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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8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10) (208/301)



〈 208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10)

"후우..."


짜증이 난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일은 현대에선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혹시 모를 위험한 사태에 대비할  있고 위생적인 곳이어서 감염의 위험도 적다.


하지만 몇몇 짜증 나는 일들이 있다.

처음 수진이가 입원을 했을  1인실을 제공해주지 않은 점이나 지금의 상황이다.


"인상  펴세요."


수진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침대 옆에 앉아있는 내 얼굴을 콕콕 찔러왔다.

"알았어."


애를 낳았으면 바로바로 부모에게 전해줘야지  따로 모아두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가 무슨 상품이야?


저러다가 간호사의 실수로 다른 아이랑 바뀌면 어떻게 하려는 생각인지.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 중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작품이 있는데 그런 사태가 될까 두렵다.


...나도 참 간사한 인간이지.

수진이의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내를 받았을  신의 사자가 찾아온 것처럼 고맙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으면서 지금은 그들에게 짜증을 느끼고 있으니.


"식사 나왔습니다."


"윽..."


산후조리원에서의 생활  수진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는 식사에는 미역국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편식하는 음식이 없는 수진이라도 몸을 이루는 성분이 미역이 될 정도로 미역국을 자주 먹게 되니 과연 물리는 모양이다.


"역시 조기 퇴원 각이에요."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며 미역국을 먹기 시작했다.


"이리 많이 나올 거면 맛이라도 좋던지. 밍밍하게 말이야."

투덜거리며 미역국을 마시는 수진이.


수진이가 인상을 쓰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져서 서둘러 손을 올려 입을 가렸다.

지금 모습을 보니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였으니까.


수진이의 말대로 조기퇴원도 가능하겠다.

꿀꺽.


입에 물을 살짝 머금은 수진이는 인상을 쓰며 나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가장 짜증 나는 점이  줄 알아요?"


"뭔데?"


"몇 시간 간격으로 아이한테 젖을 물려줘야 한다고 부르는데 꼭 젖소가  거 같은 기분인  있죠? 자꾸 자는 사람을 깨우니까 정말 돌아버리겠다니까요!"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역시 보모와 착유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연분만을 선택했으면서 그런 점에선 편한 점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착유기라니 모유를 먹일 생각이긴 한가 보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수진이의 가슴에 아주 잠깐 시선을 보내니 수진이가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이건 진수 꺼."

"그건 준수껀데."

"..."

"..."

수진이와 아주 잠깐 눈싸움을 했다.

수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나를 보고 슴가보이라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신조어냐.

슴가보이라니...


남자는 가슴을 좋아한다.


가슴이 싫은 녀석은 변태거나 게이야.


"아무튼, 조기퇴원 절차  알아봐 주세요."

"알겠어."

수진이가 그렇게 하겠다면 그리해야지.


나는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다음 데스크로 향해서 수진이의 퇴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

"후우, 진수야~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에용~"


그리 말하며 자신의 품에 안은 진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이는 수진이.


수진이는 진수를 낳은 다음부터 유아어가 입에  달라붙었다.

 말투가 생각보다 귀여워서 보는 맛이 있다.


"아으, 아우, 아!"

진수는 뭐가 그리 좋은데 연신 웃으면서 수진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수진이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볼을 쿡쿡 찔러댔다.

"그러다 애 얼굴에 상처 나겠어."


"조심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렇지 진수야~  엄마. 봐요. 진수도 그렇다잖아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구만.

그래도 귀여우니 세이프다.

"안 피곤해."


"아직은 괜찮아요. 소파에 조금 앉아서 쉬면 되고요."

수진이는 산후조리원에서 조기 퇴소를 하긴 했지만, 아직 출산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산후조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미역국만 주야장천 먹일 생각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수진이는 이미 충분히 몸을 회복한 상태니까.

어린 나이에 출산한다는 건 이런 점에서 메리트가 있는지도 모른다.

응애! 응애! 응애!

"웅? 우리 진수가 왜 울징?"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진수가 쉬야를 했는지 기저귀를 확인해봤다.


"멀쩡한데? 맘마구나."


그리 말하며 자신의 옷을 살짝 들춰서 진수에게 젖을 물리는 수진이.


나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 가슴을 보면 항상 성욕이 들끓었는데 아이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수유대딸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변태."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저 수진이가 모유를 수유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제 가슴이랑 선생님의 가슴이 칼라로 연결되어있나?"

"아니, 여기서 칼라가 나온다고?"


"아하하!"

애를 낳아도 수진이는 수진이지.


"응? 우리 진수 다 먹었어요?"

수진이는 진수가 가슴에서 입을 떨어뜨리자 작게 웃으면서 가슴을 물티슈로 닦은 다음 옷을 내리고 진수의 등을 살짝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수가 살짝 모유와 함께 트림을 토해내자 다시 물티슈를 꺼내 입을 닦아주는 수진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첫 아이임에도 이렇게 엄마다운 모습을 보여주다니.

진수는 모유를 먹고 배가 불렀는지 눈을 끔뻑이다가 그대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수진이는 아주 천천히 진수를 품에서 내려놓았다.

"후우, 이제 당분간 안 깨겠죠?"

끄덕끄덕.


혹시  수도 있으니 목소리는 최대한 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나는 수진이에게 미리 주문해둔 착유기를 건네줬다.

수진이는 화장실에 다녀와 몸을 씻은 다음 착유기로 모유를 짜기 시작했다.


"..."


"또 음란한 눈으로 본다."


뭔가 모양이 좀 음란하긴 하잖아.


수진이의 몸이 회복된 상태면 이대로 뒤에서 박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조금 야한 장면이었으니까.

"절대 안 돼요...!"


소리를 억누른 상태에서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는 수진이.

"안 해."

역시 수진이야. 초능력 성능 확실하구나.


수진이는 착유기로 젖을 짠 다음 모유를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을 시켰다.


"그럼 저, 하음~ 하, 잘게요."

"그래."


수진이는 몸을 비틀거리며 안방으로 향했다.

출산으로 인한 체력저하와 아이의 모유수유를 위한 불규칙적인 수면으로 수진이의 몸은 많이 손상된 상태다.

지금은 최대한 몸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 순간이다.

나는 진수가 혹시 잠에서 깰까 봐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처음엔  시간에 소설을 써볼까도 했지만, 노트북의 키보드 소리에도 깰지도 모른다.


기분 좋은 기상이 아니라 소음 때문에 억지로 잠에서 깬 아이는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 먹은 것처럼 시끄럽다.

방음이  되는 집이라고 해도 아이의 울음소리를 다 지울 수는 없겠지.

수진이가 잠에서 깨고 힘겨운 표정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겠지.

그러면  된다.


나는 마음속으로 진수에게 간절히 빌었다.

수진이가 딱 3시간만 편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잠이 깨더라도 울지 말았으면 하고 말이다.


그리 빌고 빌었건만 진수는 1시간이 지나자 눈을 뜨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서 진수의 기저귀를 확인해봤다.


역시 자면서 소변을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서 물티슈와 기저귀를 준비했다.

진수의 기저귀를 벗기고 고간을 물티슈로 닦아준 다음 다시 기저귀를 깔려고 하니 진수가 다시 오줌을 쌌다.


"..."


다시   울기 시작하는 진수.

울고 싶은 건 나야. 이 녀석아...

나는 내 손에 튄 오줌을 닦아내고 다시 진수의 사타구니를 닦아주었다.

뿌웅.

아니,  녀석이!

한 번에  하라고!!!


소변을 2번에 나눠서 누고 거기에 대변까지...


한숨이 절로 나오네.

아이란 이런 거겠지.


항상 돌발의 사태가 일어나는 존재.

나는 고개를 흔들고 기분을 전환한 다음 다시 진수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기저귀 한 개면 끝날 일이었는데 세 개를 써버렸다.


진수야. 엄마는 낭비를 싫어하는데 이러면 혼난다.


"아으, 아!"


기저귀를 갈아줬더니 기분이 좋은  웃으면서 손을 죔죔 하는 진수.


이 미소를 보고 있으려니 화를 낼 수도 없다.

그래. 아이니까 어쩔 수 없지.

나는 진수에게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러자 그 작은 손으로 꽈악 내 새끼손가락을 붙잡는다.

신기하다.

이 작은 몸에서 어찌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정말로 커서 UFC선수나 복싱선수를 한다고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진수가 너무 귀여워서 수진이가 한 것처럼 유아어를 말하며 진수와 놀아주었다.


진수는 눈을 멀뚱멀뚱 뜬 상태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


조금 전에 맘마를 먹었으니 아직은 조금 이르겠지.


아니, 맘마라니... 수진이의 말투가 옮아버렸네.

새근거리는 진수를 바라본다.


나와 수진이의 소중한 보물.

눈썹과 코는 나를 닮았고 전체적으로 수진이를  닮은 듯한 진수.

나보다 수진이를 닮은 눈매는 상당히 강해 보이는 느낌이다.

카리스마가 있다는 소리를 듣거나 싹수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

아니... 수진이를 닮은 외모니까 싹수없다는 소리보단 잘생겼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겠지.

아빠는 첫 연애가 30이 넘어서였는데 우리 진수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여자들이 좋다고 졸졸졸 따라 다닐지도 모르겠다.


이 녀석 나중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사고나 안 치려나 모르겠다.

...나랑 반대로 고등학교  30넘은 여교사랑 결혼하겠다는 이야기는 안 꺼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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