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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부활 끝에 마왕님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7화 (7/216)

〈 7화 〉 마왕(?王)과 사신(死?) (3)

* * *

네로멜티아의 취향인 달콤한 과자들과 향기로운 로즈 티가 내어졌다.

이엘의 앞에는 조금의 과실들과 함께 레드 와인이 내어졌다.

티타임의 준비를 마친 밴시들은 시중을 들기 위해 네로멜티아와 이엘의 뒤에 섰고, 그중 두 명의 밴시는 각자 와인과 티 포트를 들고 그들의 옆에 섰다.

차 대신 와인을 마시는 이엘이나 마치 식사를 하듯 과자를 먹는 네로멜티아나 티타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

“이제 자네와의 유쾌한 일상도 오랜 시간 접어두게 되겠군.”

“… 응? 왜?”

생크림과 체리가 올라간 버터 쿠키를 음미하며 홍조를 띠던 네로멜티아는 여느 때와 다른 이엘의 태도에 의문을 표했다.

뭔가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이엘을 바라보았으나, 이엘은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네로멜티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차피 금방 돌아올 텐데 오래 안 볼 것처럼 왜 그래.”

“그럴까.”

이엘은 그저 와인을 홀짝일 뿐이다.

담담하지만 왠지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쓸쓸함이 있다.

그러다 문득 네로멜티아는 오히려 이엘의 이 이질적인 분위기를 역으로 이용해 농을 던졌다.

“내가 부활에 성공해서 다시 안 돌아올까 봐 그래? 하긴 티타임에 와인 마시는 괴짜랑 나 말고 누가 놀아주겠어?”

“후후. 자네도 처음에는 맥주하고 고기나 내어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티타임의 예의는 지켜달라고 조언한 것은 나였네만.”

“맥주나 와인이나 어차피 발효된 술 아니냐고! 고기나 과자나 어차피 먹는 음식이고!”

“어떤 자리든 그에 맞는 분위기가 있는 법 아니겠나.”

밴시들이 익히 알던 자신들의 주군은 결코 저런 평안한 미소를 짓지 않았었다.

항상 차갑고 냉정했으며, 때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이가 나타나면 광증이 치밀어 날뛰기도 하였다.

그러한데 저 이계의 마왕이라는 여성을 알고 지낸 이후로는 뭔가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지고 또는 나긋한 감성까지 가지게 되었다.

적어도 자신의 권속과 백성들에게는 온화했던 지배자였으나, 감도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파괴와 죽음의 상징이었다.

그런 그에게 현재와 같은 평안함이 깃든 것은 하인들로서도 몹시 반길 일이었다.

그렇기에 네로멜티아가 방문하는 날이면 하인들 또한 그녀를 은근히 반겼고, 두 존재의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렇기에 이엘의 뒤에 서 있던 밴시 하녀 중 하나가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 아가씨. 나랑 같이 놀래?”

“아이들을 탐내지 말아 달라고 한 뒤로 그대의 차가 아직 식지도 않았네.”

“정말 깐깐도 하셔라.”

그 작은 미소를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포착하고 추파를 던져대는 네로멜티아.

마치 어딘가의 예의 없는 중년 남성들이나 할 법한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엘은 다시 그녀를 제지했다.

그에 따라 불만이 있고 아쉽다는 듯, 그가 언급한 차를 단숨에 마셨고 티 포트를 들고 있던 밴시는 그녀에게 다시 차를 따라주었다.

다소곳하게 차를 따라주는 밴시 하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네로멜티아.

이엘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장난기가 감도는 미소를 한 채,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테라리스에 가면 자네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나. 마침 곧 부활할 시간이니 한껏 즐기다 오면 될 일이지.”

“이 시체 친구야. 그건 농이라기엔 좀 지나친 것 같은데.”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 천년이나 명계에 붙어있는 자신의 상황을 알면서도 하는 이야기이니 그저 가벼운 한때의 농담으로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명계에서 누구보다 자신의 슬픔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한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배려 없는 이야기였다.

물론 서로가 터무니없이 스스럼없는 사이이기에 가볍게 넘길 수는 있다.

“자네가 그리워하던 이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나?”

“그쯤 해. 어차피 세계의 규칙이니 뭐니 하면서 알려주지도 않을 거잖아. 어느 차원이든 내다볼 수 있는 주제에 한마디도 안 해주는 매정한 녀석이.”

네로멜티아의 다소 토라진 듯한 태도가 오히려 이엘에게는 흥미가 되었는지,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더욱 진행될 뿐이었다.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떠올리는 모습을 하는 이엘.

그리고 한마디씩 연이어 첨언했다.

“그대의 아름다운 퍼스트 블러드는 잘 지내는지.”

“아, 아앗!! 그만!!!”

뭔가 연극 속의 왕자 같은 인물이 하는 말처럼 번들거리는 말투의 이엘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 자리의 밴시 하녀들은 거의 볼 수 없는 주군의 허물없는 태도에 점점 웃음을 지우기 힘들어했고, 개중에는 피식거리며 웃음을 흘리는 이까지 속출하였다.

반면 네로멜티아는 과거 자신이 취기가 올라 떠들었던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이엘이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이엘의 그 놀리는 말투가 부끄럽기도 하여, 창피함에 고개를 파묻고 이엘에게 소리쳤다.

“그대의 어리고 귀여운 악마는 잘 지내는지.”

“아아아아악!! 그만!!!”

“그대의 낭만이 가득한 흑기사는 잘 지내는지.”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제는 귀까지 틀어막고 비명을 지르는 네로멜티아.

이엘은 그런 그녀가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흘렸고, 밴시 하녀들 역시 그녀들 특유의 고풍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여성들에게 중년 남성같이 추파나 날리던 네로멜티아가 순진무구한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부끄러워하자 그녀에게 귀여움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의 웃음 속에는 애정이 있었다.

고개를 파묻고 귀를 막은 네로멜티아는 느끼지 못했으나.

“일어나게, 나의 친구 마왕이여. 시간이 됐네.”

어느새 이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네로멜티아의 옆까지 다가왔다.

그에 네로멜티아는 이엘의 달라진 분위기에 또 다른 어색함을 느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일어나 이엘의 앞에 섰다.

“오늘 진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정말 모르겠는가?”

“그래, 정말. 평소하고 너무 다르잖아. 언제나 이날 되면 ‘다녀올게’ ‘응’ ‘다녀왔어’ ‘응’ 끝 아니었어?”

“큭큭큭. 그래, 이것 또한 하나의 유흥이지.”

그리고 네로멜티아의 머리 위로 환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익히 아홉 번이나 겪어 보았던 현세로 향하는 빛.

명계의 어둠을 뚫고 내려온 찬란한 그 빛은 보기만 해도 생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 빛은 네로멜티아를 따스하게 감싸기 시작했고, 빛무리에 둘러싸인 네로멜티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이들.

진정 티 없이 맑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자신을 축복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한 사신은 네로멜티아에게 손을 뻗고 이야기했다.

“사신 이엘 디트 지스킬의 이름으로, 테라리스의 마왕이자 헤모니겐트의 군주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의 부활을 인정한다.”

“너 진짜 왜 그래!! 무슨 일이냐구!!”

진정 언제나 있었던 부활의 순간과는 모든 것이 다른 분위기.

네로멜티아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여 이엘에게 소리칠 뿐이었다.

빛무리는 점점 강해지고, 그 가운데에 자리한 네로멜티아 역시 주변이 점차 보이지 않게 되고 있었다.

온통 환한 빛의 가운데에 시야가 희미해질 무렵, 이엘의 흐트러지는 인영은 속삭이듯 네로멜티아에게 작별을 고했다.

“현세에서도 나를 잊지 말고, 가끔은 불러주게. 내 유일한 친구여.”

몹시 인자하고 애정이 넘치는 말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속삭임을 들으며 네로멜티아의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사라졌다.

쿠구구구구구!

바르커스 화산의 숨겨진 거대한 공동(??).

과거 휴미안들이 마왕의 부활만을 기다리다 집중포화를 쏟아내었던 참상의 현장.

몇 번이나 마왕의 부활과 죽음이 동시에 이루어졌던 비통의 공간.

강림의 신전.

그곳 가운데에 자리한 제단의 위로 강대한 루이나가 응집되며 하나의 신체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점차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신체는 살과 뼈를 갖추고 피부와 머리카락을 갖추며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테라리스에 천년 전에나 존재했던 그 모습이 비로소 다시 이 세계에 현신한 것이다.

허리까지 닿는 칠흑의 머리카락은 공동의 천장에 박힌 발광석의 붉은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면으로 뻗은 데모니안의 뿔 한 쌍이 마치 월계관이나 티아라를 보는 듯 고풍스럽다.

몹시 크고 탄력이 넘치는 가슴과 그에 비견되는 둔부가 농염한 미녀의 자태를 한껏 드러내며 세상 모든 것들을 매혹할 미색을 보였다.

가느다란 허리와 곱게 굴곡진 몸태가 여성의 매력을 한껏 과시하며 하나의 고고한 예술품과 같은 미의 기준을 더했다.

미의 여신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이 제단의 위에 생성되었다.

그녀가 눈을 뜨며 타오르는 불길을 담은 듯한 붉은 눈동자가 주변의 모든 것을 그 눈에 담았다.

자신의 헐벗은 나신보다 주변의 고요한 분위기를 신경 쓰는 여인.

의문이 가득하긴 했으나, 비로소 그녀는 성공했다.

네로멜티아 디 이시스의 부활이 열 번의 죽음 끝에 성공한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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