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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6화 〉 앙코르 : 나와 선생님이 2회차를 살아가는 방법♥(25) (276/301)

〈 276화 〉 앙코르 : 나와 선생님이 2회차를 살아가는 방법♥(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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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은 우린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을 살펴보았다.

“아, 이것도 눈 감았다.”

“…진짜네.”

“아, 이것도.”

“너도 감았네.”

“어라?”

나와 선생님은 눈을 감고 찍은 쓸 수 없는 사진을 일차적으로 빼내는 작업을 지켜봤다.

“받아보실 메일을 알려주세요.”

“여기요.”

그 작업도 10분 남짓으로 끝이 났고 이메일 주소로 파일을 전송받고 시계를 확인해보니 저녁 6시가 되어 있었다.

“으으읏! 하아…. 빨리 끝났네요.”

“그러게. 이 정도면 엄청나게 빨리 끝나긴 했네.”

보통은 밤이 되어서 끝나는 작업인데 엄청나게 빨리 끝났다.

역시 현실과 완전히 똑같은 것보다 이런 쪽이 편하기도 하구나….

“고생하셨습니다, 살펴 가세요.”

우린 스튜디오의 스태프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뭐로 먹을까?”

“글쎄요?”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라서 생각도 안 했는데….

“오랜만에 배달 음식이라도 시켜 먹을까?”

“그럴까요?”

나와 선생님은 오랜만에 치킨이라도 먹자는 이야기를 했다.

배달 음식은 몸에 나쁘다고 자주 시켜 먹지 않던 우리다.

이 배달 음식을 시킨다는 행위만으로 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교복은 언제 준비한 거에요?”

“언제나 준비된 남자야.”

“또 또.”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준비했지.”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근데 솔직히 하나만 말해도 돼요?”

“뭐가?”

“선생님 모교 교복이요…. 좀 구식이라 별로예요.”

“크흠.”

선생님이 입었던 교복은 일본에서 건너온 가쿠란이었나? 그 교복을 닮은 외형이었다.

솔직히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촌스러워 보였다.

선생님이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자신이 입었던 고등학교 교복을 전부 지워버릴 거냐고 눈으로 물어오는 느낌이었다.

귀여워.

다 지울 리가 없잖아요?

오히려 그런 촌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고 당당하게 포즈를 잡는 선생님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건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휴대폰으로 소장하고 컴퓨터에도 하나 남겨두고 앨범에도 넣어야지.

“그래도 너희 학교 교복 입은 건… 괜찮았지?”

“그건 뭐, 그렇죠?”

솔직히 우리 학교 교복도 80년은 된 교복이니 이젠 좀 촌스럽긴 하겠지.

그래도 내겐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고 당시는 좀 세련된 느낌이라 다들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이 입던 교복과 비교하면 선녀가 아닐까?

선생님은 나랑 함께 찍었던 그 교복 사진이 상당히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나도 그건 절대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솔직히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었던 것보다 그 카페에서 서로 마주 앉아 찍은 사진이 더 마음에 드니까.

항상 서로를 등지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기고 살던 우리였잖아요.

이젠 그걸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사진이니까요.

“진수랑 희진이가 놀라겠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주책이라고.”

“진수는 몰라도 희진이는 그럴 것 같네요.”

본인이 제일 주책인 녀석이 입방정이 심해서 나불거리겠지.

그 화상이 무슨 말을 할지 벌써 머리가 아파졌다.

“음….”

선생님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더니 뭔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이 되었다.

“왜요?”

“아니, 그, 초청장을 신청했으니 말이야. 보낼 사람이 있나 생각 중이야.”

“아~”

생각해보니 선생님은 보낼 사람이 있기는 했구나.

난 기껏해야 진수랑 희진이, 그리고 손주들이나 참석할 거로 생각했는데.

솔직히 진수랑 희진이는 몰라도 손주들까지 부르는 건 좀 창피해서 부르지 않을 생각이었고.

예쁘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늙은 사람들이 주책이라고 생각할까 봐 좀 무서웠으니까.

그런데 선생님은 친구분들까지 부를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친구가 있구나….

그랬구나….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친구도 없이 살아온 삶이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에서 사귀었던 친구는 거리를 두고 살다 보니 어느새 연락처도 모르게 되었다.

선생님은 그걸 아쉽게 생각했었지.

대학교에서 사귄 친구는 연락이 쉽게 끊기니까 미리미리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가정을 더 중시했기에 그 행위를 소홀히 했다.

그러니 이러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 오~ 하객 알바는 여기에도 있나 봐.”

“…필요 없어요.”

“아, 역시?”

선생님은 내가 어찌 반응할지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볼을 긁적였다.

하객을 동원하는 이유는 창피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인맥이 없어요~ 하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하는 거지.

여긴 찾아올 사람도 없고 과시하고 싶은 대상도 없는 곳이다.

오직 상대방을 사랑하고 아끼기에 다시 올리는 결혼식인데 그런 시스템이 있을 필요가 없지.

“그래서 친구분들에게 보내줄 청첩장 내용을 고민하는 거죠?”

“그렇지.”

선생님은 인상을 찌푸린 채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다.

이번에도 뭔가 인상적인 청첩장을 보낼 생각인 듯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친구분들에게 보내는 청첩장의 내용을 다 따로 적었었지.

그땐 왜 그러나 싶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선생님 나름대로 친구분들을 아끼는 행위였겠지.

나도 그랬다면…. 아니, 그만두자.

“음, 으음….”

선생님은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배달시킨 치킨이 도착하기 전까지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한참 인상을 쓰고 있던 선생님은 각오를 다졌는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생각난 김에 쓰기로 결심한 듯한 느낌이었다.

난 선생님의 맞은편에 앉아 그런 선생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인상을 쓰며 키보드를 두드리다가도 가끔 입꼬리를 올리며 히죽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좀 장난기가 섞인 청첩장을 보낼 생각인 것 같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참 유치하다.

그래서 더 귀엽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내 시선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이 연신 키보드를 두드렸다.

선생님이 타이핑을 멈춘 건 그로부터 대략 30분이 지나 치킨이 도착한 다음이었다.

상당히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보아 제법 그럴싸한 청첩장이 써진 것 같다.

“배달도 괜찮네.”

“그렇네요.”

우린 치킨을 뜯으며 생각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희진이가 치킨 먹고 싶다고 떼를 많이 썼는데.”

“가끔은 시켜줬잖아요.”

“그렇기야 했지.”

“그 화상은 우리 덕분에 결혼한 거에요.”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럼요.”

나와 선생님은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첩장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

“여전하네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나?”

“이젠 슬슬 바뀌어도 되는 나인데?”

“그리 말하면 할 말이 없네.”

선생님이 쓴 청첩장은 여전히 시비를 거는 듯한 내용이었다.

준범 씨한테 보내는 내용은 청첩장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너는 한 번도 가지 못한 장가를 두 번이나 간 못된 친구가 이번에 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놀라지 마라.

수진이와 결혼하는 것뿐이니까.

우린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죽어서도 사랑하니 결혼식을 올리는 것뿐이다.

결혼식을 올리려고 하니 하객이 있어야 하건만 안타깝게도 여긴 하객이랄게 없다.

그러니 널 3번이나 부르게 됐다.

축의금은 필요 없으니 와서 한자리라도 차지해서 허전함을 달랬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내용이 계속 이어졌다.

뒷부분은 이제 청첩장이라고 하기도 뭐한 추억 이야기로 도배된 내용이었다.

이걸 내가 받았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서 당장 전화를 걸었을 수준이었다.

“이걸 받고 누가 좋아해요?”

“좋아하라고 쓴 거 아닌데?”

“유치해.”

“남자들은 원래 그런 거야.”

정말일까?

뭐, 하긴 오빠도 그랬으니까….

“오히려 이 정도 하는 편이 찾아올 거야.”

선생님은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선생님과 친구분들 사이에 통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남도 부를까?”

“오빠요?”

아, 생각해보니 내 쪽에도 부르면 올 사람이 있기는 했구나.

나와 달리 오빠는 수명을 늘려주는 수술을 받았으니까.

그럼 언니도 부르면 찾아와줄까?

“…저도 청첩장 한번 써봐야겠네요.”

“내가 쓸까?”

“쓰지 마요!”

“하하!”

우린 배달온 치킨을 정리하고 각자 노트북을 꺼내 앉았다.

선생님은 남은 청첩장을 마저 쓸 생각인 듯했다.

나도 오빠와 언니에게 청첩장을 쓸 생각이다.

솔직히 부른다고 와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이면 와줬으면 좋겠는데….

피는 물보다 진하긴 한가 보다.

설마 내 쪽에서 오빠와 언니를 찾게 될 줄 몰랐는데.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려고 하니 영 글이 써지지 않았다.

글은 어떻게 시작하더라?

난 한참 동안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다가 간신히 첫 문장을 써넣을 수 있었다.

그다음부턴 생각보다 술술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이성진, 강윤서 귀하.

한 사람이 일생에 한 번 하는 것도 귀해진 결혼식을 죽어서도 하려는 부부가 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좋은 소식만 전해주려 했는데 슬픈 소식만 전해준 못된 동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못된 동생을 마지막까지 지켜준 남자가 있습니다.

우린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했지만 죽어서도 서로를 사랑할 운명이었습니다.

새 출발을 위해 우린 다시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이번엔 이 세상이 끝나는 순간까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부디 찾아오셔서 우리의 새 출발을 응원해주세요.

…이 정도면 되겠지?

선생님과 달리 이 정도면 그리 기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난 아직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띤 채 노트북을 노려보는 선생님을 바라봤다.

30분 정도가 더 흐르자 선생님이 기지개를 켜곤 내게 다가왔다.

“다 썼어?”

“네.”

“어디 보자…. 음, 무난하네.”

“선생님보단 낫죠.”

“나야 뭐, 친구들이니까. 언제나 이랬고 앞으로도 이럴 거야.”

“찾아올까요?”

“욕을 하기 위해서라도 찾아오겠지.”

사실 그게 노림수는 아니고요?

선생님은 내 시선을 읽었는지 큰소리로 웃었다.

“아, 서로소도 써야지.”

선생님은 연신 웃으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번엔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쓰며 즐거웠다는 내용을 쓸 생각이겠지.

난 선생님을 빤히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수랑 희진이에게 보내는 청첩장은 내가 써야겠어.

선생님한테 맡기면 불안하다.

난 선생님이 서로소를 쓰는 동안 진수와 희진이에게 보낼 청첩장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조금 어색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즐거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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