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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화 〉네. 제 아내는 여대생입니다.(1) (195/301)



〈 195화 〉네. 제 아내는 여대생입니다.(1)

"으, 오늘밤이 지나면 등교다..."

"왜 이렇게 긴장을 했어?"


"드디어 대학생이 되는 거라구요?"

"3월부터 대학생이었잖아."

수진이의 등교일이 다가왔다.


이 밤이 지나면 처음으로 등교를 하게 되는 수진이.

초중고 12년을 학생으로 지냈으면서 대학생이 되는 건 긴장되는 모양이다.

"선생님도 긴장했었잖아요?"

"그랬긴 했지."


부천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혼자 자취를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겐 하나의 모험이었으니까.

초중고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헤어져 대학에서 홀로 다니기 시작했을 땐 조금 미아가 된 듯한 느낌을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친해진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밥이나 술자리를 갖고 그렇게 친해졌었지.


그것도 군대를 다녀온 다음엔 상황이 바뀌어서 금방 거리가 멀어졌지만 말이다.

"친구 많이 사귀고 즐겁게 보내야지."

"고등학교도 아닌데 어떻게든 되겠죠."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수진이 정도의 외모면 여자인 친구들은 몰라도 개미가 꼬이긴 할 거같다.

밥을 한끼 사준다는 복학생 선배나 재수했으면서 같은 학번이니 말을 놓으라고 하는 21학번, 수진이와 동갑이니까 서로 상부상조하자며 다가오는 놈들까지.

신경쓰인다.

마음같아선 대학교에 찾아가서 수진이의 곁을 멤돌아서 다가오는 개미들을 짖이겨 밟아버리고 싶다.


"왜 그리 인상을 쓰고 계세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러다가 수진이가 대학교에서 붕 떠버린 존재가 되거나 뭔가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건 사양이다.

나의 대학생활은 아쉬움 만이 남았다.

고향의 불알 친구들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져서 새로운 있을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를 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먹고 살기위해 피땀을 흘려야하는 생활이었다.

내가 그리던 대학생활을 수진이 만큼은 제대로 즐겨줬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수진이에게 나를 투영하는 꼰대짓에 가까운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수진이는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다.

나의 조금 이기적인 생각을 제외해서라도 말이다.


가끔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고향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꺼낼때가 종종 있는데 수진이는 그때만 되면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결혼을 하면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되고 만나게 되는 것도 힘들다.

서로의 가정에 충실하게 되어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가 되어가야 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친구라는 존재가 인생에서 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얼굴을 안 본지 반년이 넘어도 친구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언제나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있다.


친구란 그런 존재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잘 사는 사람도 많지만 수진이는 그 상황에 조금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니까.


...혹시 나에게 무슨 상황이 생기면 장모님이나 처남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치, 친구를 어떻게 만드는 거였죠?"


"나도 잘 몰라."

"아으, 머리야..."

수진이는 소설이 안 써져서 인상을 찡그리며 한숨을 쉴때와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자자. 어차피 첫날에 친구가 생기긴 힘들테니까."

"네~"

보통 대학교는 신입생을 위한 OT를 열고 동아리나 학회같은 모임을 통해 MT를 간다.

그렇게 아는 선배를 사귀고 같은 학번의 친구들과 친해지는 건데 이번엔 온라인 강의를 하는 바람에 그것도 어렵게 됐다.

20학번은 1년을 전부 온라인 강의로 써버렸으니 20학번과 21학번은 같은  등교일이 되어버린 상황이 되었다.

이러면 OT나 MT는 어떤 상황이 되는 건지 모르겠네.

"아, 처음으로 말을 걸었던건 그거였네."

 대학생활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날도 새벽까지 글을 쓰다가 잠이 들었고 강의에 지각할 뻔한 상태로 허둥지둥 강의시로 향했지.


앞자리엔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뒷자리에 앉았는데 감기라도 걸렸는지 목소리가 너무 웅얼거리는 느낌이라 잘 들리지 않았었다.

그래서 전달사항을 다 듣지 못한 상태로 첫 강의의 OT가 끝이 나버렸다.


그래서 맨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에게 말을 걸어 교수가 했던 말을 물어보았고 그게 대학에서의 첫 친구가 되었었지.

"그래서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진이가 그 다음을 묻는다.

 다음은... 없다.


"전역하고 알바하느라 바빠서 그대로 소원해졌지 뭐."


"아..."

"아무튼 대학교에 온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낯설테니 말을 걸면 웃으면서 좋아하지 않을까? 특히 1학년만 들을  있도록 배정된 강의에서 말을 걸면 쉬울 것 같은데."


"한번 해볼게요."


수진이는 그리 말하고 양손에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내일은 수진이를 대학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수업은 10시 30분.

평소보다 느긋하게 준비해도 되겠지.

기대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한 모양이다.

그런 사건을 겪었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긴 하겠지.

그래도 수진이는  할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그러니 수진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살포시 안아주었다.

***


"아침 9시 강의를 신청하지 말라는게 이런 뜻이었구나."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난 나와 수진이지만 대학까지 차를 몰아보니 10시가 되어서야 도착하게 되었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이나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출근시간과 겹치다보니 이러는 모양이다.

"강의실 위치는 다 확인했지?"

"네. 시간표도  확인했어요."

이번 학기 수진이의 학점은 19학점을 꽉꽉 채웠다.

1학점은 순식간에 수강신청이 종료되던  보면 상당히 치열했을 텐데 운이 좋다.

이렇게 시작이 좋으니 앞으로 시작되는 대학 생활도 문제가 없으면 좋겠다.


"그럼 갈게요."

"그래, 다녀와."

수진이는 안전벨트를 푼 후에 나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첫교시가 시작되는 강의실을 향해 걸어갔다.


현재 시각은 10시.


지금 다시 집으로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니 그냥 여기서 커피라도 마시면서 시간을 떼우자.


나는 차에서 노트북을 꺼내고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수진이와 만나던 그 카페처럼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가 있나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런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지 않는 바람에 학교의 상권은 다 죽어버렸겠지.

증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황이지만 실물경제는 많이 상태가 악화된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기는 하지.


그러니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먹을 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

가령  앞자리에 노트북을 켜놓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처음엔 과제를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신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과제를 하는 학생은 없겠지.

다른 물건을 올려놓지 않고 커피 만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태로 아까부터 끊임없이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 수진이와 조금 닮은 듯한 느낌이다.


1~2분 정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오랜시간 소리를 내지는 않겠지.


화장은 했지만  어색한 화장은 아무리봐도 신입생이 발돋음을 위해 노력한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카페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티가 나긴 하는 구나.


마우스 패드로 클릭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선마우스가 있지도 않은데 끊임없이 타자만 두드리고 가끔 뭔가 막히는 구간이 나오면 인상을 찡그리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


딱, 내가 평소에 보이던 모습이다.

수진이도 딱 저런 느낌이었는데.


현재 시각은 10시 15분.


수진이의 첫 수업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시간.

나는 수진이를 기다리며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수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질 것 같았으니까.


내가 쓰던 소설은  6일 연재다.


300화 근처에서 완결을 생각하고 있으니 슬슬 완결도 가깝다.

곧 신작을 준비해야한다는 말이지.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으려니 수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지금 어디에요? 혹시 집이세요?'

"아니, 근처 카페."


'아, 역시! 선생님은 그럴거 같았어요.'


"첫날은 강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설명만 할테니 빨리 끝날 거 같았거든. 같이 밥이라도 먹자."


'네. 어디 계신지 말해주세요. 거기로 갈게요.'

"그래."


현재 시간은 11시.


이상하네. 소설을 쓰면 평소엔 1시간 정도는 훅훅 지나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 듯한 느낌이다.

내가 집을 나서고 혼자서 집을 지키며 소설을 쓰던 수진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기분을 계속 느껴야 한다는 걸까.


누군가를 배웅하고 그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지루했다.

***


"밥을 바로 먹기에는 이르죠?"

"그렇지."


"선생님은 그냥 앉아만 계세요.  커피 2잔 먹고 밤에 잠이 안 온다고  괴롭히지 마시구요."

"알았어 알았어."

수진이가 카페에 들어오자 비로소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느낌이다.


이젠 수진이 중독증 환자와 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오늘  강의는 어땠어?"

"음~ 그냥 그랬어요."


수진이는 입술에 검지를 데고 뭔가를 떠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냥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처럼 앞으로 어떠한 식으로 강의가 진행되고 시험은 어떻게 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겠지."


"그리고 교수님이 오늘은 오랜만에 실강을 하게 되서 기쁘기도 하고 조금 귀찮기도 하다고 해서 좀 웃겼어요. 강의가 재밌을진 몰라도 교수님은 괜찮은 것 같아요."

30분 밖에 진행되지 않은 강의이며 그 대부분의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강의를 진행할지에 대한 이야기였고 틈틈히 교수 본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나온 평범한 OT였음에도 수진이에겐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강의 내용치곤 친구를 사귀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뭐, 어쩔  없지.

OT나 MT를 가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수진이와 대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평소보다 조금 신이 난 듯한 수진이와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니 1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페를 나가려고 하니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


급하게 고개를 돌렸지만 아주 잠깐 눈이 마주친 학생.


아까 소설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여학생이다.

아무래도 우리 관계가 신경 쓰였을지도 모르지.

그래. 우리의 관계가 조금 특이하긴 하지.

수진이와 대학 근처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건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요즘은 신경을 쓰지않고 다녔는데 여긴 대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니 수진이와 학과나 학번이 같아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선생님?"

"아무 것도 아니야. 가자."


그래도 대학교는 넓고 학생은 많으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수진이를 바로 알아보지는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수진이와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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