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8화 〉 앙코르 : 나와 선생님의 신혼여행(7)
* * *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시간이 끝나고 나와 선생님은 침대에 쓰러졌다.
“으허… 허리야….”
선생님은 내가 30대 후반에 덮쳤을 때처럼 허리가 아프다며 골골거렸다.
“그, 그러게, 누가 그렇게… 힘쓰래요?”
“도발한 게 누군데….”
우린 숨을 고르며 서로를 탓했다.
한동안 그렇게 서로가 유혹해서 그랬다며 다툰 우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웃기 시작했다.
우리의 지금 상태가 엄청나게 웃기는 상황이었으니까.
난 정액에 절여져 몸이 꿈틀거리고 있다.
선생님은 거기가 팍 쪼그라들어 꿈틀거리며 정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너무 추잡하고 지저분한 광경이라 얼른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천천히 웨딩드레스를 벗었다.
웨딩드레스는 이미 땀과 모유, 정액으로 범벅이 된 상태라 더는 우아하지도 아름답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추잡하고 더러워진 무언가였다.
웨딩드레스가 신부의 순결을 상징하는 복장이라던데… 이러면 신부가 더럽혀졌음을 나타내는 복장이 되는 걸까?
조금 복잡해진 상황으로 시선을 돌리니 선생님도 꿈틀거리며 턱시도를 다 벗어 던진 상황이었다.
“같이 목욕하러 가자.”
“그래요.”
선생님은 같이 욕조에 들어가면 또 장난을 치겠지.
그걸 알지만 따라오지 말라는 말은 꺼낼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나와 선생님은 좀 많이 더럽혀진 상태였으니까.
욕조에 물을 받고 몸에 묻은 정사의 흔적을 샤워기로 씻어냈다.
“들어가자.”
“네.”
우린 욕조의 물 온도를 확인하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이 욕조에 기대어 놈을 눕히면 내가 포개지듯이 선생님에게 등을 맡기는 자세였다.
“흐어…. 좋구만.”
방금까지 옷을 입고 관계를 맺는 바람에 에어컨이 쌩쌩 부는 방에 있었다.
이제 9월도 지나 10월이 되어 에어컨을 사용하기엔 좀 추운 계절이었다.
그런 곳에서 1시간 가까이 에어컨을 틀고 있었으니 욕조의 따뜻한 물이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둬야겠어.”
“뭐가요?”
“미니스커트 형태는 괜찮았는데 기장이 긴 건 불편하기만 하네.”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이 사람은 진짜….
“그래도 웨딩드레스를 입는 네가 예뻤으니까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은 혹시라도 나중에 그런 플레이를 하고 싶어졌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인지 갑자기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했다가 내가 그럼 다시는 하지 말자고 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다.
선생님에게 있어 그런 플레이는 대체….
남자들은 다 이러는 걸까?
모유에서 바나나맛 우유랑 같은 맛이 난다고 쭙쭙거린다.
흘리는 게 아깝다며 착유기를 꺼내온다.
모유를 많이 먹이면 가슴 모양이 망가진다고 하니까 모유 수유보다 분유를 택한다.
그런 사람이 밤이 되면 내 가슴에 달라붙어 진수나 희진이보다 더 열심히 가슴을 빨아온다.
선생님은 항상 그랬다.
선생님만의 변태 같은 특성인지 남자들이 다 그런 건지….
선생님이 종종 읽던 야설에서도 이 정도로 가슴에 집착하는 남자는 드물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오! 오늘도 둥둥 뜨네.”
조금 전까지 그렇게 만져놓고서 또 만지고 싶은 걸까?
선생님은 물 위에 둥둥 떠 오른 내 가슴을 밑에서 받치고 툭툭 위로 튕기기 시작했다.
물에서 찰박이는 소리를 내며 튕기는 가슴이 보기 좋았는지 선생님은 한참 동안 내 가슴을 만지고 놀았다.
“그렇게 좋아요?”
“네 가슴이니까?”
몇 번이고 반복된 문답이 또 이어졌다.
선생님은 그냥 내 가슴이 커서 좋아하는 걸 텐데….
“제가 A컵이었어도 좋아했을 거예요?”
“…내가 후일담으로 이어지는 외전은 좋아하는 편인데 IF로 이어지는 외전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선생님이 고심해서 꺼내놓은 변명은 참으로 훌륭했다.
너무나 궁색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이 젖 물리게 가!”
난 그런 선생님의 배를 꼬집었다.
“악!”
선생님이 몸부림치며 욕조에 작은 파도가 일어났다.
우린 그렇게 한동안 욕조에서 장난을 쳤다.
선생님은 한참 동안 내게 꼬집히다가 남자가 가슴을 좋아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거유를 좋아하는 남자는 변태지만 절벽을 좋아하는 남자는 씹변태새끼라는 말까지 꺼내왔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설득당할 뻔했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가슴 사랑은 좀 지나치니까.
욕조를 나와 몸에 거품 칠을 할 때 가슴을 사용해 거품 칠을 해주면 좋다고 달려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선생님.”
“왜?”
“궁금한 게 있는데…. 그, 혹시 뭐 했어요?”
“뭐가?”
“거기서 희미하게 단맛이 나던데….”
“거기? 아, 아~”
선생님은 히죽거리며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가리켰다.
“네가 매번 씁쓸하다고 해서 좀 그렇고 그런 약을 먹는 중이야.”
선생님은 정액이 달콤해지는 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는 묻지 않아도 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자주 정액을 입으로 삼켜줬으면 해서 그런 거겠지.
선생님은 그냥 변태가 아닌 좀 어나더 레벨 변태니까.
정액은 쓰고 비리며 냄새까지 이상하다.
그런 걸 좋아서 삼키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내가 정액을 삼킬 때마다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니 해주는 것뿐이다.
“좀 먹을 만 했지?”
“선생님이 먹어서 직접 확인해보면 되잖아요?”
“그, 그건 좀….”
내 좀 더러운 구멍을 혀로 핥기까지 하는 사람이 왜 정액은 싫다고 하는 걸까?
선생님의 기준을 잘 모르겠다.
남자란 다 이런 걸까?
“여기 옵션에도 정액이 좀 달콤해진다는 옵션이 있어서 그것도 샀어.”
정말 쓸데없는 것에 한없이 진지한 사람이다.
그래도 뭐… 나름 괜찮았다.
콧물처럼 목이나 입에 달라붙은 묘한 불쾌감은 그대로였지만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그 정도면 많이 나아진 편이니까….
“흐으, 흐어….”
선생님은 욕조에서 잠깐 웃고 떠든 게 괴로웠는지 등을 연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괜찮겠어요?”
“음? 아, 괜찮아.”
괜찮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일도 좀 걸어 다녀야 하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골골거리니 많이는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풉!”
“왜, 왜 그래?”
“아뇨,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
“우리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요.”
제주도는 여기와는 다르게 대부분이 초목이 가득한 곳이다.
산책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우린 대부분의 시간을 걸으며 보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운동 부족이었던 내가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거렸었지.
선생님은 내 체력에 맞춰 신혼여행을 느긋하게 즐기자고 했다.
그게 정말 고마워서 선생님을 좀 더 사랑하게 됐었지.
근데 이젠 선생님이 골골거린다.
그러니 이렇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아….”
선생님도 뭔가 눈치챘는지 얼굴을 긁적이며 웃었다.
“그래도 난 괜찮아.”
선생님은 불편한 좌석에서 자서 더 그런 거라며 침대에서 자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선생님.”
“왜?”
“여기선 소설 안 쓰시네요?”
“소설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신혼여행에 집중해야지.”
소설은 언제든지 쓸 수 있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아니다.
그러니 지금은 내게 최선을 다하겠다.
선생님은 그리 말하며 나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역시 현자가 된 선생님은 세상 그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방금까지 천박한 말로 나를 괴롭히며 엉덩이를 두드리던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스윗함이었다.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이리 변하는 걸까?
뭐… 그래도 그런 면이 좀 특이해서 질리지 않는 면도 있으니까….
“내일은 바티칸이었죠?”
“그렇지.”
내일은 바티칸을 돌아다니고 시내를 본 다음 다시 야경을 구경한다.
그런 일정이었다.
“괜찮겠어요?”
“괜찮아, 괜찮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왕이면 다 즐기고 가야지.”
정말로 괜찮은 걸까?
나도 괜찮다고 큰소리를 치다가 골골거렸던 기억이 있는데….
“자, 여기로 오십시오, 공주님.”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내 머리에 샴푸 칠을 해줬다.
“가려운 곳은 없습니까?”
“두피도 마사지해주세요.”
“바라는 것도 많은 공주님이네요~”
선생님은 양손을 사용해 조금 강하면서도 어딘가 개운하게 내 두피를 마사지해줬다.
이거야….
선생님의 커다란 손이 이렇게 마사지해주면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눈 감으세요. 씻어냅니다~”
눈을 질끈 감고 있으려니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읍.”
선생님이 내 입술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비용은 뽀뽀로 받았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그리 말하고는 내 머리의 샴푸를 씻어냈다.
“…트리트먼트랑 린스도 추가 가격을 받나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곤 내 머리에 트리트먼트를 발라줬다.
그리곤 나의 정면으로 돌아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번엔 좀 많이 받아야겠는데?”
그리 말한 선생님은 아주 천천히 내 입술을 빼앗았다.
처음엔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듯 서로의 입술만을 탐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서로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나와 선생님의 혀가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가량 동안 혀를 섞고 있으려니 선생님이 샤워기를 틀어 내 몸에 묻은 거품을 씻어냈다.
“트리트먼트는 30분 정도였나?”
“…그냥 씻겨줘요.”
“그래?”
여긴 웬만해선 머리의 손상도 없는 곳이니까.
선생님은 부드럽게 내 머리에 묻은 트리트먼트를 씻어내고 린스까지 칠해줬다.
상당히 손이 가는 일이라 피곤하고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런 모습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바디워시는 제가 해줄게요.”
“그래? 그럼 고맙고.”
선생님은 내게 등을 보이고 앉았다.
선생님은 방금까지 내게 상냥하게 해줬다.
내가 해도 귀찮은 트리트먼트에 린스까지 해줬다.
그러니 이건 그 답례다.
바디워시를 잔뜩 짜서 내 몸에 부드럽게 펴 발랐다.
그리고 선생님의 등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공주님?”
“답례에요.”
난 선생님의 귀에 그렇게 속삭이고 부드럽게 선생님의 몸에 몸을 문질렀다.
선생님의 듬직한 등에 바디워시가 발라지며 거품이 생겨났다.
선생님은 입을 다물고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곳이 다시 빳빳하게 서 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거기도 빼줄까요?”
“아냐, 오늘은 적당히 해야지.”
“그래놓고 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이, 이건….”
난 선생님의 몸을 씻겨주며 거기를 부드럽게 만져줘서 한발 뽑아줬다.
이 정도면 샴푸에 트리트먼트에 린스까지 해준 답례는 되지 않을까?
“이제 진짜 죽겠다~”
선생님은 정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침대가 아닌 새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리로 오시오, 부인.”
선생님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나를 불렀다.
난 선생님의 품으로 꼼실거리며 기어들어 갔다.
“잘자.”
“잘 자요.”
나와 선생님은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도중에 좀 격해지긴 했지만, 신혼초야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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