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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화 〉네. 제 아내는 여대생입니다.(2) (196/301)



〈 196화 〉네. 제 아내는 여대생입니다.(2)

수진이의 대학생활이 시작된 다음 날.


수진이는 월화수목에 강의를 넣어 주 4일 등교를 한다.

월화수목 모두 10시 30분에 첫 수업이 시작되고 점심을 먹은 이후에 강의를 듣는다.

수진이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평소에 식사하던 시간보다 30분은 더 늦은 시간이 되겠지.

수진이가 떠나고 텅 빈 집을 바라본다.


이런 기분이구나.

있다 없으니까 뭔가 빠져나간 기분이 들어 영 어색하다.

혼자 먹는 점심이 이렇게 고통스러웠던 걸까.


수진이가 돌아오는 시간은 동아리 활동이 추가되면  늦어질 것이다.

그럼 저녁까지 혼자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겠지.


씁쓸하다.


수진이가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얼른 집으로 돌아와 줬으면 한다니.

이럴 때는 뭔가 딴 일에 집중해서 의식을 의도적으로 돌려야 한다.


나는 심호흡을 한 다음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주에 4일만 학교에 가니 금요일부턴 함께 있을 수 있다.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괜찮다고 되뇌며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온통 수진이 생각뿐이다.

미치겠군.

나는 평소와 다르게 수진이가 타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타서 책상에 가져다 놓고 앉았다.

머그컵에서 올라오는 향기가 수진이를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그래. 수진이가 멀리 떠난 것도 아닌데 진정하자.


***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다고?  새끼 완전 미친놈 아니야?"

"그래 이놈아."


"인상 좀 펴라. 아나 근데 이 새끼 진짜 중증이네?"

수진이가 옆에 없으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준범이의 밑에서 주식을 배울 때는 뭔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서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지.

그러니 준범이를 찾아왔다.

"이게  묘하네. 있다가 없으니까 바로 뭔가 잃어버린 느낌이야."

20살이 되어 자취를 시작해 혜정이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사랑보단 우정을 찾았고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외롭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혼자인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지도 모른다.


"지랄 꼴값을 떨어요. 누가 니 꼬라지를 보면 와이프가 해외에 출장이라도 간 줄 알겠어. 준석이는 와이프가 아이들 데리고 잠깐 친정이라도 다녀온다고 하면 아주 좋아 죽겠다고 물개 박수를 치면서 난린데."


"준석이도 수진이 같은 여자랑 결혼했으면 나 같은 반응을 보였겠지."


"좆같은 새끼... 내 앞에서 염병 떨거면 집으로 꺼져!"


"알았어. 새끼야."

준범이와 웃고 떠들며 때론 신세 한탄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되었다.

이젠 알겠다.

아줌마들이 카페에서 웃고 떠들면서 수다를 하는  감각이 뭔지 알겠다.

나는 일단 소설을 쓰는 작가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이다.


집안일을 끝내도 소설을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시간 동안 수진이에 대해 떠올린다.

아줌마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다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를 갔는데 본인 혼자서 별다른 취미도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니 심심하지 않을까?


내가 수진이를 생각하며 느끼는 감각이 딱 아줌마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그래도 아줌마들보다 나은 점은 적어도 난 수진이가 집에 있으면 즐겁다는 점이지.

아줌마들은 혼자 있으려니 남편과 있으려니 귀찮아하는 모순적인 존재들이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수진이가 옆에 없으니 너무나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집에 도착한 다음 소설에 TV를 켠 상태로 다음 소설은 어떻게 쓸지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수진이가 돌아올 시간을 계산해서 요리를 준비했다.

끊임없이 뭔가를 바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령 누군가와 만나거나 아니면 소설을 쓰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말이다.


아. 뭔가 입장이 반대된 느낌이다.


신혼인데 아내가 임신하고 남편을 회사에 보낸 상태로 혼자 집에 남아 어딜 가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하면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딱 그런 느낌이 이럴 거 같은데.

"다녀왔습니다!"

수진이가 돌아왔다.


수진이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방에 봄이 찾아온 것 같다.


방금까지만 해도 가을이었는데 순식간에 봄이 된 기분.

"어서 와."

"와~ 오늘 무슨 날이에요? 왜 이렇게 반찬이 많지?"

"그냥 하다 보니까. 어때, 대학은 다닐만해?"

"아직 다닌 지 2일 짼대요?  OT여서 뭘 한 것도 없고."

"그래도 뭔가 있을 거 아니야?"

"있긴 했죠. 교양과목 중에 하나가 조별활동이란  한다고 조를 짜줬는데 6명 중에 여자가 저를 포함해서 2명뿐이에요."

흠칫.

"뭔 조사를 하고 이것저것 하라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팀플이 힘들긴 하지."


"저도 인터넷으로 듣기만 했는데 아~ 이거 뭔가 불안하단 말이죠."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2일 동안 대학에 대해 느낌 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아는 사람끼리만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오히려 고등학교 때보다 인간관계가 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는 팀플에 여자가 수진이를 포함한 2명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대학교에 다니는 남자들이 가장 작업하기 쉬운 분위기가 뭘까?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같은 강의를 듣거나 같은 조별활동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정도다.


개미가 꼬일지도 모르겠군.

수진이는 굉장히 달콤한 아이니까 분명히 그럴 맘이 없던 남자들도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신경 쓰인다.

"왜 선생님이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요? 팀플이 그 정도예요?"

"해보면 알아."

"아~ 그런 말 하면 걱정되잖아요~"


나와 다른 걱정을 하며 한숨을 쉬는 수진이.

동상이몽의 관계란 게 이런 걸까?

***


수진이가 본격적으로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기 시작하고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수진이가 없는 시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수진이가 없을 땐 수진이를 떠올리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거나 그런 상태가 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가 조금 길다고 느껴질 뿐이다.

"이번에 듣는 강의 중에서 기말과제로 1권 분량의 소설을 써보라는 과제가 있던데 이거 진짜 너무한 과제 아니에요? 소설을 평소에 쓰지 않던 사람이면 10편도 못 넘기겠는데."

"애초에 소설을 쓸 생각이 있는 사람들만 듣는 강의니 그러려니 해야지."


"그거 말고도 조별과제도 심하다니까요? 경영학과도 아닌데 왜 팀플이 있지? 팀플도 상황이 진짜 하, 뭐라고 말을 못하겠네."


한숨을  수진이의 입에서는 한숨과 함께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팀플을 한다고 팀원끼리 자리에 앉았는데 남자가 4명 여자가 2명 앉은 상태로 여자 1명은 뭘 하든 시큰둥한 반응에 휴대폰만 만지고 남자 3명은 자꾸 본인의 얼굴만 힐끔거리고 다른 한 명은 고개만 푹 숙여서 휴대폰으로 게임만 하고 있더란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조장을 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무도 나서서 조장을 하려고 하지 않아서 본인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작부터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되었다고 한숨을 쉰다.

팀플이 시작되면 조장이 귀찮기는 하지.

근데 무슨 교양에 팀플이지? 굉장히 이상한 교양이긴 하다.

"남자들이 자꾸 저를 힐끔거리다가 제가 왼손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보더니 인상을 팍 구기던데 참 재밌었어요. 옆에 있던 여자도 남자들의 시선이 자꾸 저한테 향하니 혀를 차던데 진짜 분위기가 와~ 살벌해서 진짜 무섭더라니까요?"

수진이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전부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다.


많이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모양이다.


"그래서 뭐 다른 이야기는 없고?"


"동아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뭘 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동아리?"


"네. 아무래도 MT도 가보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서요."


동아리라.


결국, 수진이도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겠구나.

사람을 만나는데 동아리 활동만 한 게 없지.

수진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더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수진이에게 나의 불편한 심정을 들키고 싶지는 않다.


수진이가 없어서 외롭기도 하지만 수진이가 대학생활을 즐겁게 즐겨주길 바라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래. 제일 재밌을 것 같은 곳에 가봐."

"네."

수진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컴퓨터를 켜곤 대학교에 있는 동아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많이 늦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기껏해야 주에 1~2번 정도 정기적인 모임을 할 뿐이다.

이젠 익숙해져야지.


수진이는 앞으로 3년은 더 대학에 다녀야 하니까.

***

수진이가 대학교에 다닌  2주일이 지났다.

수진이는 동아리로 문예창작과 관련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시나 소설, 수필을 쓰는 동아리인 모양이다.

이미 소설가인 수진이가 들어가기엔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맞는 곳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 주에 MT를 간다고?"

"네. 그렇게 됐어요."


수진이가 처음으로 집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1박을 하고 온다.


심기가 조금 불편해지려고 한다.


어쨌든 남자 놈들이랑 같이 간다는 것 아닌가?

"별일은 없지?"

"별일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수진이가 알아서 잘하겠지.


내가 조금 인상을 쓰고 있던 게 신경 쓰였는지 수진이가 배시시 웃으면서 내 볼을 콕콕 찔러온다.

"선생님 지금 질투하시는 거에요?"

"아냐."


"귀여워~ 우리 서방님, 왜 이리 귀엽지? 누가 저를 채갈까 봐 불안해요?"

"아니라니까."


"표정이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서 아니다 아니다 해도   나는데 히히."

수진이는 나를 살포시 끌어안은 상태로 등을 토닥여줬다.


"걱정 말아요. 별일 없을 테니까."

그래. 수진이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이가 대학교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현재는 같은 동아리에서 알게  같은 학과의 동기나 선배들과 같이 점심을 먹는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수진이가 생긴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함은 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기 시작한 처음 며칟날에 보이던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보단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  보기 좋으니 참아야겠지.


수진이의 말대로 별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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