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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19화 (19/216)

〈 19화 〉 마왕성의 하수도 (1)

* * *

언더 바르커스의 인공 태양이 떠오르자마자, 네로멜티아와 러스테리아는 그 거대한 공동을 나섰다.

전날 저녁, 마왕의 부활에 대한 축하 연회를 계획했던 크로포드는 네로멜티아와 러스테리아가 밤이 될 때까지 온천에서 나오지 않은 까닭에 계획된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날이 밝자마자 주민들을 모아 가벼운 축하 인사라도 준비하려 했으나 네로멜티아는 그것을 거절했고, 저녁까지는 돌아올 테니 그때 성대한 연회를 열자고 기약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서둘러 출발한 네로멜티아와 러스테리아는 비행 마법을 사용해 바르커스 화산을 넘었다.

고도의 문제만 해결하면 일직선으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르게 마왕성으로 도달할 수 있는 루트였고, 이미 마법적 능력이 최상위권인 둘에게 높은 고도라는 장애물은 하등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머지않아 그녀들은 마왕성의 근방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마왕성을 가로지르는 강의 상류에 내려섰다.

강의 이름은 아스타즈 티어즈(Astar's Tears).

아스타의 눈물이라 칭해지는 이름에 걸맞은 맑고 순수한 물이 흐르는 강이었다.

다량의 철분과 독성이 섞인 헤모니겐트의 환경을 부정하듯 깨끗하고 투명한 그 강은 바르커스 화산의 화강암 지층이 지면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거르고 걸러 만들어낸 지하수가 다량으로 분출되어 생성된 강이었다.

실로 대지의 어머니 아스타가 흘린 눈물이라는 이름이 더없이 어울리는 마왕성의 생명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잠수를 해서 진입할 거야.”

“그토록 맑은 강이었는데…….”

현재 아스타즈 티어즈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하고 다량의 녹조가 떠다니는 걸쭉한 오수가 흐르고 있었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수원지는 맑고 깨끗한 물을 내어주고 있었으나,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이 형성되는 지역부터는 근방의 지면에 쌓인 오염물질과 독소들이 빗물을 타고 흘러들어 강을 썩어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왕성의 식수원을 책임졌던 생명의 강이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철저히 짓밟힌 채 썩어가고 있는 모습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이 점성마저 가득한 썩은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현실이 애써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 조금 현실하고 타협해서… 수면 위를 날아서 갈까…?”

“… 부디 그랬으면 좋겠어요…….”

신체를 감싸는 방호 마법을 사용한다면 물이 닿지 않고도 수면 아래에서 이동할 수 있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먼 썩은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마왕이나 비서관이나 똑같이 동의하는 바였다.

결국 수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낮게 비행을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휴미안들이 마왕성의 내부에 어떤 장치나 함정을 남겨두었을지 모를 일이었기에 발각당할 위험을 최대한 줄이며 비행하기 위함이었고, 강의 흐름에 따라 지하로 이동해야 하기에 택한 사항이기도 했다.

“으에에엑…!! 물에 안 들어가길 잘했어요!!!”

“그, 그러네…….”

수면의 바로 위에서 날아가고 있기에, 강물의 모습이 선명하고 자세하게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강물 내부의 상황은 말 그대로 처참하고 끔찍했다.

수중에서 사는 실지렁이로 추정되는 존재들.

그러나 실지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거대해진 그 존재들의 검은 실루엣은 거의 성인 신장의 세 배에 육박할 지경이었고, 그런 괴물 실지렁이들이 물속에 드글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온갖 오염물질이 모여든 환경에서 서식하다 보니 변이를 일으킨 모양이었다.

수중에 잠수를 해서 이동하려 했다면 저 혐오스러운 무리의 한가운데에 놓일 뻔한 것이었다.

애초부터 징그러운 것에 면역이 없었던 러스테리아는 툭 건드리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울상이 되어 벌벌 떨며 비행하고 있었다.

네로멜티아는 심약한 러스테리아와 다르게 더럽고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것들에 대해서도 면역이 상당한 편이었고, 오히려 시원스럽게 털어버릴 수 있는 강한 심성의 소유자였으나 그녀 역시 이 상황은 덤덤하게 반응하기 힘들었고 자꾸 미간이 좁혀지며 표정에서부터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게 되었다.

녹조와 오염물질이 가득 떠다니는 탁한 수면 아래에서 격렬하게 꿈틀대며 이동하는 길고 거대한 실루엣들.

꿈에 나올까 두려워 애써 기억에서조차 말끔히 지워버리고 싶은 광경.

애써 수중의 끔찍한 상황을 신경 쓰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이동한 네로멜티아와 러스테리아는 마왕성의 성벽 아래에 자리한 상수도 내부로 진입했다.

“에어 배리어(Air Barrier)!”

상수도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네로멜티아는 마법의 장막을 소환해 상수도 내부의 대기를 차단했다.

직접적인 공격에 대한 방어에 목적을 둔 마법이 아니기에 외부의 다른 물체를 건드릴 수도 있으나, 공기나 대기에 부유하는 물질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호 마법이었다.

수중에서도 자유롭게 호흡하며 나아갈 수 있게 하기에 본래 잠수한 뒤 사용하려고 했었던 마법.

수면 위를 비행하며 나아가기로 했기에 사용하지 않을 줄 알았으나, 곧바로 상수도에 진입하자마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뭐가 있나요…?”

“가스가 가득 차 있어. 아무래도 이런 오염된 공기를 굳이 마시면서 이동할 이유는 없지.”

아무래도 부패한 강이 만들어내는 가스가 밀폐된 공간인 상수도의 내부에 가득 고인 모양이었다.

상수도 내부에 구성된 보도(??) 위에 안착한 두 사람은 에어 배리어의 보호를 받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라이트(Light).”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불이 붙을 만한 행동은 자제해야 해. 알겠지?”

“당연히 알죠 주인님! 저는 마왕 직속 비서관이라구요?”

“후후후… 이렇게 똑똑한 비서를 둬서 행복한걸?”

빛의 구체를 소환해 앞을 비추는 러스테리아에게 행여나 걱정되어 한마디를 건넨 네로멜티아.

러스테리아에게서 당차고 귀여운 대답이 돌아오자 그만 웃고 말았다.

귀여운 비서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네로멜티아는 본인의 기억을 더듬어 복잡한 상수도의 통로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간혹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네로멜티아는 대부분 거침없이 길을 택해 나아갔고 그녀의 선택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와… 어떻게 이런 장소의 구조까지 다 외우고 계신 거예요?”

“마왕성의 상수도 개수(??) 공사를 진행할 때 외워뒀지.”

“그래도… 천년도 더 된 옛날이잖아요!”

“똑똑한 비서를 둔 마왕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피이… 놀리시는 거예요?”

마치 토라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상반되게 네로멜티아에게 다가와 그녀의 팔을 끌어안은 러스테리아.

천년 전 과거의 러스테리아라면 보이지 않았을 스스럼없는 행동이 네로멜티아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전날 보냈던 뜨거운 음락(??)의 밤 이후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해진 듯 보였고, 스스로를 나타내는 데 있어 더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깊은 경의를 담아 올려다보던 네로멜티아에게 허물없이 다가서며 은근한 애정을 드러내는 현재의 모습 역시 전날의 길었던 밤이 낳은 그녀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더러운 물이 바로 옆에서 흐르는 어두컴컴한 상수도의 통로를 걸으면서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비서가 꼭 달라붙어 함께 걸으니, 주변의 안 좋은 환경을 모두 잊을 정도로 행복감을 느끼는 마왕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네로멜티아는 갈림길의 앞에 멈춰 섰다.

하나는 수류(??)가 진행 방향 그대로 일직선으로 흐르는 길.

또 하나는 수류가 측면으로 갈라져 지하로 흘러드는 길.

후자의 경우에는 수류의 측면에 위치한 도보 역시 계단으로 바뀌고 있었다.

“여기서 내려가면 하수도가 나오지. 우리 목적지야.”

“그냥 이대로 직진하면 안 될까요…? 상수도도 더러웠는데 하수도는 정말 상상도 안 가요…….”

“상수도로 진행하면 마왕성의 한복판으로 나와서 사방에 모습을 노출하게 되고, 그럼 그냥 비행 마법으로 성벽을 넘어가는 것하고 다를 바가 없는걸?”

“히이이잉…….”

하수도에 진입하기 전부터 겁을 집어먹은 러스테리아는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듯이 몸을 떨었다.

마찬가지로 네로멜티아도 예상은 별반 다르지 않은 까닭에 거부감이 강하게 일고 있었다.

상수도가 이 지경인데 아예 오수를 모아 흘려보내는 하수도는 오죽할 것인가.

벌벌 떠는 러스테리아의 말 그대로 감히 그 광경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하수도를 굳이 택하여 성 내에 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혹시 모를 위험 때문이었다.

천년이 지난 지금 휴미안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진보했을지, 드래곤이 어떠한 수작질을 해두진 않았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인 만큼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최대한 은밀하고 안전한 루트로 마왕성을 정찰하려는 것이었다.

“러스. 너무 걱정하지 마. 많은 주민들이 살아가던 과거 마왕성은 오물도 많이 나오다 보니 하수도가 항상 오수로 가득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된 지 오래잖아. 곳곳의 장소로 갈라지는 구간이 많은 만큼 물이 더 적게 흘러서 오히려 지금보다 깨끗할 수도 있어.”

“그치만…….”

극구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러스테리아는 자신의 주인이 손을 잡고서 천천히 이끌자, 그대로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심정으로 가득했으나, 그 무엇보다도 주인을 신뢰하고 있기에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순순히 따라나선 것이었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두 사람의 앞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고, 요란한 물소리의 가운데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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