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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48화 (48/216)

〈 48화 〉 Macho Macho Man (1)

* * *

어느 나라든 싸우는 이들을 위한 단련장은 존재했다.

그것을 이용하는 이들이 기사이든 병사이든, 투기장의 투사이든 결국 스스로를 갈고 닦기 위한 장소는 존재해온 것이다.

하물며 부족 전체가 전사임을 자처하는 오우거의 부족이라면 더더욱 단련은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인 것이었다.

단지 전투에 취미가 없어 평소에 농사나 수렵, 혹은 공방을 운영하는 평범한 오우거들의 경우에는 따로 단련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 종족의 특징인 타고난 근력으로 인해 전사라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타고난 힘을 가진 오우거들 사이에서도 전사라 칭송받는 진정한 역사(力?).

오우거 부족 전사들만큼은 단련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

“… 이건…….”

네로멜티아는 단련장에 들어서는 순간만 해도 흐뭇함을 가지고 있었다.

활기차고 모자람 없이 잘 유지되는 마을의 분위기에 흐뭇했고, 오랜 세월 외부의 습격이 없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들을 단련해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전사들의 숭고한 정신에 감탄했다.

대체 얼마나 강직하고 올바른 자들이 부족 전사를 자처하여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을 것인지 생각하며 그들의 헌신에 깊이 탄복했다.

그러나 동굴 내부에 자리한 거대한 공동(??) 안에 설립된 단련장은 네로멜티아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여기가 부족 전사들이 이용하는 단련장입니다.”

“… 항상 이런 거야?”

“일상이죠.”

새벽마다 호수에 자욱해지는 운무를 보는 듯, 단련장의 내부는 뿌옇게 보일 정도로 수증기가 가득했다.

코를 찔러오는 독한 땀 냄새가 훅하고 밀려오는 것에서 이 자욱한 운무가 전사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인위적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네로멜티아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두꺼운 통나무 양 끝에 바위를 하나씩 매달아 두고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오우거.

양손에 묵직한 철광석을 쥐고서 팔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는 오우거.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오우거.

손을 지면에 짚은 채 팔을 구부렸다 펴며 신체의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오우거.

동료의 복부를 사정없이 연타하는 오우거와, 그 주먹세례를 복근으로 버텨내는 오우거.

거대한 바위를 질긴 덩굴 여러 다발로 묶어 도르래에 연결한 뒤, 바위를 등진 채 덩굴을 연신 잡아당기며 단련하는 오우거.

묵직한 철광석 여러 다발을 다리에 칭칭 묶은 채 드러누운 뒤, 다리를 들어 허공에 연달아 휘젓는 오우거.

동굴의 바닥은 질척거리고 있었다.

웅덩이도 여럿 보였고, 천장 역시 물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 동굴이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으나, 네로멜티아는 이것 또한 인위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직감했기에 그녀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은 천장에 맺힌 땀의 수증기이며, 질척거리는 바닥과 웅덩이들은 그들이 흘린 땀이었다.

디멘셔널 스토리지에서 조용히 우산을 꺼낸 네로멜티아는 바로 그것을 펼쳤다.

그러자 베아트리스 또한 말없이 우산의 아래로 몸을 피했다.

네로멜티아는 베아트리스의 어깨를 감싸고 바짝 끌어당겨 그녀의 신체가 조금이라도 우산밖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툭 툭 투둑 툭

펼쳐진 우산의 표면을 드문드문 때리는 물방울 소리가 이토록 소름 돋았던 적이 있었을까.

열심히 자신을 단련하는 이들을 앞에 두고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는 것은 실례였기에, 네로멜티아는 일그러지는 자신의 표정을 애써 무표정으로 바꿔냈다.

안면에 선명히 드러나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무미건조한 표정을 고수하던 베아트리스의 미간이 좁혀져 있는 것으로 보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특기인 그녀에게조차 이 광경이 얼마나 버거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너의 테라리스 락과 같은 상완이두근이 더욱 성장했어! 반해버릴 지경이라구 형제여!”

“너의 데카스트라스 산맥같이 드넓은 삼각근은 어떻고, 형제! 그 웅장한 어깨는 보물이라고, 형제여!”

뭔가 훈훈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근육을 칭찬하는 오우거들.

땀범벅으로 질척거리는 서로의 몸을 더듬고 두드리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좋은 오우거들.

“… 맙소사…….”

입술이 파르르 떨려오는 네로멜티아의 모습은 분명 거부감을 느끼는 그녀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차마 뭐라고 말은 못 하겠고, 그녀의 가늘게 떨려오는 입술 사이로 간신히 새어 나온 것은 넋이 나간 듯한 감탄사 한마디였다.

한 편에서는 거대한 청동 거울 앞에서 펄떡이는 근육을 과시하는 오우거들이 있었다.

두 팔을 등 뒤로 넘긴 채 가슴 근육을 과시하고, 자신의 뒤통수를 짚은 채 팔 근육을 과시해댔다.

그때마다 근육의 곳곳이 팽창해 부풀어 오르며 근육의 미세한 결과 두꺼운 혈관들이 도드라졌다.

“대퇴사두근이 모자란다 형제여! 그래서야 무게를 늘릴 수 없다, 형제여!”

“오,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형제여,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근심하지 마라, 형제여! 너의 튼튼한 광배근이 인고의 노력과 충실한 기반을 증명한다! 하체에 집중하면 너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 형제여!”

서로의 근육을 평가하며 더욱 큰 근육을 위해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오우거들.

사뭇 진지한 태도로 타오르는 열정을 쏟아가며 근육의 성장을 모색하고, 끝에는 서로의 끈끈한 우정을 다지며 단련법을 공유하고 있었다.

매 순간이 새롭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단련법을 익히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맙소사아아…!”

거부감이 더욱 심해져 견디기 힘들어진 모양인지, 네로멜티아는 마치 우는 듯한 어조로 감탄사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뭐라고 뚜렷하게 말할 수는 없는데, 그냥 이 광경들이 보기 싫고 거부감이 들었다.

보고 있기 거북한 이 광경들이 선사하는 거부감에 진저리를 치는 감성과 오우거들의 앞에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는 이성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등과 엉덩이까지만 지탱할 수 있는 길고 협소한 석조 지지대 위에 누워서 통나무를 들어 올리고 있는 오우거.

통나무 양 끝에는 거대한 바위가 매달려있었고, 그 무게를 버티기 버거워하는 통나무가 격렬히 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격렬한 단련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이는 오우거도 있었다.

“한 번만 더 든다, 형제!!”

“모, 못하겠다…!! 힘이 빠진다…!!”

“오늘 못 들면 내일도 못 든다!! 웅장한 대흉근을 바라지 않는가!! 형제여!!!”

“크으으으윽…!! 들어 보이겠다!! 형제여!!! 우오오오오오오!!!!!”

기어코 부들거리는 팔의 한 줌도 안 되는 기력을 끌어모아 통나무를 한 번 더 들어 올린 오우거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조언하던 오우거를 끌어안았다.

땀범벅으로 흠뻑 젖은 두 거대한 신체가 맞닿으며 철퍽거리는 물소리가 나고 땀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기어코 한 번을 더 해낸 오우거는 성취감에서 비롯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조언하던 오우거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맙소사아아아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모양인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두 눈을 가려버린 네로멜티아.

신체를 단련하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는 건전한 남성들의 뜨거운 우정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고 싶지 않아서 잠자코 있으려고 했지만, 점차 네로멜티아의 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더는 앞을 볼 수 없었던 네로멜티아는 문득 베아트리스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몹시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하고 있는 베아트리스.

이 복잡한 심경과 감정을 선사하는 불편한 광경에 미동도 없이 차분하게 대처하는 베아트리스에게 네로멜티아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마치 마왕성의 복도에 장식된 갑옷처럼 그녀는 바르게 선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베아트리스, 대단하네.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시각 회로를 잠시 연결해제 했습니다. 볼일이 끝나면 알려주세요, 주인님.”

이 모든 광경을 보면서 견뎌내고 있는 줄 알았던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시각을 스스로 차단한 채, 그저 서 있기만 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감각 회로를 스스로 끊어내고야 만 베아트리스의 행동에 네로멜티아는 조금도 쓴소리를 할 수 없었다.

가능하다면 자신 역시 그러한 방법을 택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단련장 안 옵니다.”

“모카, 너는 단련에 관심 없어?”

“아뇨. 그냥 더러워서 싫습니다.”

무심하게 이야기하는 모카는 그 태도만큼이나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뜻을 밝혀왔다.

네로멜티아도 베아트리스도 오우거의 눈치가 보여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진실된 말을 모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

정말 여러모로 비범하고 초탈한 오우거가 아닐 수 없었다.

“모카!! 이 이방인들은 누구인가!!!”

어느새, 거대한 덩치를 가진 오우거 하나가 네로멜티아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오우거들 중에서도 유독 덩치가 크던 휴고보다도 훨씬 거대한 덩치.

신장은 육백 멘톨 정도에 육박했으며, 그 광대한 어깨는 휴고의 어깨보다 머리 하나는 더 들어갈 정도였다.

한참 단련에 열을 올리다 온 티가 역력하게 드러나는 신체에서는 코를 찌르는 독한 땀내가 훅하며 몰려왔고, 한창 자극을 받고 있었던 근육들이 격렬히 부풀어 올라 펄떡이고 있었다.

꼬불꼬불하고 무성한 가슴털은 땀을 잔뜩 머금었는지, 물에 젖은 수건 마냥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 이름은 오운(Own)! 오우거 치프(Ogre Chief)의 자리를 맡고 있소! 반갑소,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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