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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4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26) (224/301)



〈 224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26)

데이트를 끝내고 친가로 향하는 길.


차에서는 아기상어가 뚜루루루뚜뚜 하고 있고 진수는 꺄르륵 하고 있다.

오늘의 진수는 평소의 곱절로 웃고 있다.

이렇게 즐거워한다면 종종 밖으로 데리고 나와야겠어.


"후후."

"왜?"

"그냥 즐거워서요."

"하하."

"선생님도 그냥 즐거워서요?"


"잘 아네."


솔직히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수진이가 진수를 낳고 처음으로 하게 된 데이트.

100일 잔치를 위해 잠깐 외출했던 것을 제외하면 진정한 의미의 데이트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수진이를 만난 건 38살 3월의 막바지였다.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러 우린 가족이 되었다.


연인보다 특별한 관계인 부부가 되었지.


하지만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연인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기 시작하는 시기가 3년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시기부터 다른 호르몬으로 바뀌어서 연인에게서 설렘보단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기사였다.

때마침 나와 수진이도 만난  3년이 넘었으니 혹시나 싶었다.

"왜 입꼬리를 씰룩거리시지?  야한 생각 하죠?"


"아니야."

이번엔 진짜 억울하다.

 그냥 너와 언제까지고 이리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생각한 거뿐인데.

수진이는 진수의 볼을 콕콕 찌르며 아빠만은 닮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며 작게 웃었다.

진수는 수진이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듯이 꺄르륵 소리를 내며 웃었다.

우리가 만난 지 3년의 세월이 흘렀고 연인에서 부부가 되어 진수가 태어났어도 나는 여전히 수진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난 앞으로 최소 10년은 수진이에게 설렘을 느낄 것 같다.


저 요망한 표정을 보면 도저히 안정을 취할 수가 없다.

나는 수진이가 뒷좌석에 앉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친가로 차를 몰았다.

조수석에 탔으면 왜 또 텐트를 쳤냐며 변태라고 매도했겠지?

***

"하하! 진수야, 할애비에요. 까꿍!"

"아우! 아바바! 바바, 하바바!"

"하하, 그래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우! 하바바!"


진수의 옹알이가 할아버지로 들렸는지 아버지는 진수에게 연신 잘했다며 박수를 쳐주신다.

진수는 아버지를 따라 박수를 치며 꺄르륵 거리기 시작했다.


요즘 진수의 옹알이가 조금 진화하긴 했다.


내가 몇 번이고 엄마나 아빠를 들려줬더니 그에 비슷한 발음으로 내가 했던 말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어우아, 어우바 같은 느낌의 옹알이.

아우아랑 아바바랑 그리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옹알이들은 다른 옹알이들과는 다르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내뱉는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래. 진수는 드디어 반복 옹알이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진수는 덩치가 빠르게 크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섭다. 이 아이는 진짜 천재가 아닐까 싶어.

"아우아우아! 꺄아! 부부부부!"


진수는 낯선 집에 놀러 왔음에도 빨빨거리며 거실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제법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는 진수가 기특했는지 아버지는 진수를 따라다니며 연신 박수를 치셨다.


진수는 한참을 기어 다니다가 소파에 앉아있는 나의 다리를 툭툭 건드려왔다.

안아 달라는 뜻인가.

진수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아주자 진수가  뺨을 툭툭 건드려왔다.

"아부부부!"


"그래 아부지다. 아부지."

"꺄아!"

진수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양손으로 내 턱을 붙잡으면서 놀기 시작했다.

매일 면도기로 깎긴 하는데 저녁이 되었다고 그새 조금 자랐는지 턱수염이 만져졌다.

진수는 이 까끌까끌한 턱수염이 신기한지 손으로 만지면서 장난치기 시작했다.


"찐수야. 아빠 턱수염 만지면 손바닥이 아야해요."


내 까끌까끌한 턱수염에 진수가 다칠 걸 걱정한 수진이가 진수를 빼앗아 안았다.


진수는 잘 놀고 있었는데 왜 방해를 하느냐고 시위를 하듯이 수진이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날 닮아서 가슴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만.

"다들  먹어요."

"네! 어머니!"


***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고 진수는 잠이 오기 시작했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동물원에서 그렇게 까불며 떠들었으니 졸릴 만도 하겠지.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아버지는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셨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아시는지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안방에서 이불을 갖고 나오셨다.


"아."


그러고 보니 아기용 침대를 가져오지 않아서 이불이 필요했는데 어머니가 챙겨주신 모양이다.

"잘 자렴."

""안녕히 주무세요.""

어머니께 이불을 받아들고 내 방으로 향했다.


"있잖아요."

"응?"


"내일, 언제 올라갈 거에요?"


"글쎄?"

수진이가 바라는 시간에 올라가게 되겠지.

시댁이 불편한 건 언제나 아내지 남편이 아니니까.

"그럼... 내일, 조금 늦게 올라갈까요?"

"그러든지."

아무래도 수진이는 아버지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하긴 저녁 식사를  때 진수에게 맘마를 먹이는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도 기어코 진수를 품에 안고 젖병을 물리시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럴 만도 했다.

아버지의 진수 사랑은 좀 심각하신 거 같다.

나에게 못다 한 사랑을 진수에게 쏟아부으시고 있는 느낌이다.

"자주 와야 할까요?"

크. 우리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부다.

나는 수진이가 평소보다 더 사랑스럽게 보여 나도 모르게 키스를 했다.

"사랑해. 수진아."


"저두요."

배시시 웃는 수진이와 함께 이불에 누웠다.

진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자세로 누운 우리.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자."

3년이 지나면 상대방에 대한 설렘이 사라지고 어쩌고 다 헛소리야.

수진이는 3년이 아닌 30년이 흘러도 여전히 매력적인 여성일 테니까.


***

다음날.

친가에서 서울로 출발한 건 저녁을 먹은 이후의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진수와 노셨으면서도 우리가 올라가는  못내 아쉬우신지 진수를 빤히 바라보고 계셨지.

아버지가 그리 연신 진수의 사진을 찍으실 땐 놀랐다.

"아~ 진짜 죄송해서 미칠 것 같아요."

"죄송할  뭐 있어? 오히려 와줘서 고맙다고 생각하시겠지."

오히려 평소에는 점심을 먹고 출발했는데 저녁을 먹고 출발했으니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


하루  묵고 가셨으면 하는 눈치셨지만 그렇게 미루다 보면 결국 일요일에 올라가는 처지가 됐겠지.


나도 수진이도 갈아입을 옷과 속옷을 챙겨오지 않았고 진수의 기저귀나 분유, 이유식도 없다.

다음엔  여유를 두고 놀러 오는 게  낫겠지.

수진이가 괜찮다면 여름방학에 조금 길게 머무는 것도 괜찮겠지 싶다.

"진수, 잘 자네요."

"피곤하겠지."

"하하..."

진수는 아버지가 호응해주는 게 즐거웠는지 평소보다 활발하게 움직였다.

평소라면 점심을 먹곤 얼마 지나지 않아 낮잠을 자는 데 아버지가 옆에서 놀아주시니 기분이 좋아져서 빨빨거리며 온 집안을 기어 다니다가 낮잠을 잘 시기를 놓쳐버려서 많이 피곤할 거다.


이 나이에 접대할 줄 알다니 훌륭한 녀석이다.

"주말에 장모님도  뵈러 가자."


"우리 엄마요?"


"그래. 우리 부모님도 저리 좋아하시는데 장모님이라고 다르시겠어?"


"그럼, 그래요~"


내색하진 않았는데 수진이도 장모님을 뵈러 가는 건 즐거운 모양이다.

아까보다 조금 즐거워 보이는 느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수진이.


"아, 그러고 보니  선물은?"

"인제야 물어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물었다.

"걱정 마.  준비해 뒀으니까."


"또 이상한 코스프레 옷 꺼내 들고 선물이라면서 덮치면 진짜 국물도 없을 줄 알아요."


"그러겠냐?"


솔직히 조금 뜨끔했다.

수진이에게 줄 선물로 야시시한 속옷을 준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지뢰를 밟지 않아서 다행이다.

애널플래그를 꽂아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런 짓을 하면 수진이가 화를 낼  같아 얌전한 선물을 준비해서 다행이다.


집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수진이에게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이게 뭐예요?"


"집에 들어가서 열어봐."

나는 곤히 자는 진수를 품에 안은 상태로 집으로 향했다.


"자꾸 이렇게 설레게 해놓고 열어보니 팬티 들었다 하면 진짜 혼난다고요?"

"아니라니까 그러네."


집에 들어서자마자 수진이는 잽싸게 봉투에 담겨있던 케이스를 꺼내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도 기대되는 걸까. 그리 대단한 선물은 아닌데.

포장을 뜯은 수진이는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두곤 관찰하기 시작했다.

"재떨이?"


"아냐, 인마."

"아하하!"


5월 5일.

수진이와 첫 데이트를 했던  날.


나는 수진이에게 귀걸이와 장미를 선물하려 했다.


귀걸이는 어찌어찌 건네줬지만, 장미는 건네줬다고 하긴 묘한 형태가 됐지.


혜정이의 방에 있던 쓰레기통에 들어있던 걸 그냥 가져왔을 뿐이니까.

수진이는 그때 그 유리통을 그대로 쓰고 있다.


나는 그걸  때마다 착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뭐라고 하진 못했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건 피하고 싶었으니까.


"아직도 이런  신경 쓰고 있었어요?"

"신경 쓰지."

우리는 이미 새 출발을 했다.


그러니 더는 혜정이가 떠오르는 물건을 집 안에 두기 싫었다.

"아무튼, 고마워요. 엄청 예쁘네요."

수진이는 내가 준비한 크리스탈 케이스에 드라이플라워를 옮겨 담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가끔 이럴 때가 매력적인  알아요?"

"이런 게 뭔데?"

"모르면 됐어요."

진수가 곤히 잠들어 조용해진 방안.

수진이는 조용히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춰왔다.


어디서 수진이의 스위치가 들어갔는진 잘 모르겠다.


수진이는 야한 속옷을 선물하거나 야한 코스프레 의상을 선물했을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를 갈구했다.

우리가 내는 소음에 진수가 짜증을 부리며 잠에서 깰 때까지 우리는 뜨거운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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