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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2) (200/301)



〈 200화 〉나와 수진이의 육아일기(2)

수진이의 입덧은 다행히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진이는 임산부니까 그 동안 먹지 못했던 영양분들을 많이 섭취해야해.


"이렇게 먹으면 돼지 된다구요!"


그런가?


수진이는 임신이 처음임에도 생각보다 굉장히 침착했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운동이 부족해서 아이를 낳을  힘든 거라고 했어요.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

수진이는 그리 말하면서 굳이 로봇 청소기에 휴가를 주었다.

방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활동이나 운동을 계속했다.


나는 걱정이 되는 한편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럽엔 출산한 다음날 본인의 발로 당당히 병원을 나서서 출근하는 여성까지 있다는 모양이니까.

체력이 엄청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아니면 애초에 한국인과는 다른 골격을 가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골반이 크고 튼튼해서 아이를 낳기에 최적화가 되어있어 그럴 수 있다.


...수진이도 골반은 참 크니 순산형이 아닌가.


"왜 그리 음흉한 눈으로 보세요?"

"수진이의 엉덩이가 순산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역시 임신해서 아쉽죠? 한동안 못 하니까."


"아쉽기는 해도 아이와 비교하면 얼마든지 참을  있어."


"그러면서 야동은 왜 봐요?"

수진이와 거의 매일같이 섹스를 하던 입장에서 아내의 임신은 기쁘면서도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그래서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하며 성욕을 해소하는 요즘이다.


"그러게. 미리 상담이라도 할 걸 그랬어."


임신한 아내에게 대딸을 받는다는 상황이 조금 배덕적이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있고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하지만 수진이가 아내도 있는 남자가 전자 계집들로 바람을 피우느냐고 투덜거리며 내 옆구리를 꼬집어 오는 바람에 그냥 이게 우리의 방식이라고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임신 3개월로 접어든 아내에게 대딸을 받는 남자.


아이 때문에 심란하고 몸도 많이 힘들 텐데 남편의 성욕까지 신경 써주는 그 자상함에 한 번 더 반해버렸다.


"산부인과에선 임신한 상태로도 섹스할  있다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무리한 체위만 아니면 괜찮다던데요."


"안돼."


괜찮다고 하지만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일 만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후훗. 이제 아빠 얼굴이 다 됐네."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아빠라고 불러온다.


"우리 귀요미는 좋겠어요. 자식이라면 간이든 쓸개든 다 빼서줄 것 같은 사람이 아빠라서."


신기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자들은 임신한 순간부터 10개월간 아이를 품은 상태로 서서히 엄마가 될 준비를 하지만 남자들은 본인이 임신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남자들은 항상 아버지의 얼굴을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생각해서 답을 찾는 일이 아닌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되어있는 거다.

아내가  더 사랑스러워지고  세상으로 나올 우리의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보석으로 느껴진다.

"내 장기가 필요하다면 이식해줘야지."


"아니, 무슨 농담에 그런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하시지?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요."


농담이 아니고 진담인데.

아이 말고 수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난 당연히  배를 가를 준비가 되어있다.

그 정도란 말이다.

"우리 귀요미는 예쁘고 좋은 이야기만 들어야 하니까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

수진이는 그리 말한 다음 잘 듣지도 않는 클래식을 틀었다.

본인 딴에는 태교라고 그러는 모양인데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아무리 냉정한 척을 하지만 수진이도 초보 엄마다.

그냥 주변에서 산모나 태아에 좋다는 것들을 찾아보고 그걸 따라 할 뿐이지.

그래도 좋다고는 하니 따라는 해보는데 솔직히 본인도 효과가 있을지 긴가민가한 표정을 자주 지어 보인다.

"나빠지지는 않겠지."

"이러다가 우리 아이가 음악 쪽에 눈을 뜨면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해. 하라고 해야지."


우리가 돈이 없는 평범한 가정이라면 조금 고민을 해보겠지만, 그것도 아니니까.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돈이 많으니까 이런 점은 좋네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수 있다는 점."

"그럴까? 만약에 아이가 30이 다 되어도 집에서 일도 안 하고 틀어박혀서 놀기만 하면서 나의 직업은 자택경비원! 이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은  하는 거예요?"


"말이 안 되긴 잘만 되는구만."


요즘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면 항상 나오는 문제가 청년실업 문제다.


우리 아이가 커서 사회에 나갈 시기가 되면 더 악화하면 악화하지 좋아질 거라 보긴 힘들다.


그러면 우리 아이는 자발적으로 자택경비원이 되고 나서 나쁜 건 본인이 아니고 사회의 잘못이라는 몹쓸 어른이 될지도 모르잖아.


내 말을 들은 수진이는 한숨을 쉬며 이 사람이 또 헛소리하네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건 어때? 우리 아이가 손버릇이 나빠서 엄마와 아빠 지갑에서 몰래 돈을 빼가는 거지."


"그럴 필요가 없게 돈을 충분히 주면 되죠."


"애한테 돈을 너무 많이 주면 버릇 나빠져."


"돈을 적게 줘서 손버릇이 나빠지는 건요?"


뭘 하든 문제네.


돈을 적게 줘서 손버릇이 나빠지고 돈을 많이 줘도 버릇이 나빠진다니.

"그럼 성격이 개차반에 개망나니라서 어른들한테 반말 찍찍 내뱉고 아무 곳에서나 침을 뱉고 쓰레기는 길가에 툭하고 버리고ㅡ"

"그런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 파고 팬티만 입히고 쫓아낼 거에요."


"어?"

싱긋.


웃고는 있지만, 전혀 웃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보이는 수진이.


저 표정은 웃고 있지만 정색한 표정이다.


정말, 진심으로 아이를 쫓아낼 생각을 한 표정이다.


"그 만약이라는 이야기들이 다 쓸모없는 이야기뿐이네요. 전부 다 헛소리야. 그렇지 귀요미야?"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본인의 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굉장히 자애롭고 여유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왜?"

"왜긴 왜에요? 그런 건 아이에게 신경을 못 써주는 가정에서야 가능한 일이지 우린 다르잖아요? 둘 다 집에서 잘 나가지도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이랑 보낼 텐데 아이가 비뚤어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겠어요?"


"그렇겠네."


"돈을 적게 준다고 해도 부모가 있는데 돈을 훔칠 아이는 없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부모가 돈 낭비를 안 하는 데 돈 낭비를 하는 아이로 크지도 않을 거예요. 저도 선생님도 밖에서 예의를 차린 행동을 하는데 아이가 개차반으로 자랄 일도 없고. 자식은 부모의 거울, 맞죠?"

그렇긴 하지.

그래. 애초에 만약에는 없다.

수진이를 닮은 아이가 그런 개망나니로 태어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조금 걱정되는 건 있어요."

"뭐가?"

"선생님 닮아서 변태 같다거나 본인보다 10살도 넘는 아이를 좋아한다고 데려오는 거?"

그렇게 말하며 내 볼을 쿡쿡 찌르며 웃는 수진이.

나는 쿡쿡 찌르는 손가락의 박자를 계산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손가락을 입으로 머금었다.

그리고 그대로 혀를 사용해 손가락을 열심히 빨았다.

"꺅!"


수진이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내 입에서 손가락을 뺐다.

"정말 완전 변태라니까..."

수진이는 그리 말하며 침으로 축축해진 본인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의 눈을 한번 바라보고 그리곤 다시 내 입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나와 수진이의 입술.

"여기서 키스를 한다는 점에서 수진이도 상상을 초월하는 변태지. 보통 거기서 키스를 해?"

"시끄러워요."

"딸로 태어나면 큰일이야. 밤일만큼은 엄마를 닮으면 안 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로 태어나야 하는데."

"제가 뭐 어떤 데요? 저 정도면 평균이지. 오히려 선생님을 닮으면 큰일이라니까요?"


이 페라천재에 임신천재가 뭐라는지 모르겠네.


우리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어떤 아이일지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었다.


서로의 좋은 점만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누던 저번과는 다르게 서로의 단점만큼은 절대 닮지 말았으면 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


수진이는 변태 같은 점만은 절대 닮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나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서로서로 변태라고 매도하는 시점에서 이미 우리는 변태 부부다.

생각해보니 해돋이를 보러 가서 자동차에서 섹스를 하고 캠프장에서 다른 가족이 있는데도 섹스를 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다곤 해도 계곡에서 섹스를 했다.

이런데도 변태 부부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변태 부부란 말인가.


"다 선생님이 원해서 한 거잖아요. 전 아니에요."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지친 내 몸에 올라타서 착정했던 녀석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귀요미야. 넌 그러면 안 돼?"


"절대 닮지 않았으면 하는 건 그거다."


"뭔데요?"

"널 닮아서 나이 차가 두 배는 나는 남자는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하하하!"


수진이는 웃고 있지만 나는 진심이다.


아직 아이가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성별도 모르는 상태인데도 딸아이가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런 생각부터 든다.


수진이를 닮은 작고 귀여운 아이가 나를 아빠 아빠 하며 부르며 쫄래쫄래 따라오는 거다.

나는 집에서  나가지도 않으니 항상 우리 아이와 놀아주겠지.

그렇게 예쁘게 커가는 딸을 옆에서 지켜본다.

점점 수진이를 닮아 미인이 되어가는 우리 딸의 주변에 금태양같은 늑대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딸은 다른 남자들과 사귀며 언젠간 집을 나가버리겠지.

크면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딸이 어디서 본적도 없는 놈의 신부가 되어 임신천재 수진이처럼 이것저것 해준다고 생각하니 눈에서 피눈물이 나올 것 같다.

"또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인상을 찌푸려요?"


"그런 게 있어."

딸아이의 행복을 바라면 놓아주는 게 맞지만,  순간이 오면 굉장히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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