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지하세계의 온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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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궈진 온천수의 수증기가 사방에 맺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어설픈 실력이나 정성스럽게 양각된 드래곤 문양의 입에서 쏟아지는 온천수는 요란한 낙수 소리와 함께 현재 이 장소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바르커스 화산의 지하, 언더 바르커스의 주민들이 수맥을 찾다 발견한 지하 온천.
생존자들의 청결과 회복,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유흥을 책임지는 고마운 장소였다.
온천은 한 곳이 아니었고 꽤 많은 수가 존재했으며,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잘 만들어진 온천에 두 명의 여성이 들어섰다.
사전에 이용객을 차단하고 대청소까지 마친 그 온천은 오로지 이 둘의 온천욕을 위해 준비된 장소였다.
“그렇게 좋아?”
“하아… 이 따스함… 촉촉해지는 증기… 천년만이라구요? 너무 좋아서 뛰어들고 싶을 지경이에요!”
무엇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천에 들어선 여성들은 마왕 네로멜티아와 그녀의 비서관 러스테리아였다.
수증기가 가득한 온천의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종유석과 석회로 뒤덮인 공동의 마을이건만 온천의 내부만큼은 온통 화강암이나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분명 농경지의 토사 확보를 위해 운영 중이라는 광산에서 캐낸 것이 분명한 석재들이었고, 이로 이루어진 온천의 내부는 물에 석회가 녹아드는 일이 결코 없을 것 같아 더욱 좋았다.
온천수 역시 공동의 석회지대 너머의 지층 수맥에 구멍을 뚫어 끌어오는 것으로, 화산의 암반에 걸러진 깨끗한 물이니 걱정이 없다는 설명까지 들었었다.
이런 친절한 설명 후에 온천 내부의 잘 관리된 환경까지 확인하게 되자, 은은한 빛을 반짝이는 온천수의 일렁이는 표면이 더욱 포근해 보였다.
“마왕님! 제가 씻겨드릴게요!”
마왕이 잠시 온천수에 대해 감상에 빠져 있을 때, 러스테리아는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로 비누 거품마저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
양손에 하얀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히고 마왕의 허락만을 기다리는 러스테리아.
마치 꼬리치며 좋아하는 강아지 같아서 네로멜티아는 절로 웃음이 났다.
러스테리아는 빨리 몸을 씻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왕이 먼저 씻어야 자신이 씻을 수 있고, 깨끗이 씻어야만 온천에 입수할 수 있으니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싶은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목재로 이루어진 목욕통을 들어 온천수를 긷고 자신의 신체에 쏟았다.
따스한 물이 받아진 목욕통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을 보니 유실수나 단향목 같은 소재를 사용해 만든 듯 보였다.
물씬 피어오르는 증기에 입혀진 그 향기가 기분이 좋았다.
몇 번 물을 끼얹은 네로멜티아의 신체는 촉촉하게 젖어 화사한 광택을 내기 시작했다.
티 없이 맑고 하얀 피부는 특유의 매끄러움이 더욱 선명해졌고, 그 위로 또르르 흐르는 물방울들은 마치 보석을 수놓은 듯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우리 비서가 얼마나 목욕 시중을 잘 드는지 보도록 할까?”
“에… 네! 그럼요! 깨끗하고 기분 좋게 씻겨드릴게요!”
따스한 물에 젖은 네로멜티아의 신체를 감상하던 러스테리아가 뒤늦게 반응하고, 허둥지둥 주인의 몸에 거품을 묻히기 시작했다.
욕탕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주인의 나신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온천에 들어가서 따뜻한 안락감을 느끼며 풀어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기에 빨리 몸을 씻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주인의 신체에 물이 쏟아지고, 그녀의 몸이 촉촉이 젖어가자 러스테리아는 묘한 설레임을 느끼며 격해지는 심장의 고동을 느꼈다.
열기가 떠오르며 상기된 러스테리아의 모습은 욕탕 내부의 온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주인의 매끄러운 피부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은 그녀의 선명한 쇄골과 깊은 가슴골의 사이로도 또르르 흐르며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탐스러운 허벅지가 서로 맞닿은 사이에 고인 맑은 물이 작은 살색의 온천을 만들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은 흑발임에도 불구하고 화사한 광택을 내고 있었으며, 그 아름다운 자태는 바다의 여신 칼라시아(Kalasia)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거품이 묻은 손길로 네로멜티아의 등을 쓸어내리는 러스테리아.
손끝에서 전해지는 주인의 보드라운 피부가 몸서리쳐질 정도로 기분 좋았고, 매끄러운 피부 너머로 느껴지는 신체의 탄력은 더욱 탐하고 싶은 성적인 욕망마저 자극하고 있었기에 사고가 몽롱하게 흐려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러스. 이러고 있다가는 오늘 온천에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아앗… 네에…! 빠, 빨리 씻겨드릴게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인의 신체를 씻긴다는 느낌보다는 그녀의 피부를 어루만지고 쓸어대며 황홀경에 빠져있던 러스테리아.
불현듯 감상을 깨는 네로멜티아의 한마디에 화들짝 정신이 들어 목욕 시중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길이 주인의 가늘고 긴 목선을 타고 매끄러운 어깨를 지나 고운 굴곡의 잘록한 허리에 머무를 즈음, 그녀는 또다시 낯뜨거운 감상에 빠져 자신의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여체를 의식하게 되었다.
네로멜티아의 잘록한 허리를 몇 번씩 쓸어내리며 그 굴곡과 탄력을 느끼던 러스테리아의 손길은 더 나아가 주인의 복부까지 닿았고,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그 복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여체에 도취 되어 목적을 잃은 채 방황하던 그 손을 낚아챈 네로멜티아.
“러스테리아.”
“아앗…”
“이렇게 해야지.”
갑작스러운 주인의 행동에 놀란 러스테리아는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으나, 그녀의 손을 강한 힘으로 잡아당긴 네로멜티아는 그 손등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스스로의 신체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마치 목욕용 천을 이용하듯 러스테리아의 손을 잡고서 자신의 신체를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거부할 수 없어 주인의 손길이 리드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맡긴 러스테리아.
그녀의 순종적인 반응은 본인의 힘이 모자라거나 주인의 힘이 너무 강해서가 아니었다.
불이 붙기 시작한 그녀의 욕정이 그녀 스스로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가슴 아래도 씻어주고…”
“흐윽…!”
“빈틈없이 해야지?”
주인의 손길에 강제적으로 휘둘러진 손에서 느껴지는 말랑하고 포근한 감촉.
러스테리아는 주인의 의도에 따라 자신의 손이 그 풍만한 젖가슴을 주무르게 되자 욕정이 마구 날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손길이 젖가슴 사이의 틈을 지나고 밑가슴의 사이에 비벼지자 거부할 수 없는 욕구가 커져만 갔고, 이내 음부가 촉촉하게 젖어오기 시작했다.
가슴의 중심에 짚어졌을 땐 강한 압박에 의해 손이 젖가슴에 파묻히는 느낌마저 들었고, 그 가운데에 말랑한 젖꼭지의 촉감이 느껴지자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왠지 어설픈걸? 시범을 좀 보여줄까?”
“아아…!”
과거에도 러스테리아는 네로멜티아의 목욕 시중을 종종 들고는 하였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목욕 시중을 들며 이정도로 형편없이 욕정에 사로잡힌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천 년 동안 타인과의 동침이 전혀 없었고, 욕정이 차오를 때면 자위를 하며 스스로를 애처롭게 달랠 뿐인 생활을 보내왔었다.
그리고 천년 만에 비로소 재회한 주인과 뜨거운 밤을 보냈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진한 사랑을 나누었었다.
그렇기에 현재에 이르러선 주인의 매혹적인 나신을 접하자 뜨거웠던 지난밤의 기억이 반사적으로 떠오르며, 그때 느꼈던 강렬한 쾌락들이 선명하게 기억나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거기다 오랜 금욕적인 생활로 인해 정욕에 대해 면역이 없어진 터라 이토록 일상적인 접촉에도 스스로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네로멜티아는 거의 마비가 되다시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러스테리아의 손을 놓고, 그녀의 뒤로 향했다.
촤악! 촤악!
러스테리아가 준비해 둔 비누 거품을 쏟아 자신과 러스테리아의 신체를 적신 네로멜티아.
네로멜티아는 러스테리아를 등 뒤에서 껴안고 그녀의 신체 구석구석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드러운 신체를 이용하여 러스테리아의 몸을 씻겨 주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바라본 러스테리아는 가늘게 몸을 떨며 입을 벌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러스테리아는 현재 눈은 뜨고 있으나 보이는 것이 전혀 없었다.
등줄기를 타고 부드러운 젖가슴이 미끄러운 비누 거품에 잔뜩 젖은 채 이리저리 문질러지는 감각은 한순간 숨이 멎을 정도의 쾌감을 주었다.
그 노골적이고 음란한 젖가슴의 감촉에 달뜬 숨을 내뱉기 시작했고 귓가에 스쳐오는 주인의 뜨거운 숨결이 몸서리쳐질 정도의 쾌락을 불러오고 있었다.
거품이 묻어 미끌미끌한 주인의 손길이 자신의 젖가슴을 문지르자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잘록한 허리를 감싸듯 어루만지자 애달픈 정욕이 요동치기 시작함을 느꼈다.
부드러운 손길이 비로소 하반신까지 내려오자 벅찬 흥분감과 환희에 가까운 기대감에 이성이 마비되었다.
그러나 주인의 손길은 러스테리아의 기대를 저버린 채, 그녀의 음부를 그냥 지나쳤고 단지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해소되지 않는 욕정에 불을 붙일 뿐이었다.
“주… 주인님…….”
“여기도 빼놓으면 안 되지.”
“햐읏…!!”
허벅지를 쓰다듬고 주무르던 네로멜티아의 손길이 러스테리아의 엉덩이 사이로 깊게 파고들었고, 그녀의 부끄러운 부위까지 노골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놀란 러스테리아의 허리가 반사적으로 튕기며 반대로 구부러졌으나, 네로멜티아의 손길은 더욱 완강하게 그 부끄러운 부위를 문질러댔다.
당혹감에 젖어 피하려는 러스테리아는 네로멜티아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버렸기에 결코 그 손길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엉덩이 사이에 깊이 들어선 주인의 손길은 철저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이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 위치이기에 타의에 의한 자극에는 내성이 전혀 없었고, 그에 따라 자극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며 감각은 극도로 예민했다.
꾹꾹 누르듯이 문지르는 손길에 마치 좁은 구멍을 비집어 열고 손가락이 삽입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고, 극도로 부끄러움에 물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던 러스테리아의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있었다.
“… 거… 거긴… 흐윽… 더러워요… 주인님…! 더러운 곳이에요… 만지면… 안돼요…!”
“더러우니까 잘 씻어야지. 목욕은 그런 거잖아?”
성교와는 관계없는 부분임에도 성감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붉게 물들기 시작한 그녀의 상기된 신체는 그 이유가 단지 수치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점차 최소한의 거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되어가는 러스테리아의 신체.
오히려 그녀는 어서 빨리 자신의 음부에 그 뜨거운 손길이 닿아 욕정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엉덩이나 허벅지, 하복부 등의 주변만을 집요하게 어루만지며 가장 중요한 그 중심은 절대 만져주지 않는 매정한 손길.
마치 그녀의 끓어오르는 성욕을 조롱하는 듯, 주인의 손길은 그녀의 신체를 잔뜩 달아오르게만 할 뿐 전혀 욕정을 해소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러스테리아의 신체를 터져버릴 것 같이 달아오르게 하던 네로멜티아의 손길은 어느 순간 냉정하게 멈춰버렸다.
러스테리아의 떨려오는 신체에서 완벽히 손을 뗀 네로멜티아는 조용히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러스테리아는 갑자기 멈춘 주인의 손길에 난처함마저 느끼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네로멜티아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비서의 시선에도 짐짓 그녀의 바람을 모른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빨리 온천에 들어가는 게 좋으니까, 각자 알아서 씻고 들어가자. 러스도 그게 편하겠지?”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욕망이 끓어오르는 가운데, 갑자기 모든 행위들이 중단되자 러스테리아의 복잡한 심경이 그 달아오른 낯에 그대로 드러났다.
매정하고 무심하게 떨어져서 스스로의 몸을 씻는 네로멜티아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러스테리아.
그러나 등을 돌린 채 씻고 있는 자신의 주인이 몰래 미소짓고 있음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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