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계곡에서 생긴 일(3)
"언제까지 만질 거에요?"
"수진이가 질릴 때까지."
"그럼 제가 잠들 때까지 계속 만져주세요."
"그래."
수진이와 집으로 돌아온 뒤 우리는 평소처럼 서로 얼싸안으며 침대로 직행했다.
처음엔 수영복을 입고 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다가 아직 물가에도 가보지 못했는데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쓰는 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다.
평소와 같은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서로를 얼싸안고 있는 우리.
무리하지 않는다면 수진이도 지쳐서 곯아떨어지진 않고 나에게 응석을 부린다.
이 시간이 제법 감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에도 애교를 부리지만 이때만큼은 그 농도가 더욱 진해지니까.
수진이 사용법이 알려준 대로 수진이는 머리를 어루만져주거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해주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기분 좋다는 듯이 내 어깨에 머리를 비벼오는 수진이를 한참 쓰다듬고 토닥이고 있으려니 얼굴 가득 사랑을 담은 표정으로 내 입가에 뽀뽀를 날려왔다.
"쪽쪽."
입으로 쪽쪽 하며 뽀뽀하는 소리까지 내면서 말이다.
수진이의 애교는 너무 달아서 이빨이 썩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진이가 그런 모습을 보여도 사랑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일까.
"수진이는 평소에도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관계를 맺은 다음에 보여주는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응석받이가 되어 사랑을 갈구하며 나의 품에 파고드는 모습을 볼 때면 나의 이성은 녹아내린다. 그런 모습을 자꾸 보여주니 2차전, 3차전으로 가버린다는 것을 수진이는 알고 있을까?"
"이번에는 선생님 사용법이에요? 이거 완전 표절범이네?"
그렇게 말하며 내 옆구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하는 수진이.
"이 표절범, 잇, 잇, 간질간질!"
수진이의 손을 피해 몸을 놀리다가 수진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으로 꽈악 붙든다.
내 몸에 포옹되어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수진이.
수진이는 내 몸에서 잠깐 발버둥을 치려고 하다고 결국 몸에서 힘을 풀었다.
그러고 있다가 내 가슴에 귀를 대고 잠깐 눈을 감는다.
"두근 두근 두근. 또 흥분했어요?"
"너랑 있으면 에브리데이가 드림이다. 이거야."
"아하하! 아~ 제발 그런 헛소리 좀 하지 마요! 아하하하하!"
오! 이번에는 제법 통한 느낌이네.
분위기가 좋았나?
한참을 웃던 수진이는 내 가슴이나 팔뚝을 손으로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막 3대 500치고 그러나?"
"어디서 그런 걸 알아왔어?"
"선생님이 헬스장 다닌다고 해서 알아봤어요. 헬스하는 사람들의 목표라던데."
그건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지 내년에 40인 내가 500이라니 조금 무리한 이야기가 아닐까.
"PT도 끊었고 집에 홈트레이닝 기구도 설치했으니 300은 노려봐야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헬스장을 다니며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3대 300은 몇 개월이면 씹멸치도 찍는다는 이야기가 눈에 밟혔지만 나는 아재다.
나의 분수를 알고 천천히 늘려갈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이 나이의 어른은 몸 전체의 근력과 지구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근지구력도 고민해야 한다.
다쳐도 쉽게 낫지 않는 나이기도 하고.
그러니 천천히 아주 조금씩 중량을 늘려가고 있다.
"선생님은 뭐든 한다고 하면 해서 좋더라."
"그래?"
"운동도 저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좋아요. 나를 위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남자."
"마초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여자는 대부분 마른 근육 좋아할걸요?"
그놈의 마른 근육은 도대체 뭐하는 녀석인지 모르겠다.
수진이와 보는 예능에 툭하면 튀어나오던데.
"난 어때?"
"선생님은 선생님이라서 좋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가슴이나 팔뚝을 열심히 만져오는 것을 보아하니 역시 마초남을 좋아하는 느낌인데 말이다.
수진이와 장난을 치다가 서로 이제 자자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수진이를 품에 안은 채로 눈을 감았다.
"비, 그칠까요?"
"그치겠지."
왜냐면.
""그치지 않는 비는 없으니까.""
흠칫.
내 사고를 읽힌 듯한 기분이다.
수진이를 내려다보자 수진이는 작게 웃으면서 머리맡의 휴대폰을 가리켰다.
"선생님이 저번에 소설에 쓰셨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이세계에 떨어져서 이리저리 방황하던 주인공이 결국 과거의 아픔에 결별하는 장면에서 써먹은 대사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으니까.
그리고 비가 그친 다음엔 비로소 무지개가 뜬다고 썼었지.
"감사합니다. 열혈 독자님."
"부인한테 후원받는 기분이 어때요?"
"그럴 거면 그냥 내 계좌로 용돈이나 붙여주지?"
"그러면 또 싫다고 할 거면서."
"잘 아네."
후원한다고 해도 장난으로 100원, 200원씩 툭툭 던지니까 그리 문제가 될 일도 없다.
"제가 후원하며 댓글도 남기는 소설이라고 가끔 갤에서 떡밥이 구르니까 유입이 계속 생겨서 좋죠?"
...그 유입이 수진이 때문이었구나.
작가를 하며 갤을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을까 봐 안 간지 좀 됐는데.
...알고 싶지 않던 사실을 알아버려서 슬프다.
***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에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그치지 않는 비는 없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서둘러서 짐을 정리하고 계곡을 찾아 차를 몰았다.
1박을 할 생각으로 텐트까지 챙기고 음식도 챙겨왔다.
굉장히 즐겁다는 듯이 노래를 부르던 수진이가 물을 마시곤 즐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게 더 캠핑 같지 않아요?"
"그러게. 이게 더 캠핑 같네."
아무도 오지 않을 계곡을 찾아 떠나서 같이 놀고 텐트에서 자고 그대로 돌아온다니 그야말로 캠핑 같지 않은가?
나와 수진이가 현재 가고 있는 곳은 경상도다.
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놀던 곳으로 어른도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고 사람도 없어 현지인들만 안다는 곳이다.
아버지도 어렸을 적엔 친구분들과 놀기도 하셨겠지.
"잘했죠?"
"그래. 우리 부인이 최고예요."
"헤헤, 좀 더 칭찬해줘요."
"가서 삶은 옥수수 하나 더 먹어."
수진이는 그게 뭔 칭찬이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긴 장마에 약간 우울해 보이던 수진이에게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느껴지는 건강함.
오늘따라 유독 힘이 넘쳤다.
"수영도 하고 수박도 먹고 옥수수도 먹고 복숭아도 먹고 고기도 먹고~"
"전부 먹는 것뿐이네."
"선생님은 수진이도 먹고~"
"콜록!"
갑자기 여기서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네.
몇 번 더 기침을 하고서야 진정이 됐다.
조금 위험했다. 주위에 차가 없어서 망정이지.
아무튼, 이렇게 갑자기 치고 들어와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수진이를 힐끔 바라보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영계백숙 오오오오~"
"으~ 소름!"
"수진이가 보약이지."
수진이와 함께하는 드라이브는 심심할 틈이 없다.
조수석에서 졸았던 적도 지금까지 딱 1번 있었다.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했던 그 날 뿐이지.
그러니 장거리 운전이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서울과 부천을 오가는 것보다 훨씬 피곤한 장거리 운전이 끝나고 아버지가 알려주신 명당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사람이 없긴 한데."
"그러게요."
과연 우리가 텐트를 치고 놀만 한 곳은 있을까 모르겠네.
그리 주변을 찾아보니 아버지가 말한 데로 수영을 할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확실히 이곳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찾아오진 못할 위치네.
어른이 놀만 한 높이라고 했는데 넓지는 않아서 딱 4인 가족 기준으로 2가구 정도만이 놀 정도가 될 것 같다.
"텐트 쳐요."
"그러자."
수진이와 차에서 짐을 내려서 가장 먼저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해봤던 일이라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
"근데 여기 풀이 너무 많아서 뱀이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러게."
"...우리나라엔 독사 없죠?"
"있는데?"
"여기?"
그렇게 말하면서 내 자지를 손으로 만져오는 수진이.
"꺅! 구렁이다~"
"구렁이는 독 없어."
"으이구! 누가 몰라요?"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평소보다 좀 더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준비를 마쳤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수영을 하면 된다.
나는 어차피 팬티형이라서 집에서 갈아입고 왔다.
수진이는 텐트에서 갈아입겠지.
"자요."
"응?"
"튜브에 바람이나 불고 있으세요. 서방님~"
"밖엔 더운데?"
"...갈아입는 거 훔쳐보면 진짜 혼나요?"
"알았어."
쳇.
됐다. 오늘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니 이곳은 나와 수진이가 독점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아무도 오지 않는 계곡에 신혼부부를 던져둔다면?
그건 바로 야외섹스지!
아직 준비운동도 수영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온몸에 열기가 돌고 있다.
캠프장에서도 관계를 가졌던 우리다.
불만 붙는다면 이곳에서도 당연히 섹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무려 야외섹스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상상해보는 섹스.
아버지의 말로는 현지인만 아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럼 어쩌면 누군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런 스릴을 느끼면서 수영복을 입은 섹시한 수진이의 안쪽에 내 정액을 싸지른다.
그런 상상을 하니 벌써 자지가 딱딱해졌다.
"아니 왜 구렁이가 킹코브라가 됐지?"
어느새 갈아입은 수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 자지를 손으로 쿡쿡 찔러왔다.
"아니, 왜 이리 빨리 갈아입었어?"
"저도 사실 너무 기대돼서 안에 입고 왔어요. 히힛."
"초딩이야?"
"그럼 서방님도 초딩이네?"
기대되면 그럴 수도 있지.
수진이를 바라본다.
상의는 안이 비치는 투영한 셔츠를 배꼽이 보이도록 중간에 묶고 있고 골반에는 파레오를 둘러 치파오를 입은 듯한 느낌으로 옆트임이 나 있다.
몸을 최대한 가렸음에도 느껴지는 은은한 섹기가 남자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이거 수영보다 다른 게 먼저 하고 싶어졌다고 하면 과연 화를 내겠지?
"준비운동부터 해요."
"그러자."
우리는 서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캠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