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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화 〉후일담 : 나와 수진이의 커튼콜(1) (240/301)



〈 240화 〉후일담 : 나와 수진이의 커튼콜(1)

"준수야."

"네."

"선생님."

"응."

"이제 좀 놔요."

"싫어."

수진이가 품에서 꿈틀 꿈틀거리며  밀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난 수진이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이게 꿈도 아니고 한순간에 사라질 환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 급변한 상황을 따라잡지 못했다.

수진이가 눈을 감고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가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른다.

내 모든 순간에 항상 옆에 있던  아이가 사라졌다고 깨달았을 때의 상실감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수진이가 죽고 손목에 차고 있던 안락사 기계가 점등하며 취소할 건지 묻는 안내메시지를 띄워도 얼른 죽여달라고 바랄 정도로 머릿속엔 수진이 생각뿐이었다.

난 건강했다. 수명을 늘리는 수술도 받았으며 운동도 꾸준히 했으니 정말 마음만 먹으면 140살까지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날, 수진이와 함께 죽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기계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이 허무함 속에서 수진이를 그리워하며 살아야만 했겠지.

그렇게 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다.

"우쭈쭈. 우리 쭌수 많이 슬펐쪄요?"

수진이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끌어안은  등을 토닥여줬다.

넌 진짜 내 맘을 모르겠지.

지금까지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음고생을 했겠지만 내가 느꼈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

천천히 몸이 딱딱해지고 몸에서 온기가 사라지기 시작한 널 안고 있을 때의 내 마음은...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다.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

"미안해요. 약속 못 지켜서."

"넌 진짜 나쁜 여자야."

너에게 사랑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 단어로 정리할 정도로  향한 마음을 표현할 자신이 없었다.

사랑은 상대방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담아두면 안 된다. 모두 전해야만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더는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고 나서야 깨달은 일이다.

그런데 내 사랑을 다 듣지도 못하고 멋대로 떠나버리고  가슴에 못을 박고 아주 나쁜 녀석이지.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줘요. 네?"

"두 번은 없어, 알겠어?"

"넹~ 후후."

수진이를 안은 팔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수진이는 오히려 나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곤 그대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문질러왔다.

"날 진짜 엄~~~~청 좋아하시는구나?"

"그래.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기분이었어."

내 말을 들은 수진이는  가슴에 호~ 호~ 하며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

"뭐해?"

"아픈 거 아픈  다 날아가라~"

"할망구가 됐더니만 이상한 거만 하고 앉았네."

"할망구 아니고 22살이거든요?"

수진이가 볼을 부풀린  내 옆구리를 꼬집어왔다.

간지럽고 조금 아프고... 그립다.

그래. 이젠 수진이가 옆에 있지.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같은 아픔도 천천히 가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신기하네. 여기서도 배가 고프긴 고픈가 봐."

내가 배를 만지면서 그런 말을 꺼내자 수진이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사실은 DLC 비슷한 거에요. 알고 있어요?"

"엉?"

수진이가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죽고 나서 갑자기 아무 데나 전송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당황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개개인의 서버를 할당해주면 유지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이곳은 다른 사람들이 전송되는 곳과는 조금 다른 개인 서버 같은 개념인 모양이다.

"왜 그게 되는 거야?"

"우리가 돈이 많으니까?"

"돈?"

수진이의 설명은 후로도 이어졌다.

아무래도  서버를 유지하는 것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듯하고 우리의 목에 심었던 그 칩이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었다는 것 같다.

원래라면 비싸서 아무나 살  없지만, 시대가 변화고 있으니 사후를 선택하는 것조차 가능해졌다나.

"그러니까 돈 없는데 사후 세계도 누리고 싶으면 죽어서도 이곳에서 일해야 한다 그거야?"

"네. 우린  많아서 다행이죠?"

이야. 이건 뭐 생각보다 디스토피아 같은 느낌인데. 죽어서도 일을 해야 한다니 슬프다.

"아, 혹시 죽은 다음 상속할 때 상속세에 관한 개편이 이루어졌다 어쩐다 하는 뉴스를 옛날에 얼핏 본 거 같은데 그건가?"

"네. 그냥 상속해버리면 세금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데 이런 식으로 사후 세계에서 쓸  있는 돈으로 환산하는 식으로 하면 현실 세계에 있던 돈을 여기서도 쓸 수 있대요."

"하하..."

진짜 시대가 많이 변했군.

왕들이 사후 세계를 믿으며 시신과 함께 금은보화를 같이 묻어버리는 시대도 있었는데 진짜로 사후 세계에서 생전에 벌었던 돈을  수 있는 시대가 오다니.

"근데 넌 왜 이렇게 아는 게 많아?"

"희진이가 제 단말에 보내주던데요?"

수진이는 희진이가 보내온 글들을 보여줬다. 과연... 그러니까  세계가 내 기억을 토대로 재현된 거구나.

아니, 근데 왜 나한테는 안 보내주고 수진이한테만 보내줬느냐 이 녀석은... 섭섭하려고 하네.

아마 둘이서 짜고 나한테 서프라이즈라도 하려고 했겠지. 못된 녀석들.

"아! 갑쟈기  꼬쥡어요?"

"그냥."

수진이가 갑자기 얄밉게 느껴져서 볼을  당겨봤다.

"됐고. 일단 밥이나 좀 먹자."

그리 말하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려니 그 지갑이 없었다.

"아, 내 지갑."

수진이가 내 지갑이  상태가 별로라며 사줬던 투투선물.

난 그 지갑을 문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썼다.

진수랑 희진이는 내가 해진 지갑을  번이고 수선을 맡겨 쓰는 것을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

수진이도 다시 사줄 테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꺼냈지만, 나에겐 그 지갑이 최고였다.

지갑하니 희진이 녀석이 중학교 때 사고를 쳤던 기억이 나네.

"기억나? 희진이가 중학교  사고 쳤던 거."

"당연히 기억하죠. 선생님이 1만원이랑 100만원이랑 바꿔먹은 사건인데 어떻게 기억이  나요?"

"그때 진짜 난리가 났었는데."

수진이와 손을 잡은 채 길을 걸으며 추억에 대해 떠들었다.

희진이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 살 돈을 달라고 하길래  지갑에서 알아서 돈을 꺼내 가라고 했다.

희진이는 알겠다고 말하고 돈을 꺼내 갔는데 하필이면 수진이가 나에게 처음으로 건네줬던 그 만원이었다.

나중에야 그걸 알게 된 내가 당황해서 희진이에게 어디서 돈을 썼냐고 물어본 다음에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녔다가 결국에 인터넷에 현상금도 올려버렸다.

수진이와 함께하며 사진 찍는 취미가 생겨 사진을 찍어뒀던 게 정말 다행이었지.

사진을 올리고 정말 소중한 돈이니 가져와 주면 100만원으로 바꿔준다는 글을 올리고 모든 웹사이트에 퍼지고 나서 1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희진이는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했다.

난 내 잘못도 있었으니 괜찮다며 희진이를 한동안 달래야만 했다.

아무튼, 그렇게 돈이  바퀴 돌아서 지갑으로 다시 돌아왔었지.

수진이는 내가 1만원 때문에 100만원이나  것을 보며 호들갑이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굉장히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 곧 40대가 되는 인간이 밤에  덮쳐서 내 정액을 착취할 정도로 감동이었나보다.

갑자기 그때를 생각하니 몸이 덜덜 떨리네. 이제 잘 서지도 않는데 억지로 세워지고 억지로 쥐어짜이고.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거 때문에 한동안 시끌시끌하긴 했죠."

"그랬지."

1주일이나 걸려 집으로 돌아온 만원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아무래도 1만원과 100만원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꽤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는지 인터넷 기사까지 나왔고 이 돈을 찾는 사람이 나라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19살 여고생이랑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20살 생일이 지나자마자 결혼한 몹쓸 작가의 추억이 담긴 1만원의 이야기.

희진이가 우리의 품을 떠나 결혼을 하는 순간까지 틈틈히 `서로소를 사랑한 아저씨` 를 갱신하고 있었는데 그걸 계속해서 읽고 있던 독자들이 있었나 보다.

여고생에게 사랑에 빠진 몹쓸 아저씨에서 그런 사소한 것도 일생의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랑꾼으로 불리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지. 구매수도 급격히 상승하더니 사랑 응원한다는 댓글이 주르륵 달리기 시작했을 땐 눈을 의심했을 정도다.

내가 희진이의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절필한다는 말을 하고 완결을 냈을 땐 20살 때 처음 읽기 시작해서 어느새 30년 가까이의 시간 동안 따라와서 읽었다며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었다며 본인도 와이프와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댓글까지 달렸다.

그땐 정말 한동안 댓글 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체력적인 문제로 더는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댓글을 본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글쟁이로서 평생 글을 써도 절대로 받을 수 없는 찬사를 받은 기분이라 더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바뀌어버렸지.

아무튼, 그 사건이 있었던 다음부터 구매수도 갑자기 오르기 시작해서 나도 돈을 좀 많이 벌었다.

"뒷광고의 달인."

"..."

"뒷광고하는 분충!"

히죽거리며 장난을 치는 수진이를 슬쩍 바라봤다.

자꾸 장난을 치니 장난으로 갚아주고 싶어졌다.

"분충은 이런 걸 말하는 거야."

수진이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수진이의 항문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꺄아아아아악!!!!!!!!!!!!!!!!!!!"

수진이가 비명과 함께 내 몸에서 확 멀어지더니 내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짝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갔다. 뺨을 맞은  정말 오랜만이다.

"야  미친놈아!"

"분충은 이런 걸 말하는 겁니다. 부인."

"야  김준수!"

수진이가 또 발길질하려고 하길래 수진이의 발길질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얼굴을 붉히고 어딘지 불편한 기색으로 쫓아오는 수진이를 힐끔 바라봤다.

그러게 자꾸 까불래?

아, 생각해보니까 이 세계는 화장실도 필요 없네? 그러면 항문으로 박아도 안전한 거 아닌가?

아, 잠깐만. 그러면 그냥 보테배로 만든 상태로 섹스해도 되잖아? 어차피 진짜로 임신한 것도 아니니 수진이도 태아도 문제가 없고.

스멀스멀 전생에 이루지 못했던 한남감성이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붉히고 날 쫓아오는 수진이와 어떤 체위로 관계할까 생각하니 갑자기 자지가 발기되기 시작해 뛰는 게 영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반갑다 파트너. 정말 오랜만에 섰네.

이제부턴  함께다.

"김준수!!!  똥꼬충!!!"

근데  상황은 좀 위험한 것 같다. 잡히면 그냥 끝나진 않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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