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2화 〉계곡에서 생긴 일(5) (192/301)



〈 192화 〉계곡에서 생긴 일(5)

"점심 먹어요."


"그래."

수진이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와 몸을 닦은 다음 점심을 먹자고 이야기해왔다.


점심은 저번처럼 그릴로 구워 먹는 바비큐다.

"바비큐~ 바비큐~"


"그렇게 좋아?"


"밖에서 먹으면 이상하게 맛있어요."


그렇긴 하지.

수진이가 얼른 고기를 굽자며 졸라와서 서둘러서 준비에 들어갔다.

숯에 불을 붙이고 불판에 고기를 얹는다.

오늘은 수진이의 요청에 따라 꼬치도 가져와서 고기를 꼬치에 꽂은 상태로 소스도 발라서 구워 먹는다.

"와... 벌써 냄새가."


"끝내줘?"

끄덕이며 입가에 손을 대고 구워지고 있는 바비큐 꼬치를 바라본다.

바비큐가 맛있기는 했지만, 그냥 소금간이니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이게 더 맛있어 보이기는 한다.

일단 냄새부터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뭔가가 있다.

"저도 해볼래요."

"그래."


수진이와 캠핑용 의자에 앉아서 고기를 굽는다.

숯에서 올라오는 제법 뜨거운 열기가 식었던 몸에 열기를 불어넣는다.

수진이를 바라보자 고기를 보면서도 숯의 열기로 몸을 데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수진이의 어깨에 슬그머니 손을 둘렀다.

그러자 수진이가 나를 잠깐 올려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수진이의 입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렇게 관계로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불판에서 들려온 기름이 튀는 소리에 수진이가 정신을 차린 듯 나에게서 몸을 떨어트리곤 꼬치를 뒤집었다.


조금 아쉽기는 하네.

물기를 닦는다고 닦았는데 아직 조금 물기에 젖어있는 몸이 굉장히 섹시해 보인다.

특히  가슴골 사이로 보이는 물방울과 점이 매력적이야.


"선생님은 무슨 고기가 먹고 싶은 거에요?"

자신의 가슴골을 스윽 손으로 가리곤 나를 향해 짓궂은 표정을 보여준다.

"수진이도 먹으라며?"

"농담도 몰라요?"


너는 농담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아닌데.


욕조에서 했던 섹스가 떠오른다.

그때와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긴 그때와 달리 물도 차가우니 괜찮겠지.


특히나 여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다.

이런 넓은 공간에서 섹스를 한다니 상상만 해도 자지가 딱딱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흠~ 흠~"

즐거운 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고기가  익었는지 확인하는 수진이.

나는 머릿속으로는 수진이를 잡아먹을 생각만 하며 고기가 구워지길 기다렸다.

"다 익었네. 먹자."

"잘 먹겠습니다!"


수진이에게 그릇에 덜어 먹으라는 뜻으로 일회용 접시를 건네려고 했는데 와일드하게 꼬치를 잡고 물어뜯고 있다.

"하읏, 후읍, 흑! 아뜨뜨."

뜨겁다면서도 호호 불며 맛있게 고기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보니 내 배가 다 부르네.

꼬르륵.

"마음은 채울 수 있어도 배는 채울 수 없나 보네."

"뭔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런 게 있어."

나도 수진이를 따라 꼬치를 손에 들고 호호 분 다음 입에 물어보았다.

과연 소스를 바른 바비큐는 소금을 뿌린 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씹을수록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과 하모니를 이루고 익힌 파에 스며든 소스 맛도 각별했다.

허겁지겁 씹다 보니 어느새 꼬치를 하나  먹어버렸다.

"그렇게 맛있어요?"

"맛있네."

애초에 시중에서 파는 불고기 소스로 해먹는 불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사람들이 맛집이니 뭐니 하며 떠드는 곳에서 먹는 것과 집에서 해먹는 것에 큰 차이도 못 느끼는 막 입이다.


처남이 군대에서 기념품으로 가져왔다고  해물 비빔소스도 맛있게 먹는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남자.


"또 뭔 이상한 생각 하죠?"

"아니, 그냥 내 입맛이 저렴하다 싶어서."


"전 그것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고기면 뭐든 좋아하니까 반찬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요."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우리 남편도 1등 신랑감이에요~"

"고마워."

수진이와 웃고 떠들며 꼬치구이를 먹다 보니 캠프장에서 바비큐를 해먹었을 때보다 많은 고기를 먹어버렸다.

소금간으로 구운 고기는 아무래도 물리기 마련인데 이건 저렴하지만 달콤하고 조금 매콤한 중독성이 있는 맛이라 정신없이 먹어버린 모양이다.

"후우~ 배불러."


자신의 배를 톡톡 두드리며 그리 말해오는 수진이.

평소보다 많이 먹은 모양인지 배가 살짝 나와 있었다.

"부인, 임신 4개월 차입니다."


"미묘하게 현실적이어서 더 화나네?"


내 옆구리를 꼬집어오는 수진이의 공격을 받아치며 투닥거렸다.

그렇게 잠깐 웃고 떠들다 보니 이상할 정도로 잠이 오는 느낌이었다.


"하암~ 하아아아암."

"졸려?"


"네. 이상하게 졸리네요."

1시간 정도 수영을 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한 모양이다.


아니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걸 수도 있고.

"한숨 잘까?"


"섹스하자는 건 아니죠?"

"아니야."


지금은 순수하게 졸리니까  자야겠다.


수진이는 약간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천천히 텐트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나도 수영복을 벗은 다음 사각팬티로 갈아입고 수진이의 옆에 누웠다.

"냉풍기가 없으니까 더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원하네요."


"그러게. 이래서 다들 사람 없는 계곡을 찾나 보다."


냇가나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기분을 알 거 같다.


그늘에서 텐트를 쳐놓고 자면 생각보다 굉장히 시원했으니까.

물가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이 적당히 주변의 온도를 낮추고 있는 모양이다.

수진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아 눕자 수진이도 마침 나를 향해 돌아누운 상태였다.


서로 옆으로 누워 바라보는 자세.


수진이가 천천히 나를 향해 손을 뻗어왔다.

수건으로 대충 말려서 푸석거리고 뻗쳐있는 머리를 만져온다.


"고슴도치 같아."

그렇게 내 머리를 만지며 즐겁게 웃던 수진이는 머지않아 새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나도 수진이를 따라 머리를 어루만지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직 주말은 길다.


잠깐의 낮잠 정도는 문제없겠지.


***


눈을 뜨자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수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잘 잤어요?"

"잘 잤지."

"코까지 골면서 자던데 많이 피곤했어요?"

쿡쿡 웃으면서  코를 톡톡 두드려온다.

나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개운한 느낌이었다.

"지금  시야?"

"아직 30분밖에  지났어요."

"그럼 정리나 하자."

"네~"

수진이와 바비큐의 뒷정리를 시작했다.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지.

냇가나 계곡에서 설거지를  때 생기는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물 없이 설거지를 할 수 있다니  편리하긴 하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그냥 뿌리면 끝나니까."

"그러게."


어차피 바비큐용 그릴은 일회용이었으니 한곳으로 모아뒀다가 나중에 수거하면 끝난다.


꼬치를 이 세정제로 씻고 물티슈로 닦아내면 되니 굉장히 편하다.


"자! 다시 입수!"

"그래그래."


수진이와 다시 준비운동을 한 다음 물로 들어갔다.


"가요~ 에잇!"


수진이는 정말 이 피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모양이다.

비치공은  언제 챙겼는지 모르겠다.


서로 허리까지 잠기는 위치에서 비치공을 토스하며 논다.

모래사장이 없어서 아쉽기는 해도 물에 잠겨 움직임이 제한된 곳에서 즐기는 이것도 나쁘진 않은 느낌이다.

"으윽, 이거 생각보,닷 힘드네요!"


수진이는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몸을 놀리면서 비치공을 토스해왔다.

우린 둘 다 승부욕이 강해 이런 게임을 하면 항상 내기를 하곤 했지만 이것만큼은 패스하기로 했다.


상대에게서 조금  곳으로 보내면 렐리가 끊겨 재미보다 짜증이 앞섰기 때문이다.


서로가 치기 좋은 곳으로 공을 보내며 렐리를 이어가다가 좋은 공이 오면 상대방의 정면으로만 공을 빠르게 치는 게 이 게임의 룰이었다.


"치! 아저씨면서 왜 이리 반응이 빨라요?"

"여자보다야 빠르겠지."

"좀 져주면 안 돼, 욧!"


"응, 안돼."

"한 번만!"

내기도 아닌데 어떻게든 이겨보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수진이의 공을 열심히 받아치다가 자연스럽게 공을 놓쳐보았다.

그러자 수진이가 굉장히 신난 듯이 물속에서 가볍게 뛰어올랐다.


물론 허리까지 잠겨있어서 보이지 않던 배꼽이 살짝 드러났을 뿐이지만 그래도 굉장히 신나 보였다.

"헤헤, 제가 이겼으니까 부탁 하나 들어줘요."


"아니, 그런 게 어딨어?"

"요깄지롱~"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애교를 부려온다.


서방님이 최고니 멋지다니 사랑한다니 하며 그리 애교를 떨어오는데 어찌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뭔데?"


"우리 2박 3일로 놀다 가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무래도 많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래. 그러자."

"괜찮아요? 연재라든지 주식이라든지?"

놀다 가자던 녀석이 왜 이리 눈치를 살피는지 모르겠다.


"연재도 주식도 여름방학이야."


혹시 몰라서 비축분을 하나  예약해놓은 상태다.

주식은 단타용으로 사둔 주식이 없어서 그리 큰 문제가 생길 일도 없다.

"아싸!"

수진이는 신이  아이처럼 순수 그 자체인 미소를 보이며 나를 끌어안아 왔다.

오늘따라 수진이의 스킨쉽이 굉장하다.


수진이는 매미처럼 나를 끌어안고 있다가 흐르는 물에 둥둥 떠내려가던 비치공을 발견하곤 급하게 몸에서 떨어졌다.

"가랏 피카츄!"


언제적 피카츈지 모르겠네.

돌이 많아서 생각보다 멀리 가지는 않았다.

공을 줍고 물가로 돌아오자 수진이가 텐트쪽으로 가 있었다.

"추워?"

"아뇨. 생각보다 배가 금방 꺼져서요. 선생님도 뭐 좀 드실래요?"


"수박이라도 먹을까?"

"화채!"

"그래그래."

수박을 잘라서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깍둑썰기를 해서 밀폐용기에 담아왔다.

"자요, 서방님. 아~"


"아ㅡ"


"내꺼지롱."

본인의 입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수박.

나는 눈을 멀뚱멀뚱 뜬 상태로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알았어요. 푸흡!"


내가 복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는 것이 많이 웃긴지 입가를 가리며 몸을 작게 떨면서 부들거리는 손으로 내 입가를 향해 수박을 내밀어 왔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먹겠다는 일념으로 입을 재빨리 놀렸다.


"안 뺏어 먹어요. 무슨 식탐이 이리 많은지."


 자식이?

"니가 먼저 먹기 시작했으면서?"

"수박은 어차피 칼로리도 낮은 데요, 뭘."


수진이는 이렇게 맛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칼로리가 낮지? 라고 말하며 옴뇸뇸거리며 수박을 먹기 시작했다.


수박이 칼로리가 높아도 그렇게 맛있다는 듯이 먹으면 0칼로리가 아닐까 싶다.


오늘따라 여대생보단 여중생에 가까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웃을 때마다 흔들리는 저 가슴만큼은 여대생으로 보였다.

"우리 수진이 가슴엔 수박이 달렸네~"

"아저씨~ 제발 성희롱 좀 그만하세요~"


너도 내 사타구니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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