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신혼여행(15)
혜정이는 잊으려고 할 때 마다 떠올라 온다.
신혼 여행지가 겹친 시점에서 어쩔 수 없던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예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이혼하고 그녀를 등진 상태로 떠났을 때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스팸 번호로 등록했으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내 삶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다.
이게 돌싱이 된 사람들의 결혼 생활인지도 모른다.
서로 종기처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건드리게 되고 그렇게 조금 어색한 상황이 되는 그런 존재.
이젠 그만 잊고 살고 싶은데 말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더는 그녀에 대해 떠오르지 않을까?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조수석의 수진이를 슬쩍 살펴보았다.
오늘은 일정이 오후 4시였기에 시간이 남아버려서 아침부터 수진이와 관계를 가졌다.
밤낮으로 수진이를 탐하니 결국은 체력이 바닥난 모양이다.
오늘은 그냥 일찍 재워야겠다.
수진이를 힐끔 바라보다가 그 시선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수진이와 결혼을 하고 몇 날이고 수진이의 안쪽에 사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혼전 임신을 피하고자 피임약을 먹고 있었는데 결혼을 한 다음엔 피임약을 먹고 있지 않다.
임신확률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이렇게 싸질렀으면 어쩌면 허니문 베이비가 탄생할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엔 작명소에 맡겨볼까 생각도 했지만, 수진이와 나의 아이다.
될 수 있으면 우리가 붙여주고 싶다.
내 성을 쓰니까 이름은 수진이가 붙여주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수진이의 이름에서 따와서 지어도 되고 말이다.
"으흠~ 흠, 으응."
수진이는 뭔가 꿈이라도 꾸는지 잠꼬대를 하고 있다.
옷은 청초하지만, 가슴이 커서 안전벨트 너머로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여성스러운 신체의 수진이.
하지만 가끔 보이는 저런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녀가 아직 많이 어리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이런 아이에게 질사를 하고 내 아이를 낳아주길 기대하다니 난 정말 변태가 맞긴 한가보다.
그러니 수진이가 매번 변태변태 노래를 부르지.
"흐흣, 내가 이겼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작게 웃기까지 하는 모습이 참 귀여워 보인다.
입가에 살짝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까지 귀여워 보이다니 나도 중증이 아닐까.
신호가 걸려 차를 잠깐 세운 다음 수진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입가를 닦아주었다.
그러자 수진이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아무래도 얕은 수면이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눈이 뜨인 모양이다.
내가 손에 휴지를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한 수진이가 눈을 껌뻑이다가 천천히 본인의 입가를 손으로 만지고는 고개를 살짝 숙여버렸다.
그리곤 본인의 옷을 확인하고 있다.
아주 살짝 침이 묻어 얼룩이 진 상의가 내려다보였는지 수진이가 금세 울상이 된다.
"힝."
침이 묻은 부분이 신경 쓰였는지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사람이 졸리면 그럴 수도 있지.
헤헤거리며 침을 흘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귀여웠다. 수진아.
수진이는 핸드백에서 손거울을 꺼내 본인의 입가를 확인하곤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휴지만으론 그 자국을 다 지울 수 없었다.
신호가 바뀌어 액셀을 밟으니 수진이가 핸드백에서 꺼낸 물티슈로 본인의 입가를 닦기 시작했다.
"이래서 안 잘려고 했는데..."
"미안. 내가 너무 괴롭혔나 보다."
"이게 다 여보 때문이야!"
"그래그래. 내가 우리 부인을 너무 귀여워한 잘못이지."
"흐읏.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가 미래엔 방귀 트고 부부가 아니고 친구 같은 분위기가 되는 미래를 상상해버렸어요."
수진이는 그 광경이 굉장히 끔찍했는지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
"어떻게 확신해요?"
너와 나의 나이 차를 보고 확신하지.
10년이 지나면 난 50에 접어들고 수진이는 겨우 30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수진이가 친구를 먹는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수진이는 내년에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
만약 그게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10년 후 10살짜리 애 엄마가 되더라도 고작 30에 불과하단 말이다.
요즘은 30이 넘어 결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고려하면 30이 된 수진이는 아직 한창의 나이지.
그런 수진이를 친구라고 생각하며 의무방어전을 걱정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50이 되도 마누라는 30이라던 친구놈들 말이 갑자기 실감이 되네. 아직 팔팔한 마누라에게 친구라는 감정을 느끼기나 하겠어?"
"저 오늘 처음으로 제가 어려서 좋다고 생각한 거 알아요?"
내 말이 제법 그럴싸하게 들렸는지 수진이는 조금은 안심한 듯이 그리 말해왔다.
"우리나라가 부부가 세계에서 가장 섹스리스 부부가 많데요. 알고 있어요?"
"알고는 있지."
나도 그런 부부였고 말이다.
"저는 그런 거 싫어요. 서로 좋아해서 결혼했는데 의무감 때문에 같이 산다거나 그런 거."
"우린 해당 사항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자."
"정말로요? 선생님은 절대로 안 변할 거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
"앞으로 15년은 힘내볼게."
"25년!"
"20년."
"19년!"
"그래. 그때까진 서겠지."
58살까지 아내랑 섹스하는 남편이라니.
그것참 금슬이 대단한 부부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
그 나이쯤 되면 아내가 싫증이 나기 이전에 잘 서지도 않겠다.
"내일은 뭐 할까요?"
"내일도 걷는 건 최대한 삼가고 좀 여유롭게 보내자."
"죄송해요."
"죄송할 게 뭐 있어? 침대에서 수진이의 따뜻하고 끈적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는 건데."
"지금은."
"응?"
"지금은 그렇게 절 가지고 논다고 좋아하는데 나중에 봐요. 10년 후까지 그렇게 여유로운가."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10년 후엔 봐달라고 해도 안 봐줄 거야."
등골이 오싹하다.
가끔 이렇게 요사로운 눈빛으로 반말을 할 때면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있다.
나는 10년 후에 수진이에게 제발 그만 하자며 애원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작게 떨었다.
수진이는 배려를 아는 아이니 그때쯤 되면 다 잊고 내 나이를 고려해주겠지.
...그렇겠지?
설마 진심으로 19년이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
수진이와 호텔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함께 목욕하기로 했다.
"정말로 씻기만 하고 그냥 자는 거에요."
"나도 피곤하니까 그냥 잘 거야."
"이러다가 자는데 막 면간! 이러면서 쑤셔 박거나 그러지 마세요."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임마."
"변태."
한결같은 녀석이로군.
하긴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로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발기한 거시기를 엉덩이골에 비비고 있으니 변태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지.
수진이가 흥분하지 않도록 유륜과 유두 부분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밑에서 배구공을 토스하듯 위로 톡톡 친다.
수진이의 가슴이 수면을 치고 물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그 소리가 제법 감미롭다.
"재밌어요?"
"재밌으니까 만지지."
"뭐가 재밌다는지 모르겠네."
쓴웃음을 지으며 전신에 체중을 내게 기대오는 수진이.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바라보다가 내 얼굴에 물을 뿌려온다.
"에잇, 변태새끼! 강간범!"
"이대로 박는다?"
"꺄악!"
수진이가 첨벙거리며 내 몸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살려주세요! 강간범한테 강간당해엣!"
이건 진짜로 박아달라는 건가?
나는 수진이의 가슴을 잡고 있던 손으로 수진이의 보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읏!"
장난을 치던 것도 잊었는지 갑자기 몸이 굳어버리는 수진이.
수진이의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다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니 수진이가 깜짝 놀라서 몸을 뒤틀었다.
"하, 하지마앗!"
수진이의 보지를 계속 만지다 보니 자지가 빨딱이며 얼른 박으라고 소리치고 있다.
신혼이란 이런 거지.
안 한다 안 한다 하다가도 정신을 차리면 하는 것.
나는 도망치려는 수진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대로 수진이의 안쪽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
"적어도 콘돔은 껴주세요... 제발..."
수진이가 몽롱하면서도 퇴폐미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런 말을 해왔다.
안 한다 했으면서 막상 가슴을 만지면서 놀았더니 본인도 그런 마음이 들었나 보다.
"헤헤, 이런 배불뚝이 아저씨한테 강간당해서 임신이라니 아주 멋지구만. 남편은 모르겠지? 내 아이 열심히 키워달라고?"
"윽, 안돼!!!"
안된다고는 말하면서 내 몸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 귀여운 앙탈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뒤에서 목을 살짝 깨문 상태로 허리를 올려쳤다.
찰팍이는 소리가 나며 수진이의 안쪽으로 나의 자지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평소에 들리던 팡팡 거리던 소리보다 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더 크게 퍼지기 시작한 욕조.
수진이는 3분도 가지 않아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은 걸까?
나는 평소에 하던 대로 수진이를 열심히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수진이의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또 다른 손으로는 수진이의 유륜과 유두를 자극했다.
혀로는 끊임없이 수진이의 귀나 목덜미 어깨나 등을 핥으며 수진이에게 저급한 농담도 던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뻐꾸기가 되어 내 아이를 열심히 키울 거라며 머릿속에서 멋대로 떠오르는 상황극을 연출하자 수진이는 안에는 안 돼! 하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철퍽이며 제법 힘이 들어간 몸부림을 해왔다.
나는 지금의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어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자세는 불편했지만, 오직 그녀에게 내 저열한 씨앗을 뿌리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그럴수록 수진이의 신음은 높아져갔고 그렇게 체감상으로 5분이 지났을 때 수진이의 몸에서 힘이 쫘악 빠졌다.
그렇게 기분이 좋았나?
수진이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수진아?"
"..."
"수진아?!"
아무래도 머리에 열이 올라서 뻗어버린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서 수진이의 안에서 자지를 빼낸 다음 수진이를 품에 안고 욕조에서 나왔다.
자세는 불편해도 분위기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면 이렇게 되는구나.
나는 서둘러서 수진이의 몸에 물기를 닦고 수진이를 침대에 눕힌 다음 에어컨의 온도를 낮춰 방을 더 시원하게 하였다.
수진이가 가져온 휴대용 선풍기를 틀어 그 얼굴과 목, 그리고 몸에 바람을 쐬어준다.
욕조에서 하는 섹스는 불편했어도 뭔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
특히 그 평소에는 들리지 않는 찰팍이는 물소리가 너무나 야릇하게 들렸다.
그런데 이렇게 열이 뻗쳐 뻗어버리다니 생각도 못 했다.
"으윽."
수진이가 천천히 머리를 부여잡은 상태로 눈을 뜬다.
"미안."
"됐어요. 저도 뭔가 기분이 몽롱해져서..."
"다음엔 물 온도를 낮추고 목욕하자."
"부인이 쓰러졌는데 다음 이야기가 나와요?"
미안. 근데 왠지 평소보다 자극적이어서 좋았거든.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수진이의 눈치를 살피자 수진이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 표정을 보였다.
"다음에는 냉탕에서 하던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살짝 돌린다.
달아오른 저 얼굴이 부끄러움 때문인지 목욕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다.