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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37화 (37/216)

〈 37화 〉 황무지의 식탁

* * *

시커먼 흙이 가득한 사막이 한없이 펼쳐져 있을 뿐인 황무지.

본래는 수분을 오래 머금을 수 없는 모래 재질의 토양으로 발생하는 것이 사막이라지만, 이 지역은 그저 오염물질에 모든 식물들이 전부 죽어버려 사막화가 진행된 것이었다.

그 증거로 바람이 불 때마다 고운 입자의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마구 흩날려 시야를 가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황폐한 대지 한가운데에 네로멜티아 일행은 테이블을 두고 가벼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피워낸 불에 냄비를 올리고 마법으로 생성한 물을 넣는다.

언더 바르커스의 마법 인공 태양이 키워낸 식재료들을 넣는다.

온통 마법으로 이루어진 한 때의 식사.

오염되지 않은 장작도 깨끗한 물도, 음식도 구할 수 없는 이 황폐한 대지에서는 마법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을 듯 보였다.

밀가루와 갖가지 채소, 그리고 약간의 고기.

소금만으로 맛을 냈으나 이 참담한 폐허를 둘러보고 있을 때면 이조차도 몹시 은혜롭고 부유한 식사인 것처럼 느껴졌다.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식사 시간을 알리는 베아트리스의 나직한 한마디에 자리에 앉은 네로멜티아.

반가움을 감추지 않고 자리에 앉아 스튜의 고소한 향기를 음미하는 러스테리아.

각자의 스튜를 마련한 뒤, 차를 따라주기 시작한 베아트리스.

네로멜티아는 식사를 시작하기 전,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며 상념에 잠겼다.

이토록 황폐한 대지만이 펼쳐져 있는 세계라면 다른 생존자들을 찾는 일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현재 테이블의 주변은 오염물질을 잔뜩 머금은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식사에 유입되지 않도록 마력 결계가 생성되어 있었다.

이동 시에는 정화마법을, 한 자리에 머무를 때는 마력 결계를.

매 순간마다 마법이 없으면 깨끗한 환경은 꿈도 꾸지 못하는 오염된 세계.

데모니안들은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며 대기가 드나드는 통로에 정화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오염을 견뎌냈다.

고블린들은 깊고 밀폐된 하수도에 거점을 마련하여 대기 오염을 피하고 하수도 벽면에 맺힌 수분과 이끼를 뜯어 먹으며 근근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과연 다른 지역에도 살아있는 자들이 있다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베아트리스도 같이 식사하지.”

“저는 괜찮습니다. 어제 보급한 양분이 아직 비축되어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식사는 언제든 충분히 하라고 이야기했잖아. 거기다 나는 다 같이 마주하고 먹는 식사를 좋아해.”

“베아트리스님! 정말 맛있어요! 같이 드세요!”

식사 없이 베아트리스가 천 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가진 동면 기능인 ‘하이버네이션 모드(Hibernation Mode)’ 덕분이었다.

본래 기계장치로만 이루어진 평범한 에고 돌이었다면 기능을 정지해 마력 사용을 중단하는 것으로도 버틸 수 있었을 테지만, 신체의 일부가 인공세포로 이루어진 베아트리스는 세포를 유지할 양분과 산소가 필요했다.

코르니움 본체와 아다만티움 보호 외피로 이루어진 에고 돌의 신체 바깥을 모두 둘러싸고 있는 부드러운 살과 매끄러운 피부, 윤기 있는 체모 등의 요소가 전부 인공세포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인공세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분과 산소가 필수로 존재해야 했기에, 코르니움 본체의 내부에는 같은 인공세포로 이루어진 소화기관과 폐가 존재했다.

혈액은 독에 감염되면 인공세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의견에 존재하지 않았고, 소화기관과 폐가 흡수한 양분과 산소는 마력에 의한 내부 전달을 이용하여 신진대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력을 통해 이런 미세한 컨트롤까지 가능한 마도학적 인공세포였기에 하이버네이션 모드에 돌입해 세포의 모든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만으로도 천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베아트리스는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식사를 거르려고 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인위적으로 만든 존재인 에고 돌이라 할지라도 자아가 있고, 감각을 느낄 신경계도 존재하는 이상 식사는 함께 즐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것은 베아트리스에 대한 존중이기도 했으며 그녀를 정서적으로 만족시켜주고 싶다는 애정의 발로였다.

“식사를 자주 하면…”

“네?”

“소화가 끝난 잔여물들을 배설 기관을 사용해 배출해 내야 합니다.”

말을 하다가 도중에 끊어버려서 러스테리아가 재차 물으니, 그 뒤에 돌아온 답변은 예상외였다.

그토록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인 태도를 지닌 그녀가 이런 인간미 있는 말을 할 줄이야.

혈액이 없기에 낯을 붉히는 일은 없었으나, 그녀는 분명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베아트리스가 부끄러움을 견디고 용기를 내어 말한 이야기에 대해 그녀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네로멜티아는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답을 해주었다.

차분하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말과 따뜻한 미소를 곁들였다.

“나는 베아트리스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있어. 내가 너를 평범한 기계나 인형으로 바라봐주길 원하는 건 아니지? 그럼 생리 현상 같은 건 누구나 겪는 당연한 일이야. 그게 부끄러워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네게 미각과 그것을 느낄 에고를 만들어 준 로널드에게도 실망스러운 일일 거야.”

마치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어머니처럼 인자하고 부드럽게 설명을 이어간 네로멜티아.

베아트리스는 주인의 따스한 애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들은 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자리에 앉았다.

네로멜티아가 디멘셔널 스토리지에서 꺼낸 테이블 세트는 의자가 세 개 마련되어 있었고, 베아트리스의 자리는 진작에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베아트리스가 조용히 숟가락을 드는 것을 시작으로, 셋의 오붓한 식사가 완성되었다.

“주인님께서 내어주시던 천 년 전의 음식도 맛있지만, 베아트리스님께서 만들어주신 음식도 최고예요!”

“디멘셔널 스토리지 안에 보관해 둔 음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되도록 현실에서 식재료를 찾아야 해. 다행히 요리를 잘하는 베아트리스가 있어서 나는 행복해.”

“… 감사합니다.”

만족스러운 식사에 기분이 좋아진 러스테리아가 칭찬을 하고, 네로멜티아 역시 베아트리스의 능력과 헌신에 칭찬을 건넸다.

짧은 순간의 침묵 후, 짧은 한마디의 답변만 전하는 것으로 보아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받은 칭찬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쑥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친 그녀들은 현재 상공으로 날아올라 빠르게 비행하는 중이었다.

비행을 하는 중에도 마력 결계를 두르지 않는다면 전신이 시커멓게 물들어 버릴 것이 확실하다 느껴질 정도로 대기에는 분진이 가득했다.

시커멓게 오염된 대지만이 광활하게 펼쳐진 주변의 풍경은 다른 모습 따위는 결코 보여주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고목만이 무성한 산이나 숲 따위가 간혹 나타났을 뿐이며, 그것들은 을씨년스러운 죽음의 향기를 진득하게 뿌려대고 있었다.

“곧 도착할 때 아닌가요, 주인님?”

“… 맞아. 애초에 마왕성하고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으니 금방 도착하는 편이지.”

현재 그녀들이 향하는 장소는 과거 네로멜티아의 친구이자, 마왕군의 간부였던 이가 거주하던 성이었다.

마왕성 내에서도 마왕을 포함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대했던 로드(Lord).

휴미안군이 마왕성을 기습해 네로멜티아가 사망하고 헤모니겐트가 멸망의 길에 들어섰던 천 년 전의 대규모 학살.

그 어느 순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누군가의 배신으로 인해 멸망한 헤모니겐트지만, 네로멜티아는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 얼추 짐작 가는 바가 있었기에 자신의 친구에 대한 결백은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친구를 배신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한 인물이기도 했다.

단지, 습격을 받는 마왕성을 결코 두고 볼 성격이 아니었던 이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에서 의문이 들었던 것이었다.

휴미안들이 공습 전에 무언가 수를 써서 겁박한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신상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지.

생각할수록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주인님, 전방에 대규모 건축물이 감지되었습니다.”

“아앗! 크림슨 캐슬이예요!”

네로멜티아의 눈에도 그 웅장한 자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커먼 석재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은 밤의 장막이 한낮까지도 남아 도사리고 있는 듯, 은은한 햇빛에 밝은 주변과 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살벌한 가고일 석상이나 음산한 해골 석상이 사방에 장식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성의 외부 창문이나 발코니, 외벽에 양각된 문양이나 원뿔형의 지붕 등의 구성 요소들은 모두 고풍스럽고 귀족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낡은 고성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기품이 넘쳐 보였다.

네로멜티아 일행은 날카로운 스파이크 트랩(Spike Trap)이 가득한, 깊고 넓은 해자를 지나 성의 내부에 안착했다.

온갖 언데드들이 거주하는 악몽의 성.

뱀파이어들이 지배하는 피비린내 나는 대지.

살아있는 자들을 언제든 집어삼킬 준비가 되어있는 현세의 명계.

크림슨 캐슬(Crimson Castle).

이 섬뜩한 망자들의 성을 지배하는 이는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을 딛고 일어선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피의 계보를 만들어 이어간 근원, 오리진 뱀파이어(Origin Vampire).

밤이 가져온 어둠의 장막을 활보하며 모든 것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선혈의 여제(Blood Empress).

그리고 루이나의 여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랜 벗.

카디스텔라 문 나이트 (Cardistella moon Night).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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