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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54화 (54/216)

〈 54화 〉 공병대장 넬라넬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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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활기차고 약간의 허스키 보이스가 섞인 음성이 인상적인 여성.

그녀가 가진 낭랑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힘이 넘치는 음성과 함께, 스스럼없이 시원시원한 말투는 보이시(Boyish)한 느낌이 들어 자신감이 넘치는 어린아이가 떠오를 정도의 순수한 매력을 주고 있었다.

소년의 모습에 가까울 정도로 여성치고는 짧은 머리를 가졌으나, 그럼에도 머릿결이 매끄러우며 동시에 찰랑이는 느낌이 살아있는 건강한 흑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녀의 긴 속눈썹과 빛나는 갈색 눈동자는 그녀가 중성적인 매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인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마력을 품고 있었다.

오크 특유의 녹색 피부와 입술 밖까지 튀어나온 아래 송곳니를 지니고 있었으나, 그녀의 피부는 만지지 않아도 보드라운 촉감이 느껴질 듯 매끄러웠고 티 없이 깨끗했으며 송곳니는 작고 짤막하게 생겨 앙증맞고 귀여울 정도였다.

그 외에도 그녀의 안면은 반듯하고 오뚝하게 세워진 코와 살짝 처진 것이 귀여운 뾰족한 모양의 귀가 있어 안면의 모든 구성이 오밀조밀하고 아름다웠다.

오크치고는 다소 작았으나 그럼에도 평범한 데모니안에 비하면 상당한 키를 가진 그녀는 이백 멘톨이 조금 넘는 정도의 신장이었고, 이는 네로멜티아와 비교하면 머리 하나 정도 더 큰 키를 가진 셈이었다.

다른 종족보다 큰 신장에 비례해 어깨 또한 넓었으나, 그것은 단지 오크라는 종족이 가진 특징만이 이유는 아니었고 강도 높은 노동으로 단련된 그녀의 신체에 단단한 근육이 붙어 생긴 특징이었다.

어깨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전신은 어느 한구석 허술한 면 없이 단단한 근육이 발달해 있었고, 특히 그녀가 착용한 짧은 기장의 작업복 상의를 통해 완벽히 노출된 복근은 그녀의 늘씬하고 잘록한 허리에서 군더더기 없는 선명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저 근육만이 보일 뿐이라면 단순히 남성적인 모습이 도드라지는 여성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눈여겨본다면 그 어떤 이들도 그런 허튼 말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할 거란 확신이 들 정도로 여성으로서의 매력 또한 출중했다.

두꺼운 작업복 상의와 그에 달린 두툼한 패치 포켓으로도 감추지 못하는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 가슴은 그녀에게서 모성마저 느끼게 할 정도의 숨겨진 여인으로서의 보물이었다.

수납 주머니가 가득 이어진 작업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있음에도 감추지 못하는 크고 둥근 형태의 탄탄한 둔부 역시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운 매력을 한껏 과시하는 상징이었다.

얼핏 보면 단단해 보일 뿐인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여체의 아름다운 굴곡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고, 잘 단련된 그녀의 허벅지는 오히려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이 공존하고 있어 건강한 여체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온갖 두툼한 포켓이 덕지덕지 붙은 데다가 지워지지 않는 기름 얼룩마저 여기저기 묻은, 질기고 두꺼운 원단으로 이루어진 잿빛의 작업복을 입었음에도.

여성에게 어울리는 구두나 단화가 아닌, 발목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길고 투박한 가죽 부츠를 신었음에도.

고운 선이 인상적인 그녀의 매끄러운 목에 목걸이나 리본 대신 물기를 닦기 위한 낡은 수건만 한 장 걸쳐져 있었음에도.

여성의 아름다운 매력이 확연한 그녀에게는 그 모든 요소가, 그녀의 찬연한 미색 곁에 은근히 감도는 중성적 매력을 도드라지게 할 뿐인 하나의 강조점에 지나지 않았다.

“너… 너, 너 이 녀석아!! 분명 내가 귀빈께서 방문하셨으니 깨끗이 씻고 예쁜 드레스 입고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무슨 꼴이야!!”

“깨끗이 씻었고, 이 작업복도 세탁 마친 새거야! 그리고 귀빈은 무슨. 기껏해야 오운님 밖에 더 있어?”

목욕을 이제 막 마친 모양인지 그녀의 머릿결은 촉촉이 젖어 가끔 머리카락의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친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문질러 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며 촉촉해진 그녀의 피부는 은은하게 상기되어 있기까지 했고, 목욕물로 달아오른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보기만 해도 마치 어루만져 본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품행이 몹시 허술하고 예의 따위 생각하지도 않는 편한 모습을 보이며 설렁설렁 대답하는 그녀는 심심할 때면 찾아오곤 하는 이웃 마을의 부족장 오운 외에는 귀빈이라 이를 수 있는 이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 고작 이웃의 오운 정도가 찾아온 정도일 것이 뻔한데 귀빈이라며 호들갑 떠는 오라버니의 태도가 귀찮을 뿐이었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문지르다 탈탈 털기까지 하며 대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착석하려던 그녀는, 문득 평소보다 의자가 많은 연회장의 모습을 눈치채게 되었다.

의아함이 깃든 시선을 하고서 이마와 눈을 가릴 정도로 늘어진 젖은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연회장을 둘러본 그녀는 순간 말을 잊을 정도로 놀라버렸다.

“이 녀석!! 마왕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 폐하이시다!! 어서 예를 갖추고 인사를 드리지 못하겠느냐!!!”

“아읏…! 네, 네에!!!”

오라버니의 사나운 호통에 화들짝 정신이 들며, 가까스로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자신의 목에 두른 젖은 수건을 냅다 집어 들어 등 뒤에 숨겼다.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다른 종족 여성들이 셋이나 있는 광경에 한 번 놀랐고, 스토니 포트리스의 영주인 오라버니를 제치고 가장 상석에 앉은 데모니안 여성에게 또 한 번 놀란 그녀.

고고한 자태를 하고서 상석에 앉은 데모니안 여성이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오라버니에게 늘 귀에 못 박히도록 익히 들어왔던 마왕의 이름.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라고 소개된 그 데모니안 여성은 기품이 넘치는 모습을 하고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얼어붙어 긴장한 자신을 향해 조용히 다가왔다.

그 무엇보다도 고귀할 것 같은 자태를 하고서도 낯에는 장난기가 가득 느껴지는 친근한 모습.

머지않아 그녀의 앞에 선 네로멜티아는 시선을 위아래로 끈적하게 훑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좌우를 살피는 등 깊게 관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후후후후.”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짙은 미소를 짓는 네로멜티아.

그런 마왕의 모습은 상대에게 있어 지엄한 존재가 자신 따위는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본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쉬웠다.

그러나 바라본다는 것까지는 맞았으나 차원은 그녀의 생각보다 한 단계 낮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네로멜티아는 현재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녹색 피부의 미녀에게 모든 정신이 팔려 욕망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작업을 걸어 그녀와 친밀한 관계가 될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 마, 마왕님…”

“아가씨는 이름이 뭘까? 후후후.”

그녀가 상상해왔던 마왕의 근엄하고 지엄한 모습과는 극명하게 반대인 나긋나긋하고 친근한 모습.

오히려 그녀의 또래 아가씨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마왕의 태도와 말투는 허물없었고 편안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친숙했다.

긴장으로 경직된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지는 듯 사근사근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마왕의 모습은 오래 두고 사귄 친한 언니 같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 경쟁자가 또 늘어서 근심이 가득하시겠네요.”

“에? 아, 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하하….”

다른 여성의 앞에 서서 끈적한 눈빛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보를 꼬옥 쥐고 있었던 러스테리아.

그녀의 모습에 베아트리스는 무심히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를 던졌으나, 그 일상적인 대화처럼 보이던 태연한 말 한마디는 러스테리아의 심장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였다.

러스테리아의 흔들리는 눈빛이 그녀의 착잡한 심경을 대변이라도 하듯 방향을 잃은 채 정처 없이 흔들리고 있었으나, 다른 여성에게 뜨거운 시선을 던지는 주인의 모습에서만큼은 결코 눈을 떼지 못한 채 시선이 자꾸 되돌아가고 있었다.

관심이 없는 듯 몹시 차분한 모습으로 태연하게 와인을 마시는 베아트리스도 사실은 은근한 곁눈질을 통해 주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반면 자신의 비서와 메이드가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네로멜티아는 은근한 시선을 상대의 갈색 눈동자에 끊임없이 던져대고 있을 뿐이었다.

친애마저 느껴지는 마왕의 태도에 점차 긴장이 누그러지고 안정을 되찾은 베리베리의 여동생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정중한 자세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스토니 포트리스의 영주이자, 오크 로드인 베리베리 벡 베그리트 남작의 여동생! 스토니 포트리스 공병대장의 임무를 수행 중인 ‘넬라넬라(Nellanella)’입니다! 마왕 폐하의 귀환을 경하드립니다!!”

몹시 정중하면서도 지극한 예를 다했던 그녀의 소개는 군인의 참된 모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직하고 곧은 기세를 보였다.

베리베리가 철저한 예법과 인자하고 자애로운 통치로 귀족으로서의 귀감을 보였다면, 그녀는 강직하고 당찬 모습을 통해 군인으로서의 귀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루이나의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드높고 위대한 마왕의 앞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그녀는 영혼마저 바칠 절실한 기세로 마왕을 대하고 있었다.

반면 그런 진중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과 달리 네로멜티아는 약간 자세가 흐트러지는 등 당혹감을 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오빠가 가진 이름 ‘베리베리 벡 베그리트’도 충분히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양이었는데, 그녀가 가진 이름 ‘넬라넬라’ 또한 마찬가지로 작명 감각이 몹시 의심스러울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키는 네로멜티아의 모습은 누가 봐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음이 확연한 것이었다.

베리베리와 넬라넬라, 그리고 오운은 마왕이 보이는 무언의 격렬한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는 눈치였고, 러스테리아와 베아트리스, 모카는 무엇 때문에 마왕이 갈등하고 있는지 아는 눈치로 어색한 웃음을 짓거나 짐짓 모른 척을 하며 와인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한 듯 눈을 뜨고서, 결의에 찬 뜨거운 눈빛을 드러낸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보기에도 귀여운데 이름까지 귀여워!!”

무척이나 당차게 터져 나온 네로멜티아의 외침은 상대에게 하는 이야기인지, 자신의 인식을 스스로 바꾸기 위한 혼잣말이었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침에 절실한 바람과 진심을 담았기 때문이었을까 그저 넬라넬라가 마음에 들어 이름 같은 건 어찌 됐든 좋았을 뿐이었을까, 한 차례의 외침을 지르고 난 네로멜티아는 넬라넬라라는 이름이 진정 귀엽고 예쁘게 느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화한 심경에 네로멜티아는 만족감마저 느끼며 넬라넬라를 향해 싱그러운 미소를 보였다.

반면 넬라넬라는 몹시 당황해서 눈빛이 흐려질 지경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을 두른 마왕이 보인 돌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당혹감이었으나, 그녀의 심경을 뒤흔드는 요소는 단지 돌발성뿐만은 아니었다.

“제, 제가… 귀엽다는 말씀이신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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