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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7화 〉 앙코르 : 나와 선생님이 2회차를 살아가는 방법♥(16) (267/301)

〈 267화 〉 앙코르 : 나와 선생님이 2회차를 살아가는 방법♥(16)

* * *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살피니 조심스레 일어나 내 몸에 묻은 정사의 흔적을 닦아내는 선생님이 보였다.

“어, 일어났어?”

선생님은 조금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난 그제야 어젯밤에 선생님에게 당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선생님?”

“그, 있잖냐? 그, 뭐냐….”

선생님이 식은땀을 흘리며 뭔가 변명을 하려고 입을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거로 내 기분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걸까?

…풀리네.

애초에 좀 과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나도 어느새 즐기고 있어서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저 선생님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재밌을 뿐이었다.

난 한동안 선생님에게 화가 났다는 느낌이 들도록 눈에 힘을 줬다.

선생님의 얼굴에 식은땀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저도 선생님의 그쪽 구멍 만지고 놀아도 돼요?”

“야, 그건….”

“그건?”

“…마음대로 해.”

본인도 어제 저지른 게 있어서 하지 말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나 보다.

설마 하라고 할 줄 몰랐는데….

분명히 남자의 그곳으로 손을 넣으면 전립선이 어쩌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진짜 해봐?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갔다.

“장난이에요.”

“….”

선생님은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뒷정리를 시작했다.

우리가 머무는 방은 상태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침대는 말할 것도 없고 식탁과 벽, 목욕탕, 벽까지 온갖 체액에 범벅이 된 상태였다.

“선생님.”

“…어.”

“선생님은 사람 맞아요?”

“이것도 이쪽에서 나름대로 배려를 해줘서 그런걸 꺼야.”

매일같이 5번 이상 뽑아내도 체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어느 정도 보조가 있기는 할 것 같다.

그래도 사정 후에 몸이 민감해지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도 다시 물건을 세우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드는 선생님이 좀 인간을 벗어난 뭔가가 아닐까 싶다.

“청소하자.”

“네.”

선생님과 청소를 시작했다.

어제의 우린 짐승처럼 서로를 갈구했다.

침대도 소파도 의자도 식탁도 벽도 전부 우리가 사랑을 나누기 위한 공간이 되었다.

우린 이 글램핑장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용해 짐승처럼 신음을 토하며 쾌락에 젖어 들었다.

그 행위가 얼마나 과격했는지 머리가 식고 나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

식탁의 근처에 있는 이 고여있는 액체는 분명….

난 서둘러서 걸레를 사용해 그 흔적을 지웠다.

내가 미쳤지.

거기서 그런 짓을….

이곳은 식사도 할 수 있지만 소변이나 대변 같은 조금 더러운 생리현상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내가 어제 흘려보낸 그건 분명 소변은 아닐 텐데….

으윽.

진짜 내가 미쳤지.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바닥을 닦아내고 나니 식탁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한테 범해지다가 엎어진 곳에 모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굳어 끈적거리는 자국이 남아있었다.

우린 진짜 변태 같은 플레이를 저질렀구나.

아내를 젖소처럼 입히고 착유기까지 쓰는 변태가 내 남편이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버린 걸까?

주변을 다 정리하고 나니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샤워하고 밥 먹자.”

“네.”

선생님은 전생에 늑대인간이었을까?

아침이 되자 또다시 상쾌한 인간이 되어서 몬가몬가였다.

***

“아침은 가벼운 거로 하자.”

“네.”

난 아직도 몸에 피로가 남은 듯한 느낌인데 선생님은 멀쩡해 보였다.

분명 사정을 하면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고 배웠는데 선생님은 도대체 뭘까?

난 복잡한 시선으로 선생님을 빤히 바라봤다.

“다 됐다.”

“벌써요?”

선생님이 준비한 메뉴는 베이컨 에그에 잼을 바른 토스트, 우유 한 잔이라는 심플한 메뉴였다.

“좀 피곤해서.”

선생님도 사람이긴 하구나?

난 선생님이 준비한 아침을 오물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피곤해서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먹고 한숨 더 자야겠다.”

선생님도 피곤하긴 했는지 눈을 반쯤 감은 상태였다.

우린 배속으로 뭐라도 집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맛도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를 입안으로 계속 밀어 넣었다.

그리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4인 이상 가족을 위한 방이라 그런지 침대도 넉넉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

“후아아아암.”

“하암.”

나와 선생님은 아침 10시가 되어 다시 눈을 떴다.

“이게 글램핑이 맞는지 모르겠네.”

나도 잘 모르겠다.

글램핑장에 찾아와서 한 일이라곤 같이 바비큐를 먹고 낮잠을 잔 후에 몸을 섞는 일이었다.

솔직히 이건 글램핑은 아닌 것 같다.

“오늘은 글램핑다운 일을 해봐요.”

“그러자.”

선생님은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선생님을 따라나서 숙소 근처에 있는 우리의 텐트로 들어갔다.

우린 텐트의 바닥에 누워 멍하니 주변의 경치를 즐겼다.

서로 붙어서 꽁냥거리다가 서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책을 보거나 간식을 먹었다.

“있잖아.”

“네.”

“지루하네.”

“그러게요….”

선생님과 처음으로 캠프를 할 때는 즐거웠다.

텐트를 치는 게 조금 힘들기도 했고 벌레도 좀 있었으니까.

선생님이 가져온 냉풍기가 없었으면 더워서 금방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불편한 게 많았지만 그만큼 좀 특별했다.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바비큐를 만드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노을이 지고 밤하늘에 별이 뜬 것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우린 어느새 그때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려고 찾아왔지만 그건 말 그대로 추억이었다.

“선생님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엉?”

“친구분들이 캠핑하다 보면 자연스레 낚시를 즐긴다고 했잖아요.”

“아, 그거?”

“네.”

“그러네. 이젠 왜 그러는지 알겠다.”

이것도 몇 번이고 반복하니 지루하구나.

진수와 희진이와 함께 찾아왔을 땐 그래도 좀 달랐던 것 같은데….

“진수랑 희진이가 있을 땐 나름 재밌었는데 말이야.”

선생님도 나랑 같은 생각이구나.

“그랬죠.”

글램핑장에 오면 진수는 신이 나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선생님을 찾았다.

짐에서 글러브를 꺼내 공터로 나가 캐치볼을 즐겼고, 나와 희진이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그걸 바라보며 간식을 먹었다.

그 별것 없는 일이 하나 빠졌다고 이렇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걸까.

“점심 먹으면 돌아가자.”

“네.”

우린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그저 익숙해져서, 지루해서라고 생각했다.

지루하긴 하다.

익숙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움이다.

글램핑이나 캠프장은 대부분 가족 동반으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오지 않는 거겠지.

수명이 다해 에덴에 찾아온 노부부의 1할만 재결합을 한다.

그런 1할도 처음엔 우리처럼 추억을 회상하며 과거의 발자취를 좇아 걷겠지.

그렇게 걷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다.

몸은 젊어졌어도 젊었을 적의 자신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그걸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이곳 글램핑장이었다.

글램핑장은 아무것도 없어서 자연을 즐기다 보면 금방 질려버린다.

그런데도 질리지 않던 것은 가족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여긴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예전에 웹소설을 한창 읽을 때만 해도 환생물을 볼 때 가려보는 장르가 있었거든.”

“뭔데요?”

“환생했는데 귀찮다고 늘어져서 탱자탱자 노는 장르는 안 봤거든.”

“아.”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목표가 없는 소설은 좀 지루하잖아? 근데 이렇게 겪으니까 뭔 느낌인지 알겠다.”

나름 정상적인 삶을 살고 늙어 죽은 인간이 환생하면 우리가 느끼는 이 감정이리라.

선생님은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과 새롭게 시작한 신혼생활은 즐거웠다.

무거웠던 몸은 가볍고 메말랐던 피부가 탱탱해졌다.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편해져서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묘하게 드는 그 위화감이 계속 신경 쓰였다.

***

우린 아무 말 없이 짐을 정리하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평소라면 집으로 돌아가며 글램핑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며 웃음이 가득했을 차 안이다.

피곤하면서도 묘하게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어야 하건만 차 안은 그저 적막만 가득했다.

선생님은 그게 참기 힘들었는지 라디오를 틀었다.

ㅡ 요즘 에덴에서 가장 많은 분이 즐기시는 취미를 알고 계시나요?

ㅡ 글쎄요? 가을이 다가왔으니 등산이나 캠핑, 글램핑 같은 것들이 유행하려나요?

ㅡ 아뇨. 그 셋은 오히려 가장 인기가 낮은 편이랍니다.

ㅡ 그래요? 의외네요.

오늘도 에덴을 광고하기 위한 방송이 흘러나왔다.

우린 차를 타고 가며 멍하니 그 방송을 들었다.

“이제는 좀 알겠다.”

“그러게요.”

처음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VR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굳이 VR 세계에 와서 VR 게임을 즐긴단 말인가?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알겠다.

이 세상은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다.

전생에 취미로 즐기던 일을 하거나 추억이 깃든 장소를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게 발자취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것은 그곳에 가족이 함께했기 때문이란걸.

가족이 있었기에 특별한 것 없는 일도 즐겁게 느껴진다.

그런 당연한 것들을 이제야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왜 이렇게 에덴에 대한 광고를 열심히 하는지 알겠네.”

“네, 저도 알 것 같아요.”

이곳은 충족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부족하다.

만약 내 곁에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난 곧장 죽음을 선택했겠지.

아직 저쪽 세상에 있는 진수와 희진이가 종종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선생님이 매번 내게 사랑을 속삭이기에 행복한 것이다.

이곳은 에덴이라는 이름이 붙기에는 너무나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선생님처럼 재혼을 선택하지 않은 부부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 걸까?

나와 선생님이 글램핑장에서 느꼈던 그 묘하게 불쾌한 감각을 안고 사는 건가.

그래서 그 외로움을 잊어보고자 새로운 인연을 만나 연애를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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