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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6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28) (226/301)



〈 226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28)

"아, 캬루였네."

"네?"


"아무것도 아니야."

하늘을 우러러보며 구슬프게 울던 배신의 아이콘, 망조의 짐승... 아니, 수진이는 한숨을 길게 내쉰 다음 금방 마음을 추슬렀다.


"다른 것도 많으니까 아직 이에요."


"또 지려고?"

"치. 하나 이겼다고 다 이긴 것처럼 그러지 말라구요. 선생님, 다트는 던져보셨어요?"

"다트? 음~ 아, 한 번은 던져봤는데. 벌써 10년은 더 됐어."

"그럼 다음은 다트에요."

수진이는 그리 말하곤 나의 손을 잡아끌고 다트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승부욕에 불이라도 붙은 걸까.

이곳은 대학가다.


대학생들이 먹고 마시고 놀만  시설이 많이 갖춰진 곳.


전염병의 문제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철수하며 예전 같은 활기는 사라졌으리라 생각했지만,  빈자리를  다른 자영업자들이 채워 대학가는 여전히 활기가 가득했다.


이곳에 있으면 내 나이가 4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것 같다.


"자, 이번에야말로 제가 이길 거에요. 저, 다트도 해봤거든요."

"그럼 공평하게 첫판은 연습으로 하고 두 번째 판으로 점수 내기하는 걸로 하자."

"질까 봐요? 쫄? 쫄? 쫄?"

"어, 그러니까 한 판만 해보자."

그런 싸구려 도발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불혹의 나이인 40대니까.


"첫판으로 이기면 뭐든지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어때요?"

"첫판?"


뭐든지... 라니.


솔직히 혹한 데? 저번처럼 해보는 것도 좋고 다른 것도  수 있고.


"개변태라니까 진짜."

수진이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도 조금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어차피 던지는 건데 뭐 특별할  있나.

나는 수진이의 도발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결과는 뭐... 어쩔 수 없었고.


"앗싸!"

수진이는 날 이긴  그리도 즐거웠는지 제자리에서 가볍게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며 입가를 슬쩍 가리며 오호호홋 하는 느낌으로 웃기 시작했다.

히죽이는 모습이 상당히 얄미웠다.

"이걸로 뭐든지 소원 하나 더!"

"예?"

"왜요?"

"그런 게 어딨어?"

내가 이기면 소원권이라고 했으면서...

"제가 이기면  받을 거라는  이야기한 적 없으면 동등한 걸로 받아야죠. 안 그래요?"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키득 이기 시작했다.


불혹의 나이 40살.

저기서 얄밉게 웃고 있는 여자에게 야시시한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흔들리고 말았다.

"으이구!  배불뚝이 변태 아저씨야. 또또 뭔 생각을 했길래 그리 아쉬워하실까?"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내 옆구리에 손을 넣어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뭐 대단한 걸 하고 싶던 건 아닌데... 그냥 고양이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토끼는 어떨까 생각해봤을 뿐이다.

어차피 끝나버렸다.


근데 수진이 이 녀석은 소원권을 받아가기만 하고 쓰질 않는데 어디에 쓸 생각인지 모르겠네.

이제 3개였나 4개였나...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물어봐도 어차피 비밀이라고 가르쳐주지도 않겠지.

"다음은 뭐 할 거야?"


"다음은 저걸로 해봐요."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엔 실내 양궁장이라고 적힌 가게가 있었다.

"요즘은 저런 것도 있네."

"그렇게 말하니까 아재 같네요."


"아재 맞는데."


우리는 그리 주고받으며 자리를 정리하고 가게를 옮기려고 했다.

"아."

생각보다 너무 떠들었던 걸까.

우리 근처의 사람들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노골적인 시선은 남학생들로만 이루어진 4인조 그룹이었다.


우리가 없으면 혀라도 찰 것 같은 분위기.


우리는 서둘러서 가게를 나왔다.

"선생님이랑 있으면 꼭 이런다니까..."


"내 탓이야?"

수진이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뭔가 양궁 같은  걸려있고 사로는 2개밖에 없는 공간.

아무래도 저 멀리 있는 곳의 과녁을 양궁으로 맞추는 것 같다.

근데 이거 아무리 봐도 사람 몸에도 박힐  같은데 이런 곳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우리는 앞의 커플들과 남학생들이 게임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돈을 주고 화살을 받고 전부 쏘고 난 다음엔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과녁에 박혀있는 화살을 뽑아 다시 원위치시키는 사이클로 돌아가는 모양.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활의 장력이 제법 강한지 커플로 게임을 즐기는 쪽은 항상 여자가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까.

"괜찮겠어? 저기 보니까 여자는 힘들어 보이는데."


"저도 이건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운동도 나름 하는 편인데."

"...밤의 운동?"

꼬집.


수진이가 제법 힘을 실어 내 옆구리를 꼬집어왔다.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장난을 치게 된다.


수진이는 내가 키득 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계속 장난을 쳐왔다.


나는 수진이의 장난에 적당히 어울려주며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자, 우리 차례네."

"안 봐줄 거에요?"

그리 말하면서도 내기를 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는다.


방금까지 여기서 활을 쏘던 커플이 생각보다 과녁을 잘 맞히지 못하는 것을 봤으니 말을 꺼내지 않는 거겠지.

영악한 녀석.

솔직히 나도 그리 자신은 없다.

주인에게 주의사항을 들은 다음 화살을 활에 끼우고 현을 당긴다.


생각보다 빡빡해서 남자라면 모를까 여자들이 당기기엔 힘들 것 같다.


나는 살짝 곁눈질로 수진이가 어찌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수진이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팔을 부들거리며 현을 당기고 있다.


그렇게 안간힘으로 현을 당기는 게 고작이니 화살이 제대로 날아갈 일도 없지.

역시나 과녁에서 많이 벗어난 곳에 화살이 꽂힌다.

"흐으, 흐, 왜 이렇게 무겁지?"


수진이는 활을  상태로 현을 살짝 건드렸다 놓는다.

"운동 부족이네."

"치, 선생님이 해보... 음..."


이제 3대 400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는 나다.


이 정도는 문제가  것도 없지.

애초에 사로가 굉장히 좁아서 몸의 위치는 고정이다.


그러면 화살이 날아갈 방향을 정하는 건 오직 활을 쥐고 있는 팔 뿐이다.

현을 당길 때 힘이 부족해서 활이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똑바로 날아가서 과녁에 맞게 되어 있으니 이게 안 맞는다면 순전히 운동부족이다.

"솔직히 말해봐요. 해봤죠?"


수진이가 그 특유의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가 이런 곳에  사람은 아니잖아."

"그렇긴 그런데..."

"그럼 나도 소원권 하나 받아도 되는 거야?"

"내기 안 했거든요?"


우리는 화살을  발씩밖에 쏘지 않고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헛기침하며 얼른 쏘라는 듯한 압박감을 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또 저질렀다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현을 당겼다.


나는 10발 중에서 7발 정도가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 꽂혔고 나머지 3발 정도가 비교적 테두리 부분에 꽂혔다.

수진이는 10발 중에 오직 1발만 과녁에 꽂았고 나머지는  제대로 날아가지도 않은 상태였다.


본인이 잘못된 게 아니고 활이 잘못된 거라며 장비를 탓하기 시작하는 수진이의 등을 밀며 가게를 벗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호기심과 질투, 그리고 짜증으로 번져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수진이와 가게를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수진아."

"왜요?"

"근데 이거 굳이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나? 리포트라며?"


리포트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도 하는 건가...?


내가 조금 의아한 시선으로 수진이를 바라보자 수진이는 조금 난처한 질문을 들은 것처럼 딴청을 부리며 뺨을 긁적이기 시작했다.

"이, 이래서 눈치가 빠른 아저씨는 싫다니까..."


"뭔데?"

"그냥 리포트는 아니에요. 발표도 해야 하는 거고..."


"뭐야 PPT였어?"


수진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니까 나와 데이트한 장면을 교수만 보는 게 아니라 그 강의를 듣는 전원이 다 본다는 건가?


 기분이 묘한데.


"괜찮겠어?"


"뭐가요?"


뭐긴 뭐야. 우리가 같이 다닐 때 사람들이 바라보는 그 묘한 시선이지.


신경을 안 쓰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진수가 없으면 그 시선에 호기심과 비웃음 그리고 질투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모인다.


대학교는 넓은 듯하면서도 좁다.

수진이 정도의 외모라면 얼마든지 구설에 오르기 쉽겠지.

아마 강의가 끝나고 나면 우리 대학교에 40대 아저씨랑 결혼한 대학생이 있다니 뭐니 하면서 소문이 퍼져나가겠지.

대학 생활이 상당히 피곤할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어차피 제가 여기 다니는 거 알 사람은 다 아는 걸요 뭐."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우리가 부부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시선이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교에 아주 소문이라도 낼 생각인 걸까 아니면 내가 불편하지 말라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그래. 이참에 대학교에 유부녀가 한 명 다닌다고 소문이라도 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한 명뿐이라도 수진이에겐 친구도 생겼으니까.

"니가 괜찮다면 됐어."

"그래요. 그러니까 데이트나 즐기자구요."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내 손에 깍지를 끼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CC들이 즐길만한 데이트는 전부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근처에 있는 커플들이 갈만한 곳엔 다 들어가 보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수진이.

나는 수진이를 따라 이곳저곳으로 따라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즐긴 곳은 이미 망한  알았는데 아직도 영업하는 곳이 남아있던 방 탈출 카페.

수진이도 방 탈출 카페는 처음이었는지 생각보다 신이 나선 이리저리 방을 뒤지며 단서를 모으며 즐거워했다.


수진이가 이렇게 즐거워하는데... 장모님에겐 죄송하지만 아주 가끔은 수진이와 단둘이서 데이트를 나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처음엔 얼른  과제를 끝내고 진수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는데.


나는 어느새 수진이와 함께 즐기는 데이트가 즐거워 진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장모님에게 왜 이리 늦게 들어왔느냐고 잔소리를 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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