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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6) (204/301)



〈 204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6)

"선생님은 이거 보면서 별다른 생각 안 들어요?"


"그냥 재밌는데?"

수진이는 내가 쓰고 있는 혈마님 주식하신다! 와 관련된 글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내용 대부분이 소설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나이 40인데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여자를 아내로 들였고 그 아내가 심지어 잘나가는 작가라서 돈도 많은데 소설을 읽어보니 이렇게 착하고 좋은 여자라고? 시발 나는 하차할 건데 작가는 상하차도 안 해서 좆같다! 뭐 이런 부류의 내용이었다.


나는 보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데 수진이는 갤질을 하는 작가치곤 어그로에 굉장히 취약했다.


남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은 이런 점이 아닐까 싶었으니까.


나에게 울분을 토해내는 독자들을 보면 이리 신나는데  그리 인상을 찌푸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등장해서 뭔가 해명글을 써본다고 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유사성을 넘어 이미 이렇게 앞뒤가 딱딱 맞는데 이제 와서 사실은 전부 허구입니다! 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도 않을 일이고 말이다.


그러니 나도 그냥 즐기자는 생각이 되었다.


수진이와 나의 이야기를 담은 그 소설. `서로소를 사랑한 아저씨` 에 지금 나와 수진이가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넣은 것이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5252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냐구!!! 라거나 씨팔... 오늘부터 나도 하꼬 분충으로 전직이라거나 하면서 울분을 토해내는 댓글만이 가득 달리기 시작한 댓글창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갤에 들어가니 역시 수필이었느냐며 나에 대해 떠드는 글들이 잔뜩 게시되기 시작했다.

"저보다 선생님이  악질이에요."

나도 알고 있어.

나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으려고 했는데 독자 놈들이 자꾸 꼴 받게 하잖아...

그러니 놀리고 싶었다.

어느 정돈 논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는데 조금 놀랐다.

그래도 절반은 밈으로 이러는 거라고 믿고 싶다.

"그것보다 아버님이랑 어머님 올라오신다고 하셨죠?"


"어."


부모님은 수진이의 건강도 살펴보고 또 아기 옷이나 분유나 유모차, 담요나 젖병이나 그런 아기용품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제  태어날 우리 아이에게 이름을 어찌 붙여줄까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장 무난한 작명소에 가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반대하신 건 역시 우리 부모님이다.


특히나 아버지가 그러셨지.

나도 아버지의 의견에는 동감이다.


아이의 이름을 작명소에 부탁한다니 소중한 이름인데 돈을 주고 사라는 건가?

그런 말을 하자 수진이가 복잡한 표정으로 "역시 선생님은 아버님과..." 라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모른 척 했다.

"장모님은 뭐라셨어?"


"후보가 갈리면 투표하신다고 하셨어요.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건데 다른 곳에서 뭐라 뭐라 하는 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데요."

그것참 어른스러운 대응이시다.

우리 부모님은 아니, 우리 아버지는 평소에 잘 보지도 않던 옥편을 꺼내셔선 항상 우리 아들 이름을 어찌 지을지 고민하고 계신다고 어머니가 한숨을 쉬셨는데.

아버지가 어떤 이름을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조금 죄송하다.


 아이의 이름은 수진이가 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성을 가지고 살아갈 아이니 적어도 이름은 수진이가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진이는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인상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왜 그래?"


"으으~ 어쩌면 평생 써야 하는 이름인데 갑자기 지으라고 하니까 머리가 아파서요."

수진이는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렸다.


나는 수진이에게 부담을 갖지 말라는 의미에서 어깨를 살짝 안마해줬지만 그런데도 수진이의 인상이 펴지지는 않았다.


"윽, 잠깐만요 선생님."

"응?"

"또 배가 뭉친  같아서요."


요즘 수진이는 인상을 쓰는 일이 늘었다.

장군이답게 태동이 제법 격렬해서 수진이의 배에 심심하면 발 도장을 찍어왔기 때문이다.

태동을 느끼려고 귀를 대고 있었는데 얼굴에 발차기를 맞은 경험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겠지.

제법 얼얼한 게 이놈은 UFC선수로 내보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 영향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수진이는 그때부터 어깨가 뭉치듯 배가 뭉친다는 표현을 썼다.


배가 뭉쳤다고 아프다고 할 때면 편한 자세를 취하게 해준 다음 수발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임산부는 정말 여러 가지로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해줘도 아내들이 항상 불만을 표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었는데 이리 가까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진이가 이런 걸로 생색을 내는 아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정말로 힘든 거겠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집에서 나갈 일이 별로 없어 수진이가 불편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케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수진이는  그런 작은 배려가 고마운지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왔다.


정말로 고마운  나인데 말이다.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인 장군이를 생각하면 이런 일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제가 결혼은  잘한 거 같아요.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려해주는 남편을 찾는 여자가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리 말하며 나에게 미소를 보이는 수진이.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나랑 같은 생각을 해줘서 고맙다.


나도 결혼은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하니까.


아이를 가졌으니 어리광이라는 이름의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항상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씨가 정말 곱다고 생각한다.


수진이는 예쁘다.

수진이와 내가 마스크를 찍은 상태로 올린 사진을 보고 발광하는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쉬이 알 수 있다.


인터넷으로만 찾을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같이 길을 걸으면 나를 보며 도둑놈이니 삼촌이니  많은 재벌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수진이는 객관적으로 예쁜 여자일 거다.


하지만 수진이만큼 예쁜 여자를 찾아보라면 분명히 있기는 할 테지.

어쩌면 수진이보다 그 여자가 더 취향이라는 남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수진이는 최고다.

임신했으면서도 남편이 본인의 투정에 질리고 지칠까  배려하려고 하는 아이인데 어떻게 다른 여자와 비교를 한단 말인가.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어 아이를 가져 신혼의 분위기가 끝나는 순간부터 서로에게서 사랑보다 정을 느껴 섹스리스 부부가 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봤다.

내 직업적인 이유로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있고  취미가 독서인 것도 한몫했지.


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가정에 찾아오지 못할  같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가 질릴 날이 오긴 할지 의문이다.

수진이와 별것 아닌 잡담을 나누다 보니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어서 오세요. 별일 없으셨죠?"

"그래. 그래서 새아기는?"


"배가 뭉쳤다고 그래서 안에 있으라고 했어요."


"크흠. 새아기가 고생이 많구만."


오늘따라 달변가가 되신 아버지가 성큼성큼 집으로 들어오셨다.

어머니는 쓴웃음을 지은  나를 보며 입을 여셨다.


"신혼집에 이렇게 자주 찾아와서 미안해."


"이제 신혼도 아닌걸요. 뭐. 그리고 수진이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래도 신혼집에 자꾸 찾아오면 시집살이하는 기분이라고 좋지는 않을 테니까. 미안하다고 전해주렴."

"알겠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어머니는 천천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오셨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거실로 들어가자 아버지와 수진이는 뭔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이는 그때도 그러더니  이러네."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가요?"

어머니는 쓴웃음을 지은 상태로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 계셨다.

하지만 수진이와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아버지는 우리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당신이 임신하셨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도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의 배에 귀를 대고 내 이름을 어찌 지을지 한참을 고민하고 떠들고 그랬다나 뭐라나.


"평생 잘 보지도 않던 옥편을 꺼내와선 음양오행? 인가 뭔가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리 끙끙거리며 쌩 고생을 하더니  저러네. 어찌 사람이 이렇게 변하질 않는지 모르겠어."


"아버지가 그랬다고요?"


고개를 끄덕이시며 쓴웃음을 짓는 어머니.


"크흠. 쓸데없는 소리를 왜 꺼내고 그래."

안 듣고 계셨는데 듣고 계셨나 보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짐을 받아 정리한 다음 다과를 준비하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래서 이름은 생각해뒀고?"


"아직 이요."

"얼른 정해야지."


아버지는 그걸 아직도 안 정하고 뭐했느냐는 느낌으로 인상을 쓰셨다.

그러자 수진이가 얼굴을 긁적이며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해요."


"어?"

"아이 이름은 수진이가 짓기로 했어요. 저와 수진이가 낳은 아이니까  성과 수진이가 지어준 이름으로 하고 싶어서요."


"..."

아버지는 탈룰라에 정신이 아득해지셨는지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셨다.


저번에 통화했을  고민 중이라고만 말해서 틀림없이 내가 짓는다고 생각하셨겠지.

아버지의 어색한 침묵에 구조선을 보낸  어머니였다.

"그보다 새아기가 몸이 불편하다니까 우리끼리라도 다녀와요."


"크흠. 그래, 다녀오마."


처음엔 우리와 함께 백화점에서 이런저런 육아용품을 둘러보실 생각이셨겠지만 수진이가 불편하다고 하니 우린 집에 남겨두실 모양이다.


수진이가 우리 부모님의 행동에 불편을 느낄 것 같아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은근슬쩍 꺼내본 적이 있었는데 조금 시무룩해지셔서 그냥 편한 데로 하시라고 했다.


대신 요즘 소설로 벌고 있는 돈은 부모님의 용돈으로 보내드렸으니 그 안에서 해결을 보실 거다.

"하아... 우리 장군이 이름 뭐로 해야하지..."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고민해봐."

"네. 앗! 잇! 장군아! 그만 좀 움직여!"

수진이는 뱃속에서 얼른 이름을 지어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듯한 장군이를 훈계하듯이 배를 살살 문지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군이의 이름은 뭐로 짓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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