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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49화 (49/216)

〈 49화 〉 Macho Macho Man (2)

* * *

시큼하고 쿰쿰한 땀 냄새가 가득했던 단련장에서 빠져나와, 동굴 밖의 신선한 공기를 맞이한 네로멜티아.

잠시의 해방감을 맛보며 환희를 느끼다, 문득 자신의 의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눈가에 잠시 경련을 일으키고 이를 꼭 깨문 네로멜티아는 마법으로 물을 생성하여 자신과 베아트리스의 신체를 닦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생성된 물은 자아를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며 피부나 의복, 머리카락에 묻은 이물질과 냄새를 전부 빨아들였다.

갓 목욕을 마친 듯 깨끗해진 신체와 이제 막 세탁과 건조를 마친 듯 보송보송해진 의복을 확인한 뒤, 단련장 내부에서 썼던 우산 또한 깨끗이 닦아낸 후 물을 없애 버렸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네로멜티아는 변형이나 재생, 재구성 등이 자유로운 자신의 의복 나이트 일루전의 재구성을 진행해 새로운 원단으로 만들어 버렸다.

거기다 세탁을 마친 우산을 디멘셔널 스토리지에 넣는 김에 향수를 한 병 꺼내어 자신과 베아트리스에게 뿌렸다.

그 후 네로멜티아는 자신과 베아트리스에게서 블랙베리의 첫 향과 로즈의 끝 향을 가진 향수의 달콤한 향기를 느낀 뒤에서야, 비로소 편안해진 표정을 짓게 되었다.

“모카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주군, 부활에 성공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쿵! 쿵! 쿵!

“실드(Shield)!”

어느새 다가온 오운이 자신의 가슴을 호탕하게 두드리며 축하의 인사를 건네왔다.

마치 전쟁에 사용하는 거대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크고 묵직한 소리가 울렸고, 그 둔중하고 거친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땀을 잔뜩 머금은 무성한 가슴 털에서 땀방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사전에 앞일을 미리 예측한 네로멜티아가 재빨리 방어 마법을 시전하지 않았다면, 소나기를 만난 여행자처럼 흠뻑 젖을 뻔한 것이었다.

질긴 인내의 끈이 끊어진 네로멜티아의 눈에서 살기가 드러난 것은 그다음이었다.

“어이, 오우거 치프(Ogre Chief).”

“네! 하명하십시오, 주군!”

“우선 씻고 와라……. 땀내 진동하는 네 근육 덩어리 부하 놈들까지 전부!!!”

서로 초면인 데다가 웬만하면 문화적인 차이를 존중해주려고 감정을 억누르느라 갖은 애를 썼던 네로멜티아는 그간 들인 노력을 모조리 허사로 만들어 버리며 폭발해버렸다.

느닷없이 떨어진 주군의 격노에 영문도 모르고 깜짝 놀란 오운은 부족 전사들을 모두 이끌고 목욕을 하러 뛰어갔다.

네로멜티아가 왜 분노를 터뜨렸는지 이유를 몰랐던 휴고는 자신도 오운을 따라가서 씻고 와야 하나 우물쭈물 눈치를 보았고, 모카는 평소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듯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오우거는 하나뿐이신 유일한 주군, 마왕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님께 목숨을 다하여 충성을 맹세합니다!”

주군의 첫 명령인 목욕을 전력을 다해 정성껏 마친 오우거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혼을 담은 충성의 서약을 진행했다.

가장 앞에 자리한 오운이 극진한 예를 다 하며 외치자, 다른 오우거들이 일제히 부족장의 말을 복창했다.

드높은 데카스트라스 산맥조차 울리는 그들의 웅장한 외침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가슴 깊은 곳까지 다다라 심장마저 진동하게 하였다.

“오우거 치프, 오운.”

“네! 주군!”

“긴 평화를 누렸던 너희가 선뜻 나를 따라와도 되겠느냐. 짐이 가는 길은 돌무더기 폐허에서 나라를 다시 세우는 고난이 가득한 길이며, 휴미안이나 드래곤을 비롯하여 신들조차 적으로 두고 싸워야 하는 피비린내 가득한 전쟁 그 중심일 것이다. 과거 오우거들은 헤모니겐트의 백성으로 지내며 내게 충성을 바쳤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희 선대의 일. 너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일 것이다.”

네로멜티아의 말들은 한 마디 한 마디에 오우거들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흠뻑 묻어나고 있었다.

평화롭던 카보니 숲에서 대를 이어 기나긴 평화를 누려온 이들이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것에 마음에 걸리고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네로멜티아는 이들이 자신들의 마을에 남길 원한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오히려 이들이 잘 지내게끔 마을에 정화 마법과 방어 마법을 설치해 줄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용맹하기 그지없는 오운의 대답에 네로멜티아의 걱정은 하등 필요 없는 것이 되었다.

“… 용맹한 전사로 태어나는 오우거에게 두려움이란 없습니다! 의(?)와 협(?)을 다하여 주군을 따르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면 그것이 전사의 길! 루이나의 은혜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찌 마왕을 등진단 말입니까! 하물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많은 백성들을 구하신 의로운 주군이십니다! 이토록 어질고 자애로우신 주군을 앞에 두고 제 한 몸 건사하고자 꽁무니를 뺄 겁쟁이는 오우거 중에 단 한 녀석도 없습니다!”

오우거들에게도 역사는 전해진 모양인지, 지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이는 육체파 부족장 오운도 천 년 전의 과거를 잘 알고 있었다.

영혼 깊은 곳까지 타고난 전사이며 의와 협을 내세우는 진정한 사나이에게, 주군이 희생해 힘없는 백성들을 지켰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그 심금을 울렸을지는 현재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오운은 북받치는 자신의 감정을 우렁찬 고함으로 토해내며 다른 오우거들에게 마음을 부딪쳐갔다.

“안 그런가, 형제들이여!!! 우리 중에 그런 겁쟁이가 있는가!!!!!”

가슴을 진탕 시키는 영혼의 외침은 촉촉이 젖은 감복(??)의 물결을 일으켜 모든 이들의 심장을 물들여갔다.

피를 뜨겁게 하며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감정의 물결이 모든 오우거들에게 전염되었고, 그들이 저마다 소리를 높여 가슴 깊은 동조를 보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우거 중에 겁쟁이는 없다!!!”

“오우거의 등을 볼 수 있는 자는!! 오우거에게 보호받는 이들뿐이다!!!”

“두려움은 오로지 적들의 몫!!!”

“우리가 만든 근육은 전사의 일생을 위한 것!!!”

“전사가 용맹히 싸우다 전사하면!! 그 영혼은 영웅의 찬가가 끊이지 않는 전사의 낙원으로 향한다!!”

“숨어 사는 것은 전사의 길이 아니다!!”

“누구보다 의로운 주군을 위하여!!!”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의지에 동조해주는 모습에 감격한 오운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의와 협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맹한 전사의 선택을 해낸 부족장의 모습에 피가 끓은 부족 전사들 또한 눈물을 흘리며 함성을 질렀다.

그 모습에 네로멜티아는 오운의 자질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부하들의 마음을 흔들고 사기를 북돋는 일은 분명 우두머리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였고, 오운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말 몇 마디로 부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들이 단순한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오우거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으나, 오우거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오운의 능력은 높이 평가해야 할 자질임은 틀림이 없었다.

“형제들이여!! 우리의 각오와 충정을 주군께 보여드리자!!!”

오운의 갑작스러운 함성에 오우거들은 마치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각 잡힌 대열을 만들었다.

그들은 목욕 후 입었던 의복을 저마다 훌렁훌렁 벗었고, 그들의 의복 문화 특유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짧은 바지만 남겨둔 채 헐벗은 몸이 되었다.

비장한 눈빛으로 부족장만을 바라보며 그의 지시를 기다리는 부족 전사들.

“프런트 더블 바이셉스(Front Double Biceps)!!!”

“훔!!!!!”

오운이 네로멜티아를 바라본 채 양팔을 구부려 치켜들며 고함에 가까운 우렁찬 지시를 내리자, 부족 전사들 또한 그와 같은 자세를 하며 우렁찬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그들의 우람한 팔 근육 전체를 중심으로 전신의 근육이 불뚝 부풀어 올랐다.

굵은 혈관이 뱀처럼 꿈틀대며 연신 펄떡거렸고, 잔뜩 성이 난 듯 극도로 부풀어 오른 근육들은 그들의 두꺼운 피부 가죽을 넘어 근육의 미세한 결까지 드러나게 하였다.

수십의 오우거들이 똑같은 자세로 동시에 펼치는 근육 과시의 장관에 네로멜티아는 아연실색해서 눈의 초점마저 흐려졌고, 베아트리스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또다시 시각 회로를 차단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사이드 체스트(Side Chest)!!!”

“흐으음!!!!!”

이번에는 자세를 바꿔 왼손으로 오른팔의 손목을 붙잡은 뒤, 가슴 근육을 한껏 내밀며 근육을 부풀려댔다.

저러다 터지거나 찢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불끈불끈 팽창하던 그들의 근육은 질긴 근섬유가 늘어나며 미세한 마찰음까지 내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펼쳐내고 있었다.

이제는 꿈에 나와도 몇 달 내내 나올 것 같은 이 충격적인 광경의 연속에 버틸 수 없었던 네로멜티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안면을 감싼 뒤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제발 좀 그만해!!!!!”

근육이라면 저녁 식사의 스튜에 담긴 소고기 힘줄만 보아도 자동으로 치가 떨리는 병에 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던 네로멜티아가, 진심을 다해 내질렀던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근육 과시의 대열에 참여하지 않은 오우거였던 모카만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눈을 감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덧붙여서 모카의 옆에 서서 사이드 체스트의 자세를 하고 있던 코가, 모카를 따라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은 그다지 주목할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주인님!! 주인니이이이임!!”

문득 멀리서 들려오는 다급한 여성의 외침.

너무나 익숙한 음성에 네로멜티아는 급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고, 베아트리스 역시 차단해 두었던 시각 회로를 다시 연결하고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높은 하늘 멀리서부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러스테리아의 모습.

그녀는 착지나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염려될 정도로 허겁지겁 날아오고 있었다.

러스테리아는 현재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카보니 숲이 휴미안의 손에 파괴되지 않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그런 그녀가 옷매무새를 너덜너덜하게 구기고, 둥글게 말아서 묶은 단정한 머리도 헝클어져 풍압에 나부끼는 엉망진창의 모습을 하고서 날아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온갖 상념이 몰아치게 된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가 전해올 소식이 몹시 궁금하고 한 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우선 엉망으로 날아오는 그녀가 다치지 않게 잘 받아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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