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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9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11) (209/301)



〈 209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11)

수진이가 임신하고 점점 배가 커지기 시작한 모습을 봤을  같이 자는 게 굉장히 불안했었지.


수진이가 괜찮다고 같이 자자는 이야기를 해서 수진이가 만삭이 되었어도 우린 각방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수진이가 출산하고 나서야 우리는 각방이라는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우리의 사이가 나빠졌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응애!!!"

새벽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면서 맘마를 요구하는 우리의 진수 때문이다.

진수는 맘마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마다 울어 재낄 것이다.

이런 느낌으로 협박이라도 하듯이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맘마로 끝나지도 않았다.

아이는 대소변을 참지 못한다.

새벽에 맘마가 먹고 싶다고 울면서 우릴 깨우고  1시간이 지나 이번엔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울었다.


수진이도 나도 진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은 천사 같았으니까.

하지만 새벽에 깼을 때의 진수는 정말 사탄도 울고 갈 정도의 악마였다.

우리는 점점 초췌해졌고 결국 각방의 이야기까지 나와버렸다.


잠을  자니  사람 모두 체력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은 잠을 충분히 자고 교대로 아이를 돌보자는 이야기.

수진이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수진이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낮에 낮잠을 좀 자면서 서로 애를 돌보기로 하고 잠은 같이 자요. 선생님이랑 떨어져서 자면 잠이 안 올 거 같아."

"그래?"


수진이는 끄덕이며 눈을 비볐다.


체력도 많이 저하된 상탠데 새벽이 진수가 그리 울어대니 죽을 맛이겠지.

나는 수진이에게 침실에 들어가서 일단 눈을 붙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어색하더라도 기저귀를 가는 것과 아이에게 모유나 분유를 먹이는 것은 나라도 충분히  수 있다.


수진이는 미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침실로 향했다.

자, 이제 진수를 돌봐야 할 시간이다.

수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일 거다.


그 정도 시간을 기다렸다가 내가 30분 정도 잠을 자고 나오면 다시 괜찮아 질 거다.

하아... 진수야.

너를 키우는  이렇게 힘들구나.


이 정도면 집에서 전업주부를 하는 여성들이  독박육아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꺼내는지 알겠다.


밤낮없이 울어대는 아이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그런 식으로 토해내는 행위겠지.


내가 출근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면 수진이는 밤새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치고 낮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갈수록 초췌해졌을 거다.

보모를 부르자고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거나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리의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지.


남편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나라가 무슨 생각으로 그리했는지 알겠다.


육아는 혼자서 하면 정말 지옥이야.

"응애, 응애!!!"


...둘이서 해도 지옥이지만.

"아이고~ 우리 진수가 쉬아했어?"

진수의 기저귀를 살펴봤지만 아무래도 쉬아는 아니고 배가 고픈 모양이다.


나는 수진이가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모유를 데워서 진수를 먹일 준비를 했다.

그래도 진수는 착한 아이인 편이겠지.


보통 엄마가 곁에 없으면 엄마가 없다고 울어대는 아이도 있는데 우리 진수는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에 실례했거나 졸린데 잠이 오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울지 않는다.

스트롱 베이비 김진수.


"오구 오구, 배가 많이 고파쪄요?"

수진이가 유아어를  땐 왜 그러나 싶었는데 막상 내가 진수를 품에 안은 상태로 맘마를 먹이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다.

진수는 젖병을 물어뜯을 것처럼 입에 입을  상태로 열심히 맘마를 빨아 먹었다.

그렇게 맛있을까?

진수는 젖병을 문 상태로 배가  때까지 입을 떼지 않았다.


야무지게 맘마를 먹는 모습이 나중에 사막이나 정글, 북극에 던져도 알아서 잘 먹고  것만 같다.

"아그, 아우!"


진수는 기어코 젖병에 담긴 모유를  먹고서야 입을 뗐다.

 녀석은 몸도 작으면서 어디로 이게  들어가는지 모르겠네.

나는 진수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기들을 맘마만 먹는 게 아니라 공기도 마시는 바람에 트림을 해줘야 한다지.


진수의 몸을 내 어깨에 기대게  다음 차분하게 등을 두드리고 있으려니 진수가 트림을 했다.

나는 진수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모유를 물티슈를 사용해서 닦아준 다음 기저귀를 슬쩍 만져보았다.


이대로 잠이 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진수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으면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기도 하고 손을 죔죔 하기도 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용히 잠만 자는 아이가 귀엽기는 하지만  아침에 너무 많이 자면 밤에 잠을 안 자고 연신 울어대기에 이렇게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며 활동도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나잇대의 아이들은 약하니까 혹시 뭔가에 부딪히거나 떨어지거나 해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진수가 지루하지 않도록 아기용 침대에 조심스럽게 진수를 내려놓은 다음 모빌을 돌려서 움직이게 만들고 뮤직박스를 켰다.


진수는 모빌이 움직이는 게 신기했는지 좋다고 웃으면서 모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우! 아으, 아!"

예민한 아이들은 뮤직박스를 틀어주는 것도 NG라고 하던데 진수는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뭔가 싼 티 나는 노래도 좋아한다.

어쩌면 예체능 계열일지도 모르겠다.

운동선수가  수도 있고 음악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림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고 수진이를 닮아 글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고 머리가 좋아서 항상 전교에서 1, 2등을 다툴지도 모르지.


우리 진수라면 뭐든 다 할 거 같다.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커 가는지 지켜보고 싶다.

내 나이 40.

한국 남성의 평균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절반을 살았다고 볼  있다.


요즘 성인 남성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고 결혼이 늦은 점을 생각하면 34~5살쯤에 결혼을 할 테지.

그러면 최악 손자를 보자마자 죽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미래는 보고 싶지 않다.

120살까지... 꼭 살아야지.

나는 진수를 보며 그리 생각했다.


진수가 혹시 다치지는 않을까 싶어 손을 죔죔 하며 모빌을 향해 웃음을 보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한숨 자고 나와서 기분이 좋아진 수진이가 나타났다.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뭔 고생. 잠은  잤고?"


"네. 이제 괜찮아요. 가서 한숨 주무세요."


"어. 그래. 하암~"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수면부족은 어떻게 되지 않는 문제니까.


나는 수진이에게 언제 맘마를 먹이고 트림을 시켰으며 기저귀는 아직 갈지 않았음을 전했다.

이제 곧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니 신경 써야 한다는 말까지.


수진이는 고맙다는 말을 하곤 내 볼에 뽀뽀를 한번 해준 다음  자라는 인사를 해줬다.

신기하네.

뽀뽀보다 더한 일도 많이 했는데 이게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아이를 낳아도 나에게 수진이는 수진이었다.


***


"선생님이 없으면 진짜 눈앞이 막막했을 거에요."


진수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나의 옆에서 빨래를 개고 있는 수진이가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나야말로."


수진이가 없었으면 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푸쉬.

"아, 참나. 진수야... 넌 진짜 알고 이러는 거지?"

 녀석 사실은 300년 전에 마왕을 물리치다가 가슴에 구멍이 나서 죽은 다음 환생한 성깔 더러운 용병의 환생 뭐 이런 거 아닐까.

왜 내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높은 확률로 한 번 더 실례를 저지르는 거냐 진수야.

"아하하하!"


수진이는 내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티슈를 뽑아내어 다시 진수의 고간을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모습을 보며 배를 붙잡고 웃었다.


나도 그 웃음에 이끌려 같이 웃었다.

진수는 저 때문에 분위기 좋아졌죠? 이렇게 묻는 것처럼 "아우, 아!" 라는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이 녀석 정말 환생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


내가 진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빨래를  개고 정리를 끝낸 수진이가 내 어깨에 기대어왔다.

어깨에 기댄 수진이를 살짝 내려다보자 수진이가 싱긋 웃으면서 고양이처럼 손을 오므린 상태로 내 얼굴을 향해서 냥펀치를 날려왔다.

나는 작게 웃으면서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수진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키스해달라는 신호.

나는 수진이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려고 했다.

"응애!!!"

진수가 갑자기 울부짖기 전엔 말이다.

"..."

"하하..."

"응애!!!"


이 녀석은 진짜 환생을   틀림없어.

귀신같은 타이밍이네.


"아이고 우리 진수가  그러실까? 기저귀는 방금 갈았으니까 맘마 먹고 싶어요?"

수진이가 진수를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수가 울면서도 수진이의 가슴을 손으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정말로 배가 고픈 모양이다.

난 수진이에게 진수를 건네받은 다음 수진이에게 냉장고에 넣어둔 모유를 꺼내오라고 했다.

수진이가 깨어있을 때는 직접 모유 수유를 했으나 이젠 직접적인 모유 수유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모유 수유도 조만간 그만둘 예정이고.


수진이도 여자였으니까.

모유 수유를 많이 하면 유두 크기가 커져서 모양이 나빠진다든가.

수진이는 내 앞에서는 최대한 예쁜 모습으로 있고 싶다며 양해를 바란다고 의사를 표현해왔다.


아내가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다는데 반대하는 남편이 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진이의 의사를 존중해줬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수진이의 모유가 마르기 전에 나와 수유대딸 플레이나 좀 해줬으면 하는 게 작은 소망일 뿐이다.


"우리 진수는 아빠 닮아서 맘마 먹는 속도도 빠르네."


쭙쭙이 아니라 쭈압쭈압 수준으로 맘마를 먹고 있는 진수를 바라보며 웃는 수진이.


뭐라 할 말이 없네.

그래도 이젠 좀 천천히 먹을 생각이다.

병원에 찾아가서 건강검진을 받아봤을  신체나이가 30대 초반 정도로 건강하지만,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은 위에 부담이 돼서 별로고 나이를 먹었으니 무리하게 무게를 늘리면 인대와 뼈에 손상이 올  있으니 헬스도  상태를 신경 쓰며 하라는 주의를 받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의사가 주의하라고 했던 점을 유의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이를 품에 안고 행복하다는 미소를 짓고 있는 수진이를 평생 지켜주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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