병사 열다섯. 그들의 모습은 강령 마법을 이용해 그들의 영혼을 불러온다면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 그들이 에스테로난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여겨 휴미안들이 경계할 것이고, 신들에게 보고를 올리게 되겠지. 그러나 그들의 모습을 모방한 에고 돌을 제작해 에스테로난으로 보낸다면 나의 부활에 대한 소식을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무리 정밀하게 제작된 모방 에고 돌이라 할지라도 죽은 자들의 기억은 하나도 모를 텐데, 발각되지 않겠습니까?”

“매일 같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스타리스 대륙의 최북단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복귀한 휴미안이 정신병에 걸려 모든 기억을 잃었다. 본래의 임무대로 부활하던 마왕을 사살하는 일에 성공했다는 기억뿐. 그리고 그 미치광이 병사들은 술 한잔 마시고서 스스로를 불살라 목숨을 끊어버렸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이야기 아니겠느냐?”

마왕성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부터 이곳 데카스트라스 산맥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여정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다.

로널드 거트만의 연구 자료와 베아트리스가 존재하는 연구실의 발견.

미리 연구원 육성을 진행하여 마련한 마도 공학의 기반.

해박한 마도 공학 지식을 소유한 카디스텔라의 합류.

데카스트라스 산맥을 향해 진행한 탐사 덕에 다가온 드워프 은신처의 수색.

드워프가 합류함으로써 얻게 될 다양한 석재와 광석, 그리고 그들이 소유한 고도의 제작 기술.

에고 돌의 개발이 완성되면 얻게 될 안전한 탐사 수단과 마왕의 부활 은폐.

정밀한 시계의 톱니가 맞물리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시간대로 바늘이 굴러가듯, 모든 것이 정확하게 아귀가 맞아 진행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의중에 두시고 행동하시다니, 주군의 그 찬연한 지혜는 그 어떤 자도 감히 넘볼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주군의 뜻대로 진행 중인 것이군요!”

“… 음……. 어… 과찬… 이구나…….”

평소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진중하고 차분하기 그지없는 크로포드가 눈을 빛내며 흥분하는 모습.

사실 네로멜티아가 최적의 선택을 해 온 것은 맞지만, 상당 부분 우연이 겹친 것 또한 사실이었다.

오히려 행운이 따른 상황들이 많았다고 여겨야 했으나, 크로포드는 이 모든 일이 주군의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드높은 지략을 통해 나온 결과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저 상황이 진행되다 보니 여기까지 굴러왔고, 그걸 분석해 보니 이렇게 진행하면 좋겠다 싶어 이야기했을 뿐인데 크로포드가 눈을 빛내며 존경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오니 사실대로 말하기도 힘들었다.

모든 것은 오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저토록 눈을 빛내며 기뻐하고 있는 크로포드를 두고, ‘사실 우연일 뿐이며 너의 주군은 그렇게 뛰어난 지혜를 가지진 않았다.’라며 그의 환상을 깨버리는 일을 할 수 있을 턱이 없었던 것이다.

매사 진지하고 분위기가 무거운 크로포드가 이토록 기뻐하는데, 그런 잔인한 짓을 할 만큼 네로멜티아가 단호한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도 곧잘 경의를 보내오던 크로포드가 이제는 숭배라고 해야할 정도의 과도한 반응을 보여오니 굳이 그의 환상을 깨고 싶지도 않았고,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지배자의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는 네로멜티아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모습이 이로운 쪽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그저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단지 매사에 진지하고 고지식한 크로포드의 성격이 네로멜티아에 대한 그의 맹목적 충성심과 만나 이런 식의 과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네로멜티아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저 이 상황이 부담스럽고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을 뿐이었다.

네로멜티아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화제를 돌리기 위해 급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어째서 이 중요한 자리에 아티스는 부르지 않은 거지? 그가 바쁜 일이라도 있다면 어쩔 수 없으나, 나와 나눈 이야기는 나중에 네가 그에게 제대로 설명해 줘야 할 것이다.”

주군에 대해 지극한 존경을 표하며 기뻐하기에 바빴던 크로포드의 달뜬 낯에 다소 어두운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네로멜티아는 자신이 무슨 말실수라도 한 것인가 싶어 속으로 당황하기 시작했고, 크로포드는 긴 침묵을 이어가는 것으로 네로멜티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잠시 뒤, 크로포드는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고 심중의 단단한 각오가 엿보이는 올곧은 눈빛을 보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군께서 직접 등용하신 인물에 대해 한낱 신하인 제가 정황만 가지고 의혹을 보고드리는 것은 불충이라고 생각하지만… 과거 배신의 씨앗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주군을 잃었었던 저이기에 과오를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배신…?”

몹시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크로포드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상당히 무거운 논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강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예상하지 못한 미지의 사태가 불러오는 오한이 싸늘한 감각을 전해주었다.

“아티스가… 비밀리에 사조직(???)을 만든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 뭐!? 비밀!? 사조직!?”

순간 너무 놀라 위엄있는 마왕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애써 만든 체통조차 모두 잊고, 연이어 몇 번이고 소리를 높였다.

네로멜티아의 복잡하고 급박해진 머릿속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황을 정신없이 떠올리기 시작했다.

지혜롭긴 하지만 힘도 없는 고블린인 아티스가 어떤 이유에서 비밀스러운 사조직을 만들었다는 말인가.

사조직을 만들어 봤자 인원은 데모니안 백성이나 고블린밖에 충원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야 신들과 대등하게 겨룰 정도의 절대자인 마왕 네로멜티아는커녕, 그녀의 신하로서 존재하는 크로포드와 러스테리아, 베아트리스도 상대할 수 없는 단체일 것이 뻔했다.

하다못해 오우거 치프인 오운 하나조차도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지혜롭고 지식 또한 풍부한 아티스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는 전혀 없으니, 그의 사조직 결성이 네로멜티아에 대한 반기라고 보기는 또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알지 못하는 정보가 너무 많으니 불안감이 있기도 했고, 혹시 신들과 내통하여 네로멜티아를 기습할 수 있는 성물(?物)이라도 받아온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일단은 그렇다 할지라도 그가 마왕성을 뒤집기에 무리가 많은 상황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로멜티아는 우선 걱정을 접어두고 최대한 근엄한 마왕의 모습을 유지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래. 의외이긴 하구나. 흥미롭기도 하고. 그래서, 그들에 대해 더 알아본 것은 있느냐?”

주군을 바라보며 그 특유의 진중한 모습을 보여오는 크로포드는, 그 눈빛에 유사시에도 당황하지 않는 주군을 우러러 바라보는 존경과 모든 일은 주군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맹목적 믿음을 가득 담고 있어 몹시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크로포드는 주군의 명이 떨어지면 당장에라도 일어서 그 어떤 일이든 달성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주군의 물음에 충실한 자세로 답했다.

“첩보에 의하면 그들은 자신들을 비밀 결사 ‘유토피아(Utopi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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