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19)
4월이 코앞인 3월의 마지막.
오늘은 내 41살 생일이다.
수진이는 오늘까지 나에게 바라는 선물을 생각해두라고 했는데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수진이에게 코스프레를 한 상태로 섹스해달라는 음흉한 소원이었다.
수진이는 내가 고양이 머리띠와 애널플래그를 준비한 모습을 보더니 기겁하며 나에게 빼액 소리를 쳤다.
역시 관장약이냐면서 결국은 그럴 거 같았다면서 절대로 해주지 않겠다고 했지.
나는 아쉬운 마음에 그러면 보지에라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말하자 수진이는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하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 정돈 해주겠다며 딱딱하게 고개를 굳힌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약간 아쉽긴 하다.
항문의 위치와 보지의 위치는 전혀 다르니 보지에 꽂으면 꼬리로는 보이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팬티를 입은 상태로 하면 어떻게 좀 비슷하게 되려나.
수진이는 이제 불혹도 지난 나이면서 어쩜 이렇게 차례차례 변태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느냐면서 신기하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지.
남자라면 이 정도는 평균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오늘은 수진이의 에로한 고양이 코스프레가 있는 날이다.
진수가 잠에서 깰 문제도 있고 수진이가 대학에 다니느라 체력적인 문제도 있어서 주말에만 그것도 진수가 잠을 잘 때만 관계를 하고 있어서 조금 쌓인 감도 있으니 오늘은 조금 격하게 해도 되겠지.
수진이는 금요일을 공강으로 비워뒀으니 진수만 깨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수진이가 이젠 생으로 하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저번에는 정신이 없어서 생으로 했는데 이젠 정말로 콘돔을 껴달라며 박스로 주문을 했다.
하긴, 여기서 또 임신하게 된다면 수진이의 친구는 졸업해버린다.
그러면 또 수진이는 혼밥을 하며 재미없는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되겠지.
그건 피해야겠지.
"아우, 아?"
"아무 일도 아니야."
"아!"
아이는 정말 잘 큰다.
3월 초만 하더라도 뒤집기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진수는 어느 순간부터 아주 천천히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기어 다니기 시작한 건 3일 전.
정말 깜짝 놀랐었지.
생후 8개월 전후로 기어 다닌다곤 들었는데 진수는 생후 6개월이 조금 넘었으니까.
처음에 진수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내가 놀라서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걸어 진수가 기어 다닌다고 하니 아버지가 얼마나 호들갑을 떠시던지 아주 영재가 태어났다느니 뭐니 하시는데 듣고 있는 이쪽이 좀 민망할 지경이었다.
진수는 나와 수진이의 아이다.
그러니 똑똑할 거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진수는 또래 애들보다 몸이 크다.
잘 먹고 잘 싸고 병도 걸려본 적이 없어서 어쩌면 두뇌가 빨리 발달한 것보다 타고난 피지컬로 빨리 기어 다닌 게 아닌가 싶다.
진수는 진짜 운동선수를 할지도 모르겠어.
"아?"
진수는 내가 본인을 빤히 쳐다보는 게 뭔가 마음에 걸렸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아우! 아!"
기어 다니기 시작한 다음부터 진수는 더욱 활동적으로 변했다.
남자애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온종일 뭔갈 시도 때도 없이 입에 넣고 두드리고 때리고 노는 모습이 굉장히 활발하다.
수진이가 대학교에 복학하고 4월이 다가온 지금.
생후 6개월인 진수에게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건 역시 이유식을 먹게 되었다는 점이다.
"맘마 먹자 맘마. 찐수야~ 아~ 하자 아~"
"아우."
진수는 입을 벌리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다.
젖병을 빨아먹을 땐 조금 깨끗이 먹는 느낌이었는데 왜 이유식을 먹을 땐 이리 얼굴에 다 묻히고 먹는지 모르겠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진수에게 두 번 이유식을 떠먹여 주고 한 번 얼굴을 닦아주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이유식을 먹이면 진수는 참 행복하다는 듯이 꺄르륵 웃기 시작한다.
아빠 맘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진수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이유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수가 어떤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 불안했으니까.
오늘은 소고기를 삶은 물에 사과를 갈아 넣고 쌀가루를 풀어 만든 미음을 먹였다.
이렇게 1주일간 상태를 지켜보다가 조금씩 다른 음식을 먹여보고 커갈수록 성인에 가까운 음식을 먹게 해줘야 한다는 모양이다.
"아우."
진수는 이것만으론 부족했는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나는 곧장 진수를 안아 들고 분유를 타서 진수의 입으로 가져갔다.
다행히 진수는 분유도 맛있게 먹는 아이였다.
한참을 젖병을 빨던 진수가 손으로 살짝 젖병을 밀어내곤 꺄르륵 거리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유식을 먹어서 조금 배가 찬 모양이다.
나는 진수를 바라보며 반응을 살피다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진수의 트림을 유도해줬다.
"끄에엑."
트림을 시원하게 한 진수가 꺄르륵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건강한 녀석.
나는 진수를 내 배 위에 올려둔 상태로 볼을 살살 찌르면서 놀아줬다.
진수는 내 배 위에 올라탄 상태로 내 가슴을 손으로 내려치면서 터치다운 놀이를 시작했다.
입을 헤 하고 벌리고 있는 모습이 약간 어벙해 보이면서도 귀엽다.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주려고 하니 물티슈가 신경이 쓰였는지 손으로 잡고 입으로 빨아보기 시작한다.
나는 지지라는 말을 하며 진수의 입에서 물티슈를 빼앗고 다른 놀이도구를 준비해줬다.
아이용으로 나온 뽁뽁인데 이걸 붙인 상태로 아이한테 주면 아이가 이걸 당겨서 입으로 가져가려고 하므로 근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가.
생긴 건 단순한데 아이에게 무해한 천연소재니 뭐니 하며 비싼 돈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쟁반에 뽁뽁이를 붙여서 진수의 앞에 내려놓으니 처음 보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재밌다고 꺄르륵 거리며 뽁뽁이를 떼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무래도 흡착력이 너무 강해서 가지고 놀기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흡착력이 조금 약간 곳에 붙여줄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뽁 소리가 나며 뽁뽁이가 뽑혀 나왔다.
진수는 그대로 갸르륵 소리를 내며 입으로 가져가서 물고 빨기 시작했다.
"..."
아니, 무슨 6개월짜리가 이리 힘이 좋은지 모르겠네.
아이는 다 이런 건가?
헤라클레스인 줄 알겠다.
진수는 장난감이 재밌었는지 맘마를 먹고 졸려질 때까지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진수의 손에서 뽁뽁이를 살짝 빼낸 다음 아기용 침대에 눕혀주었다.
이대로 1시간은 잠에서 깨지 않을 거다.
아마 1시간이 지나면 기저귀에 지렸다고 울면서 깨어나겠지.
나도 지금은 좀 쉬도록 해야겠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힘 좀 내야 할 것 같으니까.
***
수진이가 대학교에서 돌아온 다음 우린 저녁준비를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수진이가 저녁준비를 시작했다.
요즘은 진수가 빨빨거리며 기어 다니는 통에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나나 수진이 둘 중의 한 명은 꼭 진수를 살펴보고 있어야 했다.
"진수 알레르기나 그런 거 없었어요?"
"어. 잘 먹더라."
"휴~ 다행이다."
통 통 통 통.
일정한 리듬으로 채소를 썰고 있는 수진이.
대학생인데 저렇게 앞치마랑 요리하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여자라니 신기하다.
"그, 진수 있잖아요."
"어."
"너무 손이 안 가서 큰일이에요."
"뭐가?"
"이러다가 둘째를 낳았는데 둘째가 너무 손이 가는 아이면 어쩌죠?"
"뭐지? 오늘 밤 임신시켜달라는 뜻인가?"
"진지하게 하는 말이거든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수진이는 그리 말한 다음 만약에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수처럼 몸이 튼튼하지 않아서 병원을 자주 가야 한다든가 낮잠을 많이 자서 밤에 자지 않고 울어댄다든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한다든지 하는 만약에의 이야기가 수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듣고 있으려니 뭔가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진수가 손이 안가는 아니라서 생각보다 육아도 할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정말로 진수보다 몸도 약하게 태어나서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니 약간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진수가 이렇게 튼튼하니 둘째도 튼튼하겠지."
"그럴까요?"
"아빠가 튼튼하니까 아이도 튼튼하겠지."
"둘째 낳을 때쯤이면 40대 중반이면서?"
수진이는 그리 말하고는 분위기를 환기하듯 히죽 이기 시작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40대 중반이면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아 이 녀석아.
그리고 나는 120살까지 살아야 하니까 아직도 한창이다.
나는 수진이의 히죽거림에 뒤에서 엉덩이를 만지는 성희롱으로 보답해주었다.
그러자 수진이는 싱긋 웃으면서 양손으로 칼을 쥐고 돌아봐 온다.
"진짜 혼나는 수가 있어요?"
먼저 40대 중반이라고 놀렸으면서 거 너무한 거 아인교?
나는 진수에게 "엄마가 참 너무하지?" 라며 동의를 구했다.
"아후! 아으! 아! 바바바바! 캬르르!"
진수는 내 말뜻을 이해하기라도 한듯 내 어깨를 찰싹찰싹 두드려왔다.
"봐라. 진수도 엄마가 너무한다잖아."
"진수는 엄마가 고생이 많다고 위로했거든요?"
"바바바바 했으면 아빠 찾는 거지."
"엄마! 아휴! 아, 아빠도 참! 하하하! 라고 한 거라니까요? 이 변태 아저씨야."
그리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를 걸어둔 수진이가 사랑스럽다.
"오늘 밤은 수진냥을 기대해도 되겠네."
"진수가 들으니까 헛소리하지 마요!"
"아우?"
진수는 아가야.
아가라서 아무것도 몰라.
그나저나 수진냥이라니 기대된다.
요리하며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엉덩이를 살짝씩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슬쩍 바라본다.
아이를 낳았어도 아직 탱탱한 엉덩이.
잘빠진 다리. 커다란 가슴.
수진냥... 오늘 밤은 재워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