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인형과 서큐버스의 욕망으로 물든 밤 (2)
* * *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에고 돌 메이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철저히 차단한 채, 마도학적 인공 인격에 부여된 하녀의 자세를 완고히 고집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그녀의 주인은 그 무감정의 가면 뒤에 존재하는 진심을 알고 있었다.
“우리 똑 부러지는 메이드도 귀여운 면이 있었네?”
“…….”
“치마를 좀 걷어줄래?”
정답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네로멜티아의 입꼬리는 씰룩 치켜 올라가 있었다.
짓궂고 장난스러운 그 미소를 통해 그녀 특유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도드라져 보이며, 그 모습이 마치 사냥한 영혼을 눈앞에 둔 악마의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휴미안들의 소설 속에 곧잘 나오던 ‘용사를 유혹하는 서큐버스’나 ‘온갖 흉계와 모략을 꾸미는 마녀’ 따위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
사실 따지고 본다면 그녀는 그런 자들과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드높고 강대한 존재인 마왕이긴 했으나, 그녀가 본래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진정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습이었다.
스르륵
마치 연극이 개막될 때 열리는 장막 한 쌍을 보는 듯, 독특한 구성의 랩어라운드 스커트가 양측으로 갈라지듯 들춰지며 30데니아의 얇은 흰색 스타킹과 그 너머의 탄력적인 허벅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갈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아한 단추에 제복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각이 정확하게 잡힌 허리 부분과는 상반되게 그 아래의 치맛자락은 몹시 과감하고 도발적이었다.
본래 한 폭으로 된 천을 휘감아서 단추로 허리 부분을 고정해 입는 방식인 랩어라운드 스커트는 그 내부를 드러낼 틈이라는 것이 없으며, 오히려 양 끝이 서로 교차해 겹치게 되어 사이가 벌어질 일도 없는 드레스였다.
그러나 베아트리스가 착용한 드레스는 딱히 손을 써서 들어 올리거나 틈을 벌리지 않아도 그 내부의 다리가 훤히 보일 정도로 갈라진 형태였다.
허리 부분만 제대로 교차 되어 정확히 고정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아래로는 허벅지 중간부터 인위적으로 설계된 틈이 생기며 다소 둥근 라인으로 그리는 종 모양으로 점차 그 틈이 벌어져 자락의 끝에 이르러서는 종아리의 후면만을 가릴 수 있을 뿐 다리의 전면을 전부 드러나게 하는 드레스.
그런 식으로 전면이 벌어진 스커트를 애써 끌어모아 다리를 감싸고 있던 것이었기에, 치마를 조금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탐스러운 허벅지가 선명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이번엔 다리도 벌려줄래?”
“…….”
재차 다른 명령을 받은 베아트리스는 이번에도 역시 침묵을 지키며 묵묵히 주인의 명령을 수행해냈다.
그녀의 낯은 그 무엇도 표현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녀의 심정이 어떤지,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그녀의 사소한 행동, 차분히 포개어진 두 손의 작은 이동만으로도 그녀의 변화를 감지해 냈고 예측은 정확히 적중했다.
“이상한걸? 분명 새로 준 속옷을 입었을 텐데 이 얼룩은 뭐지?”
은은하게 본연의 뽀얀 피부색을 드러내고 있는 얇은 스타킹 위로 이어진 순백색의 가터벨트.
보기만 해도 말랑하고 부드러울 것 같은 허벅지를 살짝 압박하는 스타킹 바로 위에 도톰하게 올라온 허벅지 살.
그곳에서 시선을 조금 더 올리니 스타킹의 색상과 동일한 순백색의 속옷이 눈에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자수 레이스가 인상적이었던 속옷의 가운데에는 세로로 길게 새겨진 젖은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 주인님과 비서관님의 모습을 보고 성적인 감각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까지 이야기 해주는 거야?”
“물어보셨으니까요.”
별다른 내색 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모습과 상반되게 그녀의 속옷은 야한 얼룩이 점차 짙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마도학적 인공 인격에서 발생한 이성은 본인의 단정한 자세를 지키기 위해 벽을 쌓는 느낌이지만, 그녀가 가진 신체는 여과 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욕망에 이끌리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그녀의 이성이 쌓은 벽을 허물고 싶었고, 여유를 잃고 흐트러져 쾌락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 ……!!”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베아트리스에게 선뜻 다가와 키스를 나누기 시작한 네로멜티아.
갑작스럽게 입술을 맞춰오는 주인의 행동에 베아트리스는 소리는 내지 않았으나, 그 눈이 크게 뜨이는 것으로 자신이 당황이라는 것을 느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었다.
서로의 타액이 뒤섞이는 음란한 소리가 끈적하게 귀를 간질어 오는 느낌이었다.
베아트리스는 속으로 주인과 비서관이 나누었던 그 격정의 키스와 현재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방적인 키스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행복을 느끼고 황홀감에 빠져들어 몽롱함이 가득했던 비서관의 흐트러진 모습을 떠올린 베아트리스는 문득 그녀의 모습을 부럽다고 생각해 버렸다.
자신도 그런 키스를 나눌 수 있을까.
자신도 그렇게 흐트러질 수 있을까.
자신도 황홀경에 빠져들어 취해버릴 수 있을까.
네로멜티아의 키스를 받으며 수동적으로 흔들릴 뿐이었던 그녀의 혀가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로 행한 키스라는 행위에 대해 처음 느낀 것은 부드러움.
처음으로 느껴보는 타인의 촉촉한 점막이라는 것이 이토록 기분 좋은 촉감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 다음으로 느껴진 것은 따뜻함이었고, 거친 호흡과 함께 성감에서 발생한 열기는 분명 정신이 마비될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스르륵
주인과의 달콤한 키스에 빠져들어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 몽롱하게 풀린 눈을 한 러스테리아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고 생글생글 웃는 듯하다가 베아트리스의 블라우스 칼라에 달린 리본을 입에 물고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마치 고양이가 본능을 앞세워 물건을 가지고 놀 듯, 요염한 자태로 부드럽게 리본을 풀어낸 러스테리아는 베아트리스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고 어루만지다 단추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톡 톡 톡
한 손으로 신체를 어루만지며 기분 좋은 손길을 느끼게 하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블라우스 단추를 정확하게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언제나 순수하고 맑은 줄로만 알았던 그 귀여운 비서관이 이토록 능숙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드러나는 여체의 하얀 속살.
아름다운 굴곡의 쇄골과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젖가슴의 계곡.
자수 레이스가 고풍스러운 순백의 브래지어가 드러나고 그 아래 매끄러운 곡선의 복부가 드러났다.
어느새 메이드로서의 상징인 앞치마는 풀어 헤쳐져 침대 아래로 떨어졌고, 그녀를 지켜주던 검은 블라우스 또한 스치듯 부드럽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베아트리스가 자신의 상의를 벗기는 러스테리아의 손길에 집중하는 중, 네로멜티아는 그녀가 착용한 스커트의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양 측면에 두 개씩 달린 단추를 풀기만 하면 한 폭의 긴 천이 될 뿐인 스커트.
스커트를 고정하는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인형으로서의 마력 회로가 짜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톡 톡
의복의 단추를 풀어내는 소리가 이토록 크게 느껴졌던가.
동력원이나 마력 회로에 마력이 역류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짜릿함.
그저 의복을 벗겨내고 있을 뿐이건만 전신의 신경회로가 곤두서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스커트의 마지막 단추를 풀어낸 네로멜티아가 키스를 멈추고 베아트리스와 눈을 마주했다.
“기분이 어땠어?”
“… 무척 좋았습니다.”
“앞으로 뭘 해줬으면 좋겠어?”
“……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순백색의 속옷과 스커트만 남기고 모든 의복이 사라진 아름다운 여체.
스커트도 하반신을 겨우 덮고 있을 뿐 이미 의복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풀어 헤쳐진 상태.
그 상황에서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던 에고 돌은 스스로 말을 꺼내는 일이 더욱 부끄러운 듯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주인은 진실함이라는 것을 좋아했다.
“명령이야, 베아트리스. 내가 너에게 뭘 해줬으면 좋겠는지 하나도 빼놓지 말고 상세히 이야기해.”
잠시 침묵을 지키던 베아트리스.
이미 그녀가 보이는 모든 행동과 모습들은 감정이 결여된 인공 인격을 지닌 인형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생각하고 느끼며 감정이 살아있는 진실된 인격체와 같은 반응.
네로멜티아는 이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저는… 외람되게도… 주인님께서 저와 성교를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키스를 나누는 주인님과 비서관님이 부럽다고 생각했고… 제게도 그 은총을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 쾌락이라는 처음 느끼는 이 감각을 더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래라면 항상 똑 부러지게 이야기했을 베아트리스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혈액이 흐르는 존재는 아니기에 상기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으나, 가늘게 떨려오는 그녀의 신체나 말 속에서 얼마나 그녀에게 여유가 없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 사이의 은밀한 부위를 겨우 덮어 가리고 있을 뿐인 스커트의 아래로 촉촉하게 젖은 허벅지가 보였고, 그 아래로 핑크빛의 실크 시트가 축축하게 젖어 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기에 그녀가 얼마나 위태롭게 이성을 붙들고 있는지 더더욱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애틋한 느낌이 드는 미소를 띤 채, 베아트리스의 보드라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원하던 정도에는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됐어. 합격이야.”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스커트를 완전히 걷어낸 네로멜티아.
온통 질척하게 젖어 표면 위로 물방울마저 맺히고 있는 속옷이 드러났다.
음탕한 애액에 흠뻑 젖어 질척이는 속옷은 주인의 손길에 곧바로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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