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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50화 (50/216)

〈 50화 〉 엇갈리는 동경(??)

* * *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고 요란할 정도로 빠른 비행 속도를 보이던 러스테리아는 주인의 위치를 파악하자 힘껏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속도가 급격하게 늦춰지고는 있었으나 네로멜티아를 향해 대각선으로 하강하며 나아가고 있기에 제때 멈추지 못하면 지면에 처박힐 수도 있는 문제였다.

“텔레키네시스(Telekinesis).”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사물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염력 마법을 사용했다.

본래 가벼운 그릇이나 항아리 정도의 물체를 옮기는 게 다였던 그 마법은 발생시킬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모자란 까닭에 그리 큰 힘을 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 편리하지만 약한 마법도 마왕이 사용하면 전혀 다른 출력을 낼 수 있었다.

아직은 많이 빠른 속도였던 러스테리아가 그녀의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급격히 속도가 줄어들었고, 이내 허공에서 완벽히 정지한 것이다.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게 된 러스테리아는 천천히 하강하다 네로멜티아의 품에 떨어졌다.

“잡았다.”

“주인님!!”

드디어 만난 주인의 품에 안기듯 떨어지자, 러스테리아는 아예 그녀에게 와락 안겨버렸다.

힘껏 자신을 끌어 안아오는 비서를 두고 네로멜티아는 은은한 미소를 띤 채, 같이 안아주었다.

러스테리아는 주인에게서 떨어진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건만 재회의 기쁨을 격렬하게 표출했고, 그녀가 가지고 온 소식이 위급하지 않았다면 한동안 계속 어리광을 부릴 기세였다.

“주인님! 카보니 숲을 둘러싼 평원 일대에 언데드가 가득 찼어요!”

“얼마나 있는데?”

“수천 수만은 넘을 것 같아요! 셀 수가 없어요! 눈에 닿는 모든 범위 전부를 메울 정도였어요!”

러스테리아가 황급히 알려온 소식은 상당한 위협이 도사리는 정보였다.

선명한 자아를 가진 언데드와 다르게 이지를 상실한 언데드는 생명에 대한 탐욕과 분노로 가득한 것이 많았다.

이루지 못한 원(?)이나 원한(??)을 가지고 생명을 그리워하며 탐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생명이라는 것을 가진 살아있는 자들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망자의 본능.

이들이 오우거의 마을에 다가오기라도 한다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었다.

“그리고 휴미안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장벽을 봤어요! 얼핏 봐도 평원 일대를 길게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장벽이요!”

러스테리아가 덧붙인 말을 통해 네로멜티아는 비로소 카보니 숲의 평화가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정황 증거에 불과했으나 이 정도로 명확한 인과가 있다면 그 예상은 거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었다.

베아트리스 역시 상황을 깨달은 모양인지 말을 덧붙였고, 이는 네로멜티아가 떠올린 예상이 그녀만의 생각이 아니며 신빙성이 높다는 근거가 되었다.

“휴미안들은 언데드들을 몰아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들을 가두는 데 그친 모양입니다. 그러니 언데드의 영역을 건너가며 카보니 숲을 정찰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겠죠.”

“그렇지. 거기다 카보니 숲이 온전하게 살아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확실하지 않은 것에 목숨을 걸고 탐사를 하는 일은 할 수 없었겠지. 리스크는 크고 보상은 극히 희박한 확률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휴미안의 힘은 그들이 가진 마도 공학의 산물들과 하나로 규합하는 힘이었다.

각자의 개성을 내려놓고 철저히 전략대로 움직이는 병사들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정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군대는 휴미안이 가진 가장 큰 힘이었다.

방대한 수가 모여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군체로서의 강함이었고, 소수의 강대한 적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적합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거기다 개개인이 나약한 이들도 마도 공학의 장비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큰 위력을 낼 수 있었으니 그들의 군대는 군체로서의 강함을 더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망자의 무리를 상대로는 그것이 몹시 껄끄러운 것이었다.

일말의 두려움 없이 일제히 몰려드는 망자들에게는 위협 사격이 통하지 않았고, 그들이 근접하기 전에 해치워야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망자들은 신체의 반이 날아가도 소멸하지 않고, 휴미안보다 약하지도 않았다.

소수의 강자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적합하지만, 자신들 개개인보다 강한 군체를 상대하기에는 여러모로 난점이 많은 것이었다.

마도 공학 무기의 화력이 강해 원거리로 쓸어버릴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한 번 접근을 허용하면 유린당하는 것은 휴미안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망자의 손에 죽은 이는 또 다른 망자가 된다.

마치 역병이 창궐하듯 동료가 망자가 되고, 망자의 수는 죽여도 죽여도 줄지 않는데 생존자는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휴미안의 강점이 오히려 발목을 붙잡게 되는 상대가 바로 언데드였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긴 하네. 그들에게는 성직자들이 있잖아. 신의 힘을 빌리면 망자들의 처리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거기다 마법도 발전해 있으니 턴 언데드(Turn Undead) 정도야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언데드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휴미안들이 그런 약점을 보유하고도 아스타리스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존재와 턴 언데드 덕분이었다.

신왕 오드볼그를 위시한 여러 신들을 믿고 따르는 휴미안에게는 성직자라는 신의 대리인들이 존재했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신들의 마나 디바나(Divana)는 언데드나 악마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극의 힘이었다.

거기다 휴미안이 사용하는 평범한 마나인 비타나(Vitana)만 있더라도 마법 턴 언데드를 사용해서 그들을 강제로 승천시킬 수 있었다.

이미 아스타리스 대륙을 정복할 정도로 강성해진 휴미안이 언데드의 무리가 두려워 장벽을 쌓고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언데드는 분명 휴미안에게 두려운 존재인 것은 맞으니 일단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 귀여운 아가씨는 내 옆에만 붙어있게 해야겠네. 잠시 떨어져 있었다고 이게 무슨 꼴이야?”

“아… 그게…….”

피식 잔웃음을 지으며 러스테리아의 잔뜩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는 네로멜티아.

아예 원단도 구겨져 있었기에 다림질을 하면 좋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둘 필요가 있었으니 일단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는 정도로 넘어갔다.

그녀의 붉은 보타이마저 다듬어 준 네로멜티아는 자신의 차원 창고인 디멘셔널 스토리지를 열었다.

디멘셔널 스토리지에서 의자 하나를 꺼내어 러스테리아를 앉힌 네로멜티아는 아름다운 발색을 가진 가넷이 장식된 은빛의 고급스러운 빗 또한 꺼내었다.

어리둥절하는 러스테리아의 고개를 바로 들게 한 네로멜티아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 또한 풀어내어 빗질을 해주기 시작했다.

마치 어머니가 귀여운 아이를 대하는 듯, 인자함이 가득한 주인의 모습.

머리카락이 빗질에 찰랑이며 사락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었고, 주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주자 러스테리아는 몸과 마음 모두에 지고(?高)의 안락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주인님… 이런 건 제가 스스로 해도 되는데…….”

“우리 귀여운 아가씨께서 수고 많으셨으니까 이런 거라도 해 드려야죠?”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부끄럽기도 하고 하인으로서 분에 넘치는 일이라고도 생각해 주인의 손길을 마다하는 러스테리아는 그저 말만 그렇게 했을 뿐, 그녀의 신체는 주인의 손길에서 깊은 안락감과 함께 묘한 설레임마저 느껴 나른해지기에 이르렀다.

본래 하인인 자신이 주인의 시중을 들어야 하건만, 그 반대가 되어 주인이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상황.

거기다 이런 일은 전례(??)가 드문 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몹시 귀여워하기 때문에 주인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분명 위치와 행동이 뒤바뀐 상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칠 때면 침대에 눕혀 재워주었고, 더러운 것이 묻으면 마법으로 지워 주었다.

아무리 하찮은 일도 힘들거나 더러운 일이라 여겨지면 언제나 주인이 나서서 해결해주었고, 결코 하인인 자신을 앞세우는 일은 하지 않았다.

식사를 준비해야 할 때면 주인이 손수 준비해 주었고, 식사를 하던 중 자신의 입가에 뭔가 묻을 때면 그것을 닦아주는 일도 선뜻 해주었다.

하다못해 밤의 열락을 즐길 때도 주도적으로 나서며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언제나 주인이었다.

사락 사락 사락

“아가씨, 머릿결이 곱고 아름다우시네요.”

“… 주인님, 짓궂으세요…….”

하인인 자신을 아가씨라고 장난스레 부르는 것을 넘어 이제는 마치 사용인이 귀족을 대하는 듯 극진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주인의 행동에 러스테리아는 몸 둘 바를 몰라 낯을 붉게 물들였다.

주인이 자신을 귀여워하여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장난을 장난으로 가볍게 넘겨버릴 수 없는 것이 하인된 입장이었다.

그러다 문득 러스테리아는 말없이 한편에서 주인과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베아트리스에게 시선이 다다랐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

베아트리스는 그녀 특유의 무미건조한 표정을 하면서도 그 깊고 묘한 시선으로 주인과 러스테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아트리스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했을까.

뭔가 허술한 면이 있고 똑 부러지지 못한 러스테리아는 모든 일에 정확하고 칼같이 철저한 베아트리스에게 남모를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하인의 이상적인 모습은 베아트리스였고, 비서관이라는 역할 또한 자신보다는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 적도 많았었다.

베아트리스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분명 자신보다 더 멋지고 이지적인 방법으로 주인의 돌발행동에 대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부끄러워하며 아무 말도 못 하는 자신보다는 더 유능한 면모를 드러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러스테리아는 주인의 손길이 선사하는 안락감 속에서 침울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정 유능한 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무력감과 약간의 질투심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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